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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티치’ 교수가 말하는 위대한 리더의 위대한 판단

권춘오 | 4호 (2008년 3월 Issue 1)
2000
년 포드 자동차에 큰 위기가 발생했다. 포드가 내놓은 포드 익스플로러 SUV가 잦은 전복 사고를 일으켜 그 해 8월까지만 174명이 죽고 5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포드의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자동차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리콜이 이뤄지고, 결함의 원인을 두고 타이어 제공업체인 파이어폭스와 포드 자동차의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대중과 언론은 사태 해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두 업체의 싸움에 큰 실망감과 함께 냉소를 보냈다.
 
파이어스톤의 타이어가 문제인지, 포드 자동차의 기계 결함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당시 포드 자동차의 CEO 잭 내서(Jac Nasser)가 결단을 내렸다.
‘우선 고객을 위해 일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서 CEO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포드 내에 전략기획실을 구성하고 이 대책팀을 직접 지휘했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추후 파악하기로 했으며, 위기 상황에 대한 포드의 대응책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직접 담당했다.
 
결론적으로, 파이어스톤사는 포드사에 약 21억 달러를 배상하고 도산했으며 포드는 명성에 흠집을 남겼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내서 CEO는 자신의 임기 중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포드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소비자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강력히 추진했다. 불행하게도 내서는 포드 내부의 알력과 권력 다툼으로 CEO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그가 내린 판단은 포드사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준 위대한 결단이었다.
위대한 리더는 정확하고 확실한 판단을 내린다. 이들은 모호함, 불확실성, 상반되는 요구, 심각한 시간적 압박에 직면할 때에도 이런 행동을 취한다. 이들은 올바른 판단을 실천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리며, 끝까지 해내고, 모든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확신시킴으로써 조직에 가치를 더한다.
 
위대한 리더가 일반적인 리더보다 계속적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대개 이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강력하고 확고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적절하고 올바른 판단을 일회성 사건이 아닌 완성되는 과정으로 여긴다. 이런 판단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친다.
 
첫째 단계는 시간이다. 위대한 리더는 판단 전 어떤 일이 발생하며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그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간을 갖는다. 갑자기 판단할 일이 발생하거나 즉각적인 결정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대부분 상호 연관된 사건의 복잡한 흐름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간은 다시 다음 세 가지 단계를 갖는다.
 
① 준비 단계 - 이것은 앞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 중요 문제가 서서히 발생하고 있음을 사람들이 감지할 때 시작된다. 사건은 불안을 야기하는 것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
② 결정 단계 - 리더는 모든 적절한 정보를 모은 다음,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결정은 모호한 양다리식이 아니라 기민하고 분명한 것이어야 한다.
③ 실행 단계 - 리더는 훌륭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조직 내 모든 자원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훌륭한 판단이 훌륭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둘째 단계는 ‘영역(혹은 범위)’이다. 리더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하고 폭넓은 영역은 다음 세 가지다. 리더는 이 세 가지 영역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① 사람 - 사람이 첫 번째 영역인 이유는 신뢰하는 팀원을 적절히 갖추지 못한다면, 적절한 전략적 판단 또는 위기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내부 알력이 있으면 모든 선의의 행동이 모함으로 변색될 것이다.
② 전략 - 전략은 앞으로 조직이 향하는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훌륭한 전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가르칠 수 있는 자세(TPOV, Teachable Point Of View)’와 여기에 살을 붙이는 이야기(storyline)이다. 일례로 제프 이멜트 GE 회장은 GE가 훌륭한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TPOV’를 가졌다. 그보다 GE는 사회 환원을 통해 전 세계에 더 큰 선의를 행하는 모범적인 세계적 기업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가르칠 수 있는 자세가 전략적 판단의 개념적 기본이다.
③ 위기 - 언젠가 모든 리더는 위기를 다뤄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위기 대처에 개인적 책임을 지고 적절하게 대처한다. 그들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조직을 정비한다. 앞서 말한 포드 자동차의 잭 내서가 바로 위기 상황에 대한 올바른 결단을 내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 위대한 리더는 위기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어떤 위기 상황이 발생할지 감지하기 전에 미리 적절히 준비한다.
 
한편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를 잘 증명한 사람이 파나마 독재자 노리에가를 체포한 웨인 다우닝 장군(미 국가안보 총사령관 및 특수 작전사령부 창설자)이다. 그는 위기를 이렇게 말한다.
 
“(위기) 대처 방법은 혼돈 상황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물러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세요. 혼돈이 당신에게 주는 것은 기회이며, 어떤 기회는 평상시에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위기가 있다면, 혼돈 상황은 불이익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위대한 판단의 셋째 단계는 ‘기반(혹은 자원)’이다. 리더는 성공적인 결단에 필요한 정보 자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리더가 내리는 판단의 질은 자원을 모아 활용하는 리더의 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훌륭한 리더는 가능한 최선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네 가지 타입의 자원을 활용한다.
 
① 자기 인식 -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리더는 자신감과 겸손함 모두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리더로서 (자신감을 위해 필요한)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이에게 가르쳐야 하며, 지적 탐구심을 가져야 한다.
② 사회 네트워크 인식 - 위대한 리더는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신뢰할 만한 자문가 그룹을 둔다. 이렇게 하려면, 안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으며, 문제의 모든 면을 정확히 살펴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알릴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③ 조직적 인식 - 위대한 리더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여기에는 판단 역량을 갖추고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개인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일도 포함된다.
④ 이해관계자 인식 - 위대한 리더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사회, 자문단, 공급업체, 고객 및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그들이 제안한 것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청렴하고 순수하며 위대한 리더들은 평생을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 그들은 항상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더욱 현명하게 행동하고 부단히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최고의 리더는 스스로를 향상시키는데 열심인 동시에 차기 리더를 발굴해 효과적으로 업무에 참여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끌어올리는 ‘이원성’이야말로 훌륭한 리더십의 정수다.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이 책의 저자 노엘 M. 티치(Noel M. Tichy)는 인도 출신의 세계적 컨설턴트 랜 차람과 함께 잭 웰치 전 GE회장의 가정교사로서 명성을 날렸다. 콜게이트 대학과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미시건 경영대학원 교수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수장을 맡고 있다. <Control Your Destiny or Someone Else Will>, <The Leadership Engine>, <The Cycle of Leadership>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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