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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장기계약이면 좋다? 75년 계약맺고 땅을 친 시카고 市!

우정이 | 87호 (2011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Help Your Agreement Go the Distanc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08 2월 리처드 M. 데일리(Richard M. Daley) 당시 시카고시장은 시내에 있는 36000개 주차 요금기의 민영화 입찰을 추진했다. 2007년 시 정부는 벌금과 주차요금으로 2300만 달러를 걷어들였지만 시는 5억 달러의 재정 적자에 놓여 있었다. 당국은 비공개 입찰을 통해 10개 입찰업체 중 1곳을 선택했다.

 

같은 해 12월 시 의회가 민영화 계획을 검토하고 의결하기도 전에 데일리 시장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설립한 시카고파킹미터스(Chicago Parking Meters)에 향후 75년간 약 12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주차 요금기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시 의회는 계약 조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시가 요구하는 대로 계약을 승인했다. 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2009 2월부터 주차 요금기에 대한 모든 권한은 시카고파킹미터스로 넘어갔다. 그러자 주차 요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요금이 2배로 뛴 지역도 있었다. 주차할 만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곧장 요금기가 설치됐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시간대도 늘었다. 요금기 고장과 서비스 불만 사례도 폭증했다.

 

시민들은 곧바로 거세게 반발했다. 거리의 요금기는 파손됐고 급락한 데일리 시장의 지지율은 회복될 줄 몰랐다. 조사에 나선 시 감사 당국은 계약을 담당한 시 정부의 최고재무책임자가 향후 75년에 걸친 주차 요금 시스템의 가치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으며 계약이의심스럽다고 발표했다.

 

2010 8월 시카고파킹미터스는 기업어음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시카고 주차요금기 관련 계약의 예상 수입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유효한 계약기간인 2084년까지 예상되는 시카고 주차 요금 수입의 순현재가치가 116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시 정부가 모건스탠리로부터 받은 금액의 10배가 넘는 액수였다. 주차 요금이 소비자 물가 지수와 연동된 만큼 요금이 오르면 수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시가 이 계약을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다. 새 시장이 취임한 2011년 시카고시는 또다시 심각한 재정 문제에 직면했다.

 

시카고시의 사례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약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잣대는계약 체결 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느냐. 하지만 많은 계약 당사자는 협상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계약 체결 이후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함정과 낭패를 예상하지 못한다.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장기적 성공을 담보하기 위한 3가지 원칙을 알아보자.

 

1. 관계를 구축한다.

제스왈드 W. 살라큐스(Jeswald W. Salacuse) 터프츠대 교수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보다는 계약 상대방과 긴밀하고 효과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방과 어떤 관계를 쌓았는지에 따라 계약 이행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실수는 계약 체결과 이행 담당자를 분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협상을 담당한 독립부서는 계약 이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협상의 핵심: ‘Yes’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The Point of the Deal: How to Negotiate When yes Is Not Enough)>의 저자 대니 에르텔(Danny Ertel)과 마크 고든(Mark Gordon)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아메리카온라인(AOL) 사업계획팀이 경쟁업체를 누르기 위해 공격적으로 온라인 광고 계약을 추진했던 사례를 언급한다. 새로운 파트너사와 차분히 계약을 이행하는 대신 AOL 사업계획팀은 계약을 체결하면 빠르게 다음 계약으로 옮겨갔다. 그 결과 AOL과 계약을 체결한 일부 파트너사들은 계약 실패로 도산했고 AOL은 연방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될 때까지 이행 과정에도 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에 능하고 상황 파악이 빠른 담당자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살라큐스 교수는 충고했다. 이행 과정에서는 기술 전문성보다 대인 관계 및 사회적 기술이 훨씬 더 중요하다. 관계 구축 및 유지 과정에서 양측의 리더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행 단계에서는 정기 회의를 통해 얼굴을 맞대고 새로운 성과와 우려 사항을 논의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누구와 계약하느냐’도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5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시카고에 주택을 구입했다. 오바마가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바로 그날 부동산 개발업자 안톤 레즈코(Antoin Rezko)는 오바마의 집 바로 옆에 있는 택지를 매입했다. 레즈코는 오바마가 상원의원 선거 운동을 할 당시 자금지원자 중 한 명이었다.
 
2006년 레즈코가 당시 일리노이 주지사 로드 블라고예비치(Rod Blagojevich)와 일하면서 권력 남용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바마는 레즈코에게 혐의에 대해 물었고 레즈코는 모두 근거 없는 모략이라며 오바마를 안심시켰다. 이후 오바마는 레즈코의 부인으로부터 자신의 집 바로 옆의 택지를 구입했다.
 
2008년 레즈코는 자금 세탁, 사기, 뇌물 방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바마는 부동산을 포함해 레즈코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불미스러운 상대와 협상을 하면 자신의 명성도 실추된다. 상대가 의심스럽다면 굳이 계약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협상에서 빠져나와라.
2. 장기적 성과에 집중한다.

요즘 공공자산의 민영화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았다. 주차요금기를 민간업체에 양도하겠다는 시카고 시장의 결정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모건스탠리가 지불한 대금은 계약 후 3년간 시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리처드 리틀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공공 재정 및 인프라 정책 연구소(Keston Institute for Public Finance and Infrastructure Policy) 소장은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일에 대해공공 자산을 매각해서 얻은 수입의 현명한 사용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정 적자는 (시카고 사례가 보여주듯) 결국 다시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때매각할 주차 요금기도 없다면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3대 원칙
1. 계약 이행 단계에서 협상 담당자를 개입시켜 상대방과 관계를 구축한다.
 
2. 협상의 결과뿐 아니라 담당자의 준비과정까지 함께 평가해서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계약 내용을 분석한다.
 
3. 상대방의 약속 이행 능력을 철저히 조사해서 위험을 관리한다.
우리는 분기별 수입처럼 바로 눈앞의 사안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신이 속한 조직과 지역 사회의 장기적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누구나 빠지기 쉬운 이러한 인식의 오류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 예산 적자 등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면 서두를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신중하고 계획적인 협상 과정을 수립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상대에게 이용당할 가능성도 높다.

 

계약이 성사되면 협상을 성공시킨 당사자들이 얻는 이익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 1990년대 말 엔론에너지 부문 자회사인 엔론인터내셔널(Enron International)의 협상 책임자들은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마다 예상 현금 흐름을 순현재가치로 환산해서 해당 금액의 일부를 보너스로 받았다. 일례로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가 1억 달러로 추산되면 계약을 성공시킨 책임자가 9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이런 인센티브 구조 때문에 인도 다볼(Dabhol)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대대적인 실패로 돌아갔다. 1993년 엔론인터내셔널의 레베카 마크가 주도한 28억 달러 규모의 발전소 프로젝트는 예산 초과 등의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엔론은 9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2000 8월 엔론을 떠난 레베카 마크는 보유 중이던 엔론 주식을 매도해서 8000만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엔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산했다.

 

프로젝트의 미래가치를 근거로 협상자에 대한 보상액을 결정하지 말고 철저한 준비와 협상 과정에서의 신중함, 과감할 때와 신중할 때를 아는 능력 등을 보상의 근거로 삼는 게 좋다. 에르텔과 고든은 IBM이나 휴렛팩커드처럼 계약 이행 단계에서 얻는 성과와 보너스를 연계할 것을 추천한다.

 

3.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엄청난 예산 초과로 난항을 겪게 된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 익숙할 것이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다. 오히려 이런 게 정상적인 일로 간주될 정도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정부는 차세대 스파이 위성 개발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의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처절한 실패로 끝났는지는 <네고시에이션> 2008 2월호에서도 상세히 다룬 적이 있다. 국가정찰국(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NRO)은 프레젠테이션 내용만 보고 경험이 더 많은 록히드 대신 보잉에 프로젝트를 맡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보잉의 비용 관리 실패로 프로젝트 예산은 수십억 달러를 넘어섰다. 엄청난 규모의 혈세를 낭비한 보잉은 결국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협상 결정권자가 되면 겉만 번지르르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엄청난 가격 할인, 신속한 프로젝트 완료 등의 듣기 좋은 말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내세운 약속이 그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통찰력 있는 질문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업체의 계약 이행능력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납기를 제때 맞추고 주어진 예산 내에서 계약을 이행한 전력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파트너 교체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측의 예상이 맞는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도 있다. 지난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협상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예상치를 내놓았다면 조건부 계약의 형태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NRO 사례의 경우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달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면 프로젝트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처 방법에 관해서도 미리 합의를 해둬야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재협상이나 조정, 중재 등을 요구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계약의 범위는 가능한 좁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시카고 정부가 모건스탠리와 75년 계약을 하지 않고 계약 기간을 줄였다면 중요한 세원을 수십 년이나 넘겨주지 않고도 재정 부족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약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계약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좋다. 계약이 실패로 돌아가면 명성에 흠집이 간다. 결국 계약 당사자들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과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축하하는 자리를 가져야 한다. 계약을 후회하고 상대방에 불만을 가진 매도자나 매수자는 계약을 고의로 망치려고 들지도 모른다. 따라서 계약 내용에 불만이 없도록 상대를 안심시킨다면 계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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