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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a good shot

무슨 생각을 갖고 “오케이”를 외치는가? 멋진 컨시드의 ‘나비효과’를 기억하라

김용준 |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골프컨시드(concede)’의 나비효과

컨시드(concede, 흔히오케이라는 표현으로 쓰임)를 제대로 주려면 필드 위의 판세를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함. 내 경기 흐름만을 고려해 컨시드를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중수(中手). 내 경기 상황뿐 아니라 컨시드 받을 상대방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컨시드 여부를 결정한다면 상수(上手). 컨시드를 주고받을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반자끼리 고려한다면 고수(高手). 캐디 등 골프장 안의 모든 사람을 헤아려 최종 결정을 내린다면성인의 반열에 오른 골퍼. 때로 컨시드 하나가 18홀 전체 승부뿐 아니라 골프 플레이어 사이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나비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함.

 

 

 

 

 

편집자주

골프는 더불어 하는 스포츠입니다. 늘 함께 라운드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굿 샷을 날리고 더 좋은 스코어만 낸다고 다 멋진 골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즈니스맨이자 골프 티칭 프로페셔널인 김용준 교장이 골프에서샷 이상의 그 무엇에 대해 연재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골퍼이자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하는 길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골프에서오케이컨시드(concede)’1 를 잘못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시아 골퍼들은 오케이라고 흔히 말하지만컨시드기브(give)’라고 고쳐 말하는 편이 더 멋지다. 컨시드를 줘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를 가릴 줄 안다면 당신의 골프 실력은 이미 보통 수준을 넘어섰다. 필드 위의 판세까지 읽어야만 주도적으로 컨시드를 주고받을 수 있을테니 샷(shot) 실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컨시드, 주는 것만큼 받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는 상대에게 충분히 가까운 퍼트(putt)를 컨시드 주지 않고 치도록 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우선, 상대가 그 퍼팅을 실패하고 마음이 흔들려 이후 줄줄이 보기(bogey)를 기록하며 무너질 수 있다. 나에겐 기회다. 반대로 상대가 그 퍼팅을 성공시키고 상승세를 타며 그 이후에는 짧은 퍼트뿐 아니라 미들 퍼트까지 떨어뜨리며 나에게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상대의 이런 기세에 오히려 내가 흔들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짧은 퍼트도 마무리해야 하는 선례를 남기며 인심까지 잃었으니 나에게도 그만한 거리의 퍼트가 남았다면 컨시드를 바랄 수가 없어 부담은 배가 된다.

 

가끔은 상대를 배려한 컨시드가 내 신뢰를 떨어뜨리는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상대가 팽팽한 승부를 즐기는 상급자일 때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어중간한 거리가 남은 상대방 퍼트를 컨시드 줬는데 상대가 그런 퍼트에 도전하는 것을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골퍼라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나의 배려(또는 아부)를 경솔함이나 경박스러움으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가 더 상수(上手)라는 오만함으로 상대에게 컨시드를 남발한다면 상대는 그 컨시드를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물론 컨시드는 대부분 골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평소에 유쾌한 선수가 라운드 도중 말수를 줄인다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럴 때는 승부를 넘어서 애매한 거리라도 컨시드를 한 번 주면 그의 마음을 풀어주고 샷도 함께 살아나게 만들 수 있다.

 

컨시드를 받는 것도 주는 것 못지 않게 어렵다. 동반자가 주는 컨시드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무조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냉큼 볼을 집어 들어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동반자들과 정한 팀 규칙대로(예를 들어 홀로부터 퍼터 손잡이 이내에 들어오는 거리라면 컨시드 주기로 하는 것)라면 기꺼이 받고, 그렇지 않다면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 넙죽넙죽 컨시드를 받거나 아예 상대가 컨시드를 주지도 않았는데이거 오케이 아니냐며 볼을 집어 드는 행동은 품격을 떨어뜨린다. 오히려 팀 규칙을 벗어난 거리를 컨시드 주더라도아닙니다. 컨시드 거리가 아니니 마크하고 플레이 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상대는 나를 멋진 골퍼로 기억할 것이다.

 

 

 

 

컨시드 주기에 어중간한 거리를 뜻하는 말 중인사고과 거리라는 표현이 있다. 많은 경영진과 라운드 하면서 들은 얘기를 밑천으로 필자가 만든 표현이다. 그룹사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과 동반 라운드 하는데 회장님의 퍼트가딱 그 거리가 남았다면 임원들로서는 컨시드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컨시드를 안 줬다가는위 아래도 없다고 속된 말로 찍힐 것 같고, 컨시드를 주자니너는 경영도 그렇게 헤프게 하냐고 욕 먹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회장과 멀찌감치 떨어져 딴청을 피우는 것이 장수하는 임원의 비결이다.

 

컨시드를 주는 데에도 단수가 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경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에게 컨시드 줄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면 중수(中手). 자신의 퍼트가 도저히 컨시드를 바랄 수 없을 만큼 멀고 성공할 가능성이 낮을 때 제법 가까운 거리를 남긴 상대방에게도 컨시드에 인색하다거나 자신의 퍼트가 컨시드 받기에 애매한 거리일 때 비슷한 거리의 동반자 퍼트에 얼른 컨시드를 주면서 자신도 슬쩍 묻어가는(컨시드를 얻는) 지혜가 있다면 이 레벨이다. 이런 플레이어는 나름대로 경기도 잘 풀어가며 승부에서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로서 라이벌이자 골프 친구로도 그만이다.

 

컨시드 받을 상대방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컨시드 여부를 정한다면 상수(上手). 동반자의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있다면 조금 먼 거리도 흔쾌히 컨시드를 주고, 반대로 상대가 크게 앞서고 있을 때에는 컨시드를 빡빡하게 줘서 상대 플레이어를 긴장시켜 승부를 길게 가져갈 줄 안다면 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동반자의 핸디캡과 스코어까지 꿰고 있으면서 동반자의 샷이 풀려가는지, 꼬이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자신의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수준이야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평균타수 80대 초반에서 70대 후반은 치는 플레이어로서 어떤 강자와 겨뤄도 자신이 있어야 이 정도 안목을 갖는다.

 

컨시드 받을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반자까지 고려한다면 이미 고수(高手)의 경지다. 내기 골프를 하는 중에 크게 이기고 있는 두 플레이어끼리 컨시드를 주고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성적이 제일 나빠 돈을 많이 잃은 꼴찌 입장에선겨우 한 홀 잘 쳐놨더니 저희들끼리 애매한 거리를 컨시드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기분 상할 수도 있다. 이런 다른 동반자의 심리 상태까지 헤아리는 경지에 이르러 컨시드를 다룬다면 아마추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내기에서도 잃는 일이 거의 없는 고수이니 야박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골프 사부로 모시는 진짜 싱글 핸디캐퍼여야 이 차원에 이를 수 있다.

 

더한 경지가 있다면 바로 팀을 넘어서 골프장 안의 모든 사람을 헤아리는 플레이어다. 한마디로 골퍼로서는성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팀이 컨시드를 엄격히 적용하느라 느리게 플레이 하는 사이 뒷 팀이 줄곧 세컨드샷(second shot)2 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고, 우리 팀 캐디(골프 경기 도우미)마저 초초해 하며 마샬(코스 진행을 살피는 골프장 직원)이 가까이에서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까지 한눈에 읽고 동반자 누구에게든 컨시드를 과감하게 주면서 판을 풀어가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가 골프의최고수. 이미 이 정도 되면 그날의 스코어나 내기에서 돈을 잃고 따는 것은 상관이 없는 절정의 경지라고 하겠다.

 

 

 

이처럼 골프에선 때로 컨시드 하나가 18홀 전체 승부뿐 아니라 플레이어 사이의 인간관계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컨시드의나비효과(지구 반대편 나비의 날갯짓이 이쪽에 폭풍을 만들 수도 있다는 뜻)’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받은 컨시드 가운데 가장 멋진 것은 경기가 어렵게 풀려 티칭 프로 체면 다 깎아 먹고 힘들어하던 라운드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브레이크(그린 경사면으로 인해 굴러가는 골프공이 휘어지는 점)가 심해 큰 부담인 내 퍼트를프로가 이것도 못 넣겠어하며오케이주던 모 선배의 멘트였다. 배려하면서도 자존심은 살려주는 멋진 컨시드였다. 이 선배는 지금도 막역한 사이로 필자가 깊이 존경하고 있다.

 

 

골프 역사상 가장 멋진 오케이

 

영국에서는 매년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인디 오픈(The Open)’3 이 열린다. 비록 영국이 주최하는 경기였지만 1951년 경기부터 무려 18년 동안 우승컵은 영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골프 종주국을 자처하는 영국 골퍼들의 자존심은 당연히 상처를 받았다. 그러던 1969, 당시 스물다섯 살에 불과한 토니 재클린이 혜성처럼 나타나 디 오픈에서 우승하며 고국에클라렛 저그(Claret Jug, 디 오픈 우승컵의 별명)’를 선물하자 영국인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해 라이더컵(Ryder Cup)4 은 디 오픈이 끝난 지 불과 두 달 후에 영국에서 열렸다. 다시 불붙은 영국인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듯 경기가 열린 사흘 내내 구름 같은 갤러리가 대회장에 모여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치열한 공방전 끝에 그해 라이더컵의 향방을 정할 마지막 매치 플레이(match play)5 인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토니 재클린(영국)의 맞대결을 중계하는 TV에는 골프를 모르는 영국인들까지도 눈과 귀를 집중했다. 초반은 미국의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가 압도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영국의(유럽 팀의) 토니 재클린이 신들린 듯한 샷을 연달아 선보이며 맹추격에 성공, 마지막 홀을 앞두고 두 플레이어가 동점을 이룬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마지막 홀, 먼저 파(Par)6 를 기록해 홀 아웃하며 최소한 비기는 유리한 입장에 있던 잭 니클라우스는 불과 1m 남짓한 거리의 퍼트를 남겨 놓은 토니 재클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토니, 나는 당신이 이 퍼팅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퍼팅을 할 필요 없습니다.” 이 컨시드로 미국과 유럽은 사흘간 치른 혈투에서 비겼고 이것은 라이더컵 최초의 무승부로 기록됐다. 당시 퍼트는 1m 남짓한 거리(토니 재클린은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고 회고)로 세계적인 프로 골퍼들의 성공률은 평균 99%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당시 토니 재클린에겐 신예 스타로서의 명성과 라이더컵 대회의 중요성, 마지막 매치·마지막 홀에서 성공을 해야만 비기는 상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코 장담할 수 없는 거리였다. 당시 잭 니클라우스는승부보다 더 큰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멋진 컨시드에 얽힌 일화다. 우리도 이런 멋진 컨시드를 줄 수 있을까?

 

 

 

김용준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 교장 ironsmithkim@gmail.com

필자는 땅끝 해남(海南)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신문사를 떠난 뒤 컨설팅과 건설업을 하며 골프에 푹 빠져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소속 티칭 프로페셔널이 됐다. 지금도 투어프로를 꿈꾸며 수련하고 있으며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에서 일반인 골퍼들을 지도하고 강연도 하고 있다.

 

  • 김용준 김용준 | - (현) 한국마케팅 회장
    - (현)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
    - (전)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조교수, 중국 칭화대(MBA) 객좌교수 등 역임
    - (전) 삼성오픈타이드차이나 초대사장
    - (전) 성균관대 중국전문대학원 설립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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