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황지영의 리테일비즈니스산책

잠시 스마트폰 꺼두고 산책해보세요

황지영 |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리테일에서 24시간 디지털 연결성이 중요해지는 반작용으로 과도한 디지털 노출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디지털 디톡스 상품과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의도적으로 디지털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안 되는 카페, 핸드폰을 안 쓰는 숙박 서비스, 라이트 폰 같은 사례를 참고해보자.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이 생활의 디폴트(default)가 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역으로 디지털로부터 멀어지는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대인들의 디지털 집중화는 각종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될 때 느끼는 두려움을 의미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는 ‘오버-커넥션 신드롬’이라고도 불린다.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는 전화기를 잃어버리거나, 인터넷 시그널이 약하거나,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에 가까워 질 때 불안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1 그런가 하면 ‘디지털 치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년 전 밀레니얼세대가 주의력을 기울이는 기간이 20초였다는데 요즘 Z세대의 주의력은 불과 8초에 그친다고 한다. 그만큼 볼거리와 관심거리가 많아 한곳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다. 또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은 사회적인 관계, 혹은 인맥 관리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만든다. 포모는 본인 게시물에 ‘좋아요’ 개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해 우울감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영국 런던컬리지 연구진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41%가 소셜미디어가 자신들을 불안하고, 슬프고, 혹은 우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2 한국은 2030세대 중 43.9%가 영츠하이머(젊은 건망증)로 생각하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원인이라고 꼽았다고 한다.3 이런 심각한 현상들은 디지털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리테일에서도 디지털 연결성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한편, 그에 대한 반(反)작용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소비가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리테일에서는 하이퍼-커넥티비티(Hyper-connectivity)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소비자와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세심하게 연중무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챗봇을 도입한다. 디지털 커머스에서는 유튜브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콘텐츠 제공자와 시청자 간 실시간 소통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끊임없는 디지털 노출의 부작용을 의식해 역으로 아날로그 감성과 느림, 쉼 등을 강조한 상품과 서비스, 일명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는 건강 영역에서 중요한 유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와 리테일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과의 완전한 단절이라기보다 의식적으로 디지털을 우리 일과 삶에서 줄임으로써 밸런스를 다시 찾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디지털이 우리 일상을 깊숙이 파고든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빠져나오려는 노력, 디지털보다 상대적으로 덜 편리해 보이는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디지털에 극도로 치우쳐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수반한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의 자극을 줄이는 게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 2019년 딜로이트컨설팅이 영국 모바일 컨슈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스마트폰 사용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32%는 전화기를 무음 상태로 설정해놓고, 3%는 자기의 전화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고 한다.4

이런 현상들이 리테일에서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먼저, 명상이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강조하는 앱뿐 아니라 기존 리테일 채널에서도 디지털 디톡스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관련 상품과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자 니치마켓이다.

115


단적인 사례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라콜롬브(La Colombe) 커피 하우스처럼 인터넷을 제공하지 않는 카페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마시는 커피, 내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타자기 제조업체 필리타이프라이터(Philly Typewriter)는 필라델피아 퍼블릭 타이프라이터 프로그램(Philadelphia Public Typewriter Program)을 론칭했다. 50달러를 내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3∼4개의 워크숍을 통해 오래된 타이프라이터를 어떻게 분리하고 수선해서 복원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여기서 복원된 타이프라이터는 행인들이 사용해볼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전시한다. 필리는 2020년까지 약 2000곳에 복원된 타이프라이터를 전시할 계획이다. 과거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글씨 한 자, 한 자를 타이핑하고 종이를 끼워 넣어 인쇄하던 아날로그 경험을 강조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휴가와 휴식에도 디지털 디톡스를 적용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예를 들어, 보스턴의 최고급 호텔인 만다린오리엔탈(Mandarin Oriental)은 ‘디바이스-프리 웰니스 리트릿(Device-Free Wellness Retreat)’ 상품을 판매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체크인을 할 때 스마트폰을 맡겨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4시간20분 동안 디지털 접촉을 의도적으로 없앤 것이다. 그동안 퍼스널 트레이닝, 요가/필라테스, 커피 보디스크럽, 히말라야 솔트 스톤 마사지, 스파 라운지에서의 점심 등을 제공한다. 1인당 615달러(약 75만 원)이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뉴욕의 더제임스노마드(The James Nomad)호텔도 운영한다. 노 테크(technology-free)를 선택하면 숙박 비용의 10%를 할인해준다. 1박당 299달러의 디지털 디톡스 패키지에 참여하면 스마트폰과 다른 기기들을 호텔 체크인 시 맡겨야 한다. 호텔 방에는 TV, 랩톱, 심지어 알람 시계도 없다. 어떤 방해 요소도 없이 명상과 요가 등 웰니스 옵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 주의 트리본즈리조트(Treebones Resort)는 1박당 300달러나 드는 비싼 비용에 멋진 데코레이션 속의 온수 풀과 풀 서비스 레스토랑이 갖춰진 장소에서 글램핑을 즐길 수 있다. 이곳 역시 일반 리조트나 글램핑 사이트와 달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응급 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화만 제공된다. 리조트 매니저는 한 인터뷰에서 “부모들이 아이들한테 와이파이를 언급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고 전했다.5 디지털에서 벗어나 오롯이 가족 간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방으로 연결된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고 있다.

116


한국의 숙박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Stayfolio)도 디지털 홍수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추구하는 큐레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종의 ‘자발적 고립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들이 추천하는 숙소는 심신의 휴식과 그 머무는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공간들이다. 경복궁 서촌 마을 누하동의 좁고 긴 골목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누와’라는 공간에서는 ‘와유’ 풍류를 즐길 수 있는데 ‘와유’란 누워서 책이나 그림을 보며 유람한다는 뜻이다. 스테이폴리오는 자체적으로는 20여 곳의 숙소를 운영하고, 100여 개의 차별화된 숙박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6 누와 이외에도 비어 있는 한옥이나 단독주택, 관광지가 아닌 로컬의 독특한 장소들을 골라서 추천한다. 숙소를 ‘여정’ ‘지금’ ‘달콤한 아침’ ‘스테이 그린 클린(Stay Green Clean)’ 등으로 묘사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28만∼33만 원 정도로 1박당 숙박비가 고급 호텔급에 맞먹는데도 불구하고 한옥 한 채가 오롯이 나의 것이 되고 일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어 2030 밀레니얼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117


미국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키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핀치 프로비전(Pinch Provisions)이 만든 디지털 디톡스 키트(26달러)는 8가지 아날로그 필수품을 패키지로 묶었다.7 이 패키지에는 미니 알람, 디지털 디톡스 팁, 눈가리개, 이어 플러그, 액티비티 주사위, 전화기를 넣는 슬리브, 3분 테크 타이머가 들어 있다. 비스포크 포스트(Bespoke Post)나 아마존 등에서 판매된다.

디지털 디톡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대체하는지가 아닐까 싶다. 그 일환으로 요즘 통화와 문자, 알람 설정만 가능한 라이트 폰(Light Phone), 일명 ‘덤 폰(dumb phone: 바보 같은 전화)’8 이라고 불리는, 앱이 없는 전화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조금 큰 크기로, 통화만 가능할 뿐 사진 찍기, 소셜미디어, e메일을 이용할 수 없다. 2014년에 창업한 라이트(Light)는 2015년 6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이 라이트 폰으로 5만여 명으로부터 40만 달러(약 4억8000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2018년 3월 인디고고(Indiegogo)에서 10시간 만에 60만 달러(약 7억2000만 원), 총 350만 달러(약 42억 원)의 펀딩을 받은 후 팍스콘(Foxconn), 엔젤투자자들로부터 추가로 840만 달러(약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9 2017년에 첫 모델이 나온 데 이어 2019년 12월 라이트 폰 2가 출시됐다. 라이트 폰 2는 첫 모델과 달리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모바일 앱, 모바일 쇼핑, 소셜미디어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전화기의 기능을 ‘통화’로 되돌려 놓은 라이트 폰이 약 1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점은 스마트폰을 벗어난 디지털 디톡스의 미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118


리더십도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는 경영자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린백 엑스팻 택스 서비스(Greenback Expat Tax Service)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캐리 맥키간(Carrie McKeegan)이 최근 디지털 디톡스 경험과 관련해 기고한 내용이 흥미롭다.10 그 경험담을 잠깐 살펴보면 CEO 캐리는 너무 잦은 디지털 접촉을 벗어나려고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전화기는 하루에 2, 3번만 체크하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앱 지우기, 소셜미디어가 필요한 경우는 노트북으로 체크하고 연결되는 시간 제한하기 등이다. 그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한 달 동안 실행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우선, 머릿속이 훨씬 더 선명해짐을 느꼈고, 덕분에 비즈니스 이슈들을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아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책을 더 읽었다고 한다. 킨들로 읽는 e북은 디지털 환경이지만 유일하게 예외로 뒀는데 종이 책이나 킨들로 리더십과 마케팅에 관한 책을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읽었다고 한다. 물론 페이스북에 연결됨으로써 누릴 수 있었던 커뮤니티의 지지가 아쉽기도 했지만 좀 더 집중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더 나은 비즈니스 리더가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하루에 평균 52번 이상 스마트폰을 체크한다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중독은 어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자 비즈니스의 중요한 이슈다. 코로나로 언택트가 가속화되고 리모트 워크처럼 디지털에 더 파묻힌 삶을 살면서 우리는 삶과 일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디지털 디톡스 상품과 서비스는 아직 니치마켓 규모이긴 하지만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한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도 자녀들에게는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아날로그를 극도로 강조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디지털 없이 지낼 수 있는지, 디지털 중독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잠깐 스마트폰을 꺼두고 산책이나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산책 중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리더십에 대한 고민거리도 ‘아하!’ 하는 탄성과 함께 해결책을 찾을지 모른다. 디지털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에 다시 연결되는(Disconnect to Reconnect) 순간,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 황지영 |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 마케팅 전공 부교수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
    jiyoung.hwang.retail@gmail.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