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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슈미트라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장 인터뷰

실무 프로젝트 + 온라인 지식전수 그러나, 핵심은 학생의 의지이다

김선우 | 141호 (2013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허태영(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MIT의 경영대학원인 Sloan School of Management1914 MIT 경제통계학과 엔지니어링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처음 설립된 이래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 등 전 세계 90개 국에 2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기업의 시니어 임원급 이상이고 20%는 기업의 CEO/President이며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의 수는 650개 이상이다. DBR은 내년 설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Sloan스쿨의 데이비드 슈미트라인(David Schmittlein) 원장을 만나 MBA 및 경영 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슬론 경영대학원의 100주년을 축하한다. 어떻게 최고의 비즈니스스쿨 중 하나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는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MIT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우리는 MIT의 경영대학이다. 다른 일류 비즈니스스쿨들도 그들만의 특색이 있겠지만 어떤 대학교에 소속돼 있는 경영대학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와 달리 MIT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은 보통 MIT를 과학과 공학을 이용해 미래를 창조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슬론 경영대학원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교육기관이다.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MIT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형태의 경영대학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또한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과학적 접근 방식, 향후 20년 뒤에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습득이 바로 MIT만의 두 번째 특성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MIT적 특성이 반영된 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입학을 희망하는 한국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입학 관련 팁이 있다면?

데이비드 슈미트라인(David Schmittlein) 원장은 MIT 경영대학원인 슬론(Sloan)스쿨의 마케팅 분야 교수로 2007년부터 원장으로 있다. 슬론에 부임하기 슈미트라인 원장은 1980년부터 2007년까지 28 동안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HP, AT&T, 포드자동차, 존슨앤존슨, 타임워너 많은 글로벌 기업에 대해 마케팅 관련 자문을 경력이 있으며 브라운대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MBA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요구하는 과정들을 충실히 따라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한 능력의 지표는 예컨대 학점이나 시험성적 등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이 합격과 불합격을 좌지우지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일부분일 뿐이다. 지원자들의 배경 중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번째 요소는 개개인의 특성과 경험치이다. MBA 과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팀을 꾸려 비즈니스의 실제적인 면을 탐구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끌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비즈니스 활동에서 그와 같은 긴밀한 팀워크, 협조는 중요하다.

세 번째 요소는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지원자들은 입학 에세이나 면접에서 일련의 자기평가적 질문(behavioural question)을 받게 된다. 개인적 동기, 리스크테이킹 경향, 전문적/비전문적 경험, 실패로부터 배우는 검증된 능력,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식 등을 물어본다. 또한 어떤 선택에 대해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스스로 숙고하는 것도 포함된다. 본인의 선택이나 경험으로 말미암아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그로부터 내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리더의 자질을 뽑아내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20여 년간 목격한 바로는 리더의 자질을 길러내는 것은 단순히 경제학이나 재무, 회계를 배우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 양쪽의 경우에서 (리더의 자질/회계 등 기능학습) 지원자들은 일종의 기질(raw material)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재무, 회계, 경제학을 배우고자 한다면 수학이나 통계에 대한 약간의 소양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양이 일정 수준만 충족된다면 학교는 얼마든지 학생에게 회계를 배우길 종용할 것이고 학생도 기꺼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학생의 기본 소양이 어느 정도 수준이든지 간에 학교가 학생으로 하여금 리더의 자질을 습득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생이 스스로 원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진정성이 없다면 강의실에서의 경험도, 프로젝트 경험도 리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 예를 들어 학교가 현금흐름추정법을 외우라고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유연한 리더로 키워내는 것은 강요와는 별개의 것이다. 동료들과의 유대감을 가지라고, 팀을 잘 이끌어보라고 채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입학과정에서의 자기평가적 질문을 통해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진정 스스로 원해 이 경험을 찾아왔는지이다. MIT에서의 프로젝트들이나 활동들이 그들을 리더로 키워줄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강요하지 않으며 대부분 우리 학생들은 스스로 그것을 위해 기꺼이 제 발로 찾아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강요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학생의 내면을 바꾸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가 강요한다고 해서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발전을 원하는 사람을 찾는다.

 

리더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계발되는가?

분명 뛰어난 리더십 역량과 자질을 타고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적으로 계발돼야 한다. 리더십 기술은 분명 후천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우리가 리더십 스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기회를 포착하는 힘, 과열 경쟁에서도 상식을 추구하는 일,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을 자극하고 이끌어나가는 일 등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그런 것들 모두 리더십 스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리더십의 전체 그림에서 이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용기, 유연성, 유대감, 정직과 같은 본질적인 기저에서 또 다른 전체적인 그림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에 심리학자는 특성(trait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가 이를 특성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기를 수 있거나 아예 타고나는 요소라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년간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될 즈음에 굳어버려서 바뀌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그러한 특성들이 사실은 고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을 학생들이 후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끔 돕고 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학생 본인이 스스로 원치 않는다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리스크테이킹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직의 가치, 용기에 대한 헌신이 무엇인지 등이 이런 접근의 대상이 된다.

 

경영대학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영대학은 어떻게 진화할까?

미래의 경영대학은 목적과 제공하는 가치의 분리를 겪을 것이다. 나는 경영 기능에 대한 몇몇의 훈련이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팀 플레이나 리더십 스킬과 같이 high touch에 해당하는 경영 교육의 측면은 단순한 강의로는 전달되기가 어렵다. 나는 교수가 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이 점점 경영 교육의 작고도 작은 부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영 교육은 교실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만약에 마케팅의 4P에 대해서 가르친다면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복잡한 경영 문제를 진단하는 것을 배우려면 교실 밖으로 나가서, 컨설팅 경험이 많은 교수들이 이끄는 실무 프로젝트를 할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방식 때문에 교실은 점점 더 비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경영 교육의 미래가 이것과 같이 두 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학교들이 제공하는 두 부분이 어떻게 얼마나 섞일지는 각 학교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교실에 남게 될까?

우리는 3년 전에 새 건물을 지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형화된 현대 경영대학 교실은 둥글게 단으로 배열된 전형적인 교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이 없는 교실을 만들었다. 오래 전에 한 공사인데 왜 이걸 짓겠다고 했을까?  왜냐면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원형 테이블들이 있는 교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때로 교실 앞 쪽 연단으로 나와 지금 자기 팀이 뭘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다시 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이건 다른 방식의 교육이다. 교실에서 이야기할 때 왜 우리는 사람들이 함께할 공간이 필요할까? 아이디어를 공유할 이유는 있지만 케이스 토론을 똑같은 방법으로 65명과 공유해야 할 이유는 없다. 케이스 토론은 실천 학습, 1970년대의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이다. 맡은 실제 프로젝트가 있다면 케이스 토론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각자 맡은 바를 하고, 그것을 계속 해나갈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경영대학이 학부 수준에서는 기능적인 주제보다는 좀 더 일반적 주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동의하는가?

MIT 초기로 돌아가 보면 MIT는 이 둘 사이의 균형점이 있기에 모든 방식을 처음으로 돌려보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MIT에 대한 계획은 3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유용한 지식이다. 두 번째는 실행하면서 얻는 배움(learning by doing)이다. 이것은 150년 전의 것이다. 마지막은 학부생을 위한 인문학과 전문 기술 교육을 함께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조합이 있어야 할까? 우리는 학부생이 다양한 사회 체계, 인문학, 예술에 노출되는 것이 한 명이 온전한 인격체로 발달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나는 전인적 인간이 아니라면 한평생 동안 온전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MIT에서 겪는 학부 생활의 일부는 전인적 인간, 그리고 이런 시각의 일부를 기르는 것에 관한 것이다.

 

MIT의 모든 강의를 공개한 웹사이트 ‘MIT Open Course Ware’에 들어가봤다. 직접 MIT에 가지 않고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돼 있다. 이를 보면 미래의 대학은 지금의 대학과 많이 다를 것 같다.

MIT의 온라인 활동을 살펴보면 2개의 목적이 있다. 온라인 정보의 목적 중 일부는 세계에 공짜로 뭔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MIT가 비영리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또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를 하지만 가능하면 이것으로 돈을 벌려고 하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재정관리, 엔지니어링, 경영의 몇 가지 요소 같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기부자들이 우리에게 준 지원금을 통해 이를 할 수 있다. 몽골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MIT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과학적인 엔지니어링 코스 자료로 작은 그룹으로 모여 토론을 한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다른 이유도 있다. 만약에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 MIT에 직접 수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것이 4P이다라고 교수가 설명해주길 원하는가? 이는 당신의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만약 교수와 함께하는 것이 각각의 P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라면, 예를 들어 Pricing이라고 생각해보자. 만약에 가격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는 어떻게 경제를 파탄낼까? 이런 것들이 좀 더 의미 있는 토론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적인 것들을 알아야 한다. 이런 기초 사항들은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하나는 강사가 아닌 파트너로서의 교수진이 되도록 해 캠퍼스에 있는 사람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 최대한 많은 교육을 전 세계인들이 이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만약 수업을 모두 공개한다면 사람들이 MIT에 입학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수 있다.

위협 요소이긴 하다. 사람들이 MIT에 와서 좋은 교수진과 함께 교류하고, 또 비록 학부생일지라도 자신을 계발하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해보며, 자신을 시험하고 배운다. 그래서 한동안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긴 하지만 이제껏 우리가 봐왔던 것은 MIT를 몰랐던 사람들이 MIT 코스를 통해 MIT를 알게 되고 배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MIT로 오고자 하는 바람이 커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식의 새 지평을 만들어갈 커뮤니티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서 말이다.

 

다른 비즈니스스쿨들과 비교했을 때 Sloan만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미국 일류 비즈니스스쿨 졸업생들의 Top 5 희망직장은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는, 적어도 Top 5 중 두 곳은 Google이나 Amazon 같은 기술선도기업이다. 이게 차이점이다. 슬론 경영대학원의 실제를 들여다보면 학생 개개인들의 특색과 미래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은 졸업 후 진로에서 드러난다.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 학생들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으로, 몇몇은 기술기반 회사를 택한다. MIT 슬론은 역동적인 기업운영,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환경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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