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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론으로 보는 전략의 기술

권춘오 | 30호 (2009년 4월 Issue 1)
정상적인 민주적 절차가 있는 나라라면 대개 헌법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만 하더라도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제정한 헌법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게임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헌법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헌법의 아버지들이 헌법 수정에 필요한 조건을 3분의 2 이상의 득표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단지 50% 이상의 과반수 득표만 필요하다면, 헌법은 어떤 당이 정권을 쥘 때마다 즉흥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헌법은 매우 불안정해진다. 하지만 헌법 수정을 위해 3분의 2 이상의 높은 비율이 요구되면 현상 유지가 계속된다. 3분의 2라는 기준에는 변함없이 유지돼야 하는 안정성과 더불어 정말 이뤄져야 할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능성, 이 2가지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전략적 대응의 기초, 게임 이론
게임 이론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거의 모든 일을 이해하고 전
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비즈니스와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토대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이론은 다른 사람들의 말이 아닌 행동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기술로, 어떤 선택에서도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고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저변에 깔린 동기를 파악하고 협력이 필요할 때는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기초가 바로 게임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 이론이란 무엇인가? 우선 게임 이론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보자. ‘게임’이란 전략적으로 상호 독립적인 상황이다. 즉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움직임’은 의사결정자가 하는 선택이고, ‘플레이어’는 모든 의사결정자다. ‘제로섬 게임’은 누군가의 소득이 오직 다른 사람의 손실이 있을 때에만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라이벌’은 게임에 참가한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이다.
 
게임에서는 어떤 움직임이든 ‘순차적’이거나 ‘동시적’이다. 순차적 움직임이란 ‘내 라이벌은 저렇게 할 것이고, 그러면 나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과정이다. 순차적 게임을 분석할 때는 대개 ‘게임 나무(경우의 수와 단계)’를 그려보면 도움이 된다. 게임 나무는 각 지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그 선택을 설명하는 일종의 로드맵과 같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선택의 수는 점점 많아지므로 게임 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 모양처럼 보일 것이다. 동시적 움직임이란 게임을 분석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선택의 조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해지면 되도록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게임 이론의 5가지 규칙
게임 이론의 용어를 이해했다면, 게임 이론의 5가지 규칙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첫 번째 규칙, 앞을 향해 생각하고 뒤를 향해 추론하라. 순차적 움직임이 따르는 게임에서는 ‘만약 내가 이렇게 한다면, 내 라이벌은 저렇게 할 것이다’라는 사고 체인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찾기 위해 앞을 내다보면서 자신의 초기 결정이 향할 곳을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뒤를 향해 추론하고, 현재 최적의 결정이 무엇인지 판단한다.
 
두 번째 규칙, ‘우위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활용하라. 우위 전략은 다른 모든 옵션을 능가하는 성과를 올리는 그 무엇이다. 활용할 수 있는 우위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이를 써먹어야 한다. 우위 전략이 자신에게는 없지만 라이벌에게는 있다면, 상대방의 전략 활용을 주시하면서 그에 따라 가능한 최선의 대책을 선택해야 한다.
 
세 번째 규칙, 고려 사항에서 ‘열등 전략’을 배제하라. 양측 모두 우위 전략이 없다면 열등 전략, 즉 언제나 그 참가자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전략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열등 전략이 있다면 독특한 솔루션이 생각나거나 새로운 우위 전략이 나타날 때까지 고려 사항에서 모든 열등 전략을 배제하라. 이렇게 했는데도 성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게임은 단순해질 테고, 대처하기는 더욱 수월해진다. 대개 비즈니스 환경에서 확실하고 분명한 우위 전략이란 없다. 따라서 발전을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중심점’ 또는 ‘평형’ 상태에 다다르거나, 상황이 단순해져 우위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 점차 모든 열등 전략을 없애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네 번째 규칙, 항상 평형 상황을 찾아라. 활용할 수 있는 우위 전략이나 열등 전략이 없고 게임이 단순해질 대로 단순해졌다면, 이제는 각 플레이어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최선의 대응책이 되는 2가지 전략이 존재하는 평형 상태를 모색해야 한다.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평형 상태가 존재한다면 모든 플레이어들이 결국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수많은 잠재적 평형점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평형 상태를 결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나 관례를 찾아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평형 상황의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렌터카 업체인 허츠와 에이비스는 하루에 19.95달러로 차를 빌릴 수 있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차량을 반납할 때 기름을 가득 채워오지 않으면, 기름을 채운 다음 주유 가격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청구한다는 사실은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호텔은 객실을 광고할 때 장거리 전화를 사용하면 분당 2달러의 요금을 청구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에 대해 말하자면, 기업들은 매달 월정액 요금제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사용하지 않은 시간은 사라지며, 제한된 시간을 초과하면 터무니없는 요금을 청구한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마지막 규칙, 제로섬 상황에서는 전략을 혼합하라. 상대방이 선취권을 갖는 불리한 제로섬 게임이라면 전략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게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 선택권이 다양해지면 상대방이 경쟁자의 선택을 연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혼합 전략은 더욱 제한적이고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대다수 기업 경영자들은 변화를 위해 경쟁적인 싸움의 성과를 등한시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게 최선이라는 기본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격 할인 쿠폰을 살펴보자.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쿠폰을 활용할 때가 많다. 이상적으로 보면 신규 고객에게만 쿠폰을 제공해야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같은 고객을 적극적으로 찾는 코크와 펩시 두 회사를 살펴보자. 이들 모두 일정 기간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 만약 두 회사가 동시에 쿠폰을 제공한다면 별 효과도 없고 양쪽 다 수익이 줄어든다. 한쪽이 매년 같은 기간에 쿠폰을 제공하는 등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이 있다면, 상대 기업은 이를 예측하고 상대방을 먼저 제압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무작위 전략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게 상부상조하는 길임을 깨달았다. 이들은 번갈아 가며 일정 기간 동안 가격을 낮추는 게 정례화됐고, 특정 프로모션은 이들 기업의 정기적인 가격 모델에 밀리게 됐다.
 
게임 이론의 용어와 앞서 말한 5가지 규칙을 이해하면, 실제 업무 상황에서 게임 이론을 적용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이론은 과학보다는 기술에 가깝기 때문에 실례와 경험, 연습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키울 준비를 해야 한다. 전략 기술에 대한 스킬을 향상시키려면, 비슷한 상황에서 이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배운 다음 그 원칙을 자신의 특정한 요구에 맞게끔 바꾸는 것이 최선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아비나시 딕시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다. 공동 저자인 배리 네일버프는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경제경영학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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