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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처럼 청중을 사로잡자

권춘오 | 49호 (2010년 1월 Issue 2)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꼽힌다. 사람들은 오로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려고 신제품 발표회 전날 밤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유튜브에 게시된 클립 중 잡스에 대한 내용이 무려 2만여 건에 이른다. MS의 CEO인 스티브 발머의 클립이 940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잡스는 재능과 카리스마로 자기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매력적인 선동가다.
 
철저하고 조리 있으면서 감동과 강력한 호소력, 뛰어난 성과까지 담보하는 잡스만의 프레젠테이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청중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말라. 제품 특징이나 장점만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잡스는 무대에서 청중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만든다. 잡스는 무대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대에서 동원할 제품들이 무엇인지 살핀다. 또 제품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비디오 클립과 기타 다양한 시각적 소품을 동원하기까지 한다. 이는 극적 효과와 흥미를 더한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잡스는 모든 프레젠테이션에서 10분마다 각기 다른 요소를 소개한다. 그는 이러한 ‘10분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이 길어지면 제품 시연이나 연사 초청, 비디오 클립 등으로 내용을 소개하며 속도를 조절한다.
 
 

 
청중들은 즐거움과 동시에 정보를 원한다. 특히 그들은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잡스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이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결론을 도출한다. 프레젠테이션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문 용어는 버리고 쉽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트위터처럼 짧고 쉬우면서 강한 문구를 동원하라. 잡스는 140자 미만의 글자를 사용하는 트위터 게시물과 딱 들어맞는 헤드라인 작성에 탁월하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언론에 보도되었으면 하는 헤드라인을 구상한다. 최근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
(The world’s thinnest notebook)”
“주머니 속의 1000곡
(One thousand song in your pocket)”
“2배의 속도, 절반의 가격
(Twice as fast at half the price)”
“세계 최고의 친환경 노트북
(The industry’s greenest notebooks)”
 
또 그는 재미있고 일상적인 단어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잡스가 애플의 새로운 운영 체제(OS)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모니터 아래에 버튼을 달아놓았기 때문에 보기에도 좋고, 핥아먹고 싶을 겁니다.” 또 그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이폰 3G를 “반응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한 게 아니라 “놀랍도록 민첩하다”고 했다.
 
셋째, 간결한 슬라이드로 청중의 시각을 매료시켜라.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무미건조한 ‘발표’로 채우지 않는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마치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바꾼다. 이를 위해 잡스는 간단하면서도 청중을 빨아들일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를 만든다. 2008년 ‘아이폰 3G(iPhone 3G)’를 소개할 때 잡스는 겨우 슬라이드 11장만을 사용했을 뿐이다. 그중 9장은 휴대전화 사진이거나 새로운 기기의 특정 부분을 크게 확대한 사진이었다. 나머지 2장에는 “iPhone 3G”라는 글씨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특징만 나열한 문구도 없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간결해야 파워가 있고 우아하다는 걸 보여준 걸작이었다.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숫자를 보기 좋게 꾸며 청중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데도 매우 능숙하다. 예를 들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폰을 400만 대 판매했습니다. 400만을 200일로 나누면, 평균적으로 매일 2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셈입니다.”
 
넷째,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라.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의 특징 중 하나는 “우와∼!” 하고 탄성이 쏟아지는 결정적 순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2008년 1월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잡스는 무심하게 연단 위로 올라가 황색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런 다음 봉투를 열고 자신이 소개하고자 하는 노트북을 꺼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인 ‘맥북 에어(Macbook Air)’였다. 즉시 청중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다음날 주요 일간지 및 잡지에는 잡스가 봉투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사진이 실렸다.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동안 이러한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달인이다. 실제 그는 이러한 감정적인 반응을 규칙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신중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잡스의 모든 프레젠테이션은 시작부터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면서 떠날 때까지 계획되고 만들어진 것이다.
다섯째, 지독하게 연습하라.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언뜻 보면 그가 마음 내키는 대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기 전에 수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잡스는 연설하기 전 프레젠테이션 주간을 정해둔다. 수백 시간 연습하면서 발표 5분 직전까지 최종적으로 프레젠테이션 구석구석을 가다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애플 직원이었던 마이크 에반젤리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러한 프레젠테이션은 검정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나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여겨질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약간의 종교적 부흥을 동반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홍보, 제품 시연 및 기업 차원의 지원이 혼합된 것입니다. 그러한 프레젠테이션은 함께 ‘커튼 뒤의 남자’를 만드는 수십 명에게는 몇 주일에 걸친 작업, 정교한 편성, 그리고 심한 압력을 뜻합니다.”
 
이런 연습은 실수도 무난하게 넘어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언젠가 잡스가 신제품 디지털 카메라를 시연하려 했는데 카메라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 잡스는 청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앞줄에 앉아 있던 애플 직원에게 넘기고는 이렇게 말했다. “카메라를 고칠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저한테는 너무 기술적이군요. 작동이 잘 되면 꽤 근사한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잡스는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모두들 그 해프닝을 좋아했는데 잡스를 친근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잡스를 ‘타고난 카리스마 선동가’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의 프레젠테이션의 비결을 들여다보면 환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치밀하게 계획된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을 꿈꾸는 비즈니스 리더라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다.
 
이 책을 쓴 카민 갤로는 IBM, 노키아, 홈 데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유명 기업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코치로 활동했다. 컨설팅사인 갤로 커뮤니케이션즈를 경영하고 있으며, 비즈니스위크닷컴(BusinessWeek.com)에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CNN, CBS, CNET, TechTV에서 근무했고 미국의 방송 분야 상인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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