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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의사결정이 최고의 선택이 되려면

박세영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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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Saving and Investing for Early Retirement: A Theoretical Analysis” by Emmanuel Farhi and Stavros Panageas i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83: pp. 87-121, 2007.


무엇을, 왜 연구했나?

누구나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내리는 모든 자발적 의사결정들이 전부 최고의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금융의사결정(Financial Decisions)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이는 매달 월급을 받고 있어도 저축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고정된 지출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소비를 한 것이지만 자산 형성 관점에서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또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과 분석에 따라 투자했으나 투자 수익이 마이너스인 경우도 많다. 단순히 저축만으로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자발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자산 형성의 관점에선 오히려 안전한 저축보다 못한 선택이 돼버렸다. 이렇게 금융의사결정은 그 결과를 미리 알 수가 없고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어진 재원의 한도 내에서 얼마나 소비를 해야 하고, 또 남은 재원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신고전주의 경제학(Neo clasical Economics)의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Utility Maximization Framework)에서 찾을 수 있다.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은 소비와 투자를 통한 개인의 만족 또는 행복을 경제학의 효용(Utility)이라는 개념으로 정량화하고 생애주기(Life Cycle) 동안 효용의 총합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소비와 투자 해법을 찾는다. 본 연구 또한 이러한 효용함수 극대화 프레임에서 자발적 금융의사결정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경제적 프레임을 제안하고 있다.

본 연구가 기존의 선행 연구들과 차별되는 이유는 소비와 투자 이외에 은퇴(Retirement)라는 금융의사결정을 실물옵션(Real Option)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은퇴의 옵션 가치를 정량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년이 다 됐을 때 은퇴하는 보통의 상식과 개념을 뛰어넘어 정년 이전에 자발적으로 은퇴할 수 있는 기회를 실물옵션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이 실물옵션의 가치를 극대화해 최고의 은퇴 의사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를 조명했다. 은퇴를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인 개념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옵션의 가치로 바라본 발상의 전환이 본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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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에서는 은퇴라는 자발적 의사결정이 성공적인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은퇴의 세 가지 실물옵션 특징들을 체계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가치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첫째, 은퇴는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불가역적(Irreversible)인 특징을 갖는다. 우리가 보통 식당에서 음식을 선택할 때 이미 주문한 음식을 취소하고 다른 음식을 새롭게 주문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어떤 식당에서는 이미 주문한 음식을 취소하는 게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문 후 바로 이야기를 하면 주문을 취소하고 새로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식 주문이라는 의사결정은 어느 정도 가역적(Irreversible)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은퇴는 이렇게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가역적인 의사결정들과는 달리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다시 번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달리 말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운 은퇴 의사결정의 경우 다른 보통의 의사결정들보다 더욱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만큼 은퇴에 내재돼 있는 잠재적 가치와 은퇴 의사결정 이후의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은퇴는 현재의 확실성을 포기하고 미래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이다. 은퇴는 대부분 인생의 한 번뿐인 선택이기 때문에 먼저 은퇴를 경험해보고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할 수 없다. 은퇴 이후 연금과 보험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노동소득을 대체할 수 있지만 은퇴 이전보다는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은퇴 이후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질병 등으로 인해 예상할 수 없는 추가적인 의료비 지출도 감당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흥미로운 부분은 은퇴가 불확실성 가운데 비가역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지만 불확실성이 클수록 은퇴의 내재적 또는 잠재적 가치는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변동성(Volatility)이 클수록 위험할 수는 있지만 옵션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은퇴를 하고 은퇴 이후의 노후를 살기 시작하면 이제 더 이상 은퇴 이후의 삶은 ‘Unknown’이 아니다. 마치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면 더 이상 모르는 데서 오는 불확실성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그만큼 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은퇴를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준비된 은퇴일수록 불확실성이 클 때 은퇴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셋째, 은퇴는 개인의 다양한 상황과 현실의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Flexible)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생애주기 동안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통의 정년으로 간주되는 65세보다 일찍 또는 늦게 은퇴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1995년과 2000년도 사이에 보통의 정년 65세보다 조기에 은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했다. 금융 시장의 호황기 때 조기 은퇴를 했던 사람들의 이러한 자발적 의사결정은 은퇴가 갖고 있는 유연성의 특징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은퇴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은퇴라는 자발적 의사결정이 성공적인 노후로 이어지는 최고의 선택이 되려면 은퇴가 갖고 있는 실물옵션의 세 가지 특성, 즉 불가역성, 불확실성, 유연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은퇴의 관점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실물옵션의 개념은 사실 투자와 위험 관리 전반의 의사결정에도 적용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큰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금융의사결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의 금융의사결정에 위에서 살펴봤던 실물옵션의 세 가지 특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금융에서 옵션(Option)이라는 파생금융상품(Financial Derivatives)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한다. 금융에서 옵션이란 특정 금융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의무가 아님)를 의미한다. 특히 금융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Call Option),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Put Option)이라고 한다. 옵션을 사용해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행위를 금융에서는 ‘행사한다(Exercise)’고 표현한다. 이러한 권리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옵션 가격, 즉 옵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옵션의 구조를 기업의 투자위험관리 의사결정에 적용하면 CEO들은 경영권이라는 실물옵션을 통해 불가역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 또는 기존 사업의 종료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보통 투자를 감행하거나 또는 기존의 사업을 철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면 초기 투자비용 또는 사업 철수에 수반된 여러 제반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 CEO들은 실물옵션을 보유하고 행사하기 위해 옵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실물옵션을 활용한 투자위험관리는 기업의 R&D 투자, 여러 단계에 걸쳐서 진행되는 투자, 신시장 개척 또는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사례에 응용될 수 있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1년간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1년간 박사 후 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노팅엄경영대에서 재무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 박세영 |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seyoung.park@nottingham.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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