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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의 Sports Review

1주일에 단 1시간… ‘스포츠 아워’의 마법

김유겸 |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과 정부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단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반면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스트레스, 과로와 더불어 운동 부족으로 인한 직장인 건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운동은 개인의 의지만으론 극복하기 힘들다. 조직은 직원들의 운동 시간까지 근무 영역으로 편입하고 직원들의 신체 활동을 위한 시설 인프라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난 1년간 마늘즙 등 건강 기능 식품 매출이 300% 가까이 올랐다. 각종 헬스용품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더 팔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는 증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셜미디어에 ‘건강 문제’가 ‘직장•직업’과 관련된 주제보다도 10% 가까이 더 언급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라는 지긋지긋한 전염병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듯하다.

이처럼 건강한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개인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 됐다. 그런데 건강한 조직의 중요성과 직장인 건강을 위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과 그 구성원들은 건강할까? 정답은 직장인 모두 알고 있다. 건강하지 않다. 이는 거의 모든 설문 조사에서 드러나는 사실이다. 최근 직장인 24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55.4%가 ‘염려되고 신경 쓰이는 건강 문제가 있다’고 했으며, 57.3%가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신체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직장인 83.5%가 ‘회사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상당수가 입사 이후 건강에 이상이 생겼으며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우울증, 화병 등 스트레스성 정신 질환이다. 이 같은 건강 문제는 어떤 연구 결과나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우리 기업들은 분명 병들었다. 그것도 중증이다. 사람이라면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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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장인들이 각종 질병과 통증으로 고통받는 것은 단지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인이 겪고 있는 질병 대부분은 수렵 채집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한 우리 몸이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맞지 않아 생기는 불일치 질환(Mismatch disease)이다. 인간의 몸이 컴퓨터나 전화기를 찡그려 보며 온종일 쭈그려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걸 가장 잘하도록 진화했을 리 없지 않은가? 자연 선택을 통한 우리 몸의 진화가 급격한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목, 허리, 어깨, 발목 통증, 만성피로,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각종 암, 심장 관련 질환, 당뇨병, 고혈압, 류머티즘성관절염, 아토피피부염, 간염, 간 경화 등 질병은 모두 진화적 불일치가 직간접적인 원인이다. 직장인이라면 최소한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병들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몸과 직장 업무 및 환경의 불일치는 직장인 건강의 가장 큰 위협이며 직장 생활은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일치의 핵심은 우리 몸이 진화한 것보다 적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너무 몸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수많은 직장인이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주 분명하다. 불일치를 줄이면 된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는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걸 다 아는데도 ‘안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83.3%가 운동이 건강에 직접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60%가 일주일에 한 번도 운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거의 모든 직장인(93.7%)이 스스로 ‘운동이 부족해서 더 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이렇게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검증된 치료법, 즉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이 질문을 하면 자책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운동을 안 하는 이유는 개인이 의지가 약하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부담감 느끼지 마시길 바란다. 운동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조직과 회사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운동하는 것을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할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긴 결과로 대부분 운동이 부족하고 불일치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 부족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가 책임지고 지원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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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연대기』의 저자인 대니얼 리버만(Daniel Lieberman)에 따르면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 몸이 운동을 피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렵, 채집 활동에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고 불필요한 움직임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부족하고, 추위와 맹수 등 각종 위협에 시달리며 안 그래도 피곤한 수렵•채집인에게 추가로 힘을 쓰는 어떤 일도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였을 것이다. 수렵•채집인이 활동량이 많은 이유는 살기 위해서이지 원해서가 아니다. 수렵•채집인 관점에서 보면 운동은 혜택은 없고 힘든 행동이다. 수렵•채집인이나 현대인이나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는 것은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다. 차이가 있다면 수렵•채집인은 부지런히 몸을 놀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겐 움직이기 싫어하는 본능만 남았다.

많은 이가 ‘병을 앓고 말지 운동은 안 한다’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대로 가면 운동, 건강 문제도 불평등만 심화할 것이다. 죽지 못해 회사에 다니는 좀비 직장인이 가득한 병든 조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운동 부족은 회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운동을 여가시간에 취미로 할 일로만 보는 것도 문제다. 운동에 재미를 붙인 극소수를 제외하면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처음부터 마냥 즐거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직장에서 느끼는 운동 압박이 적지 않다. 운동 열심히 하는 상사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라고 끊임없이 잔소리해댄다. 체육관 할인 같은 복지 혜택도 주고 아예 체육관을 마련해 주는 회사도 제법 있다. 근데 결국 모두 여가를 잘 활용하라는 거다. 여가는 말 그대로 쉬라고 있는 것이다. 쉴 시간도 부족한데 회사일 잘하려면 건강해져야 하니 그 시간을 쪼개 운동하라고 하는 것은 초과 근무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대부분 직장인, 특히 여성 직장인은 쪼개려야 쪼갤 여가시간이 없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근무시간에 하는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다. 맞는 말씀이다. 우리나라엔 이런 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운동하는 직장’이 요즘 외국 기업에선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들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을 조사, 선정한 보고서가 많이 나온다.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훌륭한 운동 시설과 프로그램, 그리고 무엇보다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를 갖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유연한 근무시간은 물론이고 회사 건물 안에 피트니스 시설만 2개, 체육관, 그리고 운동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다양한 PT(Personal Training) 클래스를 제공하고 운동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여러 근무지에 체육관 및 운동 시설을 보유하고, 운동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정유회사 엑슨모빌(Exxon Mobil)은 휴스턴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3층 통째로 운동 시설인 건물을 지었다. 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과 건강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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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리더십’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비에른보리(Bjorn Borg)의 CEO, 헨릭 번지(Henrik Bunge)는 피트니스 리더십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스웨덴 출신 테니스 스타 이름을 딴 회사 비에른보리는 고급 내의와 스포츠 의류 전문 회사다. 번지가 CEO가 되기 전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울어 가는 회사를 맡게 된 번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근무시간에 운동하기였다. 비에른보리에선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는 ‘스포츠 아워(Sport Hour)’다. 이 시간엔 모든 직원이 피트니스 강사를 따라서 고강도 운동을 함께한다. CEO도 물론 함께한다. 좀 더 즐겁게 운동하기 위해 크로스핏, 킥복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결과는? ‘스포츠 아워’를 시작한 후 병가율이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만큼 아파서 쉴 일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5년간 순매출은 40%, 영업이익은 무려 300% 증가했다고 한다. 직장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직률은 감소했다. 일주일에 겨우 한 시간 운동한 결과, 나타난 효과들이다.

회사 일로 각종 통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건강하고 통증 없는 삶을 위해 운동은 필요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회사가 책임지고 앞장서서 직원들을 도와줘야 하는 회사 일로 보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겨우 일주일 근무시간 1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직장인의 삶과 회사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비에른보리의 ‘스포츠 아워’가 보여주고 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 100여 편을 발표했다.
  • 김유겸 |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ykim2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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