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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강 상무를 구하라 02

[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광활한 새 사무실, 첫 mission은 90일 내 조직장악

김연희 | 179호 (2015년 6월 Issue 2)

광활한 새 사무실, mission 90일 내 조직장악!

 

편집자주

현직 중간관리자 혹은 임원으로서 궁금한 점이나 다뤄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jjy2011@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출근 첫날.

 

대표와의 짧지만 어려웠던 만남 후 사무실에는 다시 나 혼자만 남았다.

 

‘본부장실’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넓지는 않지만나만을 위해준비된 방이다. 내 방이다. 나에게도 별도의 집무실이 생긴 것이다!!

 

나를 위해 준비된 그 방에 홀로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빈 사무실 풍경이 낯설게 느껴진다.

 

잠시 후, 하나둘씩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낯선 얼굴들.

 

‘저들이 바로 나와 한배를 탄 운명공동체란 말인가? 아니, 이건 좀 거창한가?’

 

미래생명사업본부의 구성원들이 속속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다만 벽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나만 이방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저들은 아직 내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기척조차 없이 조용히 있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출근하는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까지 이 방 안에서 혼자 지켜보다가 이제야 문을 열고 나가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을까?

 

‘내가 먼저 나가서 말을 걸어야 하나? 아니면, 좀 더 기다려 볼까?’

 

출근 첫날부터 예상치도 못했던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다행히 젊은 직원 하나가 유리창을 들여다보더니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달려와똑똑노크를 한다.

 

“새로 오신 본부장님이시죠? 안녕하세요?”

 

“흠흠… 바반갑네.”

 

얼떨결에 맞게 된 미래생명사업본부 구성원들과의 첫 대면.

 

이직을 한다고 하니 선배나 친구들이 한결같이 해준 조언이 바로첫인상의 중요성이었다. 부하 직원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들을 이끌고 갈 것인지, 반대로 이끌려 갈 것인지가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좀 근엄하고 무게 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임원답지 않을까? 아니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상사라고 무게를 잡나?’

 

 

고민 끝에 내가 만든 이미지는 강한 추진력, 빈틈없는 업무 스타일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직원들이 그런 나의 모습에 매료되고 나를 진정한 상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사말도 수없이 연습했다.

 

“미래생명사업본부 여러분, 반갑습니다. K바이오는 저도 잘 알던 회사였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전자의료기기 시장을 개척하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국내 1위에 오르기까지…. ”

 

Rrrrrrrrr’

 

나의 말을 끊은 것은 다름 아닌 전화벨 소리. 막내인 손 사원이 달려가 받는다.

 

“저기… 본부장님주차를 지정주차 자리에 하셔야 되는데 다른 곳에 하셨다고….”

 

!!! 그런 게 있었나? 그럼. 다시 주차를 해야 되나?”

 

그러자 박 수석 연구원이 나선다.

 

“내가 이야기했다고 하고, 처음 오셔서 잘 몰랐으니 내일부터 제자리에 대겠다고 해.”

 

‘윽! 망했다.’

 

왠지 모르게 그 생각이 먼저 든다.

 

“흠흠… 자, 그럼다시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늘은 첫날이니 만큼 우리 사업본부의 방향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봤으면 하는데요. 아시다시피 헬스케어 시장은 향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겁니다.”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영 지루해 보인다.

 

‘아, 내가 너무 앞서갔나? 이쯤에서 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볼까?’

 

“자, 그럼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좀 듣고 싶군요.”

 

그러나 내 눈을 피하면서 침묵하는 사람들.

 

“흠흠… 이 대리, 한번 말해보겠나?”

 

“저, 저요? … 그러니까우리 회사가 국내 1위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그러니까더 큰 시장을 열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잘해야겠죠.”

 

‘그래서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그래요.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것 같군요. 시간을 두고 차차 이야기해봅시다.”

 

왠지 모르게 따갑게 느껴지는 등 뒤의 시선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오니 맥이 탁 풀린다.

 

‘으아, 어떡하지? ,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전문가 인터뷰

 

초반에 조직을 장악하는 일이 중요한가.

그렇다. 새로운 역할을 맡은 초반 몇 달 동안 보여주는 것들이 신임 리더가 그 조직에서 궁극적으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리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하며 주시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중요하다. 기존 직원과의 관계가 별로 없는데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자세한 지식도 없기 때문에 신임 리더에게는 상당히 취약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시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시기에 어떤 모멘텀을 만드는 데 실패한다면 신임 리더는 그때부터 조직에서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90일 안에 장악하라라고 했는데 단순히 편의를 위해 90일이라고 한 건 아니다. 이 시간은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경우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신임 리더가 90일 안에 어떤 성과를 내는지, 혹은 어려움을 겪는지를 보고 그를 판단한다. 따라서 90일 동안 좋은 이미지를 심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신임 리더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조직의 주도권을 잡고 효과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초반에 신임 리더는 다음 세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자리와 역할에 대해 빨리 배울 것, 스스로를 리더로 승진시킬 것, 누가 조직의 힘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들과 관계를 만들어갈 것 등이다.

 

두 번째 요건스스로를 승진시킬 것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스스로를 승진시키라는 말은 다음과 같다. 뛰어난 실적 덕분에 한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지성과 집중력, 뛰어난 판단력 덕분에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비교적 일찍 프로젝트 총괄책임자로 발탁된 경우였다. 그런데 그는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자신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었다. 일부 직원들이 그의 지식과 권위에 도전했다. 감정이 상한 그는 자신이 잘 아는 마케팅 쪽에만 매달렸고, 자연히 다른 팀원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실무자들을 통솔하는 프로젝트 관리자로 도약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과거의 방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 스스로를 승진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과거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상황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역할에 맞게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했다는 의미다. 예전의 자리에서 하던 대로 하면 새로운 자리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누구나 이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코카콜라의 더글러스 아이베스터(Douglas Ivester)가 좋은 예다. 코카콜라를 경영했던 전설적인 CEO로베르토 고이주에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997 CEO로 승진한 그는 실책을 거듭했고, 결국 2년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21세기형 보스라고까지 불렸지만 결국에는 실패했다. 아이베스터는 공석이 된 COO를 임명하길 거부했다. 이사회에서 새로운 COO를 선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계속슈퍼 COO’로 행동했다. 이 때문에 아이베스터는 매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을 세우는 CEO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시간이 없었다. 훌륭한 사람들조차 스스로를 승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다.

 

스스로를 승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첫째, 기존 업무에서 손을 떼는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전환기 때일수록 마음속에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의식적으로 승진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기존 보직과 새로운 보직 간의 차이를 고민해야 한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둘째, 머릿속에서 전환기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라. 각 시기별로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면 도움이 된다. 첫날, 첫째 달, 둘째 달, 셋째 달 등 각각의 시기마다 무엇을 해놓고 싶은지 계획을 세워보라. 셋째, 자기 안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신임 리더는 스스로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승진시키기 위한 일들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일부 리더들은 전환기에 자신에게 특정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이 좋다거나 부드러운 스타일이 좋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접근이 효과가 있을까.

초반에 어떤 작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드러나게 돼 있다. 또 어떤 이미지가 효과적인가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항상 좋다하는 초반 이미지는 없다. 그것은 리더와 조직의 특성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통상 영웅(Hero)과 스튜어드(Steward) 스타일이 있는데 그 둘은 성격이 다르다. 영웅은 스스로 서둘러 일하고 조직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역동적이면서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이다. 스튜어드는 좀 더 외교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턴어라운드 시기에 있는 기업에서는 영웅형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반면 기존 성공을 유지하고 사업을 재편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직이라면 스튜어드형 스타일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팀원뿐만 아니라 상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팀원과 상사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균형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것은 상사가 좋은 상사냐, 나쁜 상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신임 리더가 좋은 상사라면 당신은 조직의 비전을 분명히 하고, 팀원들이 올바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나쁜 상사를 만났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팀원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균형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전환기에 상사와의 관계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적게 약속하고 넘치게 줘라. 이런 전략은 신뢰를 쌓는 데 효과적이다. 약속을 하는 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라는 의미다. 신임 리더가 약속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상사가 기뻐하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하면 신뢰에 금이 갈 뿐이다. 설령 상당한 성과를 거뒀더라도 약속에 미치지 못하면 상사의 눈에 신임 리더는 실패자로 보일 것이다.

 

신임 리더는 업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만 한다.

그렇다. 일에서 신속한 결과를 거둘 기회를 찾아내는 일은 중요하다. 우선 조속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두세 가지 핵심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문제에 달려들면 일의 중심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를 너무 많이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문제에 도전해 성과를 올리면 보다 폭넓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상사가 중요시하는 영역에서 초기 승리를 거둔다면 더욱 유리하다.신임 리더가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든 간에 상사가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이 상사가 원하는 것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변화를 주도할 인물들을 승진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직급을 막론하고 신임 리더의 어젠다를 진척시켜 나갈 통찰력과 동력, 그리고 동기를 갖춘 사람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성과를 낼 경우 아낌없는 보상을 해줘라. 이것은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변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는 장기목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초기 승리를 얻어내기 위해 취하는 행동들은 장기적 목표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마이클 왓킨스 Genesis Advisers의 회장이며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교수다. 하버드대에서 의사결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90일 안에 장악하라>의 저자다. 이 책은 변화의 시대에 모든 리더가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힌다. <비즈니스 협상 돌파하기> <영향력 게임에서 승리하기> <처음이 중요하다> 등도 그의 대표적인 저서다. 

 

 

강상무의 미팅노트

 

회사에서 임원이 되고 나면 달라지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업무용 개인 차량이 제공되며 때에 따라서는 비서와 집무실까지 배정받습니다. 개인 경험상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큰 회의실의 맨 앞자리에 앉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본인이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조직원들이 많다는 의미겠지요. 이런 자리에 앉게 된 만큼 조직 장악과 관리 역량은 임원에게 필수 요소입니다. 특히 사내 승진을 통해 새로운 조직을 아우르게 되거나 새로운 회사로 옮겨 전혀 다른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에 이 같은 능력은 최우선 경쟁력이 됩니다.

 

외국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결정되는 데는 채 3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잘못된 인상을 주면 이를 바꾸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48번 이상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하니까요. 여러 조직원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 임원이라면 과연 어떻게 처음을 시작해야 할까요?

 

마이클 왓킨스는 그의 저서 <90일 안에 조직을 장악하라>에서 제목에서와 같이 단기간 내 조직 장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가 단순히 편의를 위해 90일이라고 한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90, 3개월은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검증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내에서 신입은 물론 경력직 입사의 경우 수습기간을 3개월 주는 것, 또 주요 보직으로 옮긴 임원이 3개월 만에 자의로 포장한 채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를 보면 그렇습니다. 특히 임원에게 첫 90일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보통 3개월 내에 뭔가 큰 그림(Big Picture)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저와 지인의 경우를 봐도 90일이라는 시간은 신임 임원으로서 본인만의 한 방을 보여 주고 조직까지 장악해야 하는, 짧지만 짧지 말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마이클 왓킨스와의 이야기 중 가장 공감하는 것은적게 약속하고 넘치게 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임 임원의 부임으로 그동안 불합리했던 제도가 한꺼번에 바뀌고, 안 되던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혼란스럽던 조직이 일렬로 정비되는 등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를 것입니다. 마음속의 욕심과 실현 가능성과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초기에는 적게 약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뭔가 많이 떠벌리기보다는 하나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전 리더의 경우 결재에 1∼2일 걸리던 것을 3∼4시간 내로 당기거나, 획일적이던 출퇴근 시간을 바꾼다거나, 정기적인 회의 소집과 진행 방식을 새롭게 하는 등 바로 바꿀 수 있고 실천 가능한 것들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또 의도적으로라도 이전에 약속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실행시켜 조직원들이기대보다 넘치는 변화를 눈치 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젝트 과정을 선정할 때는 회장님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개월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적어도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 앞으로 이렇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정도의 결의만 보여주더라도 충분합니다.

 

신임 리더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제시한 세 가지도 흥미롭습니다. 빨리 배울 것, 스스로를 승진시킬 것, 누가 조직의 힘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갈 것. 이 세 가지 조언은 모두 본인 관리에 집중돼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임원이 되고 나면 가장 변화시켜야 할 것은 바로자기 자신이겠지요. 기존에 한정돼 있던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넘어선 새로운 자리로 옮기게 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만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나를 위해 일해 줄 사람일 것입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LG경제연구원에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존경하고 싶은 리더의 유형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한 존경받는 4가지 리더의 유형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직원을 배려하거나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소위 착한 리더가 아니었습니다. 직원의 성장을 돕는 리더가 1위였습니다. 결국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고 싶은 리더란 나를 키워주고 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90일 동안 조직원들에게나는 이런 리더다라는 점을 보여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대표적 리더십 전문가인 정동일 연세대 교수는 이처럼 직원의 역량 개발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내주는 리더를인에이블러(Enabler)’, 이런 리더십을인에이블링 리더십(Enabling Leadership)’이라고 칭했습니다. 결국 본인의 리더가 인에이블러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조직 장악과 관리는 한 방에 해결되는 셈입니다.

 

90일 만에 조직을 장악하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큰 것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것에서부터 도전해야 합니다. 조그마한 문제에서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 내고,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강효석 상무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SKK GSB에서 MBA를 취득했다. 삼성에버랜드 본사 경영관리담당 차장으로 있다 골프존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골프존카운티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직장인의 성공에너지 배움> <직장인 서바이벌 업무력> 등을 펴냈다. 네이버 블로그에기획팀 강 대리 과장 만들기도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 =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정리 =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미팅노트 = 강효석 상무 truef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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