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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 분석 방법론

죽은 아이디어가 살아서 돌아오는 곳
물밑 2차 정보 시장, 자율성 싹트는 공간

이시혁 | 273호 (2019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은 공식적 1차 정보 시장의 규범과 준칙이 거꾸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정보의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고, 거래 대상의 ‘지위 고하’를 묻지 않으며, 유통되는 정보 상품들의 ‘가치 경중’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소하다고 무시될 수 있는 신호가 기회를 얻기도 하고, 죽었던 아이디어가 살아 돌아오기도 한다. 이 시장을 잘 활용하려면 비정형의 데이터에서 의미를 도출해 내는 과학적 분석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IT 벤처기업 A사는 두 가지 방법인 서베이와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해 임직원 110여 명의 속마음과 조직 분할 이후 회사에 생긴 변화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1) 본사와 지사 임직원들이 업무나 회사를 대하는 태도, 이직 의사 등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2) 개발자가 알고리즘이나 기술 노하우를 외부로 유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3) 회사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정보를 동료들에게 퍼뜨리는 인플루언서는 누구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웰컴 투 더 정글: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의 세 가지 작동 준칙

기업에는 각기 다른 듯 닮은 말과 글의 약속된 형식과 전달되는 방식이 있다. 이런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통한 임직원들의 소통과 정보 행위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를 구현하는 기초 신진대사다. 성과를 내는 기업은 소통 시스템과 프로토콜이 명확히 확립돼 있고, 이를 통해 교환되는 정보의 질과 양도 우수하다. 하지만 최근 견실해 보이던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비공식적 소통과 언더그라운드 정보 행위들로 흔들리는 것이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모든 기업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이 밤낮으로 형성되고, 이 시장에서는 모든 임직원이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다. 이 물밑 2차 정보 시장이 특별한 까닭은 공식적 1차 정보 시장의 규범과 준칙이 전복돼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째, 언더그라운드 시장에서는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발설된 아이디어나 의견의 진위를 따지는 것은 공식적 정보 체계에서나 의미가 있다. 오히려 비공식 정보 체계에서는 조금은 각색된 억측들, 미쳤다는 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비틀린 정보들이 환영을 받는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의 틀에 부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미완, 미결의 상태로 진술된 정보도 번듯하게 교환된다. ‘그럴 만하니 이야기가 나오겠지’라는 호기심과 ‘그래도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찜찜함이 뒤섞여 있다. 정보들이 오가는 사이에 금지된 행동을 했다는 가벼운 일탈의 긴장감과 제한된 정보를 나눴다는 친밀감, 즉 거래자 간의 돈독한 공범의식도 생긴다. 그래서 이곳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은 약간 지저분하고 때때로 위태롭다. 이곳에서는 주장, 평가, 관찰 정보가 화자의 진정성만 있다면 ‘사실’처럼 거래된다. 그래서 의사정보(擬似情報, pseudo-information)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둘째, 이곳에서는 거래 상대와 정보 대상에 대한 ‘지위 고하’를 묻지 않는다. 임직원 모두가 정보 시장에 경쟁적으로 참여하며 상품 목록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만 가지의 정보다. 갓 입사한 신입직원도 사장을 서슴없이 힐난하고, 사장도 채신없이 아랫사람을 흉본다. 위세를 떨거나 엄숙한 얼굴을 보이면 곧바로 외면받는다. 약간의 상스러움을 감수한다면 보다 친밀한 관계를 쌓고 중요한 정보 거래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든지 비난, 비판, 평가할 수 있고 반란과 음모를 꾸미는 자들에게는 일탈적 쾌감이 주어진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만족감, 일종의 소확행(小確幸)을 체험하는 곳이다. 누구든지 화제와 정보의 대상이 된다는 시장 규칙 때문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폭이 넓고 그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장은 매일 가도 다시 가고 싶은 끌리는 장소다.

셋째, 언더그라운드 시장에 유통되는 정보상품들은 ‘가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거래된다. 시시콜콜한 동료 뒷담화, 승진 누락에 대한 넋두리, 새로 올 리더의 하마평, 하청업체의 배신 가능성, 거래처를 통해 습득한 경쟁사의 프로젝트, 자사 신상품의 예견되는 시장 실패와 그 개선에 관한 토론까지 무엇이든 이야기되고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소확행뿐만 아니라 일과 업무의 ‘작지만 확실한 실마리(소확서, 小確緖)’를 찾게 되는 곳이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이다. 모든 위험한 쾌락이 그렇듯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일단 정보 거래에 익숙해지면 점점 끊기 어려운 일상의 일부가 된다. 가치 경중이 없이 정보가 생산, 가공되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의 생리는 앞서 사실 여부와 지위 고하를 무시하는 두 가지 준칙의 어두움과 음험함을 일정 부분 상쇄한다. 공식적 정보 체계에서는 ‘사소하다’고 무시될 시그널이 언더그라운드 시장에서는 재기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언더그라운드 시장의 뒷골목에서는 죽었던 아이디어도 살아나 왕처럼 귀환할 수 있다. 겨자씨처럼 가장 작은 아이디어가 기업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구원자(Savior)가 되기도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처럼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실낱같은 정보가 비즈니스 정보로 전환될 때는 정보의 크기, 정보 생산자의 직위와 관계없이 큰 가치를 가지게 될 수 있다. 숨은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 선구안만 있다면 말이다.



SK텔레콤 사례로 본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인플루언서의 힘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앰부시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SK텔레콤 붉은 악마 캠페인의 성공 뒤에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서 끌어올린 보물 같은 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정점에 달했던 200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월드컵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위상을 각인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당시 경쟁사였던 KT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의 지위를 확보하면서 SK텔레콤은 월드컵과 관련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 세계인의 대잔치를 집에서 치르는데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SK텔레콤은 경기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경기장이 아닌 거리 축구 응원 캠페인을 기획했다. 상당한 돈과 시간을 들여 응원 구호를 만들고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응원가를 제작했다. 그러던 중 A매치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온 직원 한 명이 돌연 붉은 악마 응원단의 엇박자 박수를 이용한 응원법을 활용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낯선 응원 구호나 응원가 대신 이미 검증된 응원법을 그대로 사용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이미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응원 구호와 응원가를 만들고 발표까지 끝난 시점에서 기획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묵살될 수도 있었던 이 직원의 의견은 채택됐고 회사의 방향이 전면 수정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회사가 이미 투자한 매몰비용까지 희생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SK텔레콤이 이런 도박에 가까운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이 엇박자 박수 응원법의 활용을 제안한 직원이 사내의 인플루언서(influencer)였다는 점에 있다. 비록 나이도 어리고 직위도 낮았지만 이 직원은 시장·업무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인력과 정보를 연결하는 능력, 자신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비공식적 인플루언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사내에 빨리 퍼뜨리는 영향력 있는 직원이었기에 상사나 동료들도 그가 포착한 시장 시그널을 지나치지 않고 의미 있는 실마리로 채택했고, 캠페인 수정의 필요성도 쉽게 납득했다. 또 이 캠페인 추진 당시 기업이 직원들과 서로 피드백을 활발히 주고받는 대칭적 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언더그라운드 정보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가능케 했다.

이 캠페인의 성공 사례는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에서 스쳐 지나가는 목소리가 상당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인플루언서의 목소리를 선별해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임직원 모두의 속마음과 일상 행동을 추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플루언서가 누구인지 포착하고 이들의 특성, 이들이 맺고 있는 네트워크를 파악하면 언더그라운드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그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평판 유지를 넘어 직접적인 성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서는 많은 양의 정보가 유통된다. 아무리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할지라도 분초를 다투는 경쟁에서 모든 종류의 정보에 주목하기는 어렵다. 특히 여과되지 않은 정보들이 비공식적 자리에서 유통된다는 측면에서 어떤 언더그라운드 정보를 가치 있는 정보로 포착하고,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로 가공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도 중요하다. 정제되지 않은 원석,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보석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왜,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우리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서 무엇을 읽어 내야 하는가?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 분석 방법론

언더그라운드 정보의 잠재력과 인플루언서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정보를 도대체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과제다. 임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의견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을 열어 둬도 여기서 수집된 정보는 모두 ‘비정형의 데이터(unstructured data)’다. 데이터 의미를 해석하는 적절한 체계와 구조가 없으면 의견들의 뭉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뭉치들을 분석하는 방법론을 찾으려면 기업이 수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채널만 열어주고 너도 나도 말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최근 HR 애널리틱스 트렌드가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임직원으로부터 정보를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수집하고 과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해석해야 한다.

적극적인 정보 수집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서베이다. 서베이의 경우 응답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답변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외부 전문 업체가 데이터를 관리한다면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또 기업을 직접 평가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다른 설문에 비해서는 직원들의 참여도도 높다. 서베이가 경영진과 기업의 민낯을 드러내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미 사회과학 방법론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대표성,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통계 처리 기법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두 번째 방법은 보다 최신의 분석 방법인 네트워크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SNA)이나 의미망 분석(semantic analysis)이다.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인플루언서가 누구인지 질문한 뒤 네트워크 분석을 해보면 사내 인플루언서들의 관계도를 그릴 수 있다. 또한 주관식 설문을 진행한 뒤 의미망 분석이나 텍스트 분석을 하면 기업이 당면한 핵심적인 문제와 기회 요인을 간파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이 정해지면 그다음은 다층적으로 구성한 설문을 통해 기업에 대한 임직원의 생각, 업무에 대한 임직원의 생각을 물어보면 된다. 필자들은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한 기업 A의 케이스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소개하려 한다.


IT 기업 A사 분석 케이스

기업 A는 IT 플랫폼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창업 3년 만에 임직원 110여 명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 기업은 소비자들이 직접 이용하는 B2C 플랫폼을 비롯해 B2B 서비스, 인터페이스, 데이터 솔루션, 종합 시스템 구축을 제공한다. IT 회사인 만큼 인력의 80% 이상이 엔지니어, 개발 및 운용 인력이고, 불필요한 경영 관련 조직과 기능은 최소한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임직원이 대기업 경력이나 이를 능가하는 개발, 기술 관련 전문성도 갖췄다.



A사는 창업 2년 만에 메이저 플랫폼 개발에 성공하고 주요 투자자를 확보하면서 초기 벤처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었다. 기업 규모가 급팽창하고 자본이 유입되는 등 변화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IT 벤처가 2∼3년 안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초경쟁 시장에서 아무리 기술력과 개발력을 갖췄다 한들 안심하기는 일렀다. 또한 조직을 R&D 중심의 본사와 서비스 운용 중심의 지사로 쪼갠 것도 처음 겪는 변화였다. 조직이 커지고 둘로 나뉘자 A사 최고경영진은 임직원 직접 대면 소통과 대화로 모든 문제를 돌파하던 초기 경영 관리 모델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새로 수혈한 인력들은 어떻게 회사에 정착하고 있는지, 분사한 회사는 어떻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특히 인력 이탈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IT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개발자들의 이직(turnover)이 매우 잦다는 점은 잠재적 불안 요인이었다. 엔지니어는 이직률이 높은 대표적인 직군이고, 엔지니어 커뮤니티에는 회사에 관한 시시콜콜한 내용들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수틀리면 바로 떠나는 자존감 높은 엔지니어들을 모으고 이탈을 막는 것은 모든 IT 기업의 관심사였다. 실제로 더큐(theQ)가 2년간 50여 개 중소기업 CEO와 오너, 최고경영자와 인터뷰를 해본 결과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역량 있는 임직원 확보와 유지였다. 한국의 인력 시장은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구조이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극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직원을 ‘뽑기’보다 ‘모셔야’ 하는 중소기업이 소위 대기업 이직을 위한 회전문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전략이 필요했다.



A사는 이런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다. 인사 기록상 직원들의 이직이 증가하는 추세긴 했지만 1년에 10∼15%가 교체되는 수준이라 여타 IT 기업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었다. 인간적인 분위기와 넉넉한 보상이 있었고, 전문성 있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끌어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조직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업계 선배라는 친밀감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또 몸집이 커지면서 구성원들 간 업무 협력과 조정이 쉽지 않아 발생하는 불만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기업의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점차 늘어가는 인력 이탈과 충원에 따른 연착륙을 어떻게 도모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이에 경영진은 110여 명의 직원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터에 오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을지, 조직 분할 이후 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더큐에 언더그라운드 정보 분석을 의뢰했다. A사 대표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외부 고객 평판보다도 내부 구성원 평판이 더 중요하고, 구성원이 회사에 얼마나 만족하고 회사를 신뢰하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짐작하는 조직 구성원의 속마음과 실제 생각이 일치하는지, R&D 조직과 운영 조직 간 온도차는 없는지 알아보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발견 1 본사와 지사의 격차

첫 번째 트랙으로 수행된 설문 조사는 임직원들이 얼마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지고 있는지, 기업과 자신의 윤리지향성(ethical orientation)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자신과 기업 간의 관계와 소통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프로페셔널리즘과 업무 및 기업 만족도는 어떤지 질문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경영진도 어렴풋하게 짐작은 했지만 기업 분할 이후 회사를 바라보는 본사와 지사 임직원들의 인식에 상당한 간극이 드러난 것이다. 외부 이해관계자가 아닌 비즈니스를 꾸려가는 직원들의 솔직한 평가라는 점에서 기업의 적나라한 현실이었다.

먼저, 모험기업가 지향 지수에서부터 본사와 지사 간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모험기업가 지향 지수란 얼마나 안정보다 혁신을 좋아하는지(혁신성), 얼마나 경쟁을 즐기고 경쟁사를 압도하고자 하는지(시장지배지향성), 얼마나 고수익-고위험 프로젝트를 선호하는지(위험감수성)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런데 본사의 경우 이 지수가 평균 4.01이었지만 지사는 이보다 1포인트나 낮은 3.01이었다. 본사와 지사 간 차이에 A사 경영진은 약간 당혹감을 보였다. 기업가정신으로 대표되는 벤처기업의 의욕과 기세야말로 지난 2∼3년간 회사의 급성장을 이끈 추진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래 이 초심을 유지하느냐’는 기업의 미래와도 직결된 문제였다.

둘째, 본사와 지사 임직원 개개인의 프로페셔널리즘, 즉 ‘업’에 대한 정신도 사뭇 달랐다. 프로페셔널리즘이란 임직원이 업무를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임하는지(careerist), 아니면 업무를 자아실현과 자기 성취의 기회로 삼는지(professional)를 파악하는 척도다. 프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의 발전 가능성, 잠재력, 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사 결과 지사 임직원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사 근무자들의 업무에 있어서의 자존감, 파워, 직업관 등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나온 것이다.



셋째, 업무, 직업 만족도에서 유추한 ‘이직 가능성’도 지사 임직원들이 더 높았다. 두 조직의 임직원 모두 업무 자체에는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오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획득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엔지니어가 많아 대체로 자긍심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만족도에서 차이가 있었다. 지사 임직원들은 본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만족도를 보여 잠재적 이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만족도에 비해 소속 기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로 옮길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평가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기업과 직원의 관계성, 즉 기업 A 임직원들이 느끼는 기업과의 관계의 질 역시 두 조직에서 유의미하게 달랐다. 관계를 결정짓는 요인인 임직원과 기업의 소통 성향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 대한 1) 신뢰성 2) 상호 통제성 3) 헌신성 4) 만족도 차원에서 봤을 때 지사 직원들이 본사 직원에 비해 회사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울러 지사 직원들은 회사가 자기 의견을 상대적으로 덜 존중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호혜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이는 기업에서 주류가 아니라는 거리감과 열등감이 지사 직원들에게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경영진이 지사를 보다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두 조직 간 상이한 결과는 그동안 본사 지사를 빈번히 왕래하며 업무를 직접 관장해온 경영진을 놀라게 했다. A사 대표는 “이전까지는 ‘두 조직 간 격차(gap)가 있을 수도 있겠다’ 수준으로 짐작했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니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며 “조직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고 벽을 허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사와 지사 간 담당 기능의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본사의 경우 R&D를 담당하다 보니 개발자들이 도전적인 과제를 풀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의욕이 생기고 기업가정신과 프로페셔널리즘 수준이 높게 나올 수 있는 데 반해 지사는 고객 서비스 운영을 맡아 매일매일 고객과 씨름하느라 피로도가 쌓이고 의욕과 업무 만족도 등이 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IT 기업들과 경쟁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하는 본사가 국내 고객을 상대하는 지사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점도 양사가 거리를 좁히기 힘든 이유로 제시됐다. A사 대표는 “고객의 요청을 모두 다 받아줄 수는 없다”며 “그러나 회사가 지사 임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견 2 낮은 정보 누설 가능성

본사와 지사 임직원들의 차이는 임직원 정보 행위로도 이어졌다. 확실히 회사와의 관계의 질을 높게 느낀 본사 직원들이 지사 직원들에 비해 기업을 옹호하고 좋은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경향이 있었다. 소비자, 거래처, 업계 동료나 지인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자기 기업을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행위는 기업 평판과 직결되기 때문에 긍정적 기업 평판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직원들이 업무 정보를 스스로 취득하고 활용하는 스카우팅 행위도 본사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사와 지사 모두 기업 리스크와 직결되는 내부 고발, 정보 누설 가능성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내부 고발은 조직의 윤리 기준보다 임직원 개인의 윤리 기준이 훨씬 엄격할 때, 즉 기업이나 경영진이 임직원의 기대 수준보다 비윤리적일 때 발생한다. 개인이 옳은 일을 고수하는 규칙주의자인 데 반해 조직은 성과를 위해 때때로 원칙을 어기는 결과지향적 태도를 견지할 경우 내부 고발의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A사의 경우 임직원 개개인의 윤리 지향성보다 이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윤리 지향성이 더 높았다. 대다수 임직원은 기업 경영이 다소 보수적이고 규칙과 규범에 충실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내부 고발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실제로 더큐는 기업 정보 누설 가능성 지표와 내부 고발 가능성 예측모델을 적용해 현재 A사 임직원들이 어느 정도 기업 관련 비즈니스 기밀을 다루고 있는지, 기업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내·외부 고발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해 봤다. 그 결과 A사 임직원들은 전체적으로 민감한 비즈니스 기밀의 보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 고발 가능성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볼 때 7.1로 매우 낮았다. 이는 본사와 지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이었다. 기업 내 차별, 소비자 불만, 서비스 문제, 파업/해고 등의 이슈도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A사 대표는 “기술 회사다 보니 알고리즘, 보이지 않는 개발 노하우들이 다 회사의 기밀”이라며 “이런 정보의 누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니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발견 3
인플루언서의 존재


두 번째 트랙에서 실시된 네트워크 분석은 인플루언서 그룹에 주목했다. 전체 임직원들에게 인플루언서의 자질을 갖는 직원이 누구인지를 묻고, 이 답변을 근거로 파악한 인플루언서들의 답변과 이들의 관계성을 더 상세하게 분석했다.



인플루언서는 크게 8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비즈니스 관련 정보를 가장 잘 확산시키는 ‘의제설정자’ 2) 평소 조용하지만 성실히 의견을 내고 해결책을 찾는 ‘은둔현자’ 2) 잠재적 갈등 조정자인 ‘잠재적 영웅들’ 3)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업무상 난관에 봉착할 때 직원들이 조언을 구하는 ‘업무구루’ 4) 직원들이 사적인 고민, 커리어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덕망가’ 5) 혁신성이 높은 ‘이노베이터’ 6) 조직을 이끌 정도로 똑똑하고 현안을 빨리 파악해 대처하는 ‘승진 시 중용할 동료’ 8) 창업을 한다면 빼 내가고 싶은 ‘창업 시 필요한 동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A사에서 이 같은 인플루언서 유형에 속하는 직원들을 파악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관계도를 그린 결과 주로 임직원들이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지, 그 네트워크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한눈에 드러났다. (그림 12) A사의 인플루언서 조언 네트워크는 매우 조밀하게 연결된 중심 네트워크와 양쪽으로 분리된 작은 클러스터로 구성돼 있었다. 무엇보다 중심 네트워크를 이끄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조언 네트워크상의 인플루언서들은 대개 덕망가, 은둔현자, 잠재적 영웅들 유형에 속하며 대다수의 직원이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나중에 조직 균열을 가져올 만한 사내 이슈나 갈등이 촉발될 때 이슈 관리나 갈등 해소의 주역이 될 수 있는 만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잘 확산시키는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기업 내 정보 경로 윤곽도 드러났다. (그림 13) A사의 인플루언서 정보 경로 네트워크를 살펴보니 핵심 클러스터가 존재하고, 이 외에 하나의 작은 클러스터가 떨어져 있었다. 정보 교류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런 고립된 클러스터에 속한 임직원들이 핵심 클러스터와 연결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A사 대표는 “사실 어느 조직이나 비공식적인 그룹들이 만들어지는데, 누가 이 그룹에서 정보를 전파하는 빅 마우스(Big Mouth)인지 아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도움이 됐다”며 “똑같은 빅마우스여도 긍정적인 정보를 확산시키는 경우 그냥 둬도 되지만 부정적인 정보를 확산시키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그 영향을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인플루언서가 시니어, 상급자일 경우 조직 전체 분위기나 사기를 크게 해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정보 경로 네트워크에서도 소외된 클러스터는 있었다. 긍정적인 인플루언서의 경우 영향력이 분산되면 자칫 기업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단절된 클러스터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언더그라운드 정보가 기업 전체로 유통되고 업무에까지 반영되도록 유도하려면 분절된 집단이 지배적인 네트워크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 A사 대표는 “현재 업무 성격이나 기능별로 임직원 간 소통이 끊기고 벽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이들 간 관계를 개선하고 업무 협력을 도울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인플루언서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을 빠르게 파악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임직원 의견을 듣기보다는 인플루언서 동향을 살피는 게 기업 평판 관리나 업무 추진에 훨씬 긴요할 수 있다. 전 직원의 약 10∼20%를 차지하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발굴(idea mining)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적은 비용으로 기업 안팎의 변화, 잠재적 위협, 기회 시그널들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기업 전략의 수립,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A사 분석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이 말한 기업 위협 요인들이 전 직원들이 말한 문제점보다 더 심층적이고 세밀했다. 인플루언서들은 단지 인사 관리, 업무 관리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을 넘어 ‘중간 직급 리더십 강화 필요’ ‘능력 있는 직원의 신규 채용 어려움’ ‘잦은 회의로 업무시간 부족’ 등과 같은 디테일한 문제점들을 포착해 냈다.




소확혜(小確慧)-작지만 확실한 지혜 :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과 기업 경영 솔루션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서 주인공 단테는 지옥의 심연, 정화의 연옥, 그리고 회개한 자들에게 허락되는 천국을 순례한다. 임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아수라장, 즉 지옥과 같을지 모른다. 시기와 억측, 신랄한 평가와 비판, 솔직한 의견이 혼란스레 뒤섞인 연옥 같은 곳일 수도 있다. 그리고 드물겠지만 모두가 모두를 솔직하게 평가하고, 건설적인 논의와 애정 어린 염려, 배려가 오가는 천국이 일시적이나마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을 지옥으로 놔둘 것인가, 아니면 희망을 찾아가는 연옥으로 만들 것인가? 과연 이 시장이 기업의 공식적 소통 체계의 한계를 극복해줄 제2의 기업 정보 생태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길 잃고 헤매는 단테를 이끌어 줄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가 기업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임직원의 이직률이 높아진 오늘날에는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 부가가치를 생성해내는 조직만이 비즈니스를 선도하고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직원을 ‘관리의 대상(Human Resource Management)’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관계의 대상(Human Relations Management)’으로 관점을 바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또한 기업 오너와 경영진이 임직원을 자산으로 보는 ‘물격 사고’를 극복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보는 ‘인격 사고’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자산 관리의 관점과 방식으로는 정보의 적절한 활용과 이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업은 이 세 얼굴의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을 어떻게 기업의 혁신 경영 솔루션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경영진이 참고할 수 있는 포인트를 7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기업 경영진과 리더, 오너의 정보 철학이 정립돼야 한다.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위계 의식을 내려놓고 임직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기회, 위기관리 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빌리자면 수백 가지의 기업 관련 시그널을 모았어도 경영 과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는 책상 위 쓰레기 더미일 뿐이다. 정보는 의사결정에 쓰임을 가질 때 그 전략적 쓸모를 다한다. 이렇게 쓰임새를 고민할 때 직원들 관점을 수용하는 의사결정자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쓸모가 있더라도 경영자, 혹은 기업만을 이롭게 한다면 경영자의 일방적 시선, 관음적 기호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반드시 ‘정보 생산 및 유통자’인 임직원들의 이해관계도 고려 변수로 포함해 상호 호혜적인 ‘예기적 소통과 예방적 문제해결(Communicative preemption and anticipatory problem solving)’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임직원을 유형화, 세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직원의 각 개인적 윤리관을 파악하면 효과적인 인력 활용이 가능하다. 윤리관은 원칙과 규범을 중시하는 규칙주의자(The Right)형과 상대적으로 결과를 중시하는 절충주의자(The Gray)형으로 나눌 수 있다. 어느 리더가 더 낫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기업의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에 방점을 둔다면 경영관리자를 규칙주의자로 선발하는 것이 맞지만 절충주의자는 통념과 상식에 상대적으로 덜 얽매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혁신에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임직원의 유형을 잘 파악해야 팀과 조직의 방향에 따라 최적의 인재를 배정할 수 있다. 가령, 리더를 규칙주의자로 선발했다면 그를 뒷받침하는 팀원들을 절충주의자로 구성해(pairing) 균형을 맞춰야 조직 혁신을 도모하면서도 법과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기업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임직원과의 관계성(relationship quality)을 평가·추적해야 한다.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 분석을 통해 확인되는 관계성의 현주소는 위기관리 전략의 중요한 단서다. A사 사례에서도 나타났지만 직원과 기업 간의 관계성은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에서 내부 고발, 기밀 누설 등의 성향을 증감 또는 증폭시키는 매개 변수다. 개인의 윤리관이 정보 유출이나 기업 문제에 대한 제보와 폭로를 촉발하는 첫 번째 동인(prime mover)이지만 이 동인이 실제 작용할지 여부는 관계의 질에 달렸다. 결국 그 관계성을 주시하는 것은 임직원의 부정적 정보 행위에 따른 잠재적 위기에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넷째,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 내 숨은 영향가들을 찾아내야 한다. 실제 임직원들이 업무상 조언을 구할 때 찾거나 개인적으로 의지하는 영향가는 공식적 위계나 업무 분담 체계와 무관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인플루언서를 선별하는 일은 기업 어젠다에 따른 핵심 정보들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언더그라운드 시장에는 아이디어 인플루언서, 덕망가, 어젠다 세터, 게이트 키퍼, 문제해결자 등 비공식적 명망가들이 있는데 이들의 특징에 주목하고, 이들이 유통하는 각기 다른 콘텐츠의 차별점을 파악한다면 기업 경영 사안에 따라 주요 정보를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협상하고 지지를 구해야 하는 주요 경영 파트너기기도 하다. 기업 흥망을 좌우할 결단을 내릴 때 기업과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평가하고 여러 이해를 저울질할 협상 파트너가 없으면 매우 불안할 것이다. 이럴 때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의 숨겨진 영향가들이 시장의 대변자로 나설 수 있다.

다섯째, 정보의 흐름을 선순환으로 이끌 감각적이고 현명한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의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리더의 우수한 정보감응력(Executive-Leader Information Sensibility, ELIS)이 필수적이다. 물밑에서 흐르는 정보를 주목하고 기업 행위에 반영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들은 정보를 포착하고 이해하는 역할도 하지만 함께 일하는 타 직원들의 사고, 감정, 행위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이들이 생성하는 정보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런 리더들이 잘못된 정보, 아이디어로 기업 정보 건강성을 해치는 나쁜 영향가로부터 정보 치안을 유지하는 ‘정보 패트롤링과 폴리싱(patrolling and policing)’ 역할을 할 수 있게끔 교육해야 한다. 악화(나쁜 정보)가 양화(좋은 정보)를 구축하지 않으려면 이런 로컬 리더가 정보 건강성을 유지해 주는 빛과 소금 같은 존재들이 돼야 한다.

여섯째, 최고 커뮤니케이션 오피서, 즉 최고경영진이 문제의 조짐과 혁신의 시그널을 기업 의사결정 체계 안으로 흡수하는 게이트키퍼가 돼야 한다. 이 경영자는 최고불만처리자(Chief Complaint Processor)와 최고아이디어처리자(Chief Idea Processor)의 역할을 자처하며 주목받지 못하는 주요 시그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간과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로컬 리더들이 자율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지만 플랜 B로서 최고 총괄자가 중앙정보처리 시스템의 역할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 개인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비공식적 정보가 아래에서 위로 모아지는 조직 체계를 갖추려면 매트릭스 구조(matrix structure)를 활용한 기업 구조의 혁신까지 고려할 수 있다. 각 유닛, 팀, 부서에서 차출된 한 명이 커뮤니케이션을 유닛, 팀, 부서의 경계를 넘어 CCO나 CIP에게도 직접 아이디어를 보고할 수 있도록 체계를 보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급 인력이 많을 경우 언더그라운드의 정보 유통을 매트릭스 조직 체계로 수용하는 것 외에 임직원 개개인의 자율적 판단과 자발성에 기대는 풀뿌리 구조(grassroots structure)로의 개혁도 고려해 볼 대상이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정보 생산-거래-유통 체계에서 각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정보 활용도를 높이려 한다면 언더그라운드 시장은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가령, IBM 같은 하이테크 선도기업은 위계 시스템이 고도로 전문화된 임직원 성향에 맞지 않다는 것을 자각해 개개인의 전문가화, 프로페셔널화를 추진했다. 조직을 통제 패러다임에서 자율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한 것이다.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고급 인력으로 구성된 기업이라면 따로 또 같이 작업을 통해 정보에 유동성을 부여하고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필자소개
이시혁 the Q 대표 sihyeoklee@the-q.co.kr
이시혁 대표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신방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SK텔레콤에서 브랜드와 광고캠페인 전략을, TU미디어와 로엔에서 뉴미디어 및 콘텐츠 사업 전략을 수립, 집행했다. SK플래닛에서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문장을 지내며 데이터 기반 광고회사의 개념을 도입했다. 기업의 임직원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도와주는 더큐를 이끌고 있다.

김정남 오클라호마대 전략커뮤니케이션 석좌교수 layinformatics@gmail.com
김정남 교수는 퍼듀대를 거쳐 오클라호마대 게이로드 패밀리 전략 커뮤니케이션 석좌교수로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공중 행위와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며 현재 DaLI(Debiasing and Lay Informatics) 랩 디렉터를 맡고 있다.

이혜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 과정 hyelima@gmail.com
이혜림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외국계 회사와 국책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수료 후 박사논문을 준비중에 있다

참고문헌
1. Grunig, L. A., Grunig, J. E., & Dozier, D. M. (2002). Excellent public relations and effective organizations: A study of communication management in three countries. Mahwah, New Jersey: Lawrence Erlbaum Associates.
2. Grunig, J. E., & Kim, J.-N. (in press). The four models of public relations and their research legacy. In C. Valentini (Ed.), Handbook of public relations. De Gruyter Mouton.
3. 김정남 (2011). 직원관계와 직원들의 자발적 의사소통행위가 가져오는 전략적 가치: 효과적인 기업 브랜딩과 명성관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인사이트 트래인, 1, 52-69.
4. Dante Alighieri, 1265-1321. (1935). The divine comedy of Dante Alighieri : Inferno, Purgatory, Paradise. New York :The Union Library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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