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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인류사를 이끌 푸드테크

김현진 |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인류가 야기한 자연환경 파괴, 과연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최근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이 전 세계 고고학자 255명과 함께 규명한 연구 결과가 이 질문에 해답을 줍니다. 연구진은 약 1만 년부터 170년 전까지 전 세계 700여 지역의 토지가 어떻게 이용됐는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환경변화는 인류가 농경의 흔적을 지구상에 남긴 시점인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인류가 수렵과 채집이라는 원시적 생존시기가 지난 후 땅에 손을 댄 그 순간부터 지구에서 자라는 동물과 식물은 환경오염에 노출되며 원초적인 생명력을 잃어가기 시작한 셈입니다. 신석기 혁명으로 불리는 인류의 농경과 목축은 식량 문제 해결은 물론 문명 발생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식량 생산 방식은 인류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먹구름만 남은 걸까요. 다행히 이 세상의 비즈니스 혁신가들은 ‘문제’로 명명된 일들을 ‘기회’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시계를 한참 돌려 1만여 시간이 지난 2019년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최근 식품 관련 스타트업으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다섯 업체가 미래 식품 시장 확대를 위한 동맹을 맺었습니다. ‘육류, 가금류, 해산물 혁신을 위한 동맹(Alliance for Meat, Poultry, and Seafood Innovation)’. 이미 사업성을 인정받아 각각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저스트’ ‘멤피스미트’ ‘포크앤드구드’ ‘핀레스푸즈’ ‘블루날루’는 세포 배양방식으로 진짜 생물과 같은 맛과 질감의 생선과 고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세포 배양 육류가 진정한 미래 식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들이 ‘환경오염에 영향을 받지도, 주지도 않는 안전한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중금속 및 박테리아 오염,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동물 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짜 고기’들은 대량 생산만 가능해진다면 인류의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실제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식품을 꼽은 학자들이 많습니다. 인류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특정 음식이 이정표적인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식민지 쟁탈전의 신호탄은 후추를 찾아 나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쏘아 올린 것이었고, 북유럽의 도시국가 연맹인 한자동맹과 네덜란드는 청어를 대규모로 잡기 시작하면서 부를 쌓으며 도시를 발달시켰습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Beyond Beef)』에서 소(cattle)의 어원이 동산(chattel)과 자본(capital)의 합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풀이했는데, 결국 미국발 자본주의는 소고기가 촉발시킨 것이라 해석한 대목을 기억하실 겁니다. 미국의 서부 정복기는 소 사육을 위해 광대한 초원에서 버팔로를 쫓아내는 데서부터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소고기의 산업화가 이뤄졌습니다. 또한 효율성을 극대화한 소고기 도축 과정은 헨리 포드가 구상한 자동차 생산 공정에 ‘영감’을 줬다는 해석입니다.

이런 역사까지 톺아보는 것이 미래의 식품 비즈니스를 다룬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 ‘퓨처 푸드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이유는 과거에 그러했듯 미래 음식들도 인류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열쇠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퓨처 푸드’의 개념은 실험실 고기에만 그치진 않습니다. 미래의 음식을 이끌 푸드테크는 식품의 생산, 보관, 배달, 소비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른 표현입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재가 푸드테크 사업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DBR은 현업 최전선에서 미래의 음식을 만들고 이로 인한 인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체감, 연구하는 사업가 및 학자들로부터 미래 음식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수집했습니다. 음식이 곧 세계사를 이끈다는 전제에 공감하신다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계기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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