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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경영 찾기

차별적 가치 ‘나다움’을 찾아라

안병민 | 254호 (2018년 8월 Issue 1)
‘현대판 코르셋’ 여학생 교복. 얼마 전 제 눈에 들어온 신문기사 헤드라인입니다. 여고생들이 입는 교복의 사이즈가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입는 아동복보다 작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교복 길이가 아동복보다 무려 8.5㎝나 짧다고 하니 우리나라 여고생들은 온몸을 교복에 꽁꽁 묶고 힘든 학창시절을 견뎌내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생각이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교복의 장점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교복이 최선이라는 생각에는 부정적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내야 할 우리 아이들을 붕어빵 굽듯 획일적 기준으로 찍어내는, 창의성 계발의 걸림돌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나다움’을 잊게 만드는, 기계적 도구 생산의 메커니즘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손 글씨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도 같은 맥락입니다.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기계식 키보드로, 혹은 터치식 전기 자판을 이용해 글을 씁니다. 필압을 담아 꾹꾹 눌러쓴 개성적인 필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나다움’의 부재이자 ‘나다움’의 실종입니다. 어느 누구와도 다른 ‘고유명사’로 세상에 태어났음에도 우리는 점점 어슷한 ‘보통명사’로, 비슷한 ‘일반명사’가 돼 갑니다. 대체가 불가능했던, 세상 유일했던 나만의 특성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이 모든 게 ‘효율’이 만들어낸 부작용입니다. 아니, 우리 스스로가 효율을 지향하며 만들어왔던 변화입니다. ‘속도’가 중요하던 그 시절을 우리는 그렇게 나를 지우며 살아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길들이며, 또 길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중요한 건 속도나 효율이 아닙니다. 창의, 상상, 독창, 개성, 용기, 도전 등 ‘다름’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이 경쟁력인 세상입니다. 수많은 경쟁 브랜드의 틈바구니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적 가치’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별적 가치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고객이 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바로 차별적 가치입니다. ‘무엇이 다르길래 고객이 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나?’가 포인트입니다. 핵심은 역시 ‘나다움’입니다. 이게 없으니 내 브랜드 또한 시장에 나가면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입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성이 중요해진 배경입니다. 개성과 긍정, 재미와 몰입이 창의성을 빚어냅니다.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나만의 고유한 특질에서 독창적 생각들이 피어납니다.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나다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하는 타인의 시선과 내 생각을 옭아매는 암묵적 기준을 깨야 합니다. 예컨대 명문 대학을 나와 대기업을 들어가고 전문직을 가져야만 성공한 것이라는, 그런 케케묵은 사고방식 말입니다.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잊고 살았던 나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믿음’을 버리고 ‘생각’을 가지는 게 급선무입니다. ‘당연히 그럴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을 떨쳐내고 ‘왜 그래야 하지’ ‘왜 그런 걸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게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입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부속품으로 ‘내 생각’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살다 가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통해 내가 꿈꾸는 세상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내 삶의 주인이자 세상의 주인입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도 딴 데 있지 않습니다. ‘학고창신(學古創新)’이라 했습니다. 옛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입니다.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창조입니다. 그럼에도 과거를 배우는 데 급급하다 보니 창조는커녕 과거에 매몰되기 일쑤입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찍어내듯 생산되는 공산품처럼 말입니다. 똑같은 교복을 입혀 놓은, 내 생각을 잃어버린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주인의식을 가져라.’ 많은 조직에서 역설합니다. 하지만 주인이 아닌데 의식만 주인이기는 힘듭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주인으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살 때 우리는 주인이 됩니다. 그러니 믿고 맡길 일입니다. 정해진 규정에 맞춰 시키는 일만 하던 ‘정장’의 시대는 갔습니다. 혁신을 꿈꾸는 리더라면 저마다의 개성을 토대로 한 '캐주얼'을 허락할 일입니다. 그때는 맞았어도 지금은 틀릴 수 있음을 알아야 현명한 리더입니다.


필자소개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휴넷의 마케팅이사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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