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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속 ‘금맥’을 찾는 비결

박찬국 | 12호 (2008년 7월 Issue 1)
특정 뉴스를 접할 때 우리는 흔히 그 뉴스의 제목 및 본문의 키워드를 먼저 보게 되고, 그 키워드와 관련한 새로운 소식을 찾는데 그친다. 그러나 뉴스를 좀 더 심도 있게 보는 사람들은 뉴스 그 이상의 정보를 얻어낸다.
 
아래 글은 2006년 중반부터 2007년 초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MBC 드라마 주몽(8회)에서 연타발-소서노-사용(책사)의 한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소국 연맹체인 졸본국의 대군장이자 거상인 연타발, 그는 부여의 금와왕을 찾아가 주변국 정보를 수집해 알려주는 대신 부여-한나라의 교역권을 달라고 요구한다. 주변에 철기로 무장한 한나라 및 소국들과 맞서 있는 부여 입장에서 ‘정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금와왕의 심정을 꿰뚫은 것이다. 그는 정보의 중요성을 알았고, 이를 이용해 큰 이권을 얻는다. 그리고 각 지역으로부터 많은 정보가 입수된다. 그 중 한 장면이다.
 
소서노: 별 소식을 다 전하는 군….
사용: 무슨 소식인데 그러십니까?
소서노: 구다국에서 한 여인이 자식을 열둘이나 낳았는데 열셋째 아이를 낳다 죽자 구다국왕이 애통해 했다는 소식입니다. 적당히 좀 낳지.
소서노를 바라보는 아버지 연타발. 책사인 사용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게 한다.
사용: 구다국 왕이 자녀를 많이 낳은 한 여인의 죽음을 슬퍼했다는 것은 다산(多産)을 장려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백성이 많아져 그만큼 조세가 늘어나고, 군사의 수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구다국이 국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단서인데 어찌 가벼운 소식이라 하겠습니까?
소서노에게 연타발은 이렇게 말한다.
연타발: 각국의 정세를 파악하려면 전해오는 소식의 행간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알겠느냐?
 
구다국 왕의 일화와 같은 소식을 접했을 때 보통 소서노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연타발과 사용은 무심코 넘길 소식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끄집어냈다. 같은 정보를 얻더라도 그 정보를 읽는 눈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연구보고서, 논문, 학회 등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원천은 방대하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우리는 세상을 어느 정도 넓고 깊게 이해하고 있을까.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 대부분은 정보를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중요한 정보를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정보 그 이상의 시사점을 찾으려고 애써보지만 넘쳐나는 정보의 양에 허우적대면서 별반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두 부류가 각각 정보의 중요성을 다르게 본다는 점에서는 차별되지만, 정보를 읽는 눈이 빈약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보를 제대로 볼 줄 안다면 이른 시간 안에 의미 있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것이고, 그 선택한 정보가 주는 시사점을 한데 엮어 더 넓은 세계를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통찰력 키우는 기술 - 관계를 보는 능력
통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름길 중 하나는 특정 뉴스에서 시사점 또는 새로운 정보를 이끌어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그 기술을 통해 뉴스 내용 이상의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통찰력 또한 키울 수 있다. 더 넓은 세계를 보기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에서 소서노와 같이 뉴스에 적힌 내용 그 이상을 보지 못한다면 뉴스를 보는 노력에 비해 그 효용이 너무 적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연타발이나 사용과 같이 뉴스 그 이상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특정 뉴스에서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기 위해서는 그 뉴스의 내용과 다른 뭔가를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타발과 사용은 ‘열셋째 아이를 낳다 죽은 여인을 두고 구다국 왕이 애통했다’는 사실에서 그 왕이 그렇게 행동한 원인을 찾아 나섰고, 그 원인을 다산 장려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다산 장려책을 다시 세금, 군사, 국력 등의 요소들과 연결지었다. 결국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과 관계 맺기를 시도한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시사점을 찾기 원한다면 그 사안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것과 관계를 지을 수 있는 능력은 다양한 시사점을 이끌어 내는 핵심 기반이 된다.

관계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관계들은 다음과 같다.
가족, 부부, 연인, 삼각, 운명, 친구, 애증, 노사, 채무, 상하, 수평, 계약, 동맹, 역학, 이해, 인과, 상관, 우호, 적대, 상보, 공생, 공존, 공진화, 기생, 보완, 대체, 친분, 대립, 종속, 필수, 충분, 모순, 상극 등.
 
관계에서 연상할 수 있는 관계는 이처럼 무수히 많다. 이런 관계의 종류는 분류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표1은 관계의 영역, 주체, 계기를 기준으로 관계의 종류를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차원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단순한 틀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틀로 ‘관계의 속성’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관계를 가장 포괄적이며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상호 부합도’를 주요 속성으로 삼았다. ‘상호 부합도’는 특정 상황에 따라 서로의 관계가 도움이 되는 관계인지, 대립 및 갈등을 유발하는 관계인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상호 부합도’는 단순하게 양(+)과 음(-)의 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궁합이 맞아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갈 경우 부부 간에 양의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의 성격 및 생각이 맞지 않아 불화가 커질 때에는 음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물론 ‘상호 부합도’만으로 모든 관계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간, 강도(정도)라는 부수 속성을 덧붙여 관계의 속성을 보다 세밀하게 볼 수 있도록 분류했다.(표2 참조) 

관계 구조의 특성을 이와 같이 파악했다면 실제로 어떻게 응용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먼저 하나의 뉴스 기사를 선정해 그 시사점을 뽑아보기로 하자.
뉴스 1) 유튜브 동영상광고 본격화 (디지털타임스 2007.8.23)
주요 내용
- ‘동영상 클립’ 재생시 화면 하단에 반투명 형태로 약 10초 동안 게시
- 이용자가 광고 시청 여부 선택 가능
- 기존 광고보다 호응도 510배 향상 기대
 
이 뉴스를 보고 시사점을 말하라고 하면 보통 ‘동영상UCC 시장 활성화에 기여’, ‘인터넷 광고시장 성장 촉진’ 등에서 머무른다. 하지만 ‘관계’를 염두하고 다시 생각한다면 사고의 범위를 크게 확장할 수 있다.
 
관계를 고려해 시사점을 도출하기 앞서 일단 생각의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이 글에서 관계를 고려할 영역으로는 기술과 산업, 관계형성 주체는 사용자와 기업,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는 경제적 이해로 각각 국한시켜본다.
 
관계의 주요 속성인 ‘상호 부합도(시사점 도출을 위한 2차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했다.
 
상호 부합도가 양(+)인 관계
동영상UCC 광고 확산 → 모바일, IPTV 부문 동영상UCC 광고로 확산 → 선거운동, 환경캠페인 동영상 광고 등 파생 광고 확산
동영상 제작자와의 광고 수익 분배 → 광고가 실릴만한 동영상UCC 제작 확산 → 인기, 건전 콘텐츠 제작 확대 → 광고가 실린 동영상만을 업로드한 사이트 등장
블로그들의 텍스트를 쉽게 동영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술 보급(동영상UCC 당 광고 수익이 텍스트 광고 수익보다 클 경우)
구글 수익 증대 → 구글의 현 추진 사업 탄력 → 웹기반 소프트웨어 부문에 구글의 투자 여력 확대 → 광고 수익 기반 소프트웨어 확산 촉진
 
상호 부합도가 음(-)인 관계
지상파 광고 수익 감소 추세 확대 → 지상파 간접광고 규제 완화 목소리 강화 → 간접광고 기술 발달
타 동영상 UCC 업계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 → Daum TV팟, 판도라TV 등 동영상 UCC 업계 광고기술개발 투자 확대 → 국내 동영상 UCC 광고 시장 개척을 위한 연합체 형성 가능
 
기술·산업 외에 ‘사회문화’ 영역을 추가하거나, 사용자·기업 외에 ‘정부’를 새로운 주체로 추가하면 또 다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뉴스와 또 다른 뉴스를 연결하면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다. 2007년 8월 8지상파 Virtual 광고 도입 재추진’이란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뉴스 2) 지상파 Virtual 광고 도입 재추진 (디지털타임스 2007.8.8)
주요 내용
-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이용해 TV 화면에 광고 그래픽을 합성, 방송을 내보내는 Virtual 광고 도입 재추진
- Virtual 광고는 지난 2001년부터 도입이 시도돼 왔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지연됐으며, 지난해말 정부가 방송ㆍ광고 규제 합리화의 일환으로 도입 필요성 강조
 
이 기사를 ‘뉴스 1. 유튜브 동영상광고 본격화기사’와 연결하면 앞에서 제시한 시사점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

두 기사의 결합으로 새롭게 발견한 시사점
● Virtual 광고의 동영상 UCC 부문으로의 확산 → 사용자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광고방식으로서 현 유튜브의 광고방식 대체 가능 → UCC 수익모델의 새로운 지평 전개 → 일반 유료 동영상(교육, 패션 등) 및 게임 콘텐츠에도 Virtual 광고 확산 → 콘텐츠 제작사, 콘텐츠 배급사, Virtual 광고제작사, 광고대행업체 간 새로운 가치사슬 형성
● Virutal 광고 기술 발달 → CG 관련 Open API 등장 → UCVA(User Created Virtual Advertisement; 사용자가 직접 만든 Virtual 광고) 등장 → UCC 제작자가 자신의 동영상에 올릴 광고도 제작하는 경우 발생 → 동영상 UCC 광고 전문가 및 단체 탄생
 
이렇게 하나의 정보에서도 다양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고, 다른 정보를 결합시킴으로써 또 다른 시사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관계를 보는 능력이 곧 정보를 보는 능력
이 글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 요지는 시사점이 곧 관계에서 파생되고, 그 관계 구조를 창의적으로 이해할 때 새롭고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뉴스의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관계형성 영역·주체·계기(촉매) 등에서 다루고자 하는 중심 분야를 선택하고, 관계의 주요 속성인 ‘상호 부합도’에 따라 그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꾸며갔다. 관계의 부수 속성인 방향, 시간, 강도의 기준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훨씬 다양하고 심도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이 글에서 제시하는 방법 및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관계의 의미와 속성을 새롭게 되새기며 자신이 알고자 하는 영역에 응용한다면 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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