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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슬론스쿨엔 ‘마음과 손’이 있다

| 49호 (2010년 1월 Issue 2)


MIT
재학생과 동문은 항상 ‘마음과 손(Mens et Manus)’이라는 모토를 기억한다. ‘모든 지식(mind)이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hand)할 때만 비로소 그 지식이 참된 의미를 갖는다’는 이 모토는 MIT의 학풍, 문화, 성과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마음과 손’이라는 모토는 혁신(innovation)과 창업(entrepreneurship)이라는 2가지 개념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MIT 슬론 MBA스쿨은1914년 GM의 CEO였던 알프레드 슬론이 설립했다. 수리와 계량적 접근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학풍을 기반으로 혁신, 창업, 계량분석,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MBA스쿨로 꼽힌다. 매년 39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MIT의 모토를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슬론 MBA 스쿨의 설립 취지와 사명이 이 모토에 잘 반영됐기 때문이다. 슬론 MBA스쿨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기초를 닦은 GM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알프레드 슬론의 후원으로 1914년에 설립됐다. 1895년 MIT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알프레드 슬론은 1923년부터 1946년까지 GM을 이끌며, GM을 최초의 현대적 대기업으로 만들었다. 설립 이후 슬론이 경쟁 우위를 누려온 분야는 계량 분석(quantitative analysis), 정보기술(IT), 기술경영(MOT), 오퍼레이션(Operation)처럼 경영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하고,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직접 공헌할 수 있는 분야들이 대부분이다.
 
혁신과 창업이라는 MIT의 2가지 키워드도 MIT 공과대학의 연구실(lab)에서 태동해 슬론 MBA 스쿨 구성원들의 손을 거쳐 완성될 때가 많다. 슬론 MBA 스쿨은 공대 내 여러 학과 및 연구소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들과의 교류나 협업 기회는 슬론 재학생들에게 무척 일상적인 일이다. 예를 들어 재생 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실에서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거나 회사를 창업할 계획을 세웠다고 치자. 이 연구실 사람들은 슬론 MBA 스쿨의 전체 커뮤니티에 이를 알리고, 자신들과 함께 할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물색한다.
 
창업을 목표로 삼은 일부 슬론 재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이런 신생 회사에 파트타임으로 참여해 창업을 생생하게 경험하곤 한다.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업화하려는 온갖 형태의 시도들이 캠퍼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슬론 MBA 스쿨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산업이 바로 벤처캐피탈이다. 학기 중에는 보스턴이 근거지인 유명 벤처캐피털의 파트너들의 학교를 찾아와 종종 강연자로 나서기도 한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후원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연례 행사도 개최된다. 슬론 MBA 스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MIT 100K 비즈니스 아이디어 컴피티션’이 그 주인공이다. 슬론 MBA 스쿨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100K는 말 그대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에 관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후, 이를 실제 투자자들(Venture Capitalist)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실제 투자 결정을 할 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수상자를 고르며, 입상 팀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도 이뤄진다. 작년에는 만화 영화 ‘형사 가제트’에 나올 법한 ‘승용차 겸용 경비행기가 영예의 1등을 차지했다. 평상시에는 일반 자동차와 똑같지만 필요할 때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차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현재 이 팀은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이야말로 MIT와 슬론 MBA스쿨이 존재하는 이유다.
 
모든 슬로니가 괴짜 수학 천재인 건 아니다
학교에서는 슬론 MBA스쿨 학생들을 슬로니(Sloanies)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슬로니가 공학 분야의 배경을 가진 괴짜 수학 천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진다. 안경을 끼고 키가 멀대같이 큰 학생이 숫자와 공식으로만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 든다고 선입견이 팽배하다. 필자 역시 슬론에 오기 전에는 비슷한 느낌을 가졌었다. 하지만 직접 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해보니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학교측은 재학생들에게 탄탄한 계량적 지식, 수리적 이론 능력을 갖추라고 요구한다. 실제 이 분야에 뛰어난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숫자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필자 주변의 다른 MBA스쿨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슬론 MBA스쿨은 그 어떤 경영대학원 못지않게 그룹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기 내내 실습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설득 및 협상 관련 특별 교육들을 이수해야 한다. 정량적 분야의 능력은 슬로니만의 경쟁 우위로 가져가고, 이에 안주하지 말고 정성적 측면의 역량까지 균형 있게 갖추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즉, 창업과 혁신은 슬론 MBA스쿨의 DNA임이 분명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이 분야에만 몰두하지는 않는다. 슬론 MBA스쿨이 소재하고 있는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는 암젠, 겐자임 등 세계적인 생명공학, 의료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때문에 이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은 일부러 슬론 MBA스쿨을 택하고 있다. 학교 역시 생명공학과 연관이 많은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베인, 올리버 와이만, 모니터 그룹 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들의 본사도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웰링턴 자산운용 등 유명 자산운용 회사와 다수의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도 보스턴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스턴은 서부 실리콘밸리와 함께 미국 양대 벤처캐피탈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도시다.
 
그렇다면 슬론 MBA스쿨은 과연 어떤 사람에게 최고의 선택일까? 과거 어떤 경력과 경험을 지녔더라도,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토대와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학교임은 분명하다. 필자가 부연 설명을 하자면 혁신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는 사람,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에게 슬론은 ‘우리 집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곳이다. 매년 800, 900명이 입학하는 기타 아이비리그 경영대학원에 비해 규모는 작을지 모르나 커뮤니티의 다양성, 친밀성, 다양한 기회에 대한 접근성 등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게다가 필자처럼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단의 골수 팬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슬론의 문을 두드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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