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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다들 생계·이직 위해 회사 다닌다는데…좋은 회사? 자기 일 좋아하는 사람 많은 곳

송규봉 | 187호 (2015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직장인들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누구나 예측하다시피생계때문이다. 60% 이상이 이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두 번째 이유가 충격적이다. 20% 가까운 응답자가이직을 위해서라고 했다. 이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생계를 위해다니는 사람에게열정소명의식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5명 중 1명은 아예 이직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직업에서 생계, 경력, 소명 3가지의 조화로운 균형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동기부여는 외부와 내부의 울림이 서로 교차되고 균형을 이룰 때 고양된다. 또한 직업에서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도전하는자기결정권을 높여주도록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계약하는 순간이 뒤바뀐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다시 만나면 기쁘고 힘이 되는 사람도 있다. ‘로 만났지만 삶의 스승이 되거나 인생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드물지만 실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일과 상관없이 만나고 싶고, 함께 산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5년 전의 일이다. “부사장님께서 만나보라고 하셔서 일단 나왔지만 저희 팀은 원칙이 분명합니다.” 신 팀장은 정중하지만 단호했다. 그는 의류회사의 CRM팀을 맡고 있었다. 이 의류회사는 GIS(지리정보시스템) CRM(고객관계관리)을 통합한 gCRM 솔루션을 원했다. 신 팀장과는 그렇게 만났다.

 

“저희 팀은 GIS를 도입하기 위해 3년 전부터 고객 주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매출액 대비 약 85%까지 고객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미 신 팀장은 GIS 업체 4군데를 만났다. 각 회사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가격, 성능, 경험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우리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창업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고 직원 수와 매출 규모도 다른 회사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출점 전략·매출 예측·솔루션 확보가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우리는 매출 예측보다는 출점 전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제안했다. 왜냐하면 매출 예측에 초점을 맞추면정확도에 주력하게 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모델링은 복잡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되면 현업 부서의 실무진은 어디에 점포를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뚜렷한 시사점을 확보하기 어렵다. 통계모형은 정교해질지 모르지만 실행력은 낮아질 수 있다. 실무진에게 쓸모 없는 결과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운이 좋았다. 고객사의 주문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수행기업으로 선택됐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이 바뀝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이고 수행사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당시 30년째 똑같은 대기업에 다니던 박 부사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 팀장도 같았다. 신 팀장은 큰 방향이 결정되자 세세하게 간섭하지 않았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했다.

 

도깨비 방망이와 애물단지

 

gCRM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최종 보고도 원만했다. 계약은 이행됐고, 솔루션은 전문팀이 맡아 문제없이 작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사 전체 경영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성인 캐주얼 의류시장은 포화상태였다. 신규 고객을 유입하려는 노력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프로젝트 성공을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다. 늘 미소를 잃지 않던 신 팀장의 얼굴에도 간간이 그늘이 보였다.

 

 

신 팀장과의 특별한 만남은 계약이 끝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계청이 주관하는 GIS 공공 데이터 개방에 관한 세미나 자리에서 우연히 신 팀장을 만났다. “어쩐 일이세요?” “. 좀 들어볼 게 있나 나와 봤습니다.” 얼마 후에는 신촌 근처에서 진행된 마케팅 관련 세미나에 들렀다가 함께 저녁을 먹은 적도 있다. 그가 회사에서 얼마나 바쁜 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외부 세미나를 챙겨서 다니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는 신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막상 gCRM이 만들어졌지만 사내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기대한 것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GIS 관련 솔루션을 납품할 기회가 많았다. 솔루션 납품 후 2∼3년이 지난 후가 문제다. “도입할 때는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대단한 것이라고 떠들지만 몇 년 지나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는 비판을 종종 들었다. 솔루션 기획자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지적이다.

 

신 팀장을 따로 만났다. 그는 회사가 처해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세세히 설명해줬다. CRM 부서가 해오고 있는 일과 향후 계획도 알려줬다. 그리고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보통 프로젝트 후속 미팅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임 소재를 따져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압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 팀장은 묘한 사람이다. 계속 예상이 빗나간다. 그런데 점점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골프공·야구공·농구공 상권

 

함께 참석한 신참 컨설턴트가 돌아오는 길에 말한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지 계약서대로 됐는지 그것만 따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고객사가 진짜 성과를 내야 성공 아닌가요?” 고개를 끄덕였다. 영업부서와 본사 마케팅 부서를 대상으로 교육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성공사례를 만들어 확산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우선 의류매장 점주들이 장사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그래야 권역별로 매장을 지원하는 영업팀원들에게 구체적인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내부 CRM팀과 외부 GIS팀이 함께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상권은 열악한데 점주의 열정이 높은 매장을 선정하기로 했다. 본사 차원에서는 마케팅 비용과 상품지원을 하고, GIS팀은 상세 분석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도 1>은 의류 브랜드 PAT gCRM 솔루션 화면이다. <지도 1>의 바탕에는 서울 김포공항 근처에 위치한 PAT 공항점의 고객·매출 분포도를 그렸다. 공항점이 특이한 이유는 우선 상권에서 찾을 수 있다. 강서구는 서울의 서쪽 끝자락이다. 주변에는 거대한 김포공항 부지가 차지하고 있고 한강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국이다. 타 지역과 교류하기 어려운 단절된 상권이다. 두 번째는 입지적 특징이다. 공항점은 전통시장 초입에 있다. 그런데공항시장은 점점 문을 닫는 상가가 늘어나고 있었다.

 

<지도 1>의 화면을 자세히 보면 공항점의 경영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점포 9분위 도표>는 각 매장마다 고객의 위치를 지도에 입력한 후 매장과의 거리를 계산하고 매장별로 매출 70%가 확보되는 거리를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밀집형·일반형·광역형으로 구분했다. 다른 표현으로 골프공·야구공·농구공 상권이라 부른다. 여기에 매출액 기준을 상··하로 나누면 총 9가지 매장 유형이 나온다. 매장별 분석>은 공항점 고객의 주소지와의 거리별로 매출액이 얼마나 누적되는지 알 수 있다. 매출액 50%는 반경 1, 60% 3, 70% 3.3㎞의 판매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에요

 

공항점 출입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점주의 인상은 환했다. 가까운 커피 전문점으로 옮겨 대화를 이어갔다. 그 자리에는 경쟁 의류 브랜드의 강서점을 경영하고 있는 남편도 함께 참석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성인 캐주얼 패션매장을 운영하는 셈이다. 대로변 건너편에 거대한 김포공항 쇼핑몰이 개점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객을 다 뺏기게 생겼다.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주변 상인들의 하소연을 전해줬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위기감은 더 높아졌다.

 

 

<지도 2> <지도 3>을 보여줬다. <지도 2>는 공항점 고객 중 40대 여성 고객이 티셔츠와 바지를 구매한 매출 분포도였다. <지도 3> 60대 여성고객 중 구매단가가 높은 고어자켓과 오리털 제품의 매출 분포도였다. 공항점주는 기간별로, 품목별로, 연령대별로 매출 분포가 달라지는 것을생전 처음 봤다면서 관심을 보였다. gCRM은 바로 이 대목에서 쓸모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업팀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공항점주는 기자수첩과 노트를 보여줬다. 그녀는 성실한 연구자처럼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새로 도착한 상품에 대해 안내하고 있었다. “영원한 단골고객은 없어요. 전화마케팅을 해야 할 고객명단을 미리 작성해놓고 직접 유선전화로 행사안내라든가 안부전화를 꾸준히 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일일이 전화하면 고객 대부분 상당히 좋아하세요. 꼭 상품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고객님께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상권이지만 공항점이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모임을 주관하는 고객들께는같이 오시는 친구분께도 꼭 안부 전해달라거나주변 분들과 함께 한번 나오세요라고 말씀 드리면 실제로 3∼4분씩 함께 오시곤 합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금은 이사를 떠났어도 계속 우리 매장에 오시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고객관리를 하고 있는 점주들에게 gCRM은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수첩과 지도의 만남

 

 

 

 

“이 지도를 좀 들여다 볼까요?” 노트북 화면으로 <지도4>를 보여줬다. “여기 살구색으로 그려진 ‘1번 지역보이죠? 여기는 100% 아파트로만 채워졌는데요. 배후 인구는 6478명입니다. 오른쪽 진한 회색 테두리로 표시한 ‘2번 지역을 볼까요? 이곳은 아파트와 빌라가 32 정도로 구성된 지역입니다.” “공항점 매출이 시기별로, 성별로, 연령별로, 품목별로, 소지역별로 달라진 것, 보이죠? ‘1번 지역 ‘2번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골목 하나 차이지만 고객도, 선호상품도 다릅니다.”

 

 

 

“공항점에서 요청하면 ‘1번 지역에 최근 6개월 동안 발길 뜸한 중요 고객이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신 팀장님께서 데이터를 뽑아드릴 겁니다. 다른 지역도 가능하고요.” 신 팀장이 말을 이어갔다. “저희 본사에서 장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사은품도 따로 준비했고요.” 공항점주는이제까지 수첩에 따로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위주로 관리해왔는데 얼마나 사셨나, 언제 마지막으로 우리 매장에 오셨나, 어디에 사시나, 한번 오면 얼마나 구매하시나 살펴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심지어 마을버스를 어디에서 타고 오면 매장에 올 수 있는지손금 보듯 고객과 전화통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림 2>는 최근 6개월 동안 공항점에 발길이 끊어진 고객들에 관한 정보다. 최근에 추가 구매가 없는발길 뜸한고객들만 따로 추렸다. 이름, 전화번호, 연령대, 구매 이력, 주소지가 출력된다. 이제 공항점주의 수첩·노트는 gCRM의 도움을 받아 더 성공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미팅이 끝나고 헤어질 때 공항점주와 남편 분의 얼굴이 조금은 더 밝아졌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맞은 편 김포공항 쇼핑몰을 둘러보고 거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열정을 갖고 일하시던 점주분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다들 감동한 눈치였다. 그리고 얘기는일이란 무엇인가’ ‘업의 정의란 무엇인가’ ‘좋은 직장, 좋은 리더, 좋은 직원이란 무엇인가로 이어졌다.

 

천국으로의 출근

 

어느 CEO가 매일 <천국으로 출근한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마침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때요? 직원들도 같은 생각인가요?” 미소 짓던 표정이 싹 가시더니그분에게만 천국인가 보죠!” 잠시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그 회사가 실행하고 있는 안식년 제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자녀 수에 관계없이 100% 지원하는 학자금 혜택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런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직장에서 기대하는 것이 천국은 아니다. 무엇이 우리를 일터에 나오도록 만드는가? 어느 취업포털이 직장인 7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신은 지금의 회사를 왜 다니고 있나요?” 생계 유지를 위해(60.7%), 이직 준비를 위해(19.2%), 다른 할 일이 없어서(7.1%), 현 회사와 발전하기 위해서(4.9%), 현 회사에서 배울 점이 많아서(4.1%), 개인 사업 준비(4.0%) 순으로 답했다.1

 

 

회사에 다니는 이유 중 생계유지와 이직준비에 80%가 몰려 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경영자들은 어떻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할 것인가? “기업이낙원일 수는 없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쟁하는 집단이므로 그 반대말인 지옥을 쓸 필요까진 없지만 아무튼 기업이 낙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그 기업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비낙원에서 조금은, 혹은 상당히 벗어날 수 있을까?” JTBC 보도 부문 손석희 사장이 추천사에서 밝힌 고민이다.2 직장인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각자에게 일터는 어떤 곳인가? 무료(無聊)한 유급 근로자와 열정적인 무급 자원봉사는 무엇이 다른가? 직장이 천국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의미를 쌓아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 우리는 눈 뜨고 활동하는 시간의 절반을 일터에서 보낸다. 특히 지식근로자는 일일이 업무를 감시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내면의 동기부여는 더 절실하다. 도대체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지루함에서 탁월함으로

 

어린 시절 그는 곤충 관찰을 유독 좋아했다. 그는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자신이 발견한 과학적 현상들을 기록하곤 했다. 곤충 한 마리를 잡으면 그걸 병에 넣어 며칠씩 관찰했다. 그의 노트에는 그 곤충의 행태에 관한 모든 것이 기록됐다. 뭘 하는지, 뭘 먹는지, 어떤 먹거리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등.

 

MBA를 졸업하고 대기업(HP)에 다녔다. 일도, 연봉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무료해지고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일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관찰기를 떠올렸다. 곤충 대신 자기 스스로에 대해 관찰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에 쓰던 것처럼 노트를 사서 겉장에짐이라고 불리는 곤충(A bug called Jim)’이라고 썼다.

 

1년 넘게 그는 자기 자신의 행동과 일에 대해 세심한 관찰을 했다. 매일 하루가 끝나면 그는 단순히 그날 일어났던 일이 아닌, 그날 일 중에서 자신을 가장 뿌듯하게 만든 일을 기록했다. 기록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자 패턴이 드러났다. 그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일할 때, 남을 가르칠 때 가장 크게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HP를 떠나 학계로 가는 길에 들어선다.3 그 후 1994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으로 주목을 받고 2001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두 번째 저작으로 세계적 호평을 받았다. 짐 콜린스의 이야기다.

 

청소부에게도 소명의식이 있다고?

 

병원 청소부에게는 어떤 소명의식이 있을까? 심리학자들이 병원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마이크를 인터뷰했다. 그는 작업지시서에 적힌 관리자의 지시를 거부했다. ‘매일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을 진공청소기로 3번 청소할 것을 거부한 것이다. 그는 진공청소기 대신 몇 배로 더 힘든 빗자루를 들고 카펫을 청소했다. 심리학자들이 이유를 물었다. “온 종일 환자를 돌보고 곤히 쓰러져 잠들어 있는 가족들을 보고 어떻게 시끄러운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수 있나요?” 그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힘든 노동을 자처했다.이 이야기는 미국의 심리학자 베리 슈와츠(Barry Schwartz) 2009 TED에서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240만 명이 시청했다.4 마이크같은 청소부들은 자신의 일이 환자, 방문객, 간호사들의 일상생활을 개선시켜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마지못해 일하는 청소부와 달리 병원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한다. 예를 들면 방문객을 친절히 안내해주고 환자들의 기분을 좋게 해줬다. 그들은 청소 일을 좋아한다고 대답했으며 그 일이 상당한 기술을 요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청소부들이 일에서 몰입을 느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마칠 것인지, 어떻게 하면 환자들을 더 편안하게 해줘서 빨리 회복되도록 도울 것인지와 같은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했다. 그들은 작업지시서 이상의 일을 한다. 그들은 벽에 걸린 그림을 다시 배치한다든지, 야생화를 꺾어오는 등 정해진 임무 이상의 일을 했다. 자신을 그저 바닥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이 아니라 보다 크고 통합된 전체의 일부로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켜주는 시스템의 일부로서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5 당연히 이런 부류의 청소부들의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찾아라! 행복의 공통분모

 

밥벌이가 즐겁고 행복한 사람도 있다. 갤럽이 전 세계 1500만 명에게 물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의 비율은 20%였다. 갤럽의 보고서는 인간의 행복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를 직업, 인간관계, 금전, 건강, 커뮤니티로 분류했다. 다섯 가지 모두가 만족스럽다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했다. 갤럽 보고서는 직업의 중요성을 첫 번째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실업상태는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보다 더 삶을 불행감에 빠뜨리기 때문이다.6

 

직업에서 생계, 경력, 소명 3가지의 조화로운 균형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우리는 생계유지만을 목적으로, 또는 소명의식 하나만으로 직업의 행복감을 지속하기 어렵다. 심지어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직장을 다닌다고 할지라도 직업에 관한 3가지 요소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신입사원 시절의 소명감과 부양 가족이 늘어났을 때의 자세는 좀 다르다. 삶은 달라진다. 당연히 그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동기부여는 외부와 내부의 울림이 서로 교차되고 균형을 이룰 때 고양된다. (그림 4)

 

 

‘짐이라는 이름의 곤충기를 작성했던 짐 콜린스의 조언을 더 들어보자. 자신이 선택한 일에서 탁월해지기 위해서 3개의 동심원을 그려보라고 한다. 첫째 열정이다. 자신의 열정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둘째 전문성이다. 어느 분야를 선택해야 최고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셋째 경제적 보상이다. 경제적 여건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열정은 식고 전문성은 단절될 것이다. (그림 5)

 

 

갤럽 보고서, 긍정심리학자들의 청소부 연구, 짐 콜린스의 조언을 종합해보자. 다양한 연구들과 조언을 토대로 자신만의 진로를 지혜롭게 만들어 간다면 결국 6개의 동심원을 그려보고 2개의 공통분모 지대를 발견해야 한다. <그림 4>는 생계유지·경력관리·소명의식이 공통으로 만족되는 이상적인 중간지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 5>는 열정·전문성·경제적 성과가 서로 겹치는 최적의 자아실현 공통분모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공통분모가 3개 동심원의 한복판에 자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력과 세월이 필요하다. 꾸준한 시도와 성찰이 동반돼야 도달할 수 있다.

 

 

다시, 정체성을 재정립하다

 

요즘 신 팀장은 만나기만 하면 조그마한 선물을 들고 나타난다. PAT의 새로운 로고가 박힌 사은품, 열쇠고리, 스마트폰 전파차단 스티커, 스카프 등등 계속된다. 그리고 사은품을 내놓을 때마다 회사가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 저희가 로고를 포함해서 전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모두 바꿨어요. 여기 보세요. 2005년의 코뿔소는 부드러운 반면 2015년에는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열정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신 팀장을 만나오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우선, 그는 회사 욕과 상사 욕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부하 욕도 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그가 스스로 엄청나게 업무영역을 늘려간다는 점이다. 애초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전자 분야 대기업에서 시장과 소비자를 연구하는 리서치센터의 연구원으로 직장 경력을 시작했다. CRM을 해보고 싶어 중견기업으로 옮겼다. 요즘에는 영업기획과 전략기획, 그리고 신상품 기획에도 관여하고 있다.

 

하루는 신 팀장의 부하직원인문 리더(leader)’에게 직접 물어봤다. “신 팀장님은 회의만 갔다 하면 새로 일을 받아 오십니다. 이게 꼭 우리 부서 일인가 싶은 업무도 엄청 받아 오시는 거예요. 하도 힘들어서 하루는팀장님이렇게 계속 일을 받아오시면 저희는 어떡하라고 이러십니까? 하고 물었어요.” 신 팀장이 뭐라 답했을까? “힘들지? 힘들거야. 그래도 경험 삼아 한번 해봐. 그러면 나중에대체불가능한사람이 돼 있을 테니….” ‘문 리더는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신 팀장은 외부 세미나에 다녀오면 부하직원들 몫의 자료집을 여분으로 꼭 챙겨다 준다. 자료집 분량이 너무 많으면 가장 중요한 핵심내용에 따로 표시까지 해서 준다고 한다. 읽어보고 내용이 너무 좋다 싶은 책은 부하직원들에게 선물한다. ‘문 리더에게 신 팀장의 좋은 점 한 가지만 말해달라고 했다. “절대 중간에 끊는 법이 없어요. 저희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듣고 난 후에 본인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신 팀장님의 인품은 사내에도 소문이 나서 타 부서 동기들이 저를 엄청 부러워했습니다.”

 

5년 전에 비해 신 팀장은 시장을 읽는 안목, 저성장 시대를 건너가는 시도, 새로운 매출기회의 확보, 새로운 최고경영진과의 소통 등 다양한 면에서 성숙해졌고 점점 긍정적인 실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매일매일 꾸준히 성실한 농부처럼 땡볕이 내리쬐건, 폭우가 쏟아지건 해오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로 가는 첫 관문

 

아주 오랫동안 한국 기업의 인재 선발 기준은 전공, 학점, 인성이었다. 이제는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전문성과 창의성으로 그 축이 옮겨지고 있다. 그런데 전문성과 창의성은 열정을 필요로 한다. 호기심과 탐구심도 요구한다. 열정은 본인의 내면에서 시작돼야 하고 직업 선택도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한국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데 부모들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부모들이 아무리 현명해도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를 미리 경험하거나 통찰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한국의 부모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에 넘쳐 자녀들의 진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한국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가장 닮기를 원하는 인물이 누군지 물었더니스티브 잡스 1등으로 나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스티브 잡스를 닮기를 원하지만창업은 안 돼라고 외친다는 점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커서 가졌으면 하는 직업에 여전히 전문직(의사, 법조인) 비율이 높다. 그 다음으로 교사, 연구원, 공무원 순으로 선호도가 형성된다. 자녀들이 닮았으면 하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 반기문, 안철수, 김연아 등이다. 반면 미국, 핀란드,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는 직업, 인류의 행복과 관련한 직업, 있는 그대로 아이 모습대로 키우고 싶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7

 

한국, 미국, 핀란드, 이스라엘 4개 나라 중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창의적인가? 창의성을남다르게 생각하고 남다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한국의 직업에 관한 인식은 괜찮은가? ‘남달리가 아니라누구처럼살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한국인은 자아정체성을 스스로 묻지 않고 남이 정해준 대로 살아가는폐쇄군이 무려 74.4%라고 보고하고 있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묻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자아정체성성취군 12.6%에 불과했다. 핀란드나 미국과 비교할 때폐쇄군의 비율은 약 3배 정도 높다.8 (그림 8·9)

 

 

‘폐쇄군’ 자아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남의 정체성을 빌려 쓰면서 자기의 정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고, 고민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인간상을 전폭적으로 수용해버렸기 때문이다. ‘폐쇄군은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안정을 추구하지만 그 목표는 스스로 심사숙고해 설정한 것이 아니기에 융통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목표달성이 좌절될 경우 자기 존재를 송두리째 무가치한 것으로 여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위기에 취약하고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림 8)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탁월해질 수 있을까?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업무성과는 같을까? 열정적인 호기심과 탐구심이 끊이지 않는 분야에 뛰어든 사람과 그저 무난하고 안정적인 것이 최상의 기준인 사람의 업무 태도는 똑같을까? 우리 사회가 직업에서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도전하는 자기결정권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 좋은 회사의 기준

 

신 팀장과 함께 일하던 부하직원문 리더는 같은 계열사 아웃도어 브랜드로 옮겼다. 오랜만에 신 팀장과 만났을 때, “아웃도어로 옮기고 나서문 리더는 잘 지내죠?”라고 물으며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나눴다. “엄청 바쁘다 하네요. 일이 몰려서요. 할 일은 많아지는데 사람은 안 뽑아준다고 그럽니다. (웃음) 아웃도어가 예전 같지 않아서 구조조정 이야기도 있나 봐요. 그래도 그 친구는 문제없을 거예요. 대체가 불가능하거든요.” 신 팀장은 환하게 웃었다.

 

대기업에서 37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인생선배가 한 분 있다. 신 팀장을 포함해 몇몇 지인들과 함께 저녁자리를 만들었다. 어떻게 한 회사에 37년 동안 다녔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어떻게 계열사 사장까지 지낼 수 있었는지도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만둔다고 말할 때 부서장이아 그래! 회식날짜 잡자고 빙그레 웃으면 그 사람은 회사 생활 잘 못한 거예요. 그만 둔다고 할 때, 손목을 붙들고 안 놔주는 그런 사람이 돼야 오래 다닐 수도 있고 가고 싶은 데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원래는 방송국 PD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생 선배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래서 언제쯤 그 꿈이 사라지던가요? 37년 동안 회사생활 하는 동안 최고위직에 올라 성공도 하셨잖아요?” 궁금해 물어봤다. “안 사라지던데요. 37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영화감독하겠다고 직장을 그만둔 아들을 말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생 선배는 출근심리에 3가지 모드가 있다고 농담했다. 첫째는 새벽같이 구두를 닦아놓고 출근을 기다리는 모드, 둘째는 뒷목이 뻐근해지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모드, 셋째는 눈뜨면 자동으로 몸이 알아서 출근하게 되는 무념무상의 모드다. 37년 동안 3가지 모드가 번갈아 반복되더란다.

 

요즘 신 팀장은 한결 자신감이 넘친다. 패션 시장이 모두 어렵다고 난리다. 그 와중에 PAT는 신규매장 신청자가 늘어났다. 신 팀장은 비법이나 단기 속성을 찾지 않는다. 기본과 원칙을 충실히 실천해간다. 그런 그에게 문자로 물었다. “무엇이 본인을 열정적으로 일하게 만들까요?” 오전에 보냈는데 늦은 밤에 답 문자를 받았다. “글쎄요. … 그냥 좋아서요. 좋은 회사, 좋은 나라, 좋은 세상 만들고자 한다면 내가 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할까요? 열심히 해보려는 선배, 후배, 동료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가르쳐주고, 그러면서 저도 더 배우고 이런 게 좋아요.”

  

 

 

 

‘좋아서’란다.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다. 좋은 상사와 동료가 많아야 좋은 직장이다. 신 팀장 같은 사람의 비율이 높은 회사는 위기를 겪어도 걱정 없겠다. 고난의 나날을 대비해서 준비된 사람처럼 위기의 해법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불가한 인재로 활동 중인문 리더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존경할 만한 상사와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다음에도 다시 그분 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

 

출처: 사진은 www.nacds.org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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