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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Science

중국의 관세 조치, 미국 정치 지형 흔들어

이호준 |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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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ariffs as Electoral Weapons: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U.S.-China Trade War,” by Sung Eun Kim and Yotam Margalit in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세계 양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의 핵심 산업에 피해를 유발하기 위해 관세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이른바 미•중 무역전쟁을 벌인 바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관세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경우 국내 산업 보호의 목적이 아닌 상대국 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관세라는 수단이 사용됐다는 측면에서 ‘무역정치’의 새로운 이면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미•중 간 무역전쟁에 임함에 있어 매우 정확하고 신중하게 목표를 정해 미국 내에서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① 중국은 과연 미국의 집권 공화당의 정치적 비용을 야기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했는가? 다시 말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 내 산업에 관세를 목표로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② 무역전쟁 와중에 치러진 2018년 중간 선거 때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공화당의 득표율은 감소했는가? ③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실제로 유권자들이 반응했는가?

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는 경험적 데이터를 통해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먼저, 첫 번째 질문, 즉 중국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 내 산업에 관세를 전략적으로 타기팅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인구 비율을 카운티(county) 단위로 산출해 이를 종속변수로 사용했다. 이 연구의 가설과 같이 중국이 미국 내 정치적 비용을 야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세를 정밀하게 타기팅했다면 미국의 정치적 지형을 고려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독립변수는 지난 2014, 2016년 두 번의 하원 선거에서 카운티 단위에서의 공화당 후보의 평균 득표율로 측정한 공화당 지지도 변수와 공화당 후보의 평균 득표율이 40∼60% 사이인 지역구를 ‘1’로 코딩한 경합지역구 변수를 곱해 ‘공화당 지지도 ×경합지역구’ 변수로 측정했다. 즉, 중국은 관세 부과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합지역구 내 공화당 지지세가 높은 카운티에 관세를 정밀하게 타기팅했을 것이라는 게 이 연구의 예측이다. 분석 결과, 예상대로 경합지역구 내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카운티일수록 카운티 내 중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된 산업의 종사자 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질문, 즉 중국이 부과한 관세의 정치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이 연구는 2016년 대비 2018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카운티 단위에서의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 변화를 종속변수로 사용하고 독립변수는 해당 카운티 내 유권자 중 관세부과 대상 산업 내 종사하는 인구 비율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중국의 관세부과 대상 산업 내 종사하는 인구비율이 높을수록 2016년 대비 2018년도 하원의원 선거에서의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중국 관세의 정밀 타기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 정치적 비용을 야기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관세 부과 대상 산업에 종사한 유권자들은 왜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일부 철회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2019년 2월, 자체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의 핵심 문항은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 전반’ ‘응답자의 거주 지역’, 그리고 ‘응답자 본인과 응답자의 가족’에게 각각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문항과 미•중 무역전쟁에 있어서 민주당,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지를 묻는 문항이다. 분석 결과, 응답자가 속한 산업이 중국 관세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산업일수록 미•중 무역전쟁이 ‘응답자의 거주 지역’과 ‘응답자 본인과 응답자의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으며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이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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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의 의의는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쳐 미국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또한 이 연구는 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국내 정치적 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다 일반화 가능한 명제의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관세 부과 조치가 상대 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가 기업인들에게 주는 함의도 매우 크다. 국가 간에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소극적 수단으로만 여겨져 왔던 관세라는 수단이 상대국 산업을 공격하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업인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이호준 크라운랩스 컨설턴트 hjlee8687@gmail.com
필자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정책컨설팅그룹 크라운랩스의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의회정치, 한국정치, 배분정치이며 비교정치경제와 방법론, 정치 리스크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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