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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chain & Business

나스닥 상장 ‘코인베이스’의 앞날은

김지윤 |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최초로 지난 4월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했다. 코인베이스 직상장은 그 자체로 코인베이스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사건이지만 코인베이스는 상장 이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됐다. 일단 암호화폐들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늘면서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 외 핀테크 플랫폼들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증시 상장과 함께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규제를 받게 된 점도 코인베이스에는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비상장 암호화폐 거래소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개인 간 거래 수수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코인베이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결국 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B2C를 넘어 B2B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거래 수수료 외 비투자 상품을 고도화하는 것이 향후 코인베이스의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로 알려진 코인베이스가 4월14일(현지 시간)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가치 110조 원(약 1000억 달러)을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양적 완화로 ‘자산 버블 시대’가 오면서 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호시절이 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이란 곧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적용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교적 별 규제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하던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주 무대로 데뷔함과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감시와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상에 나온 코인베이스는 이제 3명의 라이벌과 경쟁하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주주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여기서 3명의 라이벌은 바로 비트코인, 핀테크 플랫폼, 다른 가상 자산 거래소들이다.

코인베이스는 어떤 곳인가

코인베이스는 개인 및 기관투자가에 가상 자산 관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2012년 에어비앤비 엔지니어였던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골드만삭스 트레이더 출신 프레드 어삼은 코인베이스라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었다. 이더리움이 탄생하기 전에 만들어진 여러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 중 하나였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벤처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안데르센호로비츠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며 성장했다. 코인베이스는 창립 9년 만에 직원 수 1700명, 누적 거래량 4560억 달러, 플랫폼 내 자산 규모 900억 달러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코인 거래소로는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증시에 상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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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베이스의 상장은 가상 자산 시장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코인베이스의 2021년 1분기 매출은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9배 성장했다. 같은 시기 순이익은 7억6500만 달러로 전년 연간 순이익(3억22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이었다. 2020년 들어 부진하던 가상 자산들의 가격이 폭등하고 그 여파가 2021년에도 지속되면서 회사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실제 코인베이스 실적의 대부분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코인베이스 등록 명세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총매출의 약 96%가 코인 거래에서 발생한다. 또한 미즈호증권의 댄 둘레브(Dan Dolev)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매출의 80% 이상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비트코인은 독이 든 성배일까?

코인베이스에 비트코인은 양날의 검이다. 비트코인이 흥할수록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그 결과 코인베이스의 매출도 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줄면 코인베이스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가격이 코인베이스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020년 12월31일 기준으로 플랫폼 내 전체 거래량의 약 56%를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외에 대표적인 가상 자산이 없다는 점은 앞으로 코인베이스 사업이 안정화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거래 플랫폼 해킹이나 네트워크 보안 이슈 등은 장기적으로 코인베이스 사업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일례로 4월18일 비트코인 가격이 14% 가까이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정전’이 꼽혔다. 비트코인 채굴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중국 신장 지역의 정전 사태가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여겨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채굴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는 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상 자산을 규제하려는 다양한 시도도 코인베이스의 앞날에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흔드는 변수는 꽤 복합적이다. △국가마다 가상 자산 규제 상황이 다르고 △가상 자산 시장이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았으며 △가상 자산이 갖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의 그늘을 벗어나서도 사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핀테크 스타트업의 ‘수수료 경쟁’

가상 자산 시장 활성화는 코인베이스에만 호재는 아니다. 기존 핀테크 업체들 역시 가상 자산 시장으로 뛰어들었거나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가상 자산 거래 시장에 뛰어든 핀테크 업체로는 스퀘어의 캐시앱, 로빈후드, 페이팔, 벤모 등이 있다. 가상 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이에 외신들은 코인베이스가 이 플랫폼들과 수수료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단적으로 주식 투자 앱 로빈후드는 가상 자산 거래 수수료를 0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모든 투자 수수료를 0원으로 잡아 업계 기준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핀테크 플랫폼들은 가상 자산 거래를 회사의 주요 수입원이 아닌 신규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코인베이스에 거래 수수료는 주 수입원이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수수료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댄 둘레브 애널리스트는 “페이팔이나 캐시 앱 등과 주요 유저가 겹치면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코인베이스를 압박하고 있다. 로빈후드가 수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일단 로빈후드는 운영 비용을 최소화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증권사지만 영업점이 없다. 리서치 보고서나 분석 도구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최소한으로 발생하는 운영비용은 예치금 이자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빈후드는 부분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 ‘로빈후드 골드’를 통해 매달 구독료를 내고 시간외거래를 하거나 마진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리미엄 회원에겐 이용자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른 수익 모델로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가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가 플랫폼 유저의 거래 주문 정보를 고액에 사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퀀트 회사들이 이 데이터를 받아서 고빈도 트레이딩 전략을 수립하는 데 쓰는 구조다. 정리하자면 로빈후드는 △프리미엄 금융 거래 서비스 △시장 데이터 판매로 사업 모델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가상 자산 시장에 더 많은 기관투자가가 진입하고, 월 구독 서비스가 발전한다면 코인베이스도 이런 사업 다각화를 참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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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는 코인베이스를 넘어설까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코인베이스의 주요 경쟁 상대다. 특히 코인베이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꼽히는 곳이 바이낸스(Binance)다.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바이낸스가 코인베이스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두 기업 모두 전 세계에서 손안에 꼽히는 암호화폐 거래소지만 코인베이스가 창립 이후 줄곧 언급하며 ‘코인베이스는 규제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바이낸스는 반대로 규제를 잘 피해가며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실제 바이낸스에는 코인베이스에는 없는 독특한 가상 자산 상품들이 존재한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2020년 11월 ‘마진거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마진 거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마진거래뿐 아니라 거래소 자체 토큰, 가상 자산 예금 서비스, 롱VS숏 포지션 배틀, 최대 125배 레버리지 되는 가상 자산 선물 상품 등 여러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상품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주식 토큰 서비스도 개시해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식 토큰(Security Token)이란 제삼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생성된 토큰이다. 애플 토큰, 테슬라 토큰을 거래하는 식이다. 토큰 가격은 주식 가격에 연동된다. 대부분 금융 당국은 이를 증권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때문에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본사를 몰타에 둔 분산형 조직이다. 과거 몰타가 조세피난처로 여겨졌던 걸 고려하면 바이낸스가 어떻게 비교적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내막을 읽을 수 있다. 아직 회색지대에 가까운 이 시장에서 코인베이스가 바이낸스를 신경 쓰는 이유기도 하다.

코인베이스의 미래

코인베이스는 결국 앞서 설명한 3가지 리스크 즉,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과도한 의존 △수수료 제로를 앞세운 핀테크 플랫폼들의 가상 자산 시장 진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들과의 경쟁이라는 리스크를 넘어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인베이스의 전략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금융 당국의 규제에 맞춰 보수적으로, 그러나 가상자산 한 우물을 파는 전략을 고수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규제 당국이 합의할 수 있는 선에서 이미 하나 이상의 비투자 가상 자산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세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31일 기준, 코인베이스 내 개인투자자의 약 21%가 분기마다 최소 1개 이상의 비투자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 비투자 상품에는 비트코인 담보 대출 상품, 스테이킹(Staking), 자산 리스팅(Distribute), 커머스 등이 있다. 스테이킹은 비트코인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가상 자산 금융 상품이다. 원래는 네트워크 관리자가 해당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가상 자산을 담보로 두고 네트워크 보안 활동에 참여할 때 알고리즘에 따라 신규 가상 자산을 받는 것을 일컫는 기술 용어다. 이 용어는 스테이킹을 코인거래소가 맡고, 투자자들은 코인거래소에 가상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신규 가상 자산을 코인거래소와 나눠 갖는 상품으로 발전했다.

또한 코인베이스는 코인베이스 카드를 2019년 출시하며 커머스를 통한 결제 인프라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구글과 손잡고 구글페이와 코인베이스 카드를 연동하고, 2021년에는 미국에서도 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기관투자가용 투자 플랫폼이나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도 앞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JP모건이 비트코인 펀드를 조성할 정도로 기관투자가들의 가상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증시 상장사이자 규제 친화적인 코인베이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분명 B2B 사업에서 차별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코인베이스는 B2C로는 비거래 상품의 영향력을 늘리고 B2B로는 기관 투자를 끌어오는 오는 전략으로 비즈니스 고도화에 나서야 한다.

한편 주목받는 기업이다 보니 사업 외적 이슈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코인베이스가 정치적 올바름이나 조직문화에 있어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2020년 상반기 흑인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활발했을 때 코인베이스 CEO가 SNS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노코멘트는 동의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별, 인종에 따라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있다. 코인베이스에 재직한 여성 직원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8% 적은 임금을 받고, 흑인들은 비슷한 직군이더라도 7% 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평가나 투자자들의 평판 등에 있어 이러한 요소들이 점점 중시되는 만큼 이미지 개선에 힘쓰지 않는 한 장기적 성장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김지윤 뉴즈(NEWZ) 최고운영책임자 kimjy827@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생명공학부를 졸업하고 YTN 디지털국 콘텐츠 제작자(CP), IT 매체 아웃스탠딩 기자,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블록인프레스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테크 전문 미디어 ‘뉴즈’에서 데이터, 분산경제, 블록체인 등을 취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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