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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 강한 기업이 망하는 첫발

권춘오 | 40호 (2009년 9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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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초 제니스코퍼레이션은 이른바 시장 지배 기업이었다. 1945년까지 이 회사는 라디오와 TV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다. 산업이 발전하던 초창기부터 TV를 제작해 최고의 흑백TV 제조회사로 군림했다. 1950년 제니스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1965년 100배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일본의 전자제품 회사들이 TV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제니스는 거만하게도 일본을 위협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에 컬러TV 부문에서 제니스는 여전히 최고의 제조회사로 군림했고, 제조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엄청난 부채를 떠안았다. 동시에 이 회사는 권력 승계 문제에 부딪혔다. 오일쇼크 등으로 수요가 줄자 그들에게 남은 것은 막대한 부채와 사용되지 않는 엄청난 공장 시설이었다.
 
회사는 그제야 제품 가격을 낮추려 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수요를 자극하기보다는 회사 수익률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1970년대 후반 제니스는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 비디오디스크, 가정용 보안 비디오카메라, 케이블TV 디코더, 전화, 심지어 PC 분야로 뛰어들려 했다. 제품 개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제니스는 더 많은 자금을 차용했고, 부채자본 비율은 나날이 높아갔다.
 
 

 
사실 제니스의 노트북은 잘 팔렸다. 이 회사는 신흥 시장에서 델과 컴팩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제니스는 훌륭한 컴퓨터 회사가 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컴퓨터 부서를 매각해 TV 사업으로 돌아왔다. 이 단계에 이르자 제니스는 5억 달러의 부채를 안게 됐고, 보유 현금은 줄어들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5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고, 결국 제니스는 파산했다. 제니스에는 400여 명의 직원들만 남게 됐다. 1988년엔 3만6000명이던 직원들 중 98% 정도를 정리한 셈이다.
 
기업과 조직이 쇠퇴하는 5단계
성공 가도를 달리던 지배 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하는가? 최근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사태는 현재, 혹은 과거에 아무리 훌륭했던 조직이라도 영원한 강자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대부분이 결국 실패한다. 어떻게 해야 쇠락을 막고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조기 경고 신호를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수많은 기업들의 성패를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기업과 조직의 쇠퇴는 다음 5단계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 단계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만 기업들이 급속히 성장하면 성공에 도취된다. 리더는 스스로를 신봉해 고객들과 교감하는 데 둔감해지고, 곧 교감이 완전히 끊기게 된다. 무엇보다 기업이 성공을 이끌어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오만함이 발동한다. 특히 놀라운 행운으로 성공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기업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장기적 성공을 유지하려면 2가지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첫째, 해당 분야에서 꾸준히 탁월함을 추구하고 성공의 원동력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둘째,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창의적인 개선책을 계속 찾아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의 리더는 언제나 호기심이 많다. 그들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한다. 이는 매우 현명한 자세로, 비즈니스에서 독단을 막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 할 수 있다.
 
2 단계 더 많은 추구 기업이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두면 리더는 규모를 더 키우고, 더 성장시키고, 더 많은 수익을 내려 한다.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지나치게 ‘더(more)’를 추구하는 것은 미숙한 처사일 뿐이다. 도를 넘어 아무런 경쟁적 이점이 없는 분야로 팔을 뻗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도박과 같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것에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제품, 시장, 기술로 무리하게 확장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대부분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 기업이 핵심 가치 또는 구성원의 열정과 이익에 맞지 않는 분야로 기회주의적인 행보를 하기 때문이다. 또 추가 계획으로 조직의 적절한 자리에서 일할 사람 수가 줄어들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관료주의가 득세한다.
 
3 단계 위험 부정 기업들은 수익성 있는 성장이 주춤할 때 형편없는 실적을 낸 기간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위험이 현실로 드러나면 결과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흐른다. 이 3단계에 도달하면 이전 1, 2단계의 축적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하며, 기업은 모든 것을 걸고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도박을 벌일 준비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무모한 도박이 그 어떤 경험적 증거도 없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론 위대한 기업도 어떻게 보면 항상 큰 게임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의 게임에만 참여한다. 반면 쇠락의 3단계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내기를 한다. 더군다나 이 내기가 회사의 사활을 결정짓는 핵심 게임도 아니다.
4 단계 지푸라기라도 잡기 기업이 급속한 쇠락을 겪게 되면, 이제 모두가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하게 된다. 4단계에 처한 기업은 거의 공황 상태에 도달한다. 그리고 다시 건전한 기업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활용할 ‘묘책’을 찾는 데 필사적이 된다. 그 묘책은 예감이나 추정보다는 신빙성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한 전략적 변화, 강점을 확대하는 심사숙고한 전략적 인수, 미래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며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결정, 필요한 핵심 역량과 변화의 명확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5 단계 항복 기업이 수명의 막바지에 이르면 모든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업 라인이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고, 실망스러운 일이 잇달아 생긴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필사적인 조치는 기존 자원을 손상시키고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더불어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희망이 사라지고, 기회가 좁아지며, 구성원 모두 사기를 잃게 된다. 결국 리더는 기업을 매각하거나, 시장에서 하찮은 회사가 될 운명에 처한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기업은 항복하게 된다. 제니스의 몰락은 1∼5단계의 쇠락을 순서대로 겪은 대표적 사례다.
 
조기 경고 신호를 주의 깊게 살펴라
안타깝게도 성공한 기업의 대부분이 이러한 ‘몰락의 5단계’를 겪는다.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실 1∼4단계 중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기업의 몰락을 감지할 수 있다면, 건전한 경영 방식과 면밀한 전략적 사고를 통해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고의 고객 서비스로 유명한 노드스트롬도 1990년대 말 급격한 매출 저하로 고통을 겪었지만, 위기의 신호를 인식하고 부활에 성공했다. 20세기에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었던 IBM도 1980년대 중반 급격한 추락을 시작해 1991∼1993년 15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지만, 다시금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이들 위대한 기업과 제니스 사이엔 다른 점이 있다. 제니스가 몰락의 5단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면, 이들은 어떤 단계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참고 견디며 탁월함을 발휘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그 좌절을 끝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우선 기운을 차린 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초석으로 삼았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기업이 가진 힘이다.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어떤 성공 기업이든 맹렬한 속도로 1, 2, 3, 4단계, 심지어 5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각 단계에서 조기 경고 신호를 방심하지 않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세력의 희생양이 될 이유가 없다.
 
실패한 전략을 보다 나은 전략으로 완전히 바꾸되, 핵심 목표가 무엇인지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실패한 아이디어에 매달리지 않으며, 위대한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또 창조적 파괴의 개념을 수용하고 자신만의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훈련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극복해낼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 그리고 핵심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위대한 기업이 몰락의 5단계를 극복해내는 힘이다.
 
이 책의 저자 짐 콜린스는 기업의 성장 방식, 뛰어난 성과를 이루는 방법, 그리고 훌륭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변모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왔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등 세계적인 경영 서적 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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