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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사람과 열정을 사랑해라

서진영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책 제목이 ‘100마일의 산책’이다. 생태 탐방로를 소개한 책인가? ‘CEO 아버지와 아들의 경영 여행’이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아하! 아버지와 함께한 100마일의 경영 산책이구나. 100마일은 160km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에 해당하는 거리를 산책하면서 부자간에 나눈 경영 주제들, 특히 리더십에 관한 대화의 기록이다.
 
저자인 조나던 플롬은 아버지에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아버지는 기꺼이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100마일의 산책은 시작됐다. 아들이 좋아하는 들길을 따라 50마일을 걸었고, 아버지가 선택한 곳에서 또 50마일을 걸었다. 100마일의 여정 동안 부자는 경영과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느긋한 여행도 즐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음악을 듣자며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맨해튼, 애시빌, 뉴욕 북부, 브리지햄프턴,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노스캐롤라이나 주 블루리지 마운틴. 먼 여정이다.
 
사람에 집중하라
첫 산책길에서 아버지는 ‘사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비전을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하거나, 반대로 뛰어난 비전의 앞을 가로막는 게 뭐라고 생각하니? 조직이 만들어낸 뛰어난 상품? 천만에. 그건 사람이야. 인재지. 경영자는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사람이야! 경영자는 조직 구성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해. ‘내가 주의를 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
 
때때로 경영자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고용해야 해. 그러자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지. 자부심이 없다면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의 동의를 구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래서야 성공적인 경영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자부심이라… 그렇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은 경영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경영자는 잘못을 했더라도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덮어두려 하면 아랫사람들의 눈에 확연히 드러나게 돼 있다. 경영자는 조직의 전면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맨 앞줄은 원래 누구의 눈에나 잘 띄는 법 아닌가.
 
그런 일련의 일들이 두려워 야심 있고 열정적이며 현명하고 의욕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이기를 꺼린다면 결코 미래 지향적인 경영자가 될 수 없다. 귀를 달콤하게 해주는 ‘예스맨’들로만 주변을 채운다면, 기업에 손해일뿐더러 장기적으로는 결국 경영자 자신의 가치도 떨어지고 만다.
 
눈부신 성공을 거둔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자신만큼 뛰어나거나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권위가 아닌 아이디어로 직원들을 이끌었고, 노력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을 줬다. 자신보다 뛰어난 직원을 영입하라.
 
“진정으로 미래형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네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상상하는 사람들, 너와 전혀 다른 마인드와 소양을 갖춘 사람들을 반드시 채용해라.”
 
아버지는 먼저 이렇게 강조했다. 경영자 자신이 무리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대신 경영자는 사람들의 의욕을 가장 잘 북돋는 사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가장 잘 도와주는 사람,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장 잘 찾아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영의 첫 단추는 먼저 재능과 기술을 갖춘 훌륭한 인재들을 고용해 그들 모두가 자신의 전문성을 마음껏 살리면서 하나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데 있다.”
 
회사의 성공담을 들려줘 열광케 하라
두 번째 산책에서는 ‘회사의 이야기’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영웅담에 열광하는 것은 비단 소년들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영웅’인 기업가들의 성공 사례는 두고두고 읽히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 사례가 우리 회사의 것이라면 더욱 좋다.
 
“경영자들은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간의 성공 사례담을 직원들에게 자주 들려줘야 해. 직원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뭔가를 깨닫고 새로운 정보도 얻기 때문이지. 또 기업의 풍토까지 전달받을 수 있어. 그 조직이 성과를 승진의 잣대로 삼고 있는지, 아니면 연공서열이나 인맥을 중시하는지는 경영자의 사례담을 들으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지.”
 
조직에서는 모든 이들이 성공 사례담의 일부가 돼야 한다. 경영자들은 사례담을 들려주되, 다른 이들이 이야기에 자유롭게 끼어들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결론을 ‘열어놓아야’ 한다.

미래의 경영자들은 모든 직원을 기업의 일방적인 성공 신화에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는 성공 신화의 결론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줘야 한다. 고대 신화도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즉 대중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살을 덧붙여감으로써 존재하게 됐다.
 
만약 당신이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몇 주 동안 밤마다 친구들과 함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일리아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해보라. 분명 기숙사에서 혼자 조용히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일리아드를 이해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사례담을 만들어 많은 직원들이 그것을 듣고, 이야기하고, 필요에 따라 내용을 보태거나 고치도록 독려해야 한다.
 
훌륭한 기업의 성공 사례담은 직장 생활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지금의 기업을 이룩한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감동적인 경험이 된다. 물론 기업 내부의 홍보 부서를 통해 이야기를 조작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작위적 행위로는 직원들을 진심으로 감동시킬 수 없다.
 
아버지는 여기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강조했다. 기업가의 경험담이 강력한 메시지가 돼 조직에 영향력을 주려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경영자 스스로가 자신이 전달한 메시지를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끈기: 안 되는 것은 오늘뿐이다
세 번째 산책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어진다. 뉴욕 주식시장 상장업체인 ACS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리치가 미시간대 1학년이었을 때 일이다. 철학과 교수가 수업 첫날 교실에 들어오더니 교탁 위에 커다란 컵과 가방을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돌 몇 개를 꺼내 큰 컵에 채웠다. 주먹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돌이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컵이 가득 찼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수는 책상 밑에서 또 다른 가방을 꺼내, 자갈을 한 주먹 꺼냈다. 그리고 큰 컵이 찰 때까지 자갈을 집어넣은 후 학생들에게 컵이 가득 찼는지 다시 물었다. 일부 학생들은 꽉 차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점점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도대체 저 교수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궁금해 했다. 교수는 다시 책상 밑에서 또 다른 가방을 꺼냈다. 이번에는 모래가 가득 들어 있었다. 마치 진흙 파이처럼 모래를 꾹꾹 눌러 담은 교수는 또다시 컵이 가득 찼는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주전자를 집어 들더니 컵에 물을 부었다. 모래 사이사이로 물이 스며들었다. 다시 한 번 그는 같은 질문을 했고, 이번에는 직접 대답했다.
 
“좋아요, 이제 컵이 가득 찼네요. 그럼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사람?”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이 손을 들었다. 전 과목에서 A를 받은, 머리가 무척 좋아 어떤 질문에도 즉각 대답이 튀어나오는 학생이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일정을 현명하게 조정하면 항상 보다 많은 것을 이뤄낼 시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는 그의 답에 큰소리로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실이 조용해졌다. 강의실 맨 뒤에 앉아 졸고 있던 리치는 교수의 큰 목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이런 말이 그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
 
“내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커다란 돌을 먼저 넣지 않으면 다 집어넣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 말에 리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요즘도 그는 직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커다란 돌을 먼저 넣어라.” 리치는 포드햄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에게도 말했다. “무엇이 커다란 돌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주력한다면 포기란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끈기란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무언가를 매우 사랑하는 일입니다.”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인 ‘법구경(法句經)’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할 일을 찾아내 그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함께 걸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과 함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걸어봐야 한다. 책임자는 부하 직원과 함께, 20대 직원은 50대 CEO와 함께 걸어봐야 한다. 함께 걸음으로써 우리는 상대방이 가진 생각을 이해하고, 새로운 재능을 배우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따뜻한 4월이다. 산책하기 좋은 지금, 좋은 파트너와 함께 산책의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 또 경영의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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