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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커리어와 삶의 자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최효진 | 85호 (2011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잘나가는 A씨의 고민은?
A씨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연구원이다. 40대 초반인 그는 해외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표 기업인 B전자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성취욕구가 강한 그는 비교적 안정된 대기업의 삶을 버리고 학교 선배가 설립한 IT벤처의 개발이사로 이직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회사를 발전시켜보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이를 통해서 자신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직한 후로 A씨는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모두 회사를 위해 투자했다. 회사가 점점 커지고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고 그럴수록 더욱 일에 몰두했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심지어 친구들과의 모임 중간에도 업무로 인해 회사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가 헌신적으로 일한 결과 6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1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개인적으로는 풍족한 경제적 보상과 함께 각종 언론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렇게 일에 심취해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돌진하던 그는 어느 날 과로로 쓰러져 병원신세를 졌다. 본의 아니게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된 그는 불현듯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주말도 없이 일한 탓에 가족과 보낸 시간이 극히 적었고, 이로 인해 부인과 자녀들과도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안 된지 한참이었고 남들 다하는 변변한 취미생활도 없었다. 회사에 돌아가서 살펴보니 일에만 파묻혀 사는 동료, 부하직원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결국 질문에 관한 답을 찾지 못한 그는 코칭을 통해 도움을 받고자 필자를 찾아왔다.
 
나의 Life Balance 점수는?
A씨같이 40대 중반까지 사회생활을 20여 년 하다 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 자신의 전문성을 갖추고 속한 조직에서 중간관리자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입사 후 속한 조직에서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혹은 이직을 통해 현재의 자리에 오른 그들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자신의 많은 시간과 역량을 회사를 위해 쏟아부었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고 나서 문득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모든 것에 지치고 시큰둥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얻는 결과는 무엇인지,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우선 A씨의 현재 삶의 만족도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그림 2> Life Balance Wheel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검사 결과 예상대로 그는 업무와 그에 따른 성취감, 경제적 보상 등에는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항목들에서는 만족도 점수가 낮게 나왔다. 항목들 간의 불균형이 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삶의 추가 지나치게 일, 커리어 등으로 기울다 보니 가정, 대인관계, 건강 등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요소들의 만족감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자 그에게 원동력이 됐던 다른 요소들에서도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전체적인 삶에서도 회의감이 들었던 것이다.
 
또 A씨는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본 결과 그동안 눈앞에 쌓인 업무 처리로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업무 외적인 요소들에서 체계적인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회사 일에 집중돼 불균형이 심해져가던 상태에서 직장생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다 보니 그동안 그를 달리게 하던 엔진이 멈춰버린 것이다. A씨는 코칭을 통해서 뭔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원동력들을 찾아야겠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3가지 노력
A씨처럼 직장생활의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후반전 나아가 연장전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가기 위한 작전의 필요성에 관해 느끼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해답을 찾지 못해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에서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
 
첫째,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은 성공의 기준을 경제적, 사회적 성공으로 생각한다. 높은 사회적 지위, 풍부한 경제적 여건이 마련된 사람들을 자신들의 롤모델로 삼고 그와 같이 되기 위해 달려간다. 하지만 이런 마인드를 갖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것은 쉽게 지쳐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성공의 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직장생활 이외의 다른 요소들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노력을 투자하려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 벤처기업의 CEO인 C사장은 얼마 전 가족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아내에게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바로 ‘자기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가장으로서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회사에 투자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가족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가족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가족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 처리를 위해 아내의 생일, 아들의 졸업식 등에 자연스럽게 참석하지 않는 C사장은 가족들의 눈에는 단순히 일만 사랑하는 일 중독자로 비쳐졌다.
 
둘째, 시간 분배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나치게 모든 생활의 절대적 양을 일에만 투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간, 월간단위로 자신의 현재 생활패턴을 분석해보고 어느 한 부분에만 치우쳐져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 대한 분석을 해봐야 한다. 나 자신과 일을 분리하지 못하고 정신 없이 흘러가다 보면 자기 삶의 균형을 잃고 헤매기 마련이다.
 
한 대기업의 L영업팀장은 아침 일찍 출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도 업무처리에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야근도 해보지만 결국 반 넘게 남은 일을 뒤로 하고 밤 늦은 시각에 집에 돌아온다. 침대에 누워 내일 할 일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보다 막막한 마음과 피곤한 몸으로 잠들고 만다. 맡은 업무를 위해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곤 있지만 성취감도 보람도 느끼지 못한다.
 
반면 같은 회사의 P팀장은 매주 일요일 밤 30분 정도 시간을 내 다음 주 일정을 살핀다. 만날 거래처 사람들, 처리해야 할 업무 등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최신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로 한 약속도 빠짐없이 다이어리에 기입한다. 그가 이러한 습관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자신의 시간투자를 스스로 분석해보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매주 자신의 시간을 분석해봄으로써 불필요한 시간 투자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고 균형적인 시간 분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서이동, 이·전직을 통한 환경의 변화를 꾀해볼 수 있다. 맡고 있는 업무나 속한 조직에서 앞서 얘기한 마인드와 시간분배를 통해서도 균형적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현재의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평생의 직업인으로 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재직 중인 K이사는 모든 역량을 업무에 쏟아내던 열정적인 컨설턴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신을 유지하던 에너지가 다 소모돼버린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퇴직하면서 자신도 뭔가 변화를 해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았던 건강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부쩍 큰 아이들을 보며 아빠로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현 직장 내에 조금 더 여유로운 업무가 있다면 직무전환도 고려해보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조직문화 속에선 불가능한 일이어서 K이사는 완전히 다른 분야로 이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K이사는 헤드헌팅을 통해 20년 넘게 몸 담아온 컨설팅업계를 떠나 일반 기업으로의 이직을 진행하고 있다. 연봉이나 회사 규모 등은 현 직장보다 많이 낮겠지만 업무강도가 이전보다 약해져 개인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
앞서 소개한 A씨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역량, 혹은 전문성을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도 어렵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된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리어는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직업인으로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A씨처럼 오랜 시간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 듯한 시기가 찾아오게 된다. 삶의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 평생의 커리어를 관리하고 지속하는 데 있어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잘 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A씨도 코칭 과정을 통해 심한 불균형 속에 있는 현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조금 더 여유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새로운 원동력을 찾기 위한 결심을 한 것이다.
 
균형이라는 것은 좋은 말이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능력 있는 조직원으로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여유로운 개인적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개념적으로는 훌륭하고 자신의 노력에 따라 가능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실제적으로는 상호배타적이며 상충하는 목표라는 것을 누구나 깨닫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다 어렵다고 해서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닌, 둘 사이의 균형을 잡아보려 애쓰는 고민과 노력이다. 직장에서의 커리어와 개인적 삶의 자유는 어느 것이 선택되고 어느 것은 버려져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균형적으로 공존해야 한다.
 
얼마 후 필자를 다시 찾아온 A씨는 겉모습부터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형적 연구원의 복장인 캐주얼을 즐겨 입던 그는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필자를 만나러 왔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자 그는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옷차림부터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직장인 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드럼 연주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전과 다르게 매우 행복해 보였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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