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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전재영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3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넉넉해졌고 일도 익숙해져 마음의 여유가 생길 법도 한데 여전히 뭔가에 쫓기는 듯합니다. 이렇게 죽도록 일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끔 우울해집니다. 요즘은 제가 마치 돈 버는 기계인 양 느껴집니다. 엊그제 친한 친구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더군요, 죽어라 일만 하다가 그 친구처럼 세상을 떠날 생각을 하니 제 삶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더군요.
 
사람들이 일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하지만 어디 현실은 그렇습니까. 한 해에 몇 차례 해외 출장을 나가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게 제 일상입니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 주위에서는 쉬지 않고 더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여유 시간을 즐기면서 생활한다는 소리는 가당치 않기만 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만족감보다 좌절감과 피로감만 쌓일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ID: 피곤남)
 
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면서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의 삶마저 무색해졌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열정적으로 살아온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다만 현재 당신이 어떠한 가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자기 행동의 동기를 분명히 알 필요는 있겠지요. 대개 사람들이 일에 매진하는 이유는 돈이나 주위의 인정, 타인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욕구, 권력과 명예 등의 ‘야망’ 때문이죠.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얻기 위해 지금껏 쉼 없이 달려왔습니까.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야 당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야망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면 그 야망은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삶의 회의에 빠질 때는 반드시 자기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이는 물론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의 보람, 돈, 가족, 명예 등 여러 가치 가운데 당신이 어떤 위계를 설정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생활에서의 업무 관리나 심리적 태도는 모두 이런 기초 작업이 선행된 뒤에야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관적인 인생의 가치를 설정했다고 가정하고 그 다음에 당신이 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전략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우선 당신이 설정한 인생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시간관리’입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한 번에 많은 것을 시도하기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어서 당신이 아니면 아무도 그 일을 대신 할 수 없다고 평가한 것을 가장 첫 번째 자리에 놓는 것입니다. 이를 전제로 당신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진정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알게 되고, 인생의 시간이 당신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기회가 됩니다. 또 우선순위를 정하면 자신이 쓰는 시간 가운데 무엇이 불필요한지를 알게 돼 주위에서 요구하는 모든 일을 다 완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나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 대한 완급 조절과 더불어 자기성찰의 시간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마라톤 코스의 목표는 완주입니다. 이때 너무 빠르게 달려도, 너무 느리게 달려도 자기 페이스를 놓쳐 코스를 완주할 수 없게 됩니다. 정해진 근무 외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헌신적으로 일을 했다면 그렇지 않은 날에는 자신만의 시간을 계획적으로 확보해 자유롭게 쓰도록 해야 합니다. 완급 조절이 익숙해지면 정시에 퇴근할 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안감을 다소나마 덜 수 있고,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한 주에 며칠은 다른 중요한 가치에 할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급하게 몰아서 일을 해야 할 경우 완급 조절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때는 당신이 마무리하기로 한 일정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끝낸 뒤 반드시 자신을 격려하는 의미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에 매진하는 동안에도 당신의 우선순위를 상기하면서 조금이라도 짬을 내어 우선순위에 매진할 시간을 벌려고 애쓰는 게 장기적으로 좋습니다.
 
세 번째, 당신의 삶의 가치와 생활방식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으로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선택에 대한 당당함과 이로 인한 효과를 몸소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특정 요일에는 용기 있게 자리를 박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떠나 보세요. 이튿날 아침에 훨씬 활기찬 모습으로 일에 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눈치를 보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살뿐 아니라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상사가 자신의 권위로 근무시간 외 업무를 요구한다면 당신의 행동이 상사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임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당신의 시도가 실제 업무상 어떤 점에서 효율적이며, 실제로 조직과 업무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대화를 이끌어 가십시오.
 
마지막으로 자기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여전히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일에 문제가 있는지, 당신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과중한 업무가 조직의 기대로부터 나오거나 일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금언을 되새기면서 체념하고 받아들여야겠지요. 이게 정 싫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게 당신의 정신건강에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완벽함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에 혼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평소 자신에게 할 만큼 했다고 말하기보다 ‘난 더 해야 하는데’라고 스스로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십시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는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기겸손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금 제대로 활용하는지는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현재 당신이 마음에 드는 인생의 설계도면을 만들고 있다면 적어도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대해 인정하고 환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으로부터 5년, 10년 뒤 당신이 그리는 삶의 모습과 상관이 없는 곳에 서있을 것 같다면 당신이 현재 서있는 곳을 떠날 수 있는 용기 또한 당신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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