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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코로나19, 직장에 몰아친 뉴노멀

직장 울타리 벗어나면 당신 ‘몸값’은?
직장인 아닌 직업인돼야 살아남는다

김호 |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정년은 갈수록 짧아지고 평균 수명은 늘어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오히려 전문가들은 프리랜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한 채 열심히 시키는 일만 하다 직장에서 쫓겨난다. 이후 행보는 대부분 치킨집이나 카페 창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직장인이 회사 밖으로 내쳐질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필자는 우리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직장이 있을 때 이를 잘 활용해 자신만의 직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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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두 가지 모순어법

‘소리 없는 아우성’이나 ‘찬란한 슬픔’처럼 서로 함께하지 못할 말을 이어 붙이는 표현을 모순어법이라고 한다. ‘명예퇴직’은 이미 모순어법이 된 지 오래다. 필자의 기억에 자신이 원해서 명예롭게 퇴직을 하는 모습을 가장 최근에 본 것은 10년도 넘었다. 어느 기업에서 사장의 운전기사를 했던 분이었다. 14년 전인 2006년 7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직장을 그만둔 이유 중 정년퇴직은 12%에 불과했다. 2008년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주된 직장을 그만두는 평균 연령은 만 53세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이 수치는 49세까지 내려갔다.

이제는 ‘고용 보장(job security)’이란 용어 역시 모순어법의 대표적 예시가 되고 있다.
2019년 40대와 50대의 비자발적 퇴직자는 49만 명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통계라는 점이다. 이러한 수치가 앞으로 나아질까?

문제는 우리의 평균수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명은 늘어나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 일자리의 유통기한마저 지속적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외환위기 같은 경제 위기나 코로나 사태와 같이 예기치 않았던 세상의 변화가 가속화될 때, 세상을 살아가며 가져야 할 덕목은 ‘그동안 우리가 믿던 것들을 의심해보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고용 보장과 명예퇴직은 직장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용어이다.

‘몸값’의 재정의

먼저 ‘몸값’이란 용어에 대해 의심해보자. 직장인에게 몸값은 연봉을 뜻한다. 이것이 정말 몸값이라면 내가 직장을 나오는 순간 그 값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직장인은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몸값이 거의 제로가 된다. 직장에서 관리자 역할만 수행하다가 조직을 벗어나 혼자서 돈을 벌 수 있는 개인기가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와 같은 또 다른 조직에 의존하면서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 불안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만 49세에 직장을 나오면 만 64세 국민연금 개시일까지는 15년이란 공백이 발생한다. 몸값을 우리 몸의 근육에, 직장을 체육관에 비유한다면 체육관에서 운동 열심히 하다가 나왔는데 체육관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근육이 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원래 있던 근육이 진정 내 몸의 근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에는 ‘키퍼 테스트(keeper test)’란 제도가 존재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상사가 부하 직원을 평가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만약 이 직원이 넷플릭스를 떠나 다른 기업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과연 나는 그 직원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 것인가?” 동시에 직원들은 매니저에게 이 질문을 언제든 할 수도 있다. 내가 떠난다고 하면 매니저는 나를 붙잡으려고 얼마나 애쓸 것인지. 그래서 키퍼 테스트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직원이 어디쯤에 서 있는지에 대해 투명한 대화를 이끌어내고, 피드백을 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매니저의 결론이 “그렇게 열심히 붙잡으려고 할 것 같지 않다”라면 넷플릭스는 놀랍게도 이 직원에게 ‘넉넉한 퇴직수당(generous severance package)’을 주어 퇴사시키고, ‘더 붙잡고 싶은’ 직원이 될 만한 사람을 뽑는다. 키퍼 테스트는 결국 직원이 몸값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아닌지,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몸값에 대해 직장인은 뉴노멀 시대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직장 밖으로 나가 직장에서 해오던 일로(혹은 직장에서 하던 일과는 다르지만 내가 갖고 있는 기술로) 직접 고객을 상대하게 된다면 그들은 나와 거래를 할 것인가? 이렇게 하여 내 연봉의 몇 %를 벌 수 있을까? 그 답이 60%라면 그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몸값이 될 것이다. 그 수치가 100%에 가까워지거나 넘는다면 당신은 직장에 더 오래 다닐 가능성이 높거나 나오더라도 몸값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직장인’일까, 아니면 ‘직업인’일까?

규칙적으로 직장에 다니며 급여를 받는 사람을 우리는 ‘직장인’이라고 부른다. 직업인의 뜻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직장과 직업을 구분해서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 직장은 보통 남이 만들어 놓은 조직을 뜻하며 ‘일하는 곳(place of work)’ 혹은 ‘사무실(office)’을 뜻한다. 이에 반해 직업이란 내 머리와 몸에 장착한 기술을 뜻한다. 엄밀히 말하면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개인기를 말한다. 그래서 직업인이란 ‘머리와 몸에 장착한 기술로 몸값을 높이는 사람’을 뜻한다. 내가 가진 기술을 제공하고 돈을 받을 수 없는 경우라면 취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종종 자기 명함에 있는 회사 이름과 직책을 자신의 직업으로 착각한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며 발휘할 수 있는 능력에는 자기 자신의 개인기가 아닌 자신이 소속된 회사 이름이나 부서나 직책의 이름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많다. 이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회사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것에서 온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개인기를 만들어갈 생각이나 노력을 하지 않게 되며 온전히 조직에 기댈 때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인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내 삶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낼 때는 이러한 태도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뉴노멀 시대에 이런 과거의 마인드세트로 직장을 다니는 것은 직장을 오래 다니거나 직장을 떠나 경제적 자립을 하는 데 큰 장벽이 된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갈아타기 위한 10가지 질문

1. 나는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 직업인으로서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
2.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3. 일을 하면서 과정과 결과에 만족했던 10가지 장면이 있는가?
4. 남이 아닌 내가 진짜 욕망하는 삶과 일은 무엇인가?
5. 직장 생활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
6. 조직에 기대지 않고 팔 수 있는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가?
7. 나는 직장에서 경쟁이 아닌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가?
8. 직장 동료들에게 나는 어떤 리더로 기억될 것인가?
9. 내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이고, 이를 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가?
10. 나는 쉬고 떠나는 문제에서 주도적인가?

출처: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김호, 김영사, 2020

국어사전은 직장을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면 직장은 ‘사람들이 일정한 직책을 가지고 일하는 곳’으로 정의해야 한다. 또한 사전에서 직장을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이라고 정의하면서 유의어로 ‘밥그릇’ ‘밥줄’을 제시하는데 이 역시 지금의 현실과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직장은 더 이상 밥줄이 아니다. 대졸자의 경우 25세 전후에 취업해 49세에 회사를 나온다고 하면 25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 뉴노멀 시대에 이 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2018년 기준 기대수명이 82.7년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는 일생의 30% 정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은 ‘우리 삶에서 평균 30% 내외의 시간 동안 다니면서 나의 노동력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는 조직’으로 정의하는 것이 맞다. 직장에 들어가기 이전의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는 직장에 다닌 기간보다 더 많은 기간을 급여 없이 살아가게 된다. 결국 뉴노멀 시대에 직장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개인기를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결국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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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이라는 보험을 만드는 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도 필요하다. 그래서 변화를 위한 준비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 해야 한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있어서 비교적 경제적 걱정을 덜할 수 있을 때 이런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 가지 측면에서 자기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 직업인으로 변화하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과정을 즐겼고,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일했던, 그리고 결과도 만족할 만했던 10가지 장면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과정을 즐겼다는 것은 자신이 즐겨하는 것을 찾기 위한 것이고, 결과가 만족스러웠다는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과 별도로 자신의 이력을 E로 시작하는 여섯 가지에 맞추어 정리해보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떤 프로젝트 경험(Experiences)을 해왔는지, 그 경험들로부터 찾을 수 있는 나의 전문성(Expertise)은 무엇인지, 내 전문성의 증거(Evidence)가 되는 경험은 무엇인지, 그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Efforts)을 해왔는지, 내 전문성을 지지해줄 수 있는 추천인(Endorser)이 있는지, 그리고 남들이 돈과 교환(Exchange)할 만한 나의 전문성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미래- 심리학자이자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인 할 허쉬필드는 시간과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는지와 현재의 의사결정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을 썼다. 인간은 미래에 대해 장기적 계획을 하지만 현재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에서는 단기적인 시각을 지닌다. 예를 들어, 앞으로 살을 빼고 싶다는 장기적 희망과 계획을 갖지만 당장은 칼로리가 높은 음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미래를 위해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것도 그런 예다. 이는 먼 미래에 나에게 발생할 이득보다는 당장의 보상이 더 크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허쉬필드 교수는 실험을 통해 미래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이면서 구체적으로 그릴 경우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했다. 많은 사람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막연한 희망을 갖는다. 긍정적 희망을 성취했을 때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앞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되고 싶은지를 그려야 감정적으로 미래의 모습에 더 공감하게 되고, 이러한 미래가 현재의 의사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허쉬필드 교수의 연구 결과를 직업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 적용해보자. 직장인이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향후에 직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만 하기보다는 10년 뒤 일과 관련해 자신이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좋다. 이때 단순히 직책이나 연봉과 같은 모습으로 그리기보다는 직장에 있든, 직장을 나오든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직책이나 연봉으로만 자신의 미래를 그리지 말도록 하는 것은 직책과 연봉 모두 직장에서 나에게 주는 것이지, 내 몸에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을 떠나는 순간 이는 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보다는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자신의 전문성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상태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2030년에 내가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됐을 때의 상태(예: 직장인을 위한 심리 진단 자격을 갖고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가, ○○ 분야의 워크숍을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 내가 직업적으로 만족하는 10가지 장면이 무엇이기를 바라는지 그려본다. 예를 들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동안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획득했다든지, 직장에서 관련 경험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습 등이 될 수 있다.

현재- 이처럼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나면 현재 내가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명확해질 것이다. 회사에서 시켜주는 교육만 받아서는 자기가 원하는 전문성을 만들어 가기 힘들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자신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자기 돈을 내고 교육을 받아 가면서 전문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가 직장에서 독립한 뒤 12년째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설득의 심리학’ 워크숍의 시작은 직장 생활할 때 휴가를 내고 내 돈을 들여 미국까지 가서 듣고 온 교육이었다. 요즘은 적은 비용으로도 인터넷이나 줌을 이용해 교육이나 개별 코칭을 받을 수도 있다.

30대로 지금은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유연실 업플라이 대표는 해외에서 커리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온라인 직업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특정 직장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직장 때 받던 연봉을 집에서 온라인 교육을 통해 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직업인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물론 그의 다양한 해외 취업 및 업무 경험이 한몫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소위 ‘고수’들의 유료 인터넷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으며 자신의 직업적 기술을 개발한 공이 컸다. 유 대표가 필자보다 한발 더 앞서간 점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상에 동영상 강좌를 만들어 놓았고, 현재는 자신이 직접 일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의 동영상 강좌나 자료를 구매해 수익이 생기는 구조(돈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뒤에는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수입이 벌린다는 의미에서 이를 ‘passive income’이라고 한다)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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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이 직장을 사용하는 방법

그렇다면 진정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직장을 어떻게 다녀야 할까? 세 가지를 생각해보자.

자기만의 학교를 만들라- 직장 내에서 우리는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펼친다. 프루빙(proving, 입증)하거나 임프루빙(improving, 개선)하거나. 입증하는 전략을 취하는 직장인은 자신이 남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고, 따라서 직장 내 관계를 이기고(win)-지는(lose) 경쟁 관계로 본다. 이들은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가르치려고 한다. 또한 새로운 분야에서는 자신을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익숙한 분야에만 머무르려고 한다. 그리고 쉬지 않고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상사가 휴가 갈 때가 아니면 쉬질 않는다.

반면 직업인으로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는 남과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정해 놓은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목표는 바로 자신이 일정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며, 이들이 직장을 다니는 동안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개인기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전략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직업인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상사는 물론 후배들에게도 배우려 하고 피드백을 듣는 데도 적극적이다. 평상시에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갖지 않지만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질문을 할 때는 도움을 주려고 한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내가 혹은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향후에 다시 한다면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을까?”와 같은 건설적이고 겸손한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자기 업무 분야를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관심사와 창의적으로 연결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휴식할 때도 적극적이다.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유지하고 돌아봐야 직업인으로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증보다는 개선 전략을 취하는 직업인들은 하루키의 표현을 빌린다면 ‘자기만의 학교’를 갖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시켜주는 교육만으로 나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직업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커리큘럼을 매년 짠다. 자기 돈을 투자해 유료로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듣고, 때로는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기 위해 휴가와 개인 돈을 써서 국내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찾아 ‘자기만의 출장’을 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봉이 아닌 자신의 몸값을 올려간다.

동료들은 나를 어떤 리더로 기억할까?- 필자가 리더십 코칭을 할 때 자주 하는 질문 중에는 지금까지 직장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최고의 상사는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성장에 계기를 마련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래서 고마운 리더가 한 명쯤은 있다. 그 질문 뒤에는 이제 자신이 함께 일하는 후배들은 자신을 리더로서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 외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훌륭한 리더여야 하고, 언젠가 직장을 떠날 때 동료들이 그렇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그냥 좋은 말 정도로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보자. 직장 내부이든, 외부이든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려면 추천과 소개는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삶에서 노력뿐 아니라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런데 일하면서 찾아오는 운이란 남들의 추천이나 소개에 의한 것들이 많다. 실제 필자의 경우에도
10년 넘게 경험한 많은 사업의 운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한 것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일 잘하는데 싹수없는 상사’가 직업인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지점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니저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이나 커리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회이자 책임, 그리고 위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직업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리더의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내 삶에 큰 보람과 의미를 주는 것이다.

워라밸의 역설- 밀레니얼세대에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월급보다 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밀레니얼세대이면서 직장을 나와 카페, 디저트 숍, 레스토랑 등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직장 다닐 때보다 당장 수입도 적고, 워라밸도 더 안 좋아지는 경우를 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높다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이로부터 두 가지 ‘워라밸의 역설’을 발견했다. 첫째, 워라밸은 내가 남의 일 혹은 ‘남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중요하지 자신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 자신이 일에 쏟는 시간, 자기만의 기술(직업)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온전히 자기에게 축적이 되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둘째, 이처럼 워라밸이 한동안 좋지 않지만 이런 숙련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기술, 즉 직업이 확실하게 만들어지면 더 나은 워라밸을 만들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위해 워라밸을 희생하는 시기를 통해 이후 수입은 줄지 않으면서 워라밸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기술이 숙련되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따라서 시간이 절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숙련된 기술을 갖고 워라밸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하며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직장에서 하는 일과 관련된 나만의 직업을 찾아내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직장에서 해온 수많은 일과 프로젝트 중에서 ‘남 좋은 일’이 아닌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느껴졌을 때는 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내 직업을 찾아가는 첫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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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일에 대해서 우리는 세 가지 태도를 갖는다. 첫째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money maker)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이런 경우 일자리(job)라고 부른다. 둘째, 자신의 성공을 누리기 위한 수단(success maker)으로 바라보며, 흔히 커리어(career)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자기 존재와 삶의 의미로서 일을 바라보는 경우(meaning maker)다. 이를 ‘소명(calling)’이라고 부른다. 직업인이 된다는 것은 일자리나 커리어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을 포함한다. 자신이 가진 직책이 아닌 기술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그것은 직장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앞서 제시한 작업을 하려면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평일 저녁이든, 주말이든 자기만의 시간을 몇 시간씩이라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직장에서는 일 때문에, 집에서는 가족 때문에 시간 내기 힘들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상황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취미가 생기면 어떻게라도 주변의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내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은 욕망이 뚜렷해지면 시간과 같은 자원을 어떻게든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직업인으로 변화하기 위한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직업적인 구체적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퇴사가 유행이라지만 나는 퇴사를 권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매달 나오는 급여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직장에 소속돼 있는 것에만 만족하고 직책에만 신경 쓰는 직장인에게 남는 것은 없다. ‘직장’을 다닌다고 ‘직업’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이 은행의 통장이라면 직업은 현금에 해당한다. 통장 개수가 많아도(직장 경험이 오래돼도) 현금이 없다면(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개인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직장 다니는 동안 자신을 독립된 직업인으로 정의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직업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야 비로소 직업인으로 설 수가 있다. 대다수 직장인이 직장을 떠나는 순간 직업이 사라지는 경험을 해왔고 이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뉴노멀 시대에는 달라져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직업을 만들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들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필자는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공개 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받았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 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 법인 대표를 지냈다. 저서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2020)』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2019)』 역서로 『사람일까 상황일까(2019)』 등이 있다.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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