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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등장과 진화

“콕 집어 추천” 신뢰 바탕으로 ‘세포 마켓’ 쑥쑥

윤여진,박기완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소비자이자 판매자인 셀슈머가 주도하는 1인 마켓, 즉 세포마켓 시장이 인스타그램의 성장에 힘입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인스타그램이 유튜브에 대항하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개인 마켓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자는 오랜 시간 편집 없이도 손쉽게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재고 상황을 공유할 수 있고, 고객은 판매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같은 세포마켓에서는 팔로워 수보다도 댓글이나 ‘좋아요’ 같은 참여, 즉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더 중요하다. 세포마켓을 활용하고 싶은 제조업 브랜드들 입장에서 타깃 고객의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핏(fit)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주
본 기사는 필자들이 공저한 『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2020, 미래의 창)의 내용을 요약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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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족을 추구하면서 유급으로 생산 또는 유통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개인 마켓1 , 바로 세포마켓의 정의다. 이 세포마켓은 소비자이자 판매자인 셀슈머가 주도하는 1인 마켓이다. 이 1인 마켓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기 전에도 존재했다.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의 오픈 마켓(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중개 시장) 역시 개인이 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플랫폼이다. 단 이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판매할 수 있긴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제품 차별화가 어려우므로 최저 가격에 의존해야 한다. 이처럼 쿠팡 같은 대형 업체까지 판매와 배송에 직접 뛰어들면서 개인 판매자들의 입지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SNS,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등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로 유통과 판매가 민주화되면서 세포마켓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세포마켓의 발전을 견인하는 것은 ‘인스타 마켓’이다. 즉,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기반으로 한 세포마켓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소규모 판매업의 특성상 인스타 마켓의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2020년 2월 기준 인스타그램 세포마켓과 관련된 해시태그인 ‘#마켓’과 ‘#마켓중’을 검색하면 각각 190만 건, 14만 건의 게시물이 쏟아져 나온다. 인스타 마켓은 백화점, 편집숍, 홈쇼핑과 같은 기존 유통 채널과 경쟁•협력하면서 전통적인 유통 체계를 흔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3월부터 ‘SNS 인플루언서 마켓’ 팝업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으며, 같은 해 12월 인플루언서 편집숍인 ‘아미마켓(Amie Market)’을 오픈해서 운영 중이다. 플리마켓(flee market)도 발전을 거듭하며 인플루언서들이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유명 플리마켓 ‘띵굴시장’에는 매번 다양한 인플루언서의 상품들이 모여든다.

쇼핑 플랫폼으로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인스타그램이 SNS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5년 15%에서 2019년 26%로 증가했고2 , 매월 사용자만 10억 명이 넘는다. 이런 인스타그램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9년 5월,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인 짐 스콰이어스는 한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스타그램의 미래를 두고 ‘생산•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쇼핑 플랫폼’이라 말하기도 했다. 전 세계 13개국 13∼64세 2만1000명의 인스타그램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상품을 보고 구매 관련 행동을 했고, 85%가 상품 정보를 검색했으며, 63%가 브랜드 웹사이트 혹은 앱을 방문했고, 35%가 직접 구매한 적이 있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인스타그램에서 비즈니스 관련 게시물은 2018년 대비 2019년 50% 정도 증가했고, 2019년 기준으로 2500만여 개 비즈니스 프로필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상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 매장 사이트로 이동이 가능한 ‘쇼핑’ 기능이 추가되면서 약 1억3000명의 사용자가 이 기능을 통해 상품을 구매했다. 최근 미국에서 마케터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가 인스타그램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다.3 이런 흐름을 타고 인스타그램은 이른 시일 내로 앱 내에 자체 결제 서비스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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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마켓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인스타그램이 ‘관심’을 기반으로 일상적 소통을 장려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사용자 관심사에 따라 콘텐츠를 노출한다. 사용자가 많이 검색하는 해시태그, 댓글과 ‘좋아요’ 등의 참여를 한 게시물, 본인 피드에 올리는 게시물에 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뉴스피드 및 ‘검색과 탐색’ 탭에 인기 게시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메가 인플루언서가 있어도 해당 분야에 관심 없는 사용자는 그의 게시물을 마주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이처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과 팔로워들의 관심과 취향은 대개 동질적이다. 인플루언서는 표적 시장의 대표적 페르소나인 경우가 많고, 팔로워들은 그런 관심과 취향을 지지한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이미지와 영상을 매개로 하고, 실시간 댓글, DM(Direct Message, 개인 메신저) 등으로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에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를 친밀하게 느낀다. 이렇게 팔로워가 인플루언서에게 느끼는 친밀감은 상품에 전이돼 브랜드 및 상품과의 심리적 거리까지 좁혀준다.4

인플루언서의 일상에 녹아든 상품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 소재다. 소비자를 대변하는 인플루언서가 발품 팔아 발굴한 상품은 인플루언서 특유의 색채, 특별한 의미를 띠게 된다. 이 연장선상에서 최근 팔로워가 몇천 명 정도 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도 각광받고 있다.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을 거느린 메가 혹은 매크로 인플루언서들이 범접하기 힘든 연예인 같은 존재라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능력 있고 잘나가는 옆집 언니나 형’으로 인식된다. 따르는 사람의 수는 적어도 동질적인 사람들이 끈끈하게 모여 있다면 마케팅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이 높다. 많은 수수료와 비용을 치러야 하는 메가, 매크로 인플루언서들에 비해 제조업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들은 더 적은 수의 브랜드와 협업하고, ‘친구나 동생 같은 팔로워’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쌓은 애정을 바탕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유튜브 vs.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1세대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논할 때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인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18년 기준 1275개다. 2016년 674개, 2015년 368개와 비교하면 해마다 두 배씩 늘었다. 10∼20대 위주였던 사용자층이 5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런 성장에 힘입어 유명 유튜버들은 막대한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유튜브는 본질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공간인데, 시청자가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를 시청하면 그와 연관된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관심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인스타그램과 유사하다. 하지만 유튜브의 상품은 영상 콘텐츠 그 자체다. 유튜버들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고 구독자들의 광고 시청은 콘텐츠를 보려고 지불하는 일종의 비용이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상품을 팔거나 소개하고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도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마케팅은 콘텐츠 자체가 흥미로워야만 성공한다.

인스타그램은 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피드를 보면 인플루언서들이 오늘 당장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일상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은 유튜버가 만드는 영상과는 다르게 콘텐츠 자체로서 가치는 낮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흘러간다’. 애초에 저장해두고 이전 콘텐츠를 돌려 보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아니다. 해시태그를 통해 검색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기능일 뿐이다.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정보를 습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그날의 게시물들을 스크롤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게시물을 업로드하지 않거나 댓글, 좋아요 등의 소통을 안 하면 이내 잊힌다. 반면 유튜브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보여주는 곳이다. 유튜브에서는 이전에 올라온 콘텐츠라도 의미 있고 인기 있는 것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들은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콘텐츠를 기다린다.

예를 들어, 뷰티에 특화된 인플루언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인플루언서가 유튜버라면 데일리, 봄 메이크업 등의 화장법이나 가장 좋은 팩트나 블러셔 등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것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당시 유행하는 상품을 감안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게시한다.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은 광고를 보고, 인플루언서는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래머라면 매일 어떤 화장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심지어 어디서 점심을 먹는지를 소통한다. 콘텐츠 자체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피드를 통해 쌓은 신뢰와 친밀감이 구매의 트리거(trigger) 역할을 한다.

초창기 인스타그램에는 수익 모델이 없었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할 때도 수익모델이 없는 SNS를 너무 비싸게 주고 샀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최근 각광받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인스타그램이 상업적 목적에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주로 수익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인스타그램은 그렇지 않다. 상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의 인플루언서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그저 본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다.

이제 인스타그램은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팔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손쉽게 게시물을 업로드할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피드는 유튜브 콘텐츠처럼 오랜 시간 편집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판매 중, 판매 완료, 배송 중 등 실시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이나 영상의 퀄러티가 조금 떨어져도 시의성, 적절한 소재, 정기적 업로드가 훨씬 중요하다. 인스타그램은 많은 사용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상적으로 방문해 재빠른 피드백을 주므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쇼핑 태그나 프로필 링크를 통해 게시물을 상품 구매로 바로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은 판매자가 고객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고객 접점을 유지하는 커머스 지향적 플랫폼이다.

인스타 마켓: 일시적 유행인가, 장기적 트렌드인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이 쉽게 사라질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 확률은 높다. 기업에서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첫째, 유통업계는 e커머스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모바일 커머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1조9970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5.5%나 올랐다. 이 중 모바일 커머스는 74조4900억 원으로 20.5% 증가해 전체 e커머스 시장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여전히 전체 소비액의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은 2023년경 모바일 커머스의 비중이 절반에 달할 것이라 전망한다.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세대에게는 이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익숙하다.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및 판매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생기면서 인스타 마켓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은 더욱 편리해지고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하기에 세포마켓은 모바일 커머스의 발달과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

둘째, 비정규직 프리랜서의 근로 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폭발적 발달도 세포마켓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5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의하면 유럽과 북미에서만 1억50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긱 이코노미에서 활동하고 있다.6 많은 노동자가 유연한 노동 환경에 매력을 느껴 점차 더 확산되는 추세다. 세포마켓은 긱 이코노미가 예견하는 노동의 미래를 보여준다. 개인은 세포마켓을 통해 상황에 따라 N잡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본업처럼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장•단기 성장이 가능하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세포마켓은 초기 투자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셋째, 세포마켓의 발전은 밀레니얼세대의 등장과 맞닿아 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경제 인구의 절반을 밀레니얼세대가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 2030년에는 그 비중이 70%로 올라갈 예정이다. 전통적인 방법의 마케팅과 유통으로는 이들을 사로잡기 어렵다. 온라인 쇼핑 전문가인 이들은 다양한 세포마켓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더구나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고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취존)한다.7 대기업이나 유명인이 광고하는 대중적 상품보다 나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좋아한다. 특히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세대에게 인플루언서들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서 괜찮은 상품까지 구매하는 것은 매력적이다.8

세포마켓과의 협업: 팔로워 수가 전부인가?

기업 입장에서도 인플루언서를 통한 판매에 많은 장점이 있다. 현대는 제조업보다 유통업이 파워를 쥐고 있다. 공산품의 품질 상향화로 고품질의 상품은 넘쳐난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와 상품들은 고객 접점을 찾지 못해 사라지고 만다. 유통 대기업을 통한 판매는 중소 제조업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상대적으로 질 좋은 상품을 생산•확보하더라도 고객 접점이 부족한 이들에게 인스타 마켓은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한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유통과 마케팅을 아웃소싱하면, 대기업이 점령한 주류 유통•광고 채널을 거치지 않더라도 잠재 고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인플루언서들은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팔로워를 잘 이해하고 대변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통과 마케팅에 성공할 확률도 높다. 인스타 마켓은 다양한 비주류 상품도 빛을 보는 롱테일(long tail) 법칙이 실현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9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떤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할까? SNS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마케터들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팔로워 수다. 팔로워 수는 대부분 SNS 프로필 첫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수치며 인플루언서의 인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최근 포브스(Forbes) 등 영향력 있는 경제 잡지들에서도 팔로워 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10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주고 수치를 허황되게 꾸며 팔로워 수만 높고 실질적인 영향력은 없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늘어난 점이다.

인플루언서의 종류는 수십만 명에서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연예인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가 인플루언서’, 유명 크리에이터들처럼 해당 분야에서 큰 파급력을 일으키며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매크로 인플루언서’, 그리고 수천 명의 팔로워와 지속적 소통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나뉜다. 최근에는 1000명 이하의 팔로워를 가진 ‘나노 인플루언서’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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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산 팔로워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팔로워가 많다는 것은 유동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상황에 빗대면 강남역이나 명동, 홍대처럼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에 매장이 있다고 반드시 판매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곳에 매장이 있으면 인기 있는 브랜드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밀레니얼세대의 소비 행태를 봤을 때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너무 주류 브랜드라 나만을 위한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임대료가 비싼 곳에 매장이 있다면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망원동, 익선동, 문래동, 을지로와 같이 독특한 콘셉트로 밀레니얼세대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만 찾던 곳들도 특별함을 인정받으면 금세 줄 서서 기다리는 핫플(핫플레이스의 줄임말)이 된다. 더 이상 유동 인구 자체가 성공과 실패를 보장해주는 시대가 아니다.

이 같은 특징은 세포마켓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팔로워가 많으면 브랜드 인지도는 높을 수 있어도 그것이 꼭 구매와 충성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팔로워들의 니즈와 세포마켓 성격이 맞지 않으면 판매는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 아이의 생활을 콘텐츠로 하는 매크로 인플루언서를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팔로워가 미혼의 이모들이라면 육아용품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팔로워가 몇백, 혹은 몇천 명밖에 안 돼도 모두 육아용품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예상보다 판매가 잘될 수 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선별적 순서로 뉴스피드에 게시물을 노출하기 때문에 팔로워가 많다고 해도 그들이 모두 인플루언서가 올린 피드를 볼 확률은 매우 낮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팔로워의 수보다 댓글이나 ‘좋아요’ 같은 참여, 즉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중요하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계속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팔로워의 게시물이 시간 순서대로 뉴스피드에 노출됐는데 최근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게시물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알고리즘에서 뉴스피드 상단에 게시물이 노출되려면 인게이지먼트가 높아야 한다. 최초에 게시물을 본 사용자들이 ‘좋아요’나 댓글로 게시물에 참여하면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를 가치 있는 콘텐츠로 인식하고 더 많은 사용자의 뉴스피드와 검색 및 탐색 창에 노출한다.

인스타그램에서 70%의 게시물은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고 사라진다. 팔로워가 아무리 많아도 소수만 게시물을 보게 될 수도 있고, 팔로워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다수가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면 참여율, 즉 인게이지먼트 비율(engagement rate)이 중요하다. 참여율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일반적인 방식은 게시물의 댓글과 ‘좋아요’를 합친 수치를 팔로워 수로 나누는 것이다. 팔로워는 많은데 상대적으로 댓글과 ‘좋아요’가 적으면 참여율이 저조해진다. 참여율이 저조한 게시물이 많으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상 잊히는 계정이 되고, 게시물이 팔로워에 노출되지 않을 확률이 올라간다. 단순히 팔로워가 많다는 것은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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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인플루언서 윈윈하려면 ‘핏(fit)’이 중요

제조업 입장에서 상품을 널리 알리려면 핏(fit), 즉 상품과 잘 맞아떨어지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팔로워들에게 인정받는 인플루언서는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 중 본인의 관심 분야를 확실히 선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녹여 팔로워들의 지지와 응원을 모은 사람이다. 그러한 인플루언서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면 자연스레 올바른 세분시장을 향해 타기팅과 포지셔닝하는 효과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코코누누’라는 세포마켓을 운영하는 이나영 씨는 4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nayoung.lee_0502, 팔로워 4.8만). 아이와 함께 사는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4살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그런 삶을 관통하는 관심과 취향이 묻어 있다. 대개의 팔로워들은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 피드를 보면서 정보를 얻고 공감하며 상품도 구매한다.11

이러한 인플루언서를 찾았다면 단순 협찬 광고(endorsement)와 공구(공동구매의 약자) 같은 파트너십 중 무엇을 진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인플루언서가 두 가지 모두 진행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인플루언서들은 대개 후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앞서 예로 든 이나영 씨 역시 팔로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상품을 협찬받아 광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구 등의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초기에는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의 계정에 상품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가면 많은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손쉽게 알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협찬 광고가 큰 인기였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광고를 하든, 상품을 판매하든 팔로워들에게 상품을 추천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평소 잘 쓰는 상품도 아니면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광고만 한다는 인상을 주면 팔로워들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게이지먼트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협찬 광고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는 어렵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단 한 번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것이므로 큰 노력을 투자해야 할 동기가 낮고, 팔로워 입장에서는 광고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일회성 협찬 광고가 아닌 상황과 시기에 맞는 시리즈 협찬 광고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새로운 브랜드나 상품을 접하게 돼 추가 정보를 검색할 수는 있지만 구매까지 이어지기에는 많은 중간 단계가 존재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스타그램에서의 협찬 광고는 팔로워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나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판매 의향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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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인플루언서는 상품이 판매되면 판매될수록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팔로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팔로워 입장에서는 평소 신뢰하던 인플루언서가 직접 사용하거나 추천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에서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가격대가 비싸지 않고 관여도가 낮은 화장품, 장난감, 살림용품, 음식 등의 상품이다. 특히 충동구매가 잘 일어나는 상품군이나 꼭 필요하진 않지만 고객이 보는 즉시 구매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상품군의 경우 인플루언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한 후 바로 구매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가격이 비싸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거치는 고관여 상품의 경우 즉각적인 판매보다 브랜드와 신상품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인플루언서를 통한 즉각적 판매보다 인게이지먼트를 유발하는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적절한 광고료를 지불하고 협찬 광고를 하면 브랜드 인지도와 태도를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팔로워의 수에 따라서 효과적인 상품군이나 브랜드의 종류도 다를 수 있다.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독특하고 특이한 상품의 경우 팔로워가 상대적으로 적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홍보•판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13 팔로워가 많은 매크로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상품은 대중적으로 느껴져 독창성 측면에서는 매력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성은 기능적인 상품(functional products)과, 희소성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상품(self-expressive products)과 연결돼 있다.14 소비자들은 기능적인 상품의 경우 인기가 많으면 품질이 좋다고 믿으며 자기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은 희소할수록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는 매크로 인플루언서의 경우 기능적인 상품과 핏이 더 잘 맞고, 소수의 사람에게 지지받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경우 그 집단을 잘 표현해주는 독창적인 상품이 핏이 잘 맞을 수 있다.

인플루언서를 기반으로 하는 세포마켓이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특정한 사람의 안목과 취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리스크(influencer risk)가 존재한다. 인플루언서가 상품의 얼굴이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이나 부정적 이슈가 브랜드나 상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와 상품을 동일시해 브랜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될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상품은 소비자에게 그들이 창조한 이미지로 기억되기 때문에 기업에서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공개 플랫폼에서 브랜드가 자주 회자되면 뜻하지 않은 이슈로 인해 고객의 오해를 사거나 이미지가 추락할 위험성도 있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확산되기도 한다. 세포마켓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려면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파트너십을 이뤄 함께 성장할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한다.

신뢰 기반의 큐레이션, 세포마켓의 가치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쥬단학 아줌마(한국화장품에서 나온 쥬단학 화장품을 방문 판매하던 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트렌드의 전방에서 동네 아줌마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 가십, 정보를 조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잠재 고객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수다를 떨면서 형성된 신뢰는 판매로 이어졌고, 한번 입소문을 타면 눈덩이처럼 고객이 늘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던 방문판매는 가장 최신의 판매 방식인 세포마켓과 맥이 닿아 있다. 상품이 많지 않던 시절 알음알음 좋은 상품을 판매하던 쥬단학 아줌마들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보석 같은 상품을 찾아 추천해주는 세포마켓 판매자들과 다른 듯 비슷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비자들은 의지하고 신뢰할 판매자를 절실하게 원한다. 시대가 변해도 소비자의 근본적인 니즈는 잘 변하지 않는다. 세포마켓에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신뢰를 바탕으로 나만을 위한 상품을 큐레이션 받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가 투영돼 있다. 앞으로 세포마켓의 진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소개
윤여진 서울대 경영대학 마케팅 박사 과정 yj0925@snu.ac.kr
윤여진 여우마켓 운영자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심리학과 졸업 후 루이뷔통에서 일하다 서울대 경영대에서 마케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6000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아이와 엄마를 위한 제품을 판매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다.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 kiwanp@snu.ac.kr
박기완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시간대에서 통계학 석사, 동교 로스경영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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