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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고전 읽기

기업 목적은 ‘이익 극대화’아닌 ‘고객 만족’

이동현 | 53호 (2010년 3월 Issue 2)

2005년 향년 96세로 타계한 피터 드러커 교수가 경영학 100년 역사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가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이유는 그의 생애가 공교롭게도 현대 기업의 성장과 맞물렸고, 자신의 연구와 실제 체험을 왕성한 저술 활동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드러커 교수는 경영학자로 분류되지만 그가 보여준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덕분에 그의 책은 언제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왕성한 연구와 저술 활동은 현대 경영학의 초석이 됐고, 경영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도 1954년에 출간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는 최초의 경영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업과 경영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시어스 백화점, 포드 자동차, IBM 등 당시 최고 기업들을 직접 체험하고 관찰한 사례를 포함해 기업 경영, 경영자 관리, 조직 구조, 근로자 관리 등에 관한 드러커 교수의 탁월한 혜안과 통찰력이 담겨 있다.
 
우선 드러커 교수가 기업 경영자들에게 던진 화두는 기업의 목적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익 극대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드러커는 이 대답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라는 조직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익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익은 기업 경영에 있어 목적이 아니라 제약 조건일 뿐이다. 또한 이익은 기업 활동과 의사결정의 근거가 아니라 기업 활동과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판정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이 기업 외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사회의 한 기관이므로 기업의 목적은 사회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 목적에 관한 타당한 정의는 오직 단 하나,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기업의 목적이 있다. 고객은 기업이 창조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따라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바로 고객 만족에 있다. 이익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일 뿐이다.
 
결국 기업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학자도, 기업의 오너도 아닌 바로 고객이다. 기업이 창조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치를 의향이 있는 고객만이 기업을 존재하게 만든다. 당연한 말 같지만 드러커에게 고객은 기업의 본질과 직결하는 핵심 개념이다. “고객 없이는 사업도 없다(No business without a customer)”라는 드러커의 명제는 이런 그의 기업관을 잘 집약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경영자들에게 사업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 앞으로 우리가 할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
 
어떤 기업의 사업이 무엇인지 아는 일은 얼핏 쉬워 보인다. 철강 회사는 철강을 만들고, 철도 회사는 화물과 승객을 수송하고, 손해 보험 회사는 화재 위험에 대한 보증을 해주고, 은행은 돈을 대출해주는 것이 각자의 사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의 출발점을 고객에서 찾았듯이, 드러커는 사업의 정의 또한 고객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업의 내용은 고객이 그 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함으로써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무엇인지에 의해서만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업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제기해야 할 질문이다.
 
사업의 정의를 내리기 위한 또 다른 핵심 질문은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이 위기에 처한 사업을 살리기도 한다. 드러커는 1930년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사업부를 예로 들었다. 당시 캐딜락 신형 모델을 7000달러라는 고가를 지불하고 산 고객들은 과연 무엇을 구입한 것인가? 운송 수단인가, 아니면 높은 사회적 품위인가? 당시 캐딜락 사업부의 책임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회사의 시각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캐딜락은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와 경쟁한다. 캐딜락의 고객은 운송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구입한 것이다.” 이 대답이 대공항의 여파로 파산 위기에 놓였던 캐딜락 사업부를 부활시켰다. 덕분에 GM은 위기를 극복했고 캐딜락은 중요한 사업부로서 위상을 차지했다.
드러커는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는 오히려 회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때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성공적인 기업이라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사업의 정의는 급속도로 진부해지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에 대한 정의가 50년은 고사하고 30년 정도라도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드러커는 대략 10년 정도 그 대답이 유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경영자는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앞으로 우리가 할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 사업의 성격과 사명 그리고 목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실시되는 환경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드러커 교수는 경영자의 역할과 직무 관리에 대해서도 뛰어난 안목을 가졌다. 그에게 있어 경영자는 단순한 보스도 아니고, 위에서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경영자는 기업의 특유한 기관(organ)이다. 기업은 오직 경영자가 행동할 때에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활동도 할 수 있다. 경영자가 없는 기업 그 자체는 목적을 달성하는 실체가 아니다. 기업이 법률적 구조에 관계없이 사회적 기관으로서 존재하고, 또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직관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자질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드러커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영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경영자는 경영 원칙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의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 내 모든 계층에서의 업무 성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경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학위를 가진 사람만이 경영자가 될 수 있다거나,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 면허가 필요한 건 아니다. 다만 경영자를 판단하는 궁극적인 검증 기준은 사업 성과여야 한다. 경영자는 얼마나 많은 경영 지식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가 달성한 사업 성과에 근거해 평가받아야 한다.
 
드러커는 경영 관리에서 목표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어떤 기업이든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각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헌해야만 한다. 그들의 노력은 같은 방향으로 모아져야 하고, 그들의 공헌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구성원들 사이에 견해 차이나 마찰이 없어야 하고 불필요한 일의 중복 수행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기업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각각의 직무가 기업 전체의 목표와 부합해야 한다.
 
특히 경영자의 직무는 기업 전체의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당연히 각 사업 부문의 경영자에게 부과되는 목표는 기업이 달성해야 할 전체 목표로부터 도출돼야 한다. 그들의 성과도 기업 전체의 목표 달성에 공헌한 정도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경영자란 자신이 맡은 사업 부문이 보다 높은 상위 부문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전체의 목표 달성에 공헌하는 데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자본’과 ‘노동’으로 대립됐던 전통적인 관점을 ‘경영’과 ‘노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대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드러커 교수다. 경영학의 진정한 현자(賢者)라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경영학이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경영학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학문이자 현대인의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영학 1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과 거기에 담긴 저자의 통찰력은 무엇인지 가톨릭대 경영학부 이동현 교수가 ‘경영 고전 읽기’에서 전해드립니다.
  • 이동현 |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dhlee67@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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