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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나를 알아라, 그리고 나만의 경력설계를 하라

최효진 | 60호 (2010년 7월 Issue 1)

내 적성에 맞는 일은 무엇일까?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재무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P과장의 이력서는 꽤나 화려했다. 해외 유학파라거나 그럴 듯한 학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룹사 중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계열사 두 곳에서 12년간 재무회계 업무를 섭렵해 실무관리자로서의 경력은 잘 구축돼 있었다. 연봉 수준도 상당히 높고 사내 평가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조만간 승진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P과장이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며 커리어 코치를 찾아왔다.
 
P과장의 고민은 뜻밖에도 “내 적성에 맞는 일은 무엇일까?”하는 것이었다. 10년을 넘게 한 방향으로 쌓아온 경력, 게다가 이제 곧 40대를 목전에 둔 P과장에게 이런 고민은 경력관리 측면에서 상당히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P과장도 이러한 위험부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P과장은 “지금이라도 고민하지 않으면 5년, 10년 후 또 다시 똑 같은 고민에 빠질 것 같다. 만약 그 때 가서 다시 고민한다면 지금 고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지금보다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외로 많은 직장인들이 P과장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 일이 나의 천직일까?’ ‘정말 내가 원하던 일을 하고 있나?’ ‘이 일을 계속 해 나가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은 학창시절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쩌면 직업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혹은 그 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고민이다. 직장인의 상당수가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커리어에 결여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코치의 질문에 P과장은 ‘자부심, 열정, 꿈’이라고 대답했다.
 
‘Doing’보다는 ‘Being’에 초점을 맞춰라
P과장의 경력 코칭을 위해서는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희망’ 또는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직위로 승진’ ‘전문성을 더 쌓아 경력을 확장’과 같은 경력직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고민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단순한 직무전환과도 좀 달랐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Doing(구체적인 계획수립이나 행동변화 설계)’ 보다는 ‘Being(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P과장의 고민은 계속 제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어 보였다.

 

 

다시 P과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P과장은 전형적인 ‘무난한 직장인’이다.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그룹공채로 입사해 배치받은 첫 번째 직장의 첫 번째 부서가 하필(?) 재무 파트였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무난한 선택이었다(사실 회사나 부서, 직무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조금 더 과거로 가보면 대학과 전공 선택 역시 무난했다. 딱히 무엇을 배워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성적에 맞추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따른 선택이었다.
 
이처럼 무난한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한 P과장의 커리어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첫해부터였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답답함’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P과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곧 적응했다. 그러다 또 얼마 지나면 ‘답답함’이 밀려왔고, 또 다시 적응하곤 했다. 10년 넘게 그런 생활이 이어졌다.
 
P과장이 잃어버린 ‘자부심, 열정, 꿈’을 되찾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한 커리어 코칭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현재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P과장의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실태를 ‘Professional Balance Wheel’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진단 결과, P과장은 개인의 목표·비전과 현재 업무의 일치도가 상당히 낮게 나왔고, 이로 인해 성취감·보람·만족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한 조직과 한 분야에서 꾸준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해결능력이나 조직의 성과·목표달성 등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P과장의 ‘Professional Balance Wheel’에서 ‘책임과 권한의 명확’이라는 요소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낮게 평가됐다는 점이다. 이 항목은 조직 내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와 관련해 책임과 권한 관계가 얼마나 분명한가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평가가 개인의 목표·비전의 일치도와 성취감·보람·만족감 다음으로 낮게 나온 것이다. 이것은 P과장이 갖고 있는 고민이 온전히 P과장 개인으로부터 초래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즉, 근본적인 원인이 P과장에게 있다 하더라도 조직이 제공하는 환경 역시 개인의 직업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을 통해 꼭 달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것이 단순히 적성검사 결과표에 나타난 직업군을 선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이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진 직장인이 이제 와서 적성검사 결과표를 가지고 자신의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보다는 ‘왜 일을 하는가?’ ‘일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까?’ 하는 일종의 가치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력자들은 가치 중심의 접근보다는 경력 중심의 접근을 한다. 지금까지 이러이러한 일을 해왔으니 이 경력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마치 수험생들이 전공보다는 학교를 먼저 따지고, 신입 사원들이 직무보다는 회사를 먼저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커리어와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자신의 비전과 삶의 목적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하나의 통일된 관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목적이나 비전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일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P과장도 마찬가지였다. 3차례에 걸친 코칭 과정에서 삶의 목적까지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10가지 가치와 일에 있어서 5가지의 상위 가치, 그리고 3가지의 하위 가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P과장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로 ‘자신의 인생 통제’ ‘교육적인 성취’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 등을 꼽았다. 그리고 업무 가치 중 상위 가치로 ‘성취’ ‘독립성’ ‘안정성’ ‘타인과의 조화’ 등을 꼽았고 하위 가치로 ‘틀에 박힌 활동’ ‘경쟁’ ‘모험 강행’ 등을 꼽았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직무에 비추어 각각의 가치들이 어떤 정도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P과장은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P과장의 애초의 고민과도 연결되는 것이었다. P과장의 고민은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는데, 자신이 ‘재무회계’라는 일 자체를 싫어한다거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면(특히 성취, 안정성 등)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P과장의 문제는 직무 그 자체에 대한 만족도나 적성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는 ‘내가 왜 일을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고찰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가치 중심의 경력설계
커리어와 관련된 직장인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많은 경우, 다음 커리어를 위한 테크닉 또는 스킬을 향상하는 방법을 찾는 데 머물러 있다.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이력서 작성 요령, 면접 통과를 위한 전략적 자기표현 기법, 조직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안, 유리한 연봉협상을 이끌어내는 전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커리어의 가장 표면에 있는 부분에 대한 가려움을 긁어줄 수 있는 방법으로, 특정 주제에 집중해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즉 이는 일종의 ‘계획’에 해당한다.
 
커리어와 관련된 또 다른 요구사항은 ‘목표’ 수립에 관한 것이다. 커리어에 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분명히 하는 것, 혹은 막연한 기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는 자기분석과 정보수집, 그리고 이를 구조화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직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떤 분야로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다면,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들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직무정보와 기업정보를 모아 이들 정보를 여러 각도에서 분류해 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첫번째 단계의 ‘계획’은 그 자체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 두번째 단계의 ‘목표’가 있어야만 ‘계획’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단계가 더 요구된다. 그것은 P과장에게 결여됐던 ‘인식’의 단계다. 일과 삶의 목적, 가치, 비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Being(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에 대한 갈증이 P과장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혼돈으로 빠뜨린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인식’에 관한 부분을 간과하고 ‘계획’이나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이는 경력설계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자신의 커리어에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든다면, 그것이 어떤 요소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고 있지만 무엇 때문에 바쁜지 알 수 없다면 역시 한 번 정도는 멈춰 서서 자신에 대한 인식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P과장은 자신의 혼란에 대해 많은 부분을 객관화했다. 그 혼란의 가장 큰 부분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나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니 그것을 일과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면서 현재의 조직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일을 찾거나 이직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P
과장은 이를 위해 몇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직무 면접(Job Interview)’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채용 면접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으로 판단되는 곳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커리어 관점에서 그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역 인터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만남의 목적은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것을 자신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모색하는 일이다. 직무 면접의 대상이 꼭 다른 기업이나 다른 직무일 필요는 없다. 현재 조직 내의 상사나 동료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치 중심의 경력설계는 조직 차원에서도 고려해볼 만하다. 많은 기업들이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경력관리프로그램) 또는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임직원지원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도는 조직 차원에서 직원들의 경력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직원 경력 관리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단순히 표면적인 계획이나 목표수립 차원에 머무르게 된다면 P과장과 같은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종업원가치제안)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개인에게 있어 가치 중심의 경력설계는 흔들림 없는 커리어를 선택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아울러 기업 역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제시할 수 있다면, 흔들림 없는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데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는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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