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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빌려라, 창의력이 빛난다

권춘오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창의력의 비결은 그 출처를 숨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T S 엘리엇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나는 내가 본 모든 영화에서 훔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들 외에도 타인의 아이디어에서 영감과 창의력을 얻는다고 고백한 정치인, 발명가, 예술인은 부지기수로 많다. 아이작 뉴턴은 약간 순화해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란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에서 구성되기 마련이다. 사실 독창적인 아이디어란 항상 어떤 아이디어와 다른 아이디어의 일부를 결합해 이전에는 그러한 방식으로 결합된 적이 없었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애플의 아이팟만 봐도 그렇다. 아이팟은 축음기의 후손이자 워크맨의 손자라 할 수 있다. 언제나 훌륭한 아이디어는 한 세대 제품에서 새로운 요소를 접목시킨 차세대 상품으로 진화하며, 이때 옛것은 사라진다.
 
대부분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략 6단계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그중 앞의 3단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기원이고, 뒤의 3단계는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다듬는 과정이다.
 
1단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하라.
2단계: 유사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라.
3단계: 빌린 아이디어를 관련짓고 혼합하라.
 
창의적 아이디어는 항상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 나온다. 그러므로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진다. 문제가 창의적 아이디어의 토대라면, 굳건한 토대 위에 세운 아이디어일수록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문제를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 방법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규정하며, 문제의 범위를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의 범위를 이해하고 처음부터 트렌드를 잘 살펴볼 수 있다면 잘못된 문제를 선정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전체 상을 이해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문제의 정의를 내리는 게 중요한 이유는 문제의 정의가 해결책을 찾는 방법과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되돌아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1996년 1월 미국 스탠퍼드대의 광경을 생각해보자. 한 교수가 컴퓨터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세르게이 브린에게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프로젝트를 맡겼다. 당시 래리 페이지 역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또 다른 교수로부터 디지털 도서관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을 요청받았다. 그것은 대규모 디지털 도서관에 정보를 구축, 유포, 공유, 관리하기 위한 컴퓨터 인프라였다. 래리의 알고리즘은 디지털화된 책을 갖춘 거대 도서관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주력했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자신들이 각자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그들은 기존 검색 엔진이 신통치 않았다는 사실(즉, 문제)을 깨닫고 인터넷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정보 검색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그들은 알타비스타(Altavista)가 수많은 링크를 목록으로 만들었으며 목록에 오른 각각의 웹사이트가 랭킹 과정의 일부로 활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당시의 다른 검색 엔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오늘날 구글의 초석인 자료 랭킹 알고리즘의 개발을 이끌었다.
 
문제를 파악한 다음에는 경쟁자, 자신이 몸담은 업계, 과학·기술 및 그 밖의 분야 등에서 비슷한 문제에 이미 활용되고 있는 해결책을 모아야 한다. 다른 곳에서 사용되어온 해결책은 새로운 해결책을 위한 건축 자재다.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과거에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노골적이고 분명한 표절과 독창성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사고의 최고 원천은 다양한 곳에서 얻은 아이디어의 저장고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아이디어와 또 다른 기존 아이디어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생각해낸 것을 본뜨고 그다음에 스스로 창조하면 된다. 본래 창의성의 본질은 새롭고 신선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4단계: 아이디어를 혼합해 해결책으로 배양하라.
5단계: 아이디어의 장점과 약점을 분명히 하라.
6단계: 약점은 없애고 강점은 강화하라.
아이디어를 혼합해 해결책으로 배양하라는 의미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라는 뜻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때, 우리 뇌는 시냅스를 연결시킨다. 그래서 같은 주제에 대해 골몰히 생각할수록 시냅스 연결은 더 깊어지고, 결국 동일한 결론을 계속 되풀이하게 된다. 얼마 후에는 그렇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사고하기가 극도로 힘들어진다. 결국 사고의 패턴에 갇히게 되고 참신한 견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무의식적인 사고를 개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의식적인 사고를 끌어들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주입’ ‘배양’ ‘산출’ 과정이 필요하다. 주입은 무의식에 자료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배양은 의식의 개입 없이 무의식이 사고하게 하는 것, 그리고 산출은 새롭게 구성된 아이디어를 의식하고 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의식의 개입 없이 무의식이 사고하게 하려면 의도적으로 다른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휴식과 산책, 낮잠 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산출된 아이디어는 다시 강점과 약점을 구분하는 단계를 거친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나타나는 법이 없다. 창의적 불꽃이 튀는 “아하!” 하는 순간에 얻은 통찰력은 실행될 준비를 하기에 앞서 모진 테스트와 개발을 필요로 한다. 이론상으론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판단은 혁신을 이끌어낸다. 판단이 확실한 아이디어를 살아남게 만들고 실효성 없는 아이디어를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판단을 통해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선한다. 이는 현재 하고 있는 일(혹은 문제)에 맞게 수정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최고 단계로 진입할 때까지 계속 아이디어를 재정비하라.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필수다. 창의적인 과정은 언제나 엉뚱하다.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려면 좌뇌의 창의적인 사고와 우뇌의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전체 두뇌 활동의 연합 작전이 필요하다. 완전히 구체화된 멋진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이 반복 과정을 통해 더 정제된다는 의미다. 즉, 창의적 사고에서 6번째 단계는 이전의 5단계로 되돌아가 전체 과정을 다시 밟는 것이다.
 
이는 간혹 문제를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작업하는 구성 요소의 혼합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어떤 조정은 사소한 것이겠지만, 어떤 것들은 대대적인 방향 전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판단에 따라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생각에 대한 결점을 계속해서 없애는 동시에 강점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다. 모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는 과정은 바로 이러한 6단계의 순환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뉴턴은 저서 <수학의 원리(Principia Mathematica)>를 집필하기 위해 20년을 투자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을 세운 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계산을 통해 화성이 원형이 아닌 타원형을 그리며 이동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 과정에 무려 9년의 시간을 썼다. 월트 디즈니는 심지어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디즈니랜드의 개념을 연구하기 위해 25년의 세월을 보냈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집필하기 위해 2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완성하려면,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지름길이란 없다.
 
물론 뉴턴이나 다윈처럼 수십 년 걸리는 프로젝트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1년 이내나 1, 2년 혹은 3, 4년의 기간 동안 6단계를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주변에 널려 있다. 비즈니스든 삶이든 항상 스스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혁신이 일어난다.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머리는 항공우주 엔지니어 출신의 기업가이자 투자자로, <포천> 500대 기업 경영인에 선정됐다. 인튜이트 등에서 혁신 분야 수석으로 근무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스타워즈 프로그램을 주관했던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의 이사로 일했으며, 맥도넬 더글러스의 대표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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