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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엔 반드시 함정이 있다

한근태 | 173호 (2015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중국의 자오스린 교수(중앙민족대 철학과, 종교학과) 6대 동양 고전 철학의 기라성 같은 성인들과 그들의 지혜를 소개하며 물질적인 삶과 정신적인 삶을 조화시키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 소개한다.

맹자는 제자백가 중 유일하게 절대권력에 반대하며군주와 신하는 상호견제를 해야 하고 대등하게 서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자는 남들과 다르게 살고 뭔가 차별화하기 위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 안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자는 집착을 버리고 절대적인 정신의 자유를 누릴 것을 강조한다.

 

 

가장 철학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철학적이다. 지속가능한 개인과 조직의 특징 중 하나는 철학적 뼈대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희일비하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다. 잘나가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빛을 잃는 것은 바로 그런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포모사그룹의 왕융칭(王永慶) 회장도 그렇게 말했다. 그는 기업 발전을 세 단계로 나눴다. 처음 단계는 창업단계로 용기와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발전단계로 경영기술과 관리방법이 중요하다. 마지막 단계는 규모의 단계로 철학이념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철학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다니 조금은 이례적이다.

 

어떤 기업가가 드러커에게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물었다. 그는 질문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했다.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에 그는사회를 위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해보라고 말했다. 경영을 한다고 하는 사람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장사꾼, 상인, 기업가가 그것이다. 장사꾼은 이익만 좇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상인은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기업가는 사명감을 갖고 사회적 가치를 완수한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이번 호에선 그런 사명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소개한다. 역대 중국의 고전을 읽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공자와 관련된 교훈은 상식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만큼 맹자부터 시작한다.

 

맹자, “모든 것은 백성으로부터 출발

 

맹자가 쓴 춘추시대 역사서 <좌전>은 전쟁 기록이다. 그만큼 전쟁을 많이 했다. 맹자는 반전주의자였고 원칙주의자였다. 자신의 정치원칙과 부합하지 않으면 어떤 제후가 불러도 가지 않았다. 맹자는 인정을 펼칠 것을 권했다. 최고의 도덕을 통해 전란을 멈추고 천하통일을 이뤄 백성을 고통에서 구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백성을 최우선으로 했는데 지금으로 보면 민주적인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의 철학은 첫째, 군주보다 백성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 제자백가 가운데 이런 주장을 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통치자의 잔혹성과 빈부격차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했다. 절대권력에도 반대했다. 군주와 신하는 상호견제를 해야 하고 대등하고 서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주가 신하를 자기 손발로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자기 배와 심장처럼 여기고, 군주가 신하를 개와 말처럼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길 가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군주가 신하를 흙이나 지푸라기로 보면 신하는 군주를 원수로 볼 것이다.”

 

중국교육 TV 명가논단의 명품 강연 고전 인생 수업

사람답게 산다는 것

저자 자오스린, 역자 허유영, 추수밭, 2014

 

둘째, 모든 것은 백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민본과 민주는 백성을 위해 결정하느냐, 백성이 직접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의 출발점을 통치자가 아닌 국민에게 두고 국민 이익을 통치자 이익보다 우위에 뒀다.

 

셋째, 경제가 우선이다. 그는 민생에 관심이 많았다. 평등한 토지권을 보장하고 상공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말로 경제가 우선이란 말이다. 그 유명한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자신이 먹고살 게 있어야 주변도 돌아보고 예절도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인정을 바탕으로 왕도를 수립하고 의()와 이()를 분별해야 한다. 도덕문제가 해결돼야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군주는 의를 생각하고 백성은 이를 생각한다. 통치자는 마땅히 백성과 더불어 즐거워해야 한다. 의리지변이다. 통치자라면 이익보다 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노자, 성인을 넘어 신이 된 사람

 

노자는 갓난 아이를 좋아한다. 아이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뼈가 약하고 근육은 부드럽지만 손아귀 힘은 강하다. 둘째, 남녀의 교합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성기는 발기한다. 셋째,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다. 아기는 정기가 온전하고 원기가 순수하기 때문이다. 갓난 아기는 가장 연약하지만 가장 순수하다. 강한 것은 노쇠한다. 회오리 바람은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소나기는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천지가 그렇게 했다. 천지의 광폭함도 이처럼 오래 가지 못한다. 낳되 소유하지 않고, 기르되 의지하지 않으며,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다. 상반돼야 살 수 있다. 남들과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결과가 바뀌길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뭔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노자가 주장하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다. 거꾸로 가는 것이야말로 도의 운동성이란 말이다.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고 진정 안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새로운 발상에 가장 큰 장애물은 타성이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이다. 성공은 그 자체로 비극을 품고 있다. 몇 번 성공하게 되면 그 성공에 익숙하게 되고 자신의 방식에 안주한다. 그러다 의외의 것에 일격을 당하고 무너진다. 헤겔은 노자를 칭송했다. 상반된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데 능숙했기 때문이다.

 

노자는 패러독스를 활용해 지혜를 전파했다.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말을 사용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었다. 보통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는 대기만성(大器晩成)도 실은 완성됐다고 생각한 순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과정이 가장 위대한 완성의 방식이란 말이다. 가장 좋은 정치는 무위의 정치란 말도 비슷하다. 하는 듯 안 하는 듯, 있는 듯 없는 듯하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라는 말이다. 노자는 인위를 싫어했다. 인위란 말은 억지로 그것을 만들려고 하고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는 회사가 신뢰를 강조하고, 가족적이지 않은 회사가 가족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통찰인가? 이를 노자는 정언약반(正言若反)이라 한다. 반대로 얘기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사물의 상대성에 대한 통찰도 위대하다. 유무상생(有無相生) 난이상성(難易相成) 장단상형(長短相形) 고하상영(古下相盈)이란 말이 그렇다. 유와 무는 서로 생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길고 짧음은 서로를 통해 모양을 이루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채워준다는 뜻이다. , 천지만물과 삼라만상은 서로 대립하는 동시에 통일되고 서로 배척하면서도 상호 의존한다는 말이다. 유는 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고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오목이 없으면 볼록은 존재할 수 없다. 이 말이 의심스러우면 오목 없이 볼록을 그려보길 권한다.

 

 

장자, 죽음을 슬퍼하지 않다

 

장자는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삶이 있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 그런 연유로 계절 바뀌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은 없다. 태어났으면 당연히 죽는 것인데 슬퍼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소요유(逍遙遊)를 강조했다. 절대적인 정신의 자유를 뜻한다. 자유의 반대는 집착이다. 고통의 근원도 집착이다. 인간의 고통과 불행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쉽게 친해지고 늘 행복하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다. 몸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다. 병이 있는 것은 몸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없다면 병도 없다. 우리들이 살기 힘든 것은 가진 게 많기 때문이다. 가진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위해서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자기 그림자가 두려워 그림자를 떼어내려고 죽기 살기로 달리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그림자를 떼어놓을 수 없었고 결국 그는 죽었다. 그는 큰 나무 그늘 속에서 쉬면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명예와 이익을 위해 조바심을 내지만 사실은 그림자와 경주를 하는 것과 같다.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노상 어떻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한 인간으로 더 잘 살 수 있을까는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나 지위는 생존 수단이다. 그것만 생각하면 수단이 목적이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꿈을 꾸면서 그게 꿈인 줄 모른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꾼다. 깨어난 후에야 그걸 깨닫는다. 똑똑한 사람은 그게 꿈이란 사실을 안다.

 

무언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는

회사가 신뢰를 강조하고,

가족적이지 않은 회사가

가족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선가, 고요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

 

()은 생활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불가의 수행을 참선이라고 한다. 불가수행에는 육도가 있다. 육바라밀이라고도 부르는데 산스크리트어로 피안에 이르다는 뜻이다. 육도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이 중 선정은 불법을 깨닫기 위한 순수한 정신적 상태를 말한다. 선심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마음을 길러야 한다. 자비심, 평상심, 청정심, 자유심, 자연심이 그것이다.

 

자비심(慈悲心)은 만상에 베푼 사랑의 마음이다.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마음이다. 평상심(平常心)은 도다. 굳이 거창한 일을 하지 않고 일상에 충실하기만 해도 부처가 될 수 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고 잠을 잘 때는 잠을 자는 것이 평상심이다. 평상심이 무너지면 생각이 많아진다. 쓸데없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붕 떠 있어 밥을 먹어도 맛이 없고 잠도 깊이 자지 못한다. 원래 진리는 평범하고 재미없다. 황당무계한 얘기는 사람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불로장생할 약이 있다면 구름처럼 모일 것이다.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고 얘기하면 덜 떨어진 사람이라고 하지만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하면 환호할 것이다. 튀는 행동과 독특함으로 대중에게 영합하지 말아라.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청정심(淸淨心)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청정심은 맹자가 주장한 부동심(不動心)과 비슷하다. 부동심이란 세상의 수많은 유혹과 자극 앞에서 순수한 영혼과 깨끗한 정신을 지키며 헛된 명예와 뜬구름 같은 이익의 노예가 되지 않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부동심은 마음을 비워야만 가능하다. 심지어 마음조차 없애야 한다. 청정심과 부동심은 냉정하고 무심하란 뜻이 아니다. 외부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자유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깨달음에는 말이 필요 없다. 당나라 승려가 불경을 가지러 서천으로 갔다. 부처는 마하가섭을 시켜 제일 좋은 불경을 주도록 했다. 그가 골라준 불경에는 한 글자도 쓰여 있지 않았다. 일명 무자경(無字經)이다. 말하지 않았지만 들을 수 있다. 선종은 언어와 문자보다 체험과 생활을 중시한다. 깨달음은 생활 자체의 체험에서 온다.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노자의 말이다. 말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열애 중인 연인은 말이 필요 없다. 눈길만으로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다. 감정과 언어는 별개다. 감정은 언어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로 사람을 이끌 수 있다.

 

묵가, 분명하게 책임을 다하는 지혜 강조

 

묵자의 주된 사상은 겸상애(兼相愛), 교상리(交相利). 더불어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남을 사랑하는 자는 사랑을 받고 남을 미워하는 자는 미움을 받는다. 아무리 어진 임금도 공 없는 신하는 사랑하지 않으며 아무리 자애로운 부모도 무능한 자식은 사랑하지 않는다. 세상에 씨를 뿌리고 수확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물을 쳐놓고 고기가 잡힐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묵자는 이익을 강조했다. 단 의로운 이익을 얘기한다. 묵자는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선 인물이다. 백성은 세 가지 근심이 있다. 배고픈 자가 먹을 것을 얻지 못하는 것, 추운 자가 입을 것을 얻지 못하는 것, 피로한 자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그것이다.

 

법가, 튼튼하게 기초를 다지는 지혜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으로 놀라운 발전을 한다. 상앙의 변법은 변방 약소국 진나라를 전국시대 최고의 강국으로 만들었고 결국 중국 통일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 백성의 인심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인심을 얻는 자는 흥하고 인심을 잃은 자는 망한다. 덕을 믿는 자는 번창하고 힘을 믿는 자는 망한다. 무자비한 정치를 보다 못한 조량이란 사람이 조언을 했다. “당신은 인심을 너무 잃었다. 무자비한 개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다. 혹독한 형벌과 엄격한 법률에 귀족들은 당신을 원수 보듯 한다.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당연히 상앙을 미워하는 반대파가 등장했고 그 핵심이 태자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상앙은 이를 무시했다. 조언을 한 지 5개월 만에 진효공이 죽고 진혜공이 왕에 올랐는데 그가 처음 한 일이 상앙 체포다. 상앙이 급하게 피신해 여관에 묵으려 하는데 여관 주인이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증명서가 없다고 하자상군이 법을 세워 증명서가 없는 나그네를 재워 주면 여관 주인에게 벌을 내린다고 했다. 그러니 재워줄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상앙은 길게 탄식하며내가 만든 법의 폐해가 내게까지 미치는구나라고 했다. 위나라로 도망갔지만 위나라를 망하게 만든 그를 받아줄 리 없다. 할 수 없이 돌아가 하인을 이끌고 항거했지만 체포돼 거열형에 처해졌고 가족들도 몰살당했다.

 

한비자의 철학은 한마디로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것이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남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관을 짜는 사람은 남들이 죽기를 바란다. 수레를 만드는 이가 어질고 관을 짜는 이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귀하지 않으면 수레를 사지 않고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땅 주인이 머슴을 고용해 농사를 지을 때 좋은 음식을 먹이고 후하게 대우하고 돈을 지급하는 것은 땅 주인 마음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머슴이 농사를 잘 짓기 때문이다. 머슴이 열심히 농사를 짓는 것도 주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부지런히 일을 해야만 후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익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비, 선악, 미추는 상대적인 것이다.

 

법이 밝은 것이라면

술은 어두운 것이다.

세란 무엇일까? 통치자의 위엄과

권세를 뜻한다. 정치적 지위와

법률적 수단을 이용해

휘두르는 권세다.

 

 

춘추시대에 시해 당한 임금이 36, 망한 나라가 52개이고 제후들이 사직을 보존하지 못하고 도망간 나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의 일이 점차 쌓여 일어난 일이다. 군주는 이해관계가 모이는 과녁과 같아서 여러 사람이 활을 겨누고 있다. 신하가 반역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법··(··) 분야의 통치술이 필요하다. 법이란 문서에 기록해 관청에 비치하며 일반 백성에게 공포하는 것이다. 법과 술을 버리고 마음대로 통치한다면 요임금 같은 성군도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그림쇠와 곱자를 버리고 어림짐작으로 한다면 해중 같은 목수도 수레바퀴하나 만들지 못할 것이다. 술이란 통치자가 법치를 실행하는 방법이자 수단이다. 술이란 군주가 능력에 따라 관직을 부여하고, 관리의 직책에 따라 실적을 따져 생사여탈의 권력을 장악하며, 신하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군주가 자리를 지키는 재주다. 술은 심합형명(審合刑名), 둔명책실(循名責實)을 강조한다. 법률에서 정한 직무와 명분에 맞는지 실적을 평가하며 월권과 직무유지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은 분명히 드러낼수록 좋고 술은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다. 법이 밝은 것이라면 술은 어두운 것이다. 세란 무엇일까? 통치자의 위엄과 권세를 뜻한다. 정치적 지위와 법률적 수단을 이용해 휘두르는 권세다. 용과 뱀은 구름을 타고 안갯속에서 노닌다. 그러나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흩어지면 용과 뱀은 지렁이와 다를 것이 없다. 탈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탈 것이 바로 세다. 무릇 불은 형세가 사나워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에 타 죽는 일이 드물지만 물은 형세가 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다.

 

현명한 군주가 신하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형과 덕을 사용해야 한다. 통치자는 관용이나 자애를 베풀지 말고 위엄 있는 권세로 위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한 집에는 사나운 종이 없지만 자애로운 어머니에게는 집안을 망치는 자식이 있다고 비유했다. 가벼운 죄도 엄하게 처벌했던 것을 칭송하며 벌할 때는 반드시 엄과 중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엄이란 법률을 근거로 하고 엄격하게 집행하며 법을 어겼다면 반드시 추궁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이란 가벼운 죄도 무겁게 벌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한비자의 특징은 권력 집중, 엄격한 법률과 잔혹한 형벌, 감시와 통제다. 마키아벨리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군주는 사랑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안전하다.

 

법가를 채택한 국가는 모두 번성했다. 근데 법가 사상가들은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군주의 신임을 얻기 위해 아내까지 죽인 오기, 진나라가 강대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상앙, 한비자, 이사 등이 그렇다. 오기는 정변 중 화살을 수없이 맞고 비명 횡사했다. 상앙은 사지가 찢기는 잔혹한 형벌을 당했다. 이사는 허리가 잘려 죽었다. 한비자는 감옥에서 자결했다. 불을 갖고 놀았기 때문이다. 비정하고 몰인정하며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는 사방에 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 사마천은 오기, 상앙, 한비자, 이사 등 법가 사상가들이 비참하게 죽은 이유를 비정과 인색으로 보고 있다.

 

 

병가, 현명하게 리더가 되는 지혜

 

핵심은 도()와 술()이다. 병사로 하여금 어떻게 따르게 할 것인가? 이기는 지혜는 무엇일까? 손자는 도와 술, 두 방면에 대해 탁월한 주장을 펼친다. 그가 말하는 도는 백성으로 하여금 윗사람과 더불어 한뜻이 되게 함으로써 생사를 함께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손자는 호전적 인물이 아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고의 전법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의 병법은 적의 계략을 공격하는 것이고, 다음은 적의 외교관계를 공격하는 것이며, 다음은 적의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고, 가장 낮은 방법은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

  • 한근태 한근태 | - (현) 한스컨설팅 대표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
    - 대우자동차 이사 IBS 컨설팅 그룹 상무
    -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kthan@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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