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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 & Practice

‘낯선 사람’들의 양다리 전술: 여성들이여, 남성 네트워크를 모방하지 마라!

김태영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김태영 교수의 ‘Theory and Practice’ 코너를 연재합니다. 김 교수는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입니다.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내 비즈니스와 실생활에 적용한 김 교수의 글은 많은 통찰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낯선 사람들, 정당성과 사회적 비용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현상을 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국가, 학교 등 특정 범주에 속한사람혹은 이미 알려진현상에 대해서는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행동양식, 혹은 현상의 흐름이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기존의 정보 혹은 인식틀로는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 또는 사회 현상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 사고방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낯선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두게 된다. 따라서 항상새로운 것은 이렇게 정당성(legitimacy) 부족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들며 결국 낮은 성공률로 이어진다. 문제는 낯선 것 혹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혁신도 없으며 나아가 미래가치에 대해 논하기 힘들다. 새로운 상품, 기술, 디자인 등 낯선 현상들과 관련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 내의낯선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낯선 사람들이란 기존에는 자주 보지 못했던 소수자그룹 출신으로 기업 내 상층부(CEO 및 임원)에 진입한 인력이다.1 예를 들면, 미국 기업에서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xx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xx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혹은 xx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특정 그룹에 속하는 낯선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낯선 소수자들은 기업조직 내에서 익숙한 다수자들에 비해 진급 또는 승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 기업의 CEO 혹은 임원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핵심그룹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낯선 소수자의 기업 상층부로의 진입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아직도 신문을 장식하는 여성임원들의 인터뷰 기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회에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자그룹(majority group)2 과 소수자그룹(minority group)이 동시에 존재한다.3 그렇다면 서로 연결하기 어려운 가치, 사물, 혹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방식을 지칭하는양다리전술은 다수자그룹과 소수자그룹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가? 어떤 그룹이 양다리전술의 우위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는가? 소수자그룹이 기업 내에서 승진 및 진급하기 위해서는 양다리전술과는 다른 네트워크적 방식이 필요할까?

한국 기업의낯선 사람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상장기업 임원들 가운데 지방대 졸업자 출신자는 30%를 넘었으며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은 40%를 넘어서는 등 지방 대학 출신들에 대한 불평등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소위 명문 대학을 지칭하는 ‘SKY(서울, 고려, 연세)’를 나온 임원은 34.3% 2006 37%에 비해 줄어들었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경우에도 2011년 국내 1000대 상장기업(매출액 기준) CEO의 출신 대학 분석 결과4 에 따르면 ‘SKY를 나온 최고경영자의 수는 41.7%. 2007 10명 중 약 6명이던 SKY대 출신 CEO 비율이 2011 10명 중 4명꼴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6월에 발표된 한 맥킨지 보고서5 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55%로 높지만 이사회 내 여성임원의 비율은 불과 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조사 대상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낮다. 대학 졸업생 비율 역시 남녀가 비슷한데 첫 직장 취업 후 고위직 관리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직장 여성들이 육아/가정 문제와 기업 관행 등의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세계에서 여성임원(CEO 포함)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매우낯선 사람들이다.

기업 세계에서 여성임원의 비율은 왜 낮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그리고 경영학자들이 수많은 논쟁을 벌여왔다. 전통적으로 기업 세계는 남자들의 세계다. 수많은 직장인과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리학적으로 남자가 더 우월하다는, 철 지난 우생학적 근거를 들이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최근 대학진학률과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수많은 여성인력들을 보면 바로 그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에서 2011년에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75%로 남학생의 70%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매니저는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확률이 적은가? 일과 육아를 포함한 가사의 불평등 문제들이 1순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모든 역경을 무릅쓰고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후보의 위치에 오른 여성직장인의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업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능력 이외에도 사회적/정치적 능력 역시 필요하다. 한 부서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던전문주의적(specialist)’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임원은 기업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아우르고 기업전략을 집행하는 하는 조정자와 실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종합주의적(generalist)’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종합주의적 사고방식의 핵심에 바로네트워크가 있다. , 임원은 개인의 능력 이외에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능력 및 영업력, 그리고 내부 성원들에 대한 조직 장악력이 필요하다. 한쪽에 치우친 인맥이나 사고방식으로는 변화무쌍한 기업환경과 시장에 대응하기 힘들다. 이런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기업 내외의 사회적/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최근 기업 CEO 및 임원비율의 남녀차이를 여성과 남성의 네트워크의 차이에서 찾으려는 일련의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과연 여성은 능력이 있어도 남성과는 다른 연결망 구축으로 승진(연봉)에서 불이익을 받는가?

 

소수자 네트워크의 특징

우선, 남성과 여성 간에 네트워크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첫째, 여성은 친구 네트워크(freiendship network) 지향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네트워크에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기업 내에서 여성은 목적에 따라 다른 네트워크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 정서적 네트워크(expressive networks)를 위해서는 여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목표지향적인 네트워크(instrumental networks)를 위해서는 남성을 선택한다. 하지만 남성은 이 두 가지 네트워크 모두에서 남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종류가 중첩될수록 인간관계의 강도가 강해지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남성 간의 네트워크의 강도(intensity)는 매우 세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도 같이하고, 고민도 나누고, 회식도 하고, 운동도 같이하는 동료들 간의 인간관계는 중첩도가 높고 강도도 세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연결망 내에 주로 여성들이 포진해 있어서 여성 편중적인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남성이 지배적인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낳는다는 믿음은 단순한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물론, 정서적 네트워크에만 초점을 두고 인간관계를 맺는 여성의 경우에는 매우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 여성의 연결망 내에 정서적 네트워크를 위해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남성이 주로 남성 편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직장에 점차 여성 인력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러한 남성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여성은 남성보다양다리전술을 덜 취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남성들은 주로 다양한 동료들과, 혹은 거래처 사람들과 회사의 중요한 안건들에 대해 상의를 하고 늦게까지 회식에 참석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은 그런 연결망에 참가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에, 즉 아는 사람끼리 제한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뭉치기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양다리전술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남성들이 좀 더 활동적일지는 모르나 여성들은 비공식적 채널을 포함한 여러 방법들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양다리전술적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 간에 일반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또한 남성들이 다양한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빈도가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임을 자주한다는 사실이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남성들이 회사 동료를 비롯해 아는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모임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네트워크 동질화 경향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직장 상사를 포함한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부실하면 기업의 상층부 임원이 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물론, 개인적인 능력 없이 인간관계에만 치우치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은 수평적인 네트워크에 강하고 남성은 수직적인 네트워크에 강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 ‘여성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고 남성은 권력을 얻기 위해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다.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여성은 수직적인 인간관계, 특히 직장 내 상사와의 인간관계에서 부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임원의 대대수가 남성인 기업에서 여성이 수직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어려움이 많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남성이 수직적인 인간관계에 보다 능동적일 것이라는 인식은, 그렇지 않은 남성도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 것이다. 임원에 승진한 대다수가 남성인 현실에서 남성 임원들만을 보고 판단한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네트워크에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할 수 있고 그 차이의 정도는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는 남녀 네트워크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간혹, 여성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는편협하다’ ‘여성중심적이다혹은별 득이 없다등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여성의 네트워크 방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여성의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기업 내외의 시각에 문제의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성 간 모임 혹은 남성 간 모임에 대한 일방적인 시각을 기업 내외에서 적극적으로 교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여성들이 유유상종한다는 편향된 인식이 실제 남성들의 유유상종이라는 반대현상에 대해 눈감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성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다듬고 있는 여성 직장인의 경우에도 자신의 네트워크를 한번쯤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낯선 사람들과 멘토 vs. 후원자

그렇다면성공하는여성들의 네트워크의 특징은 무엇인가? 시카고대 경영전문대학원 로널드 버트 교수는 서로 연결돼 있지 않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양다리전술이 뭉치기전술보다 많은 이점을 남성에게 제공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다소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6 , 소수자에 속하는 여성이 폭넓은 양다리전술을 구사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일찍 승진을 하는 여성은 다른 여성들보다 수평적인 네트워크보다는 오히려수직적인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네트워크적 개념으로 말하자면 수직적인 네트워크라는 것은 여성의 네트워크에 자신 이외에 누군가가 전체 네트워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보다 높은 직위에 있는 후원자이다. ‘평균적으로여성은 남성보다 늦게 진급하고 수도 적지만 일찍 승진을 하는 여성은 멘토(mentor)와 후원자(sponsor)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안다. 멘토는 어느 직급에서도 존재할 수 있으며 정서적 지원과 현안에 대한 각종 코멘트를 제공하고 기업 내 정치 역학에 대처하도록 도와준다. , 멘티의 개인적 혹은 전문가적 개발과정에 관여한다. 하지만 후원자는 영향력을 지닌 고위급 임원을 지칭하며 다른 고위급 임원들과의 네트워킹을 주선하며 부정적인 여론으로부터 여성 멘티를 보호하고 최종적으로 승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INSEAD의 이바라 교수 역시 고위직을 지향하는 여성의 경우 멘토보다는 후원자의 존재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멘토는 남성 멘티에게 보다 좋은 영향을 주고 여성 멘티는 소수자그룹에 속한 여성이 필요한 정당성(legitimacy) 을 구축해 줄 후원자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 중역의 위치에 있는 후원자의 역할이 중요한가? 여성이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적 능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물론, 능력이 모자르면 임원이나 최고경영자가 되지 못한다). 여성이 높은 위치에 오르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는 기존에는 임원 중에 여성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여성임원이라는낯선 사람들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인식 때문이다. ,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는 주로 남자가 해왔다는 사회적 통념이 매우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은 오랫동안 당연시되는 기업문화의 일부다. 이것이 바로 정당성(legitimacy)의 문제인데 정당성이란 사회 혹은 집단에 속하는 참여자들이 인정해주는, 당연시해주는(taken for granted) 정도를 의미한다. 여성은 그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사회 참여 활동이 적었으며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르는 여성 역시 적었기 때문에 남성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정당성의 문제라는 관문을 넘어가야 한다. 정당성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 낯선 현상에 대한 관계의 문제다. 많은 기업들이 여성임원들을 채용하고 여성 CEO가 많아지면 기업 내의 여성임원과 CEO에 대한 정당성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특히, 이 정당성의 장벽은 남성이 지배적인 기업일수록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7 정당성의 수준이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없다면 한국 사회에서처럼 초반의 낮은 정당성 수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내에서 여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8 이런 점에서 후원자의 존재는 정당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개인적 네트워크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 중역의 위치에 있는 후원자는 멘토의 역할을 넘어 낮은 정당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소수자그룹에 속하는낯선 사람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자가 돼 정당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소수자그룹에게는 후원자를 자신의 네트워크에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그 후원자가 양다리전술자인지, 혹은 뭉치기전술자인지의 여부다. 후원자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소유한 양다리전술자가 아니고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뭉치기전술자인 경우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소수자인 여성의 경우 자신과 다른 임원들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해 줄 후원자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로소 양다리전술의 이점인 정보의 다양성과 협상의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결국 양다리전술은 남녀 모두에게 유효하다. 다만, 남성처럼 본인 스스로, 그리고직접적으로양다리전술자가 될 수도 있지만 여성처럼간접적으로다른 사람의 양다리(네트워크)전술을 빌려올 수도 있다. 즉 네트워크 방법론적 문제만 남게 된다. <그림 1>은 소수자의 양다리전술과 후원자의 역할을 표시하고 있다. Type 1에서 후원자는 연결돼 있지 않는 두 사람, a b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다리전술자다. Type 2에서 후원자는 소수자그룹의 여성을 후원하며 수직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Type 3에서 후원자는 소수자인 여성을 a b에게 소개시켜준다. 이 과정을 통해 여성 스스로는 양다리전술을 사용하지 않지만 수직적 네트워크를 통해간접적으로개방적인 양다리 네트워크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수자그룹 출신은 양다리전술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자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 네트워크를 스스로 만들고 관리하는 네트워크의 건설자 (network builder)로서의 역할을 하면 된다. 하지만 소수자그룹 출신은 다수자그룹의 네트워크 전술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같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소수자그룹은 정당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후원자의 존재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후원자의 네트워크를 빌려오는(network borrowing)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의 수직적인 네트워크는 후원자에 대한강한네트워크와 후원자의양다리전술을 결합한 이중적 구조의 형태를 갖게 된다.따라서 여성과 남성의 네트워크에 차이가 없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며 여성 모두에게 한 가지 종류의 네트워크 방식이 좋은 것도 아니다. 기업에서 여성은 자신의 속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네트워크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1>은 남성(다수자)과 여성(소수자) 네트워크의 차이점을 단순화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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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그룹을 위한 제안

소수자그룹이 처한 네트워크적인 문제는 일부 사람에게만 제한되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누구나 소수자의 입장에 있을 수 있다. 남성 중심의 기업 세계에서 여성은 소수자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다른 인종은 소수자이며 아시아국가에서는 백인이 소수자가 된다. 공학을 전공한 임원이 다수인 기업에서는 비공대 출신은 소수자가 된다.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그룹이 소수자그룹이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가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멘토와 후원자의 역할을 구분하라. 멘토의 존재는 소수자 출신의 여성에게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보를 나누고 조언을 해주며 정서적인 파트너가 돼주기도 한다. 하지만후원자라는, 궁극적으로 소수자 출신의 여성이 안고 있는 사회적 정당성을 보충해 줄 대체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둘째, 강건한(robust) 네트워크를 소유한, 양다리전술을 구사하는 열린 네트워크를 지닌 후원자의 존재를 확보하라. 후원자 스스로가 뭉치기전술자인 경우에는 양다리전술의 이점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위직 임직원을 상대로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기에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여성은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열린 네트워크를 후원자에게서 빌려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 스스로가 양다리전술자가 되기보다는 후원자의 양다리전술을 빌려와야 한다. 셋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원자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전체 네트워크에서 상대적으로 중심적인 위치를 확보하라. 후원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에는 접근이 제한되던 폭넓은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자신이 기업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충분한 네트워크를 지닌 존재임을 알려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양다리전술을 전략적으로 운영하라. 항상 후원자 네트워크 전술에 몰입하는 행위, 즉 한 가지 전술에 몰입하는 행위도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면, 기업 내에 여성임원들이 많아지면 자신 스스로 양다리전술자가 돼 네트워크 건설자가 돼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소수자그룹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원자 네트워크 전술은 자신의 목표와 비교해 소수자 그룹일 때만 유용하다.

사회적 상황에 따라 우리 모두는 소수자일 수 있다. 따라서 소수자는 소수자 나름대로의 네트워크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다수자의 네트워크 방식을 모방해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양질의 사회적 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성취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한다. 양다리 네트워크의 사회적 자본 역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양질의 좋은 사회적 자본은 어느 사회에서나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양다리전술의 장단점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파악해 사고의 유연성과 전략적 혁신을 겸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1세기의 새로운 혁신은 다수자그룹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여성 같은 소수자그룹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 기업도 이제 더 적극적으로 이런낯선 사람들을 맞이할 인식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김태영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mnkim@skku.edu

필자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에서 매니지먼트 교수로 활동하며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조직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 마이클 해난(Michael Hannan) MIT 경영대학인 Sloan School의 에즈라 저커만(Ezra Zuckerman)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주로 기업성과와 조직분석에 대한 생태학적/네트워크적 연구를 진행했다. 홍콩과학기술대(HKUST) 경영학과에서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 김태영 김태영 |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mn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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