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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높은 업무 실적, 이직 성공 보장 못한다

최효진 | 76호 (2011년 3월 Issue 1)

순탄치 않은 P차장의 이직 활동
국내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영업1팀 P차장은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원하는 기업에 입사했던 P차장은 한 평생을 현재의 기업에서 근무하기로 결심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는 임원들과, 한 단계 높은 직급과 연봉으로 이직하는 동기들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현재의 조직에서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지금이 가장 이직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주변의 충고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헤드헌팅 회사에 자신의 이력서를 등록하면서 P차장의 이직활동은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순탄치 않았다. 이력서를 등록만 하면 빗발칠 것으로 예상했던 헤드헌터들의 러브콜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한두 번 진행된 전형에서도 번번이 떨어지고 말았다. 채용공고의 내용으로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사실 P차장의 이력은 소위 스펙 상 나쁘지 않았다. 서울 소재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후 업계에서 손꼽히는 현재의 기업에 입사했다. 입사 후 영업팀에 배정된 그는 동기들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냈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동종업계 세미나에 꾸준히 참석했다. 또 자신이 평소 부족하다 생각했던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상력 등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교육을 수료했다. 뿐만 아니라 야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전문지식을 쌓는 부지런함도 보였다.
 
P차장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직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어떤 자리(position)로 지원해야 성공할지, 어떤 직무로 이직해야 자신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을지에 판단이 서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 실행하는 이직인 만큼 신중해졌다. 섣불리 이직했다가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됐다. 주변에 조언을 구해도 딱히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런 고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던 P차장은 커리어 코칭을 받기 위해 경력관리코칭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중요한 것은 포지션과의 매칭(Matching)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이직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자신의 업무실적’을 꼽았다. 물론 기업도 후보자들의 역량을 비교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업무실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과 실적이 자신이 지원하는 포지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렇기 때문에 지원하는 포지션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연결고리 없이 단순하게 ‘나는 업무에 있어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나는 스펙이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어디 어디 출신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채용하는 기업에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1월,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지 보름도 안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 측에서 후보자를 지명할 때 사전에 점검하는 자기평가 항목이 240가지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청문회의 뭇매를 맞고 낙마하게 된 것은 결국 검증의 방법이나 내용이 여론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또 청문회 등의 과정에서도 해당 포지션이 필요로 하는 요건이 정확히 어떤 것이고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등 해당 지위가 필요로 하는 요건을 매칭시켜서 어떤 점에서 후보자가 적임자인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거론되지 않고, 오히려 ‘주소지는 몇 번이나 옮겼나’ ‘재산증식은 어떠한 방법으로 이뤄졌나’ 등의 각론에 집중됐다. 정말로 후보자가 갖춰야 할 진짜 실력이나 업무수행 역량 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을 줬다.
 
결국 단순히 연봉/직급상승을 위한 이직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전문성을 꾸준히 발전시키기 위한 이직을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알고 지원하고자 하는 자리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본인과의 매칭도를 평가해 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당신의 이직 스타일은?
이직을 계획하는 직장인들은 각각 다른 이유들로 이직을 실행에 옮긴다. 이직에 있어서 포지션과의 적합도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통해 자신의 경력관리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치에 따라서 이직 스타일이 다르다. 이직을 하는 스타일은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당신은 아래의 유형 중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자.
 
철새형
철새형에 속한 직장인들은 보통 23년 주기로 반복적인 이직을 감행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직으로 높아지는 연봉과 직급이다. 회사생활은 다 거기서 거기고 나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현 직장에 특별한 불만이 없더라도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장기적인 안목없이 실행하는 이직이 많기에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차·부장급에 이르면 경력관리에 큰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뚝심형
보통 예전 직장인들에게서 많이 보여지는 형태다. 이들은 이·전직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한 평생 근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성공적인 경력관리란 내부 조직원들 간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은 본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피라미드 형태의 기업 승진형태에서 낙오한다면 경력공백에 빠질 수 있다.
 
덩달아형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처럼 특별한 계획이나 목적 없이 주변에서 이직을 진행하는 경우, 본인도 덩달아 이직하는 경우다. 보통 주변에 철새형 이직을 하는 지인들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같이 일하던 동기들이 좋은 조건으로 이직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고 본인도 충분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빠진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직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새로운 조직에서 불만족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
신입사원 시절부터 자신만의 경력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이직을 진행하는 경우다. 자신의 역량과 전문성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력계발을 위한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직 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복리후생의 측면이 아닌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과 새로운 조직에의 연착륙이다. 때문에 이직에 있어서도 상당히 신중하고 다각적인 면에서 이직하려는 포지션을 분석하고 실행에 옮긴다. 목표로 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기에 새로운 조직에서도 원활한 적응과 단기간 내 성과창출이 기대된다.

적합도 체크를 통해 맞춤형 이직하기
P차장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자. P차장은 본래 ‘뚝심형’이었다가 ‘덩달아형’으로 바뀐 케이스다. 이직에 관해 큰 관심 없이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던 그는 내부승진의 한계와 동기들의 계속된 이직으로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막연하게 조건 좋은 영업 포지션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성급하게 진행된 이직이 원활하게 진행될 리 없었다. 코칭을 통해 본 P차장은 이력서에 작성된 내용처럼 자신의 역량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만큼 현 업무에서 많은 성과들을 내고 있었다. 그의 문제점은 이렇게 자신이 쌓아온 역량이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왜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어필하는 부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먼저, P차장의 강점을 알아보기 위해 역량 자기진단을 진행했다. 진단 결과, P차장은 자신의 가장 뛰어난 역량으로 ‘추진력’ ‘신뢰구축 능력’ ‘협상력’ 세 가지를 뽑았다. 실제 업무에서도 이런 역량이 잘 드러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또 P차장은 이런 역량의 발전을 위해 온라인 교육 등 자기계발 노력도 기울이고 있었고, P차장은 본인이 이직하기 원하는 영업분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P차장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을 선별하고, 자신이 그 동안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이 해당 포지션과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이직의 기회가 있을 때 적합도 자기진단을 통해 지원하려는 포지션과의 매칭도를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도록 조언했고, P차장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중한 이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기업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 되기
경력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력서 작성, 면접 스킬, 주변 평판관리 등 테크니컬적인 부분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을 해봐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후보자라 할지라도, 기업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을 하는 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는 후보자의 역량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가진 역량을 어떤 기업, 어떠한 직무를 수행할 때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이직을 결심했다면 단순히 회사의 브랜드, 매출현황, 복리후생 등에만 집중하기보다 내가 지원하는 기업의 비전, 조직의 문화, 직무내용 이 세 가지 요소와의 적합도에 대해서 잘 파악해야 한다.

기업과의 적합도
기업과의 적합도는 기업의 비전, 경영목표를 개인이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따져보려면 기업이 어떤 것을 추구하고 중시하는지 명확히 해둬야 한다. 나아가 업무 수행 시 본인의 목표가 기업 전체의 비전달성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조직문화와의 적합도
기업 업무 대부분은 혼자서 수행되기 힘들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조직 내 구성원들과의 협력과 조정을 통해 일하게 된다. 때문에 기존의 내부 조직원들과의 갈등으로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것은 기업과 구성원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과 경력을 보유했더라도 새로운 조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직무와의 적합도
어쩌면 이직을 생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단순히 채용공고에 나와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예측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 헤드헌터 등 다각적인 루트를 통해 직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본인의 역량, 특성과 맞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 간혹 입사 전의 정보와 입사 후 실제의 상황이 달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개인과 직무의 적합도가 낮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직의 원인이 된다.
 
기업 역시 채용하려는 포지션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포지션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과 역량이 필요한지 최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미리 해야 한다. 전문지식과 경력 등 테크니컬한 역량 중심의 무조건적인 인재 확보는 단기적으로는 조직의 성과 제고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구성원 전반의 사기와 신뢰 수준, 성과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조직 분석을 통해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에 적합한 개인적인 성향, 태도적 요건 등을 도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포지션 분석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력, 역량, 태도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각 기준에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줄 것인지 미리 정해 둬야 한다.
 
둘째, 기업이 요구하는 요소를 갖춘 인재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미 해외 유명기업들은 MBTI와 같은 심리 검사, 집단 토론, 업무 시뮬레이션, 내부인 추천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직에의 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
 
셋째, 조직 내에 적합한 인재를 보유하려면 지속적인 평가와 공정한 처우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 엄정한 평가 기준에 따른 평가와 보상으로 적합한 인재는 계속 보유할 수 있어야 하며, 적합하지 않은 인재는 별도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조직에서 적합한 인재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인재를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태도나 가치, 개인적인 성향은 외관상으로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때문에 조직 안팎의 인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면밀한 관찰과 평가를 해야 한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최고 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합한 인재를 고르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있어 사람을 최우선시하는 최고 경영자의 철학과 함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 사업 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황소영 이사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리크루트 인재연구소를 거쳐 현재 HR코리아의 기획 마케팅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채용 컨설팅과 경력 코칭이며, 저서로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인맥지도를 그려라> <서른살에 다시 쓰는 성공 다이어리> 등이 있다.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는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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