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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성과를 만드는 사람과 친구가 돼라

최효진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A기업 경영기획실의 아침 회의. 박 실장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잔소리 중 으뜸은 바로성과타령이다. 오늘은 상반기 성과가 저조하다며 무차별 비난을 퍼붓는다. 박 실장은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까지 붉어졌다. 김 대리는 속으로아니 매일같이 매출자료 분석하고 경영진 회의를 만드는 게 업무인데 무슨 성과를 만들라고 저렇게 난리야? 데이터 틀리지 않게 잘 만들면 그게 성과지. 그렇게 성과가 좋으면 수치가 명확한 영업팀으로 가든가라고 생각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성과라는 두 글자일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은 회사에서 가장 신바람이 날 때로자신의 업무성과를 인정받았을 때를 꼽았다.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로는성과 1위에 들었다. 경력관리에 대해 기술한 많은 책과 칼럼에서도 직장인들이 성공하기 위해선성과를 내야 한다고 한다. 모든 직장인들은 성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하지만 현재 내 업무에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내고 무엇이 성과인지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업무결과를 명확히 수치화할 수 있는 영업팀이 아니고서는 매일 반복하는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업종과 직종을 떠나서성과창출이란 단어는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내 업무에서 생존과 성공의 필수요소인 성과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자.

 

 

To Do List Deadline이 전부가 아니다

B기업 경영기획팀의 김 과장은 매일 야근모드다. 업무가 많아서 하는 야근이 아니다. 얼마 후 있을 인사 이동에 대비한 자신의 업무평가를 위한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 이번이 차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처리한 업무들을 소소한 것까지 모두 정리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팀장 면담에서 하나씩 열거했다.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업무들을 처리했는지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팀장은 그에게 한마디 던졌다. “그래서 우리 기업의 어떤 부분이 좋아졌는데?” 그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처리하는 업무의 완료가 곧 성과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과라는 것은 단순히 업무의 나열이 아니다. 내 업무가 조직과 기업에 어떠한 형태로든 기여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업무를 처리할 때 항상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서 기여한 부분을 수치로 설명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홍보담당자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언론 매체와의 관계다. 단순히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자사의 기사가 많이 보도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사 노출을 통해서 회사에 어떠한 면이 좋아졌는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후자까지 생각하면 단순히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기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업무가 끝나는 게 아니다. 회사 인지도 상승에 대해 고민하고 올리려고 보도자료 작성에도 더 신경 쓰게 된다. 결국 이런 습관은 업무에서 양뿐만 아니라 질도 높일 수 있다.

 

직장생활이 무미건조하고 발전이 없는 이유가 업무처리에가치를 두지 않고 단순히 마감(deadline)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사원 시절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하찮게 느껴져서 자괴감이 들고 열정도 쉽게 시들기도 한다. 직급이 올라가도내가 하고 있는 업무들이 문제 없이만 처리되면 끝, 그 이후는 나와 상관없어라는 생각은 직장생활을 단순히 돈벌이로만 인식하게 하고 성과창출은 물론 자신의 가치를 깎아먹게 된다. 그러나 나의 모든 업무가 조직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더 기여할 수 있는지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자신의 업무가 미친 영향을 어떻게든 분석해 보려고 한다. 모든 업무가 정확한 수치로 매겨질 수는 없지만 이런 노력이 쌓이면 연봉협상이나 인사이동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들에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항상 ‘so what?’을 기억하며 업무에 임해야 한다.

 

혼자 다하려고 하지 말라

아프리카 세렝게티 지역에서는 얼룩말과 아프리카 영양이 함께 이동한다. 같이 움직이는 이유는 얼룩말은 시력이 좋지만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영양은 시력은 나쁘지만 냄새를 잘 맡기 때문이다. 함께 이동해서 육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성과는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학력이 높고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직급이 낮고 실무적인 일을 처리할 때는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많아서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 오히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직급이 올라가면 실무보다는 팀의 운영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욕심과 열정이 지나쳐서 모든 업무에 대해 사사건건 보고를 받거나 부하직원의 공로를 가로채기도 한다. 개인의 과욕이 조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업무를 먼저 나열하고 혼자 처리할 것과 부하직원이나 타 부서와 연관된 업무로 나눠보자. 이 중 다른 사람들과 연관된 업무에서 내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분석하고 시너지 효과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의 일화는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팔라디오는 1 1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일했지만 건축 설계에 진전이 없어서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러던 팔라디오는자네는 그렇게 바쁠 필요가 없어라는 친구의 한마디를 듣고 자신의 일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모든 일을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다 보니 잡다한 일까지 처리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성과의 판단기준은내가 한 업무가, 혹은 우리 부서가 만든 결과물이 기업 전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가에서 책정된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들을 완벽하게 해냈고 결과물이 모두 인정할 만한 훌륭한 수준이라도 우리 부서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성과는 업무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하는 것만이 아니다. 무리한 욕심을 내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까지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성과를 만드는 사람과 교류하라.

하반기 출시할 제품에 관한 전략회의에서 C기업의 김 대리는 망신을 당했다. 자신이 발표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팀장이젊은 사람답지 않게 생각이 촌스럽구먼. 그래서 어디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겠어라고 핀잔했다. 자신 있게 준비했던 발표라서 창피함은 물론 자괴감까지 들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김 대리는 퇴근 후 입사 동기인 영업팀 오 대리와 함께 술을 마셨다. 오 대리도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서로 신세를 한탄하다 보니 술병은 쌓였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어울려 얘기를 나눈다.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업무에 관한 스트레스를 나열하거나 상사나 부하직원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서로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공감과 위로에 불과하다.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책을 얻기 위해선 서로 다른 생각과 상황에 있는 사람과 의견을 나눠야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해당 분야에서 크게 성과를 낸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의 업무태도, 가치관 등을 배워야 한다.

 

성과를 창출하려면 성과를 내본 사람과 일을 해야 한다. 큰 기업일수록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들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런 부서에서 경험을 쌓으면 경영진과 같이 일하기 때문에 회사나 업무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르다. 지금 자리에서 스스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성과가 없다고 상사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면 부서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에게 붙어서 일하거나 그 사람의 업무태도를 배우려고 노력해보자. 물론, 그런 사람들은 업무량이나 속도에 있어서 월등하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것이 매우 피곤하고 그런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당신을 챙겨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옆에 함께 일하다 보면 더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은 주가나 상품으로 투자자나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정치인은 선거 결과에 따라서 권력을 쥐기도 하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직장인은 성과에 따라 직급과 연봉이 결정된다. 평가를 받을 때 중요한 것은열심히 노력했다가 아니라성과를 만들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변명은 한두 번은 가능하다. 그러나 계속 이해를 요구할 수는 없다. ‘업무의 완성을 넘어서업무를 통한 성과를 내는 직장인들이 되길 바란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그들은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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