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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

“하나의 객관적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

DBR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최고 관리자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이미 걸러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 의견이 묵살당하기도 하고, 편파적 주장이 객관적 의견으로 위장되기도 하며, 단순한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는 하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데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두 장의 크림 전쟁 사진에 대해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기고한 일련의 에세이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그의 뛰어난 감각을 치밀하고 시적인 서술로 풀어냈다. 2만5000 단어로 쓰여진 그 에세이에서 모리스 감독은 독자들에게 조목조목 증거를 내보이며 어떤 사진이 먼저 찍혔는지에 대한 의문과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사진작가의 서한을 꼼꼼히 읽고, 박물관 큐레이터를 인터뷰하고, 여러 지도를 살펴보았으며, 직접 크림반도에 가 사진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영상 전문가 및 법의학 사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자와 협의하고, 탁월한 관찰력을 가진 친구와 19세기 사진 감광 유제의 청감성, 동일한 바위의 위치, 중력의 법칙 등을 연구한 뒤 사진 자체를 분석했다.
 
그의 작품 곳곳에 번뜩이는 이러한 치밀한 분석력으로 그는 평론가들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가디언지는 모리스를 세계 10대 감독으로 손꼽으며 ‘법의학자의 마음’과 ‘화가의 눈’을 지닌 감독이라고 평했다. 그의 분석력은 외관을 보고 실제를 파악해야 하는 모든 관리자에게도 매우 필요한 덕목이다. 이런 면에서 열정적으로 사실을 추구하는 모리스 감독만한 스승은 없을 것이다.
 
모리스 감독은 수년 전 사립 탐정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가 감독으로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도 이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신 블루 라인(The Thin Blue Line)’은 1976년에 일어난 댈러스 경관 살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으로 당시 살해범으로 지목 받아 사형 선고를 받은 랜들 애덤스가 석방되기에 이르렀다.
 
그의 최근작인 ‘스탠더드 오퍼레이팅 프로시저(Standard Operating Procedure)’는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찍은 사진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사진을 찍거나 사진 속에 등장한 미국 병사들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 사이에 군데군데 벌어진 틈을 메우며 대중과 언론이 이들 사진에서 도출한 가정이나 추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가 이제껏 얻은 신뢰를 감안한다면 애플, 씨티그룹, 아디다스, 도요타 같은 기업들이 모두 그에게 TV 광고를 의뢰했다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광고와 마케팅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리사 버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불충분한 정보나 들어맞지 않는 회계 수치를 접했을 때 어떻게 하면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모두가 따르고자 하는 진정한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던져준다.
 

다큐멘터리 ‘스탠더드 오퍼레이팅 프로시저’의 발단이 된 조사를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아부그라이브 사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아무도 그 사진들의 앞뒤 정황을 맞춰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람들은 어떤 사진을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흠,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해. 이 사진이 보여 주고 나타내는 바는 틀림없어.”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영화의 목표는 말 그대로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 사진들을 다시 뜯어보는 것이었다. 직접 사진을 찍은 병사들과 한번 이야기를 해 보자, 누가 거기에 있었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사진을 찍은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내 보자, 이런 생각이었다.
 
국방부 고위 인사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도널드 럼스펠드나 딕 체니가 그 모든 사진을 찍었다면 나는 그 사실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그 사진들에 대한 영화이고, 일련의 명령 전달 체계에 속한 장병들, 이를테면 사병, 헌병, 상병, 병장들에 대한 영화다.
 
유일한 예외는 당시 아부그라이브를 담당한 전직 준장 재니스 카핀스키다. 내가 그녀를 등장시킨 이유는 비록 군법회의에 회부된 적도, 수감된 적도 없다 하더라도 어떤 면에서 그녀는 아부그라이브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진은 ‘사각 프레임 밖’은 보여 주지 못한다는 전직 헌병 메건 앰벌의 말에 대해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보면 우리는 어떤 사진을 볼 때 흔히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부정한 짓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셀로가 요구한 것도 바로 증거였다. 오셀로는 이아고에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말한다. 물론 그에게 그런 증거가 주어졌지만, 그것은 결국 사실을 확인해 주는 증거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비극의 씨앗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어찌됐건 간에 우리가 본 것은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입수했을 때(전체 사진 중 270장은 미군 범죄조사본부에 제출됐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흠, 이 사진들만 잘 본다면 아부그라이브의 전모를 알 수 있을 거야.” 수사를 위해 사진을 조사한 브렌트 팩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한 메타데이터에 근거하여 사진들의 전후 순서를 파악했다. 그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경험 정보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의 진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사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사진은 당시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생각까지 보여 주지는 못한다. 사진에는 전후 사정이 기록되지 않는다. 왜 그 사진이 찍혔으며 그 사진이 보여 주는 바가 무엇인지도 기록되지 않는다. 사진은 어떤 증거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에 대한 증거인지를 밝혀내기까지 무수한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
 
이반 프레드릭, 척 그레이너, 메건 앰벌, 린디 잉글랜드, 사브리나 하먼 등 아부그라이브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생각이 있다. 사람들은 모든 사건이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기자들 또한 그렇게 여겼다. 아무도 사진 이면에 숨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너머의 진실에 한번만 눈을 돌린다면 우리는 아부그라이브 사건에 연루된 것이 비단 이들 헌병뿐 아니라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말까지 아부그라이브에는 8000여 명의 죄수들이 수감되었다. 아부그라이브는 하나의 소도시이자 우리의 정책이자 이라크에 간 미국의 얼굴이다.
 
나와 아부그라이브에 대한 책을 공동 집필한 필립 구레비치가 쓴 이 구절이야말로 아부그라이브에 얽힌 모든 것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폭로하는 동시에 은폐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한편 그 이상을 보지 못하게 우리의 눈을 가렸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았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 리더는 종종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조사를 진행할 때 당신의 생각이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언제인가.
 
내 생각은 언제나 영향을 미친다. 사실과 생각 간에는 항상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험성이 높은 범죄 조사의 경우 이러한 상황이 극에 달한다고 말할 수 있다. X라는 사람이 과연 유죄인가 무죄인가? 우리는 정답을 알기를 원한다. 내 영화 ‘신 블루 라인’에서 경찰은 살해범이 누구인지에 대해 확신했다. 그들은 사건 개요를 확보하고 있었고, 그 개요를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믿을 때 어떠한 유형을 나타낸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무엇은 믿고 무엇은 믿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신 블루 라인’에서도 경찰이 일부러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경찰 판단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허점이 있었고, 그들이 지목한 사람이 범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일이 간단하게 해결되고 사회적 필요에도 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이러한 유형의 믿음을 보인다. 꼭 진실이 아니더라도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일단 무엇 하나를 믿기로 마음 먹으면 마지못해서라도 그것이 정말이라고 믿게 되는 게 사람이다.
 
경찰이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 생각할 만한 증거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많은 증거가 확인되지 않거나 묵살되고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나의 의혹이 진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인지 나 스스로 확인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나는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랜들 애덤스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덮어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자세한 정황을 알지 못했고, 남에게 내 생각이 맞다고 증명해 보일 수도 없었다. 다만 뭔가 잘못 되었다고 느꼈을 뿐이다. 사건 개요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았다. 이것이 2년 간에 걸친 조사를 시작한 계기였다. 그 후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서 처음에 품은 의혹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충분한 조사를 마쳤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는가.
 
나는 오랫동안 사립 탐정으로 일했고, 월스트리트 관련 사건을 많이 다뤘다. 당시에는 항상 내게 수사를 종결할 시점을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모든 프로젝트에 명료한 완료 시점이 있었다. 그러나 독립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때에는 언제 끝마쳐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신 블루 라인’ 관련 사건의 경우 랜들 애덤스가 석방되는 때를 중단 시점으로 삼고 조사를 진행했다.
 
정보를 수집한 뒤에는 사건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에 당신만의 스타일이 농후하다. 이것이 사람들의 인식을 조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곧 사람들의 인식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건을 영화적인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것은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다. 즉 댈러스 경관이 총에 맞던 날 밤에 내가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있었던 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재현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버리고 한 발짝 물러서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당신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신의 인터뷰용 기기인 인테로트론은 여기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인테로트론(사진)에는 두 대의 카메라와 두 대의 프롬프터가 쓰인다. 인터뷰 진행자와 응답자가 서로를, 또는 적어도 서로의 실시간 영상을 정면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정면에서 카메라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테로트론을 고안한다. 내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그들은 비디오에 뜨는 내 얼굴을 직접 보고 인터뷰하는데, 그 결과 카메라가 그들의 정면 응시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시청자의 눈을 직접 응시하면서 이야기하는 효과를 얻는다.
 
당신이 비디오 화면에 뜬 인터뷰 진행자로서의 역할을 실제 드라마의 한 부분으로 살리고자 한다면 인터뷰 응답자와의 주고 받는 대화를 그대로 포함시키면 된다. 이 경우 실제로 당신이 추구하는 것은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과 시청자 사이에 관계를 형성시키는 것이다. 당신은 진행자가 영화 속에 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때때로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과 시청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나는 인테로트론으로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인터뷰를 해 오면서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모든 것이 전적으로 인테로트론 효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다큐멘터리’라는 말보다 ‘논픽션 필름’이라는 말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이 당신이 정의하는 ‘진실’과 관계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여러 종류의 진실이 존재한다는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을 믿지 않는다. 하나의 객관적인 현실만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누군가 총에 맞았거나 그렇지 않았거나, 누군가 방아쇠를 당겼거나 그렇지 않았거나, 국가가 전쟁 중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언제나 한 가지 현실만 존재한다.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곧 여러 진실이 존재한다거나 진실이 주관적이라는 의미일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감독의 개입이 없이 ‘사실 그 자체’를 보여 주는 영화를 떠올린다. 시종일관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작가로서의 감독은 이와 다른 개념으로 여겨진다. 장르와 관계없이 모든 필름은 제각각 다른 취급을 받아야겠지만, 감독이 개입한다는 이유만으로 진실을 말하는 영화라거나 진실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픽션 필름에서 진실이 담긴 순간을 보기도 하고, 논픽션 필름에서 터무니없는 사실 왜곡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시도하는 것들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조사한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예를 들어 어떤 범죄와 관련된 증거들을 살펴볼 때 나는 증거들을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와 무죄를 밝히는 증거 두 가지로 분류한다. 이것이 바로 한 가지 현실을 양쪽 편에서 바라보는 방법이다.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당신은 존 케리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에 당선되려면 유권자에게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마케팅이고 브랜드 관리다. 조지 부시는 그의 과거를 숨기지 않았고, 그로 인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용이 좋든 싫든 간에 부시는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베트남전 당시 자신이 주 방위군으로 근무한 것에 대해 왜 염려할 필요가 없는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불량한 청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마침내 신을 알게 되었다. 나는 술을 끊었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상 더는 그에게 불량한 청년이던 과거에 대해 나무랄 수가 없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속죄 이야기다.
 
반면에 케리는 그의 이력 가운데 몇몇 주요한 부분을 얼버무림으로써 전혀 일관성이 없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처음부터 정직하지 못했다. 그는 베트남전에서의 활약상을 강조하는 한편 반전 활동을 한 사실은 축소해서 말했다. 참전과 반전운동 두 가지 이력을 모두 밝히며 “옳은 일 두 가지를 동시에 했다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면 그는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는 것도 옳지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옳은 일이다.
 
나는 그가 홍보용 사진이 아닌 실물로 인테로트론 앞에 앉아 그의 과거 속의 두 가지 경력에 대해 진솔하게 말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선거 진영에서도 그런 인터뷰를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기업을 위한 TV 광고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돈을 벌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TV 광고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TV 광고는 세상을 소재로 삼는 한 편의 30초짜리 영화다. 광고를 처음 시작한 이래 몇 년 동안은 인터뷰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기업들이 당신에게 TV 광고를 의뢰하는 이유와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나는 상당한 광고 제작 경험을 쌓아왔다. 기업들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존 케리를 인테로트론 앞으로 데려와 원고에 쓰인 말이 아닌 그 자신의 자연스러운 언어로 이야기하도록 하고 싶었고, 선거 캠페인에서 빛을 잃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종류의 일에는 솜씨가 꽤 좋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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