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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직원 콤플렉스

전재영 | 26호 (2009년 2월 Issue 1)
Q 술 상무라고 들어보셨죠? 조직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윗사람 챙기기가 절대적이지요. 이렇게 조직에서 버틴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껏 팀 안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했고 상사가 원하는 것이라면 비위에 맞춰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팀에서는 ‘만인의 애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런 제 모습 때문에 저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저 역시 그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려고 애도 참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직에 대한 배신감에 너무 괴롭습니다. 팀장이 업무전략 회의를 앞두고 있기에 저는 보고자료 작성이며 아이디어 제안 등 마치 제 일처럼 팀장을 도왔습니다. 다행히 업무전략회의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더군요. 그런데 팀장은 저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을 뿐더러 팀장 후임으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대놓고 상사에게 따질 수도 없어서 속만 답답하군요. 저의 불편한 심기를 알았는지 이전에는 외부의 중요한 업무협상건 등을 저더러 보고하라고했던 팀장이 그것을 다른 팀원에게 일임하더군요. 이제껏 저를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하고 나서 제가 필요 없게 되어 내치려는 것인지 ‘토사구팽’ 신세가 된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상사에 대한 배신감에 요즘에는 수면제에 의지해 간신히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팀장이 원하는 대로 온갖 희생을 불사하고 조직에 헌신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과 억울함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ID: 착한남자)

A 조직에 대한 당신의 헌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보상을 기대하고 있었다가 예상치 못한 상사의 반응에 분하고 억울해 하고 있군요. 당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헌신의 대가로 상사의 인정과 보상을 기대했다면 그 억울함은 더 하겠지요.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주변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앞장섰던 당신의 ‘순교자적 역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수업의 대가는 톡톡히 치른 셈입니다. 당신이 그동안 의식하지 못한 습관적 행동방식의 고리를 끊고 이제부터라도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현실을 당당하게 넘어설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첫째, 주위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당신은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살펴보십시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됩니다. 어떤 이는 완벽해지려는 시도를 통해, 어떤 사람은 성공과 권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합니다. 당신의 경우는 ‘타인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했지요. 그러다보니 자신의 필요보다는 타인의 욕구를 먼저 챙기고, 타인의 기쁨과 만족이 곧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징표라고 여겨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세상은 당신이 뿌린 희생의 대가만큼 되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 친절과 희생에 대해 꼭 그만큼 상대방이 인정해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쩌면 그동안 당신 주위의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의 도움을 처음부터 필요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들은 당신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당신에게 반박할지도 모릅니다. 주위에 베푸는 당신의 도움만으로 주변 사람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순전히 당신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전에 당신 자신이 더욱 돌봄을 받고 싶어 했고 받아야 할 처지가 아니었는지 스스로 살펴볼 일입니다. 억압되고 숨겨진 자신의 욕구는 모른 채 타인 중심으로 가다 보면 억눌린 욕구가 당신이 원하는 만족스러운 관계 형성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줘야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둘째, 조직에 대한 헌신 이외에 객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당신의 능력과 자산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보다 부족한 부분을 먼저 살펴보길 권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타인의 인정’으로 메우고자 했다면 이제는 다르게 접근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갖지 못한 부분을 먼저 확인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개방하여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수치스럽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뼈저리게 아플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객관적인 능력은 숨긴 채 그럴듯한 포장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정만 구하려 한다면 정작 당신 자신은 없고 상대의 시선과 평가만이 기다릴 것입니다. 그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여러 수단에 매달리는 것뿐입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나가기, 상사 비위 맞추기, 상사가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하기 등으로 당신의 삶은 채워질 것입니다.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자기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주위를 기쁘게 하여 상대를 내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니까요. 그 모습이 당신의 객관적 능력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다른 방식으로 주변의 시선에 맞서 당당히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보세요.
 
셋째,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의 적절한 영역을 구축해야 합니다. 심리적 자유는 자신의 영역과 경계를 적절히 유지할 때 가능합니다. 이는 필요에 따라 거절할 줄 알고, 자신이 행하는 동기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놓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야만 상대가 당신의 도움에 혹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과 혼자서 설 수 있다는 독립심이 확고해지면 쉽게 타인의 반응과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당신 또한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결국 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항상 당신 편이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이 베푼 애정이 모든 이를 당신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묘약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처신이라도 상대의 성향과 주위 환경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려는 당신의 시도가 역으로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일을 애써 찾으려는 시도보다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나 조직 생활에서는 주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희생과 사랑의 의미가 종종 왜곡되기도 합니다. 인정을 구하는 노력만으로 타인의 마음을 얻고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필요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와 내가 함께 한다 하여 상대방과 내가 반드시 한 마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 때 서로의 발전을 격려해 줄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통한 성공은 먼저 자기 내면의 확고한 가치를 확립하고 더불어 의사소통의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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