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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Trend in Digital

삶에 도움을 주는 ‘진짜 같은 가짜’

유인오 | 251호 (2018년 6월 Issue 2)
진짜가 아닌 가짜, 진실이 아니 거짓, 자연이 아닌 인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상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개인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도 있다.


인기척을 흉내 내는 스마트 스피커
스위스의 스타트업인 미티피(Mitipi)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새로운 개념의 보안 스피커 케빈(Kevin)을 전시했다. 대다수의 절도 행위는 장기간 집을 비울 때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거실 불을 켜 두거나 TV가 켜지도록 예약해놓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케빈은 스마트홈 제품들과 연동돼 자동으로 사람의 말소리를 재생하고 조명을 켜주며, 마치 실제로 사람이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해준다. 게다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지역이나 시간대에 따라 시나리오를 적용한다. 아침에는 샤워 소리가, 저녁에는 TV 소리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나고, 도심이냐 외곽 지역이냐에 따라서 소리의 크기도 달라진다. 뒷면에는 LED 조명이 탑재돼 있어서 진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림자를 만들기도 한다. 도둑의 침입을 감지해서 알려주는 정직한 서비스도 좋지만 이러한 사후약방문 격의 조치보다 사람이 부재한 상황을 위장하는 눈속임으로 도둑을 예방하는 편이 훨씬 스마트해보인다.


실내에서 자연현상을 재현하는 장치
적극적으로 진짜 같은 가짜를 구현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아이디어도 있다. 2017년 11월16일부터 도야마현립 근대 미술관(Toyama Prefectural Museum of Art and Design)에서 열린 '소재와 상호 작용하는 예술과 디자인(Art and Design, Dialogue with Materials)' 전에서는 일본의 디자인 스튜디오, YOY 스튜디오가 인공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윈드(Wind)를 전시했다. 8개의 작은 팬이 창문 프레임 양옆의 좁은 틈새를 통해 공기를 밀어 올려 마치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연출한다. 창문의 틈새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과 가볍게 흔들리는 커튼의 하늘거리는 모양이 창문조차 없는 답답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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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의 레슬리 노테붐(Leslie Nooteboom)과 르네 캠프(Renée Kemps)는 2017년 6월, 졸업 작품으로 햇빛을 연출하는 프로젝터를 고안했다. 도시에는 높은 건물들이 많아서 일조권을 침해받는 일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따스한 햇볕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단순한 조명이 아닌 진짜 햇빛과 같은 자연스러운 효과를 연출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코모레비(Komorebi)는 다양한 모양의 햇빛을 프로그래밍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마음에 드는 햇빛을 내려받아 투사함으로써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같은 자연스러운 햇볕을 구현한다는 컨셉 디자인이다. 비록 진짜 햇빛은 아니지만 실제와 매우 유사하게 시뮬레이션한 햇빛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마음의 여유를 선사한다.

사람들은 정밀하게 설계된 거짓을 쉽게 구별하지 못하고 진짜라고 착각한다. 실제와는 다르게 인식하는 착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이러한 착시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안전함과 편안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위 사례들은 불안정한 감각을 역으로 이용해 사람의 근원적인 심리를 건드리는 상품을 개발했다.

편집자주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글로벌 기업, 공공기관, 학계, 미디어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트렌드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하에 사용자 경험 디자인, 신상품 컨셉 개발, 미래 시나리오 연구, 브랜드 전략 컨설팅, 사용자 리서치, 트렌드 워크숍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유인오 메타트렌드연구소 대표 willbe@themetatrend.com
민희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 hee@themetatr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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