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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커뮤니케이션

말 잘하는 비법은 잘 들어주는 것

이수민 | 265호 (2019년 1월 Issue 2)
얼마 전 TV에서 한 군인이 방송인 이영자에게 연예인이 되고 싶다며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영자는 “말을 잘하는 비법은 잘 들어주는 것” 1 이라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는 내가 제공하는 정보를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감정’이다. 뇌과학에 따르면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70∼80%에 이른다. 2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을 주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언제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이 생겼는지,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는지를 거꾸로 생각해보자. 각자의 경험은 다양하겠지만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해서 싫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는 있어도 내 말을 많이 들어줬는데 싫은 경우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말을 잘 들어주면 상대방의 마음속, 더 정확히는 뇌에 나에 대한 좋은 감정이 형성되는데 이런 감정이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 뇌에는 이성을 담당하는 영역과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뇌과학 관점에서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의 뇌 영역 3 (그림 1)을 잘 다룬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의 편도체(amygdala)가 자극으로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것을 경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요청받지 않은 조언이나 평가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지금 그 사업을 시작해보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 유형이다. 이런 대화처럼 상대방이 요청하거나 바라지도 않았는데 조언이나 평가를 해준 경험이 있는가? 물론 상대방을 도우려는 선의가 컸겠지만 뇌과학 관점에서 보면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 말하긴 어렵다.

갑작스런 조언이나 평가와 같은 외부 자극은 우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위협요소로 받아들여 편도체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활성화된 편도체는 우리 몸의 HPA 축 4 을 따라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cortisol)과 교감신경계의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adrenalin) 5 분비를 촉진한다. 6 (그림 2) 이런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아진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정보의 공유와 공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목적 달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코르티솔 분비가 과다해지면 기억력을 손상시켜 7 정보의 공유가 불가능해진다. 또 아드레날린에 의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런 상태에서 공감대 형성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대화할 때 상대방이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조언이나 평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언이나 평가를 해줘야 한다면 ‘Yes, and’ 화법을 활용해보자.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칭찬하고 인정(yes)해주면서 자신의 조언을 추가(and)하는 방법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인 픽사에서 직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에 의견을 덧붙일 때 사용하는 원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8 이 방법이 왜 효과적일까?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9

조언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이 대화해보자. “당신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덧붙여 말하면∼”, “좋은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또 이런 것들도 포함하면 더 좋을 듯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아’와 ‘어’가 다르고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이 작은 차이가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흔히 ‘마음이 찢어지게 고통스럽다’라고 한다. 그런데 실체가 없는 마음이 다른 신체 부위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 이때 고통을 느끼는 우리 뇌의 부위는 배측 전대상피질(dACC, 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측 뇌섬엽(AI, anterior insula) 10 (그림 3)이다.



흥미롭게도 이 영역들은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곳이지만 연구 결과 사회적으로 거부당했을 때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11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가 단절됐을 때, 즉 심리적 연결이 끊어졌을 때 느끼는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상대방과 내가 심리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잘 듣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여기에 도움이 되는 기법이 코칭 등에서 자주 활용하는 백트래킹(backtracking)이다. 상대방의 말을 반복하는 백트래킹을 잘하면 상대방은 자신과 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커뮤니케이션은 활기를 띠게 된다.

백트래킹의 구체적인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① 마지막 말의 문구를 반복하거나 ② 말을 요약하거나 ③ 주요 키워드만 되뇌는 것(그림 4)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적극적 경청(傾聽)이 필요하다. 적극적 경청은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백트래킹은 여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상대방의 말을 반복하거나, 요약하거나, 되뇌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먼저 대접하라.’ 인간관계의 황금률(golden rule)로 알려진 원칙이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의식적으로 드러내든, 무의식적으로 감추든 말이다. 이 욕구를 채우는,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을 표현한 문장이 황금률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철학자 켄 윌버(Ken Wilber)는 백금률(platinum rule)을 말한다. 백금률이란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방식과 상대방이 대접받고 싶은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대방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 대로 그를 대접하라’라는 것이다. 12 상대방을 대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조언이나 평가하지 않고 상대방의 언어로 잘 들어주는 것’이다.

19세기 영국에 유명한 정치가 두 명이 있었다. 글래드스턴(William E. Gladstone)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로 두 사람 모두 총리를 지낸 당대의 지성인들이었다. 어떤 여성이 이 두 사람과 각각 식사할 기회를 가진 후 두 사람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글래드스턴과 식사를 하고 난 후, 그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디즈레일리와 식사를 한 뒤에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13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하는 사람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잘 들어준 디즈레일리가 아니었을까?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입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혜의 고전 『탈무드』에서 말하는,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 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 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특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뇌과학을 활용한 사내 강사 강의 스킬’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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