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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Manners

배려의 나라 일본, 선물의 코드는 세심함

박영실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선물과 식사, 음주, ‘중화사상등 지난 회까지 다뤘던 중국 문화의 특성과 이를 고려한 비즈니스 매너의 핵심은허세와 자존심 살려주기로 요약된다.

 

늘상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이웃 일본은 어떨까. 일본 경제가 20년간의 장기침체를 겪었다고는 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히 막강하다. 한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항상 따라가야 할 대상이었고 배워야 할 경쟁자였다. 여전히 상호 비즈니스 규모도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 매너 일본 편 첫 회에서는 일본인과의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선물 매너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적 관행’: 일본 선물문화를 이해하는 열쇠

 

1946년에 발간된 <국화와 칼>은 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쓴 고전이다. 국화를 가꾸는 데 온 힘을 쏟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민족인 동시에 칼(무력)을 숭배하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분석했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롤랑바르트(1915∼1980) <기호의 제국>이라는 저서에서텅 비어 있음이라는 기호로 일본 문화를 정의 내린다. 일본 특유의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선물 포장지는 진부하고 평범한 내용물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는 것으로주체의 부재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는 얘기였다. 일본도 분명 동양문화권이고 체면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다. 동양권에서는 원래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빈번하고 현금 또한 선물품목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이와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르다. ‘사회적 관행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선물문화 역시 관행에 따라 특별한 날 외에도 매우 자주 주고받는 특성을 지닌다.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더라도정성의 표시답례의 개념으로 자주 오간다. 여기에서답례란 사소한 친절에 대한 보답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말라는 게 많은 이들의 주된 사고방식이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친절을 받았는데 답례를 하지 않는 것 역시폐를 끼치는 행위로 인식된다. 이렇다 보니 선물 교환은 급격히 증가한다.

 

거래처 방문이나 아무리 사소한 친절에도 반드시 선물로 보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는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이나 출장 후 주는 기념품이나 남의 집이나 거래처를 방문할 때 그 지방의 특산물(, 과자, 술 따위)을 사주는 선물을 오미야게(土産)라고 한다. 또 명절,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끝난 후에 건네는 선물(생활용품, 음식물, 도자기, 양주 등)을 오쿠리모노()라고 한다. 그 밖에 남의 집을 방문할 때 가지고 가는 선물, 예법에 따라 병이 들거나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주는 위로의 선물 등 종류도 많은데, 특히 장례식 때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잘 장식된 봉투에 현금을 집어넣어 준다. 그러면 유족들은 일본의 전통 예법에 따라서 받은 액수의 30∼50%를 다시 돌려줘 답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인들의 선물: 세심함으로 승부한다.

 

일본인들의 선물을 보다 큰 틀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국가 간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외교관계에서 일본 총리들이 활용한 선물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들이 건넨 선물의 공통된 코드는세심함이다. 1983년 일본 야스 총리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 전통 나각(소라 고동)을 선물했다. 1996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노모 히데오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했으며 2001년에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낚싯대와 카메라를 선물로 줬다. 이처럼일본 전통문화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상대가 원하는 것이나 취향을 파악한 뒤 세심하게 준비하고 포장한다.

 

2009년 아소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준 선물은세심함전통까지 더해진 완벽한 선물이었다. 일본 후쿠이시 유명 장인의 젓가락 세트를 선물했는데 오바마 가족 전원에게 각자의 이름을 젓가락에 하나하나 새겨서 줬다. 일본의 젓가락 문화, 스시 문화를 담으면서도 가족의 이름을 새겨주는 방식을 통해가족에 대한 사랑을 주요 가치로 삼는 미국 문화도 고려한 최고의 선물이 됐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해 2월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산 혼마 골프 퍼터를 선물했다. 이것은 라인 킵슨 선수가 올해 5월 세계 최초로 55점이라는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대회를 우승할 때 썼던 골프채로 일명 아베골프채로 불리는 것이었다. 2009년 취임 이후 지난 915일 현재까지 총 145회 라운드를 즐긴 골프광인 오바마를 겨냥한 세심한 배려의 선물이었다.

 

일본인들의 답례: ‘감사인사도 선물이다.

 

앞서 일본인들은 물질이 아닌사소한 친절에도 답례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고 했는데 때론 자신이 선물을 받는 자리에서 상투적인 감사인사가 아닌최고의 답례인사로 그 즉시 선물한 상대방을 크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폐를 끼친다는 생각에서다.

 

2006 6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평소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던 고이즈미 총리에게 엘비스 노래 25곡이 담긴 자동전축(jukebox) 하나를 선물한다. 그리고당신(고이즈미)처럼 그(엘비스)도 아주 훌륭한 헤어스타일에 대중 앞에서 노래도 잘했다고 치켜세웠다. 최고의 덕담이었다. 그런데 고이즈미의 답례인사는 한 수 위였다. 그는 우선 감사의 표시로 엘비스의 노래 한 곡을 직접 부른 뒤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영화하이눈에 나오는 보안관 게리 쿠퍼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악당에 맞서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게리 쿠퍼와 오늘날 미국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악이 상존하는 세계에서 미국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항상 미국 편에 서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들이 대대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였던 하이눈의 주인공을 예로 들면서 당시 반전여론 속에서 힘들게 이라크전쟁을 치르고 있던 부시 대통령에게단 몇 줄의 인사말로 최고의 선물을 안긴 셈이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신사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총리에게 단 한 번의우려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인과의 선물 교환에서 주의할 점

 

일본인들은 사소한 친절에도 물질로 답례하고 물질적인 선물을 받았을 때에는 나중에 답례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물을 받는 자리에서도세심한 언어로 감사인사를 전한다. 따라서나중에 크게 한번 도와줘야지’ ‘큰 선물을 해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뜸을 들이기보다 작은 선물이라도 우선적으로 주고받는 게 훨씬 낫다.

 

우선 일본에서는 흰색은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흰 종이로 포장을 하는 건 금기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흰 꽃 특히 국화를 선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홀수보다는 짝수로 선물하는 것이 좋다. 짝수로 선물하는 것이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한괴롭게 죽는다는 의미가 있는 빗(くし)은 절대로 보내서는 안 되는 금기물품이다.

 

병문안 갈 때에는 화분은 절대 선물하지 않는데 이유는 뿌리내린다는 뜻의네즈쿠(ねづく)’와 화분의 발음이 비슷해 오랜 기간 입원하라는 뜻으로 잘못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는 사람에게는 가급적이면 유리잔 등을 선물하지 않는 게 좋다. 유리는 잘 깨지고 쉽게 부서지는 물건이라서결혼이 깨지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윗사람에게 선물할 경우에는 구두, 양말, 슬리퍼 등을 선물하는 것은짓밟는다는 의미가 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친분을 단절하는 의미나 인연을 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칼도 좋지 않다. 칼 같은 경우 예외적인 경우에는 허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중국혁명의 지도자였던 쑨원이 1918년부터 1924년까지 머물렀던 장소 쑨중산구쥐에 그가 일본 친구에게 선물 받은 칼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 특별한 관계나 의미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인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김 이사는 자신의 일본인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한 한정식 집에서 모였는데 그는 식사가 끝날 무렵 특별한 선물 하나를 안겼다. 초대를 한 한정식 집에서 제공되는 메뉴 리스트를 받아 일어로 번역해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평소 일본인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한정식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아 자신이 맛있어 하고 좋아했던 음식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본 뒤에 아이디어를 내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오직 배려와 정성, 세심함만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들과의 비즈니스에 최고의 윤활유가 됐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CD DVD 등도 좋은 선물이 된다. 그러나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한국 음악과 영화, 배우 등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자의 한 지인은 수년 전 겨울연가가 최고의 인기를 얻던 때에 일본 거래처 임원 부인들에게겨울연가관련 CD를 선물했다. 선물을 가져다준 남성 임원들은덕분에 아침 반찬이 좋아졌다고 지인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인삼 관련된 제품이나 김치, 깻잎, 라면 등도 가격적으로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환영받는 아이템이다.

 

선물은 양날의 칼과 같다. 상대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한 시점에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전달하면 상대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부적절한 타이밍에 목적이 드러나 보이는 지나친 선물은 오히려 부담과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OECD 뇌물방지협약에 따라 미국과 영국을 위시해 각 비준국들의 해외부패방지법 적용이 최근 들어 크게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과정에서 나이지리아 정부 관료와 국영 석유공사 간부에게 뇌물을 준 일본의 대형 플랜트엔지니어링 회사인 JGC는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 기업 내에서도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일본 기업, 일본인과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한 상황에서 사회적 관행을 중시하는 섬세하고 세심한 선물문화에 맞는 선물을 고르고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osil0928@pspa.co.kr

필자는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를 맡고 있다.

  • 박영실 | - (현)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 (현)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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