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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조직 내 불안 관리법

피하려 하면 더 커지는 것이 불안감
조직에서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줘라

이경민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다. 그리고 불안이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불안은 잠재적 위협을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각성 상태를 제공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한다. 하지만 불안이 지나치면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불안을 적절하게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 차원에서는 마음 챙김과 자기 연민이 중요하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는 존중의 문화와 주기적인 조직 진단이 요구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1974년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가 발표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아랍인이 아랍 속담을 서툰 독일어로 번역해 나이 든 연인을 위로하는데 그때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불안해 본 사람이라면 이 속담이 불안의 속성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사실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매우 보편적인 감정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불안의 감정은 우리를 사로잡았다가 지나쳐 간다. 때로 이러한 불안이 과도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되면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병적 불안의 범주에는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이 포함된다.

최근 인터넷에서 “우리 몸의 70%가 물인 것처럼 우리 정신의 70%는 불안이다”라는 글귀를 봤는데 정신과 의사로서 이 문장에 매우 동의한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동기 중 많은 경우가 불안과 연관돼 있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또한 불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성마른 화를 내기도 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위축돼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도 한다.

불안은 동시에 사람들이 가장 언급을 적게 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특히 조직에서 “나는 지금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구성원이나 리더를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다른 감정에 비해 불안은 자신이 일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표현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종종 다른 감정으로 위장돼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다. 지나친 성실성, 규칙에 대한 집착, 일에 대한 과도한 몰입, 능력을 입증할 기회에 대한 회피, 시간에 대한 조급성, 다른 사람에 대한 인내심 부족, 상황을 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상대에 대한 불신, 마이크로매니징 등 다양한 모습 아래에 공통적으로 불안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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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보편적인 이유

불안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작은 위험에도 민감해지고, 매사에 최악의 경우를 염려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 사회는 환경적으로 불안을 증폭시키는 문화가 있다. 불확실성이 크고, 항상 빠르게 변화해야 하며,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재기의 기회(Second chance)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과에 따라 차별이 심한 사회적 혹은 조직적 문화에서는 기질적으로 느긋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게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잠시 마음을 놓았다가는 변화에 뒤처지고 한 번 뒤처지면 다시 회복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그러한 불안은 타고난 기질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광범위하게 퍼져간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급격한 내외부의 변화 속에 빠른 대처를 요구받고 있는 현재의 기업과 조직 상황은 개인으로서 불안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안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불안은 위험에 대비하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진화심리학에서 불안은 잠재적 위협을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각성 상태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류와 함께 지속돼 왔다고 추측한다. 분명한 위협에 대해 생존을 위해 상황을 회피하거나 맞설 수 있도록 근육에 긴장을 높이고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e system)를 흥분시켜 위협적 상황에 대처하게 하는 감정 반응을 ‘공포(fear)’라고 할 때, 이와 달리 불안(anxiety)은 위협적 상황이 없을 때도 염려와 긴장을 포함한 정서적 불편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 위협을 회피하게 하고 더 안전한 행동을 추구하게 한다. 그렇기에 적당한 정도의 불안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를테면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가지는 불안은 더 완벽하고 꼼꼼하게 일을 준비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 불안은 프로이트에 의해 신경증(neurosis)의 핵심으로 규정됐다. 그는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방출되지 못하면서 불안이 생긴다는 초기 이론을 수정하면서 ‘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이라는 글을 통해 불안을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정의했다. 즉, 불안은 위험 상태의 등장을 예고함으로써 위험 상황을 효과적으로 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도록 자아가 보내는 신호(signal anxiety)라는 것이다. 주체가 경험한 적 있었던 위험 상황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상기되면 자아는 주체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 이것이 바로 불안이다. 자아는 이러한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 반응의 도움을 받아 위험을 방어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이 개인 및 조직에 미치는 손실

불안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지나칠 경우 개인적, 조직적 차원의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첫째, 불안한 개인은 현재의 일에 충분히 집중하기 어려우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힘들다. 불안 때문에 시험이나 중요한 발표, 결정을 그르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불안을 관장하는 뇌의 기관은 편도체(amygdala)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평상시 전두엽(frontal lobe)의 지휘 아래 조율되는 기관이지만 과도한 불안 상태에서는 전두엽을 마비시키고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을 과하게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전두엽의 원래 기능인 합리적 의사결정,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이해, 판단력 등이 저하된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처리하는 동안 에너지의 대부분이 감정 처리에 소모돼 합리적인 생각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일시적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불안한 상태에서는 온전하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된다. 또한 불안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생존 본능을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강화된다.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 중 가장 기본적 욕구인 생존 욕구가 높아지는 것이다.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소보다 더 애쓰게 되고, 생존에 필요한 외부의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더 가혹한 기준을 적용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혹독하게 다그치게 된다. 많은 리더가 분노 조절을 이유로 코칭을 받기 시작하는데 신기하게도 몇 회기(session) 지나지 않아 화를 내는 횟수가 줄어든다. 이는 화 자체를 다뤄서라기보다 화라는 감정 아래에 있는 리더의 불안을 낮춰 사물을 좀 더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돕고 과도하게 활성화된 생존 욕구를 안정화시켜 마음의 여유를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불안이 해소되면 상황을 지나치게 파국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낮아지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조급해 하거나 분노하는 횟수가 감소하게 된다.

셋째, 불안을 감당하기 위해 내적 에너지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번아웃에 빠지기도 하고,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감정이 폭발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염려하느라 현재를 충분히 누리거나 보지 못하기도 한다. 한 임원은 일에 대한 과도한 몰입과 스트레스 때문에 집 근처 한강공원에 백조 모양의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그 집으로 이사한 후 3년 동안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코칭을 받으면서 쉼에 대해 배우고, 가족 없이 처음 주말을 보내기 위해 한강에 나갔다가 그제서야 처음으로 3년 만에 늘 그 자리에 있던 큰 카페를 알아보고 놀랐다고 한다. 더 흔한 예는 휴가를 가서도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같이 있는 가족들과의 시간에 충분히 집중할 수 없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쉬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휴가기간을 보내고 더 지친 상태로 복귀하게 된다.

불안의 부정적 영향은 개인을 넘어 조직에도 손실을 끼칠 수 있다. 먼저, 새로운 일을 과감히 시도하기 어렵다. 좋을 수 있지만 잘 모르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썩 좋지 않아도 이미 해 본 적이 있는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게 된다. 거기에다 과거 성공까지 했던 경험이라면 더욱더 포기하기 어려워져 이른바 성공의 함정(과거에 옳았던 방식을 고집하다 현재의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리더들이 불안할 때 장기간 불확실성을 뚫고 추진해야 하는 창의적 사업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그리고 과거 이미 입증된 방식의 사업을 선호하게 된다.

둘째, 사람에 대한 불신이 늘어 통제의 욕구가 증가한다. 불안을 덜기 위해 더 많은 감시와 간섭이 생겨난다. 사소한 부분에도 민감해지고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늘어난다. 이를테면 리더가 불안할 때는 평소 구성원의 자율성에 맡겨 뒀던 부분까지도 본인이 다 챙기거나 자신의 스타일대로 맞추고 싶어 하게 된다. 심한 경우, 발표 자료의 글자 폰트, 줄 간격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도 자신의 기준에 맞춰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러한 톱다운(top-down)의 수직적 문화가 불안 속에 강화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인재들은 조직에서 심리적, 물리적 이탈이 가속화된다.

셋째, 부서 이기주의가 증가하고, 각자도생의 문화가 확산된다. 불안한 개인이 많아지면 연대를 통한 협력보다는 내 부서, 내가 맡은 일, 그리고 내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증가해 조직 전체로 볼 때 과도한 경쟁, 협력의 부재, 이기주의적 행태가 늘어난다. 불확실한 정보들이 조직 내에서 재생산, 확대되고 구성원들은 본래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보신을 위한 활동, 파벌 형성, 사내정치 등에 주력하게 된다.

위의 세 가지 현상이 모두 일어난 조직이 한때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였지만 2011년 이후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노키아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노키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Olli-Pekka Kallasvuo) 전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노키아 몰락의 원인으로 경직된 조직문화와 변화를 이끌기보다 담당 업무에서 단기 성과를 내기 급급했던 리더십을 꼽았다.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경직된 하향식 조직문화에서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가질 수 없었고 그 결과 불안해진 개인들은 자신이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내부 경쟁에만 몰두했다. 노키아 내부 사업부 간 경쟁과 잇속 챙기기가 치열해지면서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이는 조직 내 불안을 가중시켰다. 칼라부스오 CEO는 “조직 내에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내부 경쟁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회사를 잠식했는데 경영진은 이를 간과하고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노키아의 몰락에 대해 쿠이 후이(Quy Huy) 프랑스 인시아드(INSEAD)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진이 조직 내부에서 진정성, 자부심, 애착, 재미 등이 장기간에 걸쳐 쌓인 ‘정서 자본(emotional capital)’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부정적 정서 자본, 즉 불안으로 촉발되는 생존 본능, 단기성과주의, 통제 욕구,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어떻게 조직을 빠르게 침몰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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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과 자기 연민을 통해 내면의 불안을 관리하라

불안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함께 커진다. 특히 안 그래도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아진 시대,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인 및 조직의 불안의 강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불안 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불안하다. 불안은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적 방어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안이 전혀 없는 상태는 오히려 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정한 정도의 불안은 우리를 각성시키며 최적의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불안할 때, 그 불안을 없는 것처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수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은 피하려 할수록 더 커지는 속성이 있다. 불안의 느낌이 들 때 그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고 ‘불안이 곧 나’라고 동일시하기보다 ‘내가 지금 일시적으로 불안하구나’ 하고 상태(state)로 인지하면 불안의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즉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조망하는 것이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 불안으로 영혼이 잠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불안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염려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집중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일어날 경우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대체로 불안한 상황이 가지고 오는 최악의 결과라는 것이 내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사태인 경우는 드물다. 혹여 그러한 상황이 예상된다 할지라도 내가 염려한 일과 그 최악의 상황이 맞물려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렇게 최악까지 생각해 본 후 그 상태와 가능성을 가늠해보고, 그 사이에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실제로 시행한다. 막연히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그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잘게 쪼개 하나씩 시도해보면 작은 성공 경험들이 더 큰 문제를 감당할 자아효능감(self-efficiency)을 돌려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그런 불안을 친구나 후배가 고민이라고 나에게 물어온다면 무슨 조언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대부분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혹하게 최악의 결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에게만 항상 최고로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우리 대부분이 가진 심리이다. 따라서 불안을 느낀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걱정하고 있는 최악의 사태는 무엇인지, 그 사태를 막으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내가 전혀 애쓸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 나는 그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차분히 생각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흐름으로 불안을 직시하면 대부분 불안 정도가 크게 줄어든다.

셋째, 자신에게 연료가 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 불안의 파도가 밀려올 때 나를 버티게 할 수 있는 마음의 연료를 평소에 충분히 비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사람들과의 따뜻한 유대의 시간일 수도 있고,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한 회복일 수도 있다. 좋은 곳으로의 여행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말, 혹은 신앙생활, 혹은 취미활동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됐건 정서적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평소 꾸준히 해 과도한 불안에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가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앞날에 대한 걱정을 과대화하면서 이를 감당할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거나 축소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온 시간들을 기억해보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든 순간들을 잘 이겨왔는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자기 연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불안의 순간에 내가 앞으로 마주칠 또다른 상황들 또한 지금처럼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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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조직 내 불안 관리법

불안 관리가 개인에게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조직 내부에서 직원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의 경우 앞서 설명한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적으로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불안을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지 않아야 한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은 상시적으로 사용되는 동기부여의 두 축이다. 이 중 당근에 비해 채찍을 더 자주, 그리고 강한 정도로 활용하는 조직은 구성원들의 불안도가 매우 높아지게 된다. 한 임원은 회의 석상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말하는 구성원에게 ‘그런 식으로 하면 다른 부서로 보내 버리겠다. 그리고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쫓아가서 지켜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본인은 구성원들이 각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한 채찍이지만 듣는 이들에게는 공포에 가까운 협박이었다. 이 조직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리더의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못하는 강압적 문화 속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처럼 개인의 불안을 자극해 성과를 내려는 방식은 리더가 생각하듯이 개인을 각성시키는 동기부여를 이뤄내기보다 공포로 인한 굴복, 창의성이 말살된, 경직된 조직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둘째, 구성원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구성원에 대한 존중은 어떤 조직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존중을 실제 업무 현장에서 자주 느끼고 있다고 대답하는 구성원들은 거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간격은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의 큰 원인이 된다. 내가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확신, 조직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구성원은 과도한 불안에 휩싸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조직에서 내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나의 존재감이 희미하고, 내가 실수하면 나를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작은 일에서도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매사에 더 조심하게 되고, 최고의 결과만을 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불필요한 경쟁의식을 갖게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CEO가 보여준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불안을 리더가 효과적으로 관리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3월17일,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할 무렵, 저커버그는 사내 게시판에 ‘함께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전 세계 직원 4만5000여 명에게 1인당 보너스 1000달러(약 122만 원)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기에는 직원 모두에게 고과를 ‘Exceed Expectation(아주 잘함)’으로 줄 테니 불안해하지 말라는 글도 함께 적혀 있었다. 외부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위협적일 때도 ‘우리는 위기에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구성원들이 조직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실질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조직이 미션이나 가치로 표명하는 것 이상의 전달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전사적인 캠페인일 수도 있고, 리더의 전체 메시지일 수도 있으며, 개별적으로 전해지는 칭찬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한 개인에 대한 조직적 서포트가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에 일을 잘 감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이 직무 스트레스 및 우울/불안 지수를 검사해 보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힘든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 성과만을 보고 구성원들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그들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심리적 상태에 대한 관찰, 진단, 개입이 조직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의 질병을 찾아내고 미연에 방지하도록 돕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불안과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조직 차원의 검진이 필요하다. 어려움을 겪는 개인을 찾아내 낙인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로 인해 개인들이 과도하게 불안해지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져 결국에는 조직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 조직이 현재 전반적으로 어떤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부서, 어떤 직역, 혹은 어떤 연령대가 가장 불안에 취약한 상태인지 전반적인 조직문화 검사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얼마 전 큰 사건을 겪어 조직의 불안 정도가 커진 국내 기업의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조직 내 한 부서에서만 일어난 국지적 사건이었지만 그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리더 그룹과 인사팀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 구성원들은 크게 실망했고 그 결과 조직의 불안 정도가 심해졌다. 필자는 이 회사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실제적인 조직의 불안 정도와 그로 인한 결과(업무 집중 몰입도의 저하, 직무 스트레스 정도 등)를 수치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다양한 조직 진단 툴을 활용해 조직 내 불안 정도에 대한 검진을 진행했다. 그 결과 검진 전에 세웠던 가설과는 다른 원인과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조직의 리더 그룹이 생각하는 본 사건의 발생 원인은 리더 한 명의 그릇된 인성 탓이었다. 회사 측이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다 보니 사건 자체도 개별적 사안이고 불안 역시 일시적이라 곧 해소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와 그룹 인터뷰 등을 통해 조직 내부에 그간 누적된 불안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내부 소통의 부재와 특정 연령대 및 직역(職役)에 대한 업무 과부하, 리더들의 잘못된 언행 등이 조직 전반에 팽배해 있었고 이것이 구성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리더들을 설득해 문제가 생긴 해당 부서에 대해서만 컨설팅을 하는 것이 아닌 조직 전반의 리더십 증진을 위한 코칭, 수평적 의사소통의 활성화 등을 진행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와같이 조직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그 원인이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구성원 혹은 리더와의 문제인지, 또는 개인의 취약성을 자극하는 문화적인 문제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며 전략적 해결 방안 수립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적 개입과 노력 속에 과도한 불안으로 인한 소모, 번아웃, 이직 등을 감소시키고 구성원들을 일에 몰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정신과 전문의) kmlee@mindroute.co.kr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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