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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대의 투자, 버핏과 소로스라면…

김정수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158년 역사를 자랑하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됐다. 유럽에서는 노던록, HBOS 등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자산 규모가 200조∼10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은행들이 국유화되거나 다른 은행에 합병되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더욱이 위기의 ‘진앙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고점 대비 약 20% 하락한 미국 주택 가격이 최소 5%에서 많게는 30%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혼란기에 기업은 물론 개인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자산을 관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전문가를 찾기도 하지만, 전문가들도 제 각각의 의견을 내놓아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리기 일쑤다. 아래의 두 가지 견해를 살펴보자.
 
A: “이번 위기는 예전의 위기와 다른 ‘슈퍼버블’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며,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다.”
 
B: “금융 위기는 무한한 수익 기회다. 시장이 혼란에 빠질 때 투자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
 
A는 ‘헤지펀드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 B는 전설적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거물로 불리는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왜 그렇게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것일까.
 
이번에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은 소로스와 버핏의 투자 철학과 이론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들은 앞의 질문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물론 ‘투자’ 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두 거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배경에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지혜와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금융 사냥꾼’ 소로스: 시장은 불완전하다
소로스는 ‘금융 사냥꾼’이라는 세간의 이미지와 달리 투자에 대해 상당히 철학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는 저서 ‘금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The new paradigm for financial markets)’에서 현재 위기의 발생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국 정부는 1990년대 말의 닷컴 버블 붕괴, 2001년 9·11 테러 등으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금리가 싸다 보니 미국인들은 앞 다투어 빌린 돈으로 집을 샀고, 1997∼2006년에 미국의 집값은 무려 125%가 올랐다. 대부분의 은행은 이런 추세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판매를 대폭 늘려 나갔으며, 이것도 모자라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고 이자율이 높은 이른바 서브프라임(비우량)과 Alt-A(비우량과 우량의 중간 등급) 대출 비중을 늘렸다.
 
은행들은 이런 대출 채권을 자산담보증권화해 투자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6년 이후의 주택 초과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곧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여기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투매를 시작하면서 금융위기가 촉발됐다.
 
여기서 소로스가 제기한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 자체는 경제학자들의 믿음과 달리 현재와 같은 위기를 스스로 치유하는 생리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경영 이론은 시장을 독립적이고 완전한 시스템으로 가정하고 ‘시장의 균형’과 ‘효율적 시장’을 논한다. 그러나 소로스는 실제로 주식 시장의 온갖 루머와 군중심리, 비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 등의 영향으로 이유 없는 폭락이나 폭등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소로스 철학의 핵심인 ‘상호작용(reflexivity)’이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 경제는 완전한 시장주의(mar -ket fundamentalism)에 입각해 “자유주의가 원칙, 정부는 위기 때에만 개입”이란 목소리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소로스는 이제 그 한계가 왔다고 주장한다. ‘대마불사’로 인한 도덕적 해이와 미국의 재정 적자 누적,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 약화 등으로 이제 더 이상 정부가 뒤를 봐주는 것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것은 그가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법안 통과를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로스는 그의 55년 금융 인생을 통해 시장의 불균형 상태를 간파하고 이로부터 수익을 창출해 왔다. 그러나 그는 현재 지나친 시장의 불완전성이 감당할 수 없는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버핏의 가치투자: 약세장에서도 뜰 주식은 뜬다
 
반면에 버핏은 여전히 ‘가치 투자’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가치 투자는 본원적 가치가 있는 주식은 시장과 무관하게 ‘언젠가’는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버핏은 ‘주식과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 회사와 결혼을 한다’는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포브스 투자자문연구소 부소장인 바안 잔지지안 박사는 ‘버핏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Even Buffett isn’t perfect)’에서 버핏의 투자 종적을 추적하며 그의 성공과 투자전략, 시장 연구 방법론, 더 나아가 (성공에 비해 사소한) 실패의 원인을 밝힌다.
 
버핏은 현재가치현금흐름분석(DCF)을 통해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고, 해당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를 위해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분산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그의 원칙 가운데 하나다. 물론 버핏이 굴리는 돈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어느 정도의 분산투자는 피할 수 없겠지만 그가 선호하는 투자는 분명히 소수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그는 일단 투자하고 나면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서 제대로 된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 버핏이 (정확히는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 62조 원 가운데 33조 원이 코카콜라, 아멕스, 웰스 파고, P&G 4개 회사에 집중되어 있음이 그의 투자 방식을 잘 대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버핏은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1990년대 말 닷컴 붐이 한창일 때도 그는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주는 일절 사지 않았다. 반대로 시장이 위기 상황에 있다고 해서 저평가된 주식의 매입을 주저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버핏은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신규 투자를 하고 있고, 그가 투자한 회사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비교적 그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주들이 연일 하한가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에도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웰스파고 은행은 금융기관 중 시가 총액 1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여 줬다.
 
버핏은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고, 일편단심 본인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혼신을 다 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직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투자 철학은?
소로스와 버핏의 투자 철학은 얼핏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정반대로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도 분명히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시장을 보는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 투자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다.
 
사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자동차나 옷을 사는 의사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에 대해 관심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남들이 무슨 차를 사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고를 수 있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때로 남들이 사지 않는 특이한 옷을 사러 다닌다.
 
그런데 독특한 취향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투자에 있어서 만큼은 남들이 하는 대로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남을 따라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철학이 없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투자의 기술과 요령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의 위대한 투자자로부터 배울 점은 투자에 대한 철학과 일관된 믿음일 것이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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