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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지위에 맞는 경쟁력, 이직의 열쇠다

최효진 | 107호 (2012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국내 대기업인 A전자 해외영업1팀의 박정수(가명, 36) 과장은 하루하루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은 많은 부속품 중 하나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하며 과장이란 자리까지 올랐지만 본인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는 극히 드물었다. 꽉 막힌 의사결정체계와 조직원들과의 관계에 견디지 못한 그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직을 결심했다. 업무성과나 스펙이 나쁘지 않았던 박 과장은 여러 기업에서 제안을 받았고 결국 외국계 B기업의 해외영업팀으로 이직했다. B기업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조직문화가 자유로웠고 영업팀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직급이 높아졌기에 많은 업무들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B기업에서의 생활은 나름 만족스러웠고 경영진에게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연봉이 불만족스러웠다. 대기업의 70% 수준의 연봉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던 그는 다시 이직을 결심했다.

예전 필자가 기업의 실무자급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처음 입사한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흔치 않았다. 자신의 실력이 없거나 큰 잘못이나 실수로 기업에 악영향을 미쳐 소위짤리는일이 없다면 퇴직할 때까지 한 기업에 몸담고 있는 것이 미덕이고 실력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도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용 유연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직장인들도 능력을 인정받고 좋은 기회가 있을 땐 직장을 옮기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 이러한 이직은 직장생활에 있어 보편화돼 가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로라하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의 절반가량이 3년 만에 회사를 떠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HRKorea에도 하루에 수십 통의 새로운 이력서가 들어온다. 이직은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심각히 고려할 만큼 경력개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지만 자신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확실한 경력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이직은 경력을 어지럽히고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직은 현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어떤 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파랑새 증후군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지금, 이직을 결심할 때

이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설마 내가 어디 갈 곳이 없겠어?’ ‘지금 직장에서 너무 힘드니깐 일단 쉬면서 천천히 구해보자등의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덜컥 사표부터 내면 금세 불안한 마음이 밀려든다. 이러한 불안함과 초조함이 심해지면 본래 본인이 목표했던 것과는 상관없이일단 어디든 들어가고 보자식의 위험한 생각으로 이직을 준비하게 된다. 이렇게 진행한 이직이 본인에게 만족감과 경력발전을 제공할 리는 만무하다.

이직을 결심했다면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지 않다. 맡고 있는 업무의 연속성이나 회사의 내부 사정 등으로 이직이 여의치 않게 되거나 이직할 만한 좋은 자리를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이직을 할 때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목표환경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비전이나 목표를 위해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거나 자신의 경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있다면 이를 위해 이직을 선택할 수 있다. 또 현재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돼 미래가 불투명하거나 현 업무에서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이직을 고려해볼 만하다. 개인마다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와 경우는 다르지만 현재 이직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면 아래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본인의 상태에 대해 대략적인 점검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 부장과 박 대리의 이직 성공기

체크리스트를 통해 이직을 결심했다면 이제 어떤 방법으로 이직 활동에 나서야 할지 확인할 차례다. 채용하려는 기업에서는 직급, 연차별로 후보자에 대해 원하는 역량의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만능이 될 수 없다면 현재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량들을 키워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이직으로 가는 데 필요하다. 다음은 HRKorea에서 실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중 연차별 대표적 케이스들을 뽑아놓은 내용이다. 아래 사례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해보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보자.

임원급

업계에 대한 통찰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길러라

외국계 기계설비업체인 L사는 국내 지사장으로 한재호(가명, 50) 씨를 채용했다. 그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도, 대기업 경력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CEO 경력도 전무했다. 그럼에도 그가 뽑힌 이유는 업계 전체를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해 사업화해내는 기업가 정신이 누구보다 돋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CEO가 된 뒤 L사는 성장을 거듭해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부장, 팀장급(10년 차 이상)

나 혼자가 아닌 조직을 이끌어 성과를 만들어라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마케팅 총괄 포지션에 대한 채용을 진행했다. 업무 경험 및 성과, 학력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검토해 최종 후보자 2명이 물망에 올랐다. 첫 번째 후보자는 김석만 부장. 입사 초기부터 제약회사에서 근무했고 MBA 학위를 갖고 있으며 누구나 아는 의약 제품들을 성공시켜 왔다. 또 다른 후보자는 성재현 부장. 원래 유통회사 마케팅 출신으로 제약업계로 전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인재였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사람의 운명은 평판조회에서 갈렸다. 김석만 부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실력은 뛰어나지만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성 부장은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기를 높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성재현 부장이 채용됐음은 물론이다.

과•차장급(10년 차 안팎)

업무가 익숙해 졌다면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경쟁력을 쌓아라

모 전자회사의 엔지니어 조수만 과장은 4년제 대학 출신자로 평범한 회사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비전이 바뀌게 된 계기는 5년 전 우연한 기회로 팀장 대신 가게 된 해외 콘퍼런스 때문이었다. 그는 행사에 참여한 후 자신의 경쟁자가 회사 내부나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곳곳에도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중국 업계 소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위해 업무 영역을 엔지니어에서 기술 영업으로 전환하기까지 한 그는 지금중국 시장통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현재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 중국 시장 진출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합류해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됐다.

사원, 대리급(5년 차 안팎)

주도적으로 이뤄낸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라

전자제품 회사인 S사에서 일하는 박진환 대리는 3년 전 전자제품 시장뿐 아니라 식료품,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웰빙 상품들이 등장하는 추세를 미리 파악해 대형 백화점에서 반신욕 제품 이벤트를 기획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그는 트렌드를 정확하고 빨리 읽어 내는 직관력을 인정받아 올해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직에 관한 세 가지 오해

이직을 계획하는 직장인들은 자칫 잘못된 속성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오해는 이직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지게 하거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에 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세 가지를 알아보자.

이직은 높은 직급과 연봉을 보장한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경쟁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거나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채용하려는 기업에서 먼저 제안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의 직급과 연봉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가 모든 이직의 형태에서 그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곤란하다. 헤드헌터를 통해 직무나 근무환경이 마음에 들어 이직을 진행하는 경우라도 본인의 경력, 업무성과, 채용하려는 기업의 연봉/직급체계 등 상황에 따라서 현재 자신의 연봉및 직급수준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본인이 스스로 이직을 준비할 때는 본인의 역량과 성과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면 이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문제는 적지 않은 수의 후보자들이 연봉과 직급이 본인의 기대치만큼 충족이 안 될 경우 일단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데 있다. 큰 결심 후 진행하는 이직이기에 1차적인 관심사가 연봉과 직급일 테지만 그 이면에 감춰져 있는 담당직무, 조직문화 등 다른 요소들도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직에 있어 표면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경력 발전성, 연속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력서만 등록하면 곧바로 이직할 수 있다?

00일에 이력서를 등록한 아무개인데 왜 아직도 헤드헌터의 전화가 안 오는 거죠?”

“방금 전 이력서를 등록했는데 적합한 포지션 빨리 추천해 주세요.”

필자가 몸담고 있는 HRKorea로 걸려오는 후보자들의 전화 중 이러한 내용으로 전화하는 후보자들이 종종 있다. 이직을 하려고 결심한 후 오랜만에 이력서를 작성해 등록을 했는데 왜 서치펌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는지 오히려 따지듯이 전화를 하곤 한다. 이럴 때마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헤드헌터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전화를 하는 후보자들은 머릿속에이력서 등록 = 채용 포지션 제안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러한 생각도 잘못된 오해 중 하나다. 물론 최근의 모바일 개발자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유망한 직종을 담당하고 있거나 업계에서 소문난 역량과 성과를 지니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거래가 그렇듯이 채용시장에도 공급과 수요가 존재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후보자라도 현재 채용시장에서 해당 업직종의 종사자에 대한 수요가 적다면 자신의 가치는 떨어질 뿐이다. 결국 이직을 계획할 때에는 채용시장과 기업 인재상의 트렌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직은 경쟁력을 뜻한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어느 날 이직한다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현 직장보다 높은 보상을 받으며 떠나는 동료를 보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남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씁쓸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이직하는 동료가 부럽다고 답했다. 이직이 보편화되고() 테크의 개념이 되면서 이직을 본인의 경쟁력으로 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직에 성공하거나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는다는 것은 채용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고 주변 동료들보다 자신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100%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발전시키는 출발점을 현 직장에서 먼저 찾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력서만 지저분해질 뿐 일관된 경력을 쌓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들이 이직을 결심할 때는 현재 상황에서의 불만족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단기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기에 현 불만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직장을 옮기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옮긴 새 직장에서도 다른 불만족 요소들은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고 뭐든지 처음이 힘든 것처럼 한번 불만족으로 진행한 이직은 계속해 또 다른 이직을 불러오게 된다. 이런 경우 처음 이직을 할 당시 본인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이직에 성공할 순 있겠지만 반복되다 보면 오히려 자신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이직은 본인의 경쟁력을 위한 하나의 수단

필자는 이직에 관한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맨 처음 이 말을 던진다.

“현 직장에서는 더 이상 안되겠나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이직이 수단이 돼야지 그 자체가 경력개발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난 다음에 어떤 회사로 옮기기 위해 현 직장에 다니고 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직장생활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현 직장에서 인정받고 생존력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직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직장인들의 조직 면역성이 떨어져 간다는 것이다. 결국 경력을 쌓아가며 생겨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도피수단으로 직장인들은이직’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이렇게 이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곳에서 생각지 않은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성공적인 이직 설계란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직이라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나 단순히 높은 연봉을 좇아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 커리어 목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필자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그들은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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