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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사무자동화와 심플 워크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에게 맡기되
Work Less 아닌 Work Smart 에 초점을

이건영 |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무실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순 반복 작업이다. 정해진 양식에 맞게 주기적으로 작성하는 시장 동향 보고서, 업무 e메일 처리와 프로젝트 일정 관리, 고객 정보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크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이런 일을 로봇이 대신해 준다면 어떨까. 직원들의 여유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 업무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심플 워크’를 달성할 수 있다.


산업 전반에서 로봇을 적용한 자동화 확산
‘디지털화(Digitalization)’는 우리 생활과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혁신과 변화를 일으켰다. 기업들은 모바일, 클라우드 시스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더 많은 서비스, 더 편리한 제품을 접한 고객들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요구에 더 기민하게 대응하길 기대한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으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더 빠르고 정교한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과거보다 더욱 늘어났다. 더 깐깐해진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해야 한다. 입력하고 관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직원들의 실수로 인한 오류도 많아졌다. 개개인이 처리하는 업무의 절대량이 늘어나면 서비스의 질 저하와 개선 및 혁신 활동 위축 등 많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직원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더욱 몰두하고 싶어 한다. Work Less(적게 일하기)가 아니라 Work Smart(똑똑하게 일하기)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이 보다 생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IT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저부가가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나 중국 같은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Low Cost Country)에 운영 관리와 관련한 업무를 아웃소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어니스트앤영(Ernst&Young, EY)이 글로벌 기업의 사무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노력에 대해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인력 구조조정, 업무 자동화, 프로세스 표준화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비용 효과 및 업무 단순화 효과는 30%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인력을 투입한 경우엔 인건비가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새로 충원한 인력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직원들과 동일한 이유로 생산성이 떨어지곤 한다. 새로운 IT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시행착오로 인한 리스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오히려 업무의 복잡성만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마련한 새로운 업무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을 좇아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개발도상국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아웃소싱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등장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Robotic Process Automation(RPA)이다. RPA는 로봇 소프트웨어에 의한 오피스 업무의 자동화를 말한다. 로봇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도록 해 기존 시스템의 변화 없이 사람처럼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이미 제조업에서는 로봇 및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일을 단순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인 아디다스는 최근 독일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에 로봇을 이용해 운동화를 만드는 ‘스피드팩토리’를 세웠다. 이 공장은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해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할 수 있다. 아디다스는 “로봇을 이용한 생산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속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밝혔다.

RPA는 이 같은 제조 현장의 업무혁신 솔루션을 사무공간으로 가져온 것이다.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특정 행동을 모방(Mimics)해 빠르게 실무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고객 e메일 송수신 업무를 로봇에 맡긴다고 가정해보자.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는 먼저 직원들이 어떤 아이디로 접속해 e메일을 받는지, 어떻게 답변을 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정리해 소프트웨어에 반영한다. 그리고 이 업무 과정이 정확하게 기록이 됐는지 직원에게 물어본다. 담당 직원이 프로세스를 검증하고 승인하면 그때부터 고객 관련 e메일 처리업무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RPA는 기본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그대로 두되 필요한 부분의 특정 업무를 대체한다. 과부하가 걸리는 업무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로보틱스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적은 비용으로 사람의 업무를 대신할 수도 있다.

RPA의 또 다른 장점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고급 프로그램 코딩이 필요하지 않고,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도 간편하다. 모든 업무 수행 내역이 소프트웨어에 저장되기 때문에 철저한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또한 로봇은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업무의 연속성이 높아진다. 로봇의 일정을 관리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업무를 처리하게끔 스케줄을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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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A 적용 대상 및 영역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 RPA를 도입할 수 있을까? 대량으로 처리해야 하는 반복적인 모든 업무에 도입이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쳐 RPA를 활용한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 영업 및 구매, 재무, 인사, IT 등 모든 영역의 다양한 업무를 RPA로 대체할 수 있다. 데이터 입력, e메일 수신/발신, 리포트 작성 등의 업무는 물론 전산 시스템과 연동된 매출 보고서 작성, 시장 동향 수집 등의 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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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서에서 소위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들을 로봇이 수행하면 직원들은 그 시간을 보다 생산적인 일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업계에서 고객 신용정보를 로봇이 모니터링해준다면 직원들은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에 자신의 업무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다. 급여 명세서, 급여 관리와 같이 단순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자동화하면 인사부서 직원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더 정교하게 만들거나 임직원의 복리후생 제도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RPA가 적용되지만 대상 영역은 회사마다 다르다. 그것은 회사별로 자동화의 수준이 다르고 일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RPA를 고민하고 있는 많은 기업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선진 기업들은 어느 영역에 도입하고 있는가’이다. 필자의 대답은 ‘적용할 수 없는 업무는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사내 시스템이나 본인의 PC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모든 일은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 RPA를 적용할 영역을 지엽적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조직의 모든 업무를 RPA로 대체하겠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RPA의 기대 효과
RPA는 전통적인 업무 혁신 수단인 시스템 개선, 프로세스 혁신에 비해 투자 비용과 구축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혁신 툴이다. 실제 프로젝트 수행 결과 대부분의 RPA 인프라는 3∼4개월 내에 구축이 완료되며 6개월 이내에 해당 업무가 RPA로 완전히 전환돼 약 3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기존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한다는 특성 때문에 RPA 도입에 대해 직원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최근 EY가 RPA 적용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불필요한 업무가 제거돼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취리히보험(Zurich Insurance)도 RPA를 도입해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2014년만 해도 이 회사 직원들은 업무량 과다로 힘들어했고, 고객들은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 지급 및 처리 업무에 수십 명이 달라붙는다. 취리히 보험도 마찬가지였다.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고객들이 제출한 병원진단서, 교통사고 내역서 등 수십 가지의 서류를 직원들이 직접 입력해야 했다. 조사 결과 이 업무를 담당하는 81명의 직원 중 37명이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매달려야 할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업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고객 불만족을 해결하고 2015년 목표 성장률까지 달성하기 위해선 36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취리히보험은 RPA를 도입해 보험 계약 확인, 보상금 지급 등 51개 프로세스를 로봇이 대신 하게 했다. 로봇은 1년 만에 27명분의 업무를 홀로 담당하기 시작했다. 취리히보험은 업무가 사라진 27명의 직원을 해고했을까? 그렇지 않다.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사고 처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고객을 안내하는 일에 집중 투입했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는 업무에 투입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인 셈이다.

EY도 RPA를 많이 쓰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물론 대기업인 만큼 RPA를 활용해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줄이는 효과도 컸다. 더 중요한 것은 RPA가 EY가 주력하는 컨설팅과 감사 서비스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회계 감사를 할 때 10명의 회계사가 투입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모두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감사나 분석을 위해선 피감사 혹은 피자문회사의 데이터를 캡처하고 입력하는 과정이 장시간 이뤄진다. 이 일을 RPA로 대체하면 모든 회계사가 감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전문 인력을 줄일 수 있다. 고객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2017년 한 해에만 EY 글로벌 전체 조직의 200여 개 프로세스에 RPA를 도입했고 인력 투입량을 80만 시간이나 줄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전문직 업무는 여러 가지 여건상 법정 근로 시간 내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람을 더 늘리거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 RPA를 적용하면 사람을 더 투입하지 않고도 서비스의 질은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PA 도입을 기점으로 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진 사례도 있다. 호주 대형 은행에서 수작업이 필요한 대량의 단순 업무의 경우 샘플만 테스트하고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RPA 도입 후에는 기존 대출 검수 업무를 전수 검사로 확대할 수 있었다. 전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숨은 오류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국내에 적용된 사례도 살펴보자. 국내 한 시중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에서 콜센터 직원의 단순 업무를 RPA로 전환해 수행하고 있다. 최근 금융계에선 신속하고 쉽게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처리해야 하는 콜센터 업무가 폭증하는 문제점이 생겼다. 콜센터로 접수된 대출 신청은 콜센터 직원들이 간단한 정보 조회 및 서류 접수를 일일이 수행해야 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어갔다. 은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 정보 조회와 서류 접수를 로봇이 대체하게끔 했다. 그 결과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가 30% 줄어들었다.

주요 리스크 및 구현 시 고려사항
전 세계 약 200여 개의 기업이 현재 RPA를 도입 중이거나 이미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약 30%는 RPA 도입으로 인한 기대효과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다음과 같은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1. RPA를 비즈니스 프로그램이 아닌 IT 프로그램으로 인식
RPA는 기존 프로세스를 보완하거나 단순화시켜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회사 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따라서 기존 IT 인프라와 같은 방식으로 RPA를 접근하면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보통 우리가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을 생각해보자. 우선 기업이 원하는 개선사항을 파악한 후 기존 조직 내부 프로세스를 분석한다. 이후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한다. 즉, 분석 → 설계 → 구축 → 이행 등 4단계가 일반적이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이행까지 고려하면 시간은 배가된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을 설명하고 이해시켜 실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RPA를 적용하는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RPA는 기존 시스템의 일부 과정을 생략해 자동화시키거나 특정 프로세스와 연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기본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그대로 두되 필요한 부분의 특정 업무를 대체한다. 과부하가 걸리는 업무에 언제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자리에서 문제점이 있는 프로세스에 적용하고 그 후 좀 더 개선점이 보이면 다시 고쳐 적용해 보는 애자일 방식으로 이뤄진다. 빠른 의사결정과 프로세스를 통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IT 인프라와 같이 대규모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RPA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직원들이 RPA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스템과 ‘따로 놀게’ 되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RPA 프로젝트는 엄밀히 따지면 조직 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직원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자신의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RPA를 그저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기계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RPA 작업 수행에 따른 효익을 구성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RPA 이후 상황에 대한 내부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기업들은 RPA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서비스 개선, 프로세스 혁신 등의 효익을 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로봇과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함께할 수 있고, 어떻게 직원들과 서로를 보완하며,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RPA 전담 부서인 엑설런스센터(center of excellence, CoE)를 두고, 자동화할 프로세스의 우선순위를 정립하고, 조직 내 RPA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잘못된 프로세스 선정
많은 조직이 매우 복잡한 프로세스를 자동화 대상으로 선정하는 실수를 범한다. 예를 들어, 10개의 프로세스가 있다면 전체에 RPA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조직 내부에 있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오류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프로세스에서 사람의 개입을 전적으로 제거할 때 과도한 자동화로 인한 비용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대출 승인을 할 때 100만 원 미만일 경우 로봇이 자동으로 결재를 할 수 있게 하더라도 100만 원 이상일 경우 팀장의 결재가 필요할 수 있다. 사람마다 대출 조건이나 상황이 달라지면 결재에 참여하는 직원들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의사결정 조건하에서는 로봇이 알아서 판단해 업무를 기존 프로세스에 맞게 처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경우 사람이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오류가 더욱 증가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비용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기회 평가를 수행해 최적의 프로세스 포트폴리오를 파악해야 한다. RPA를 바라보는 가장 바람직한 시각은 ‘조력자’다. 로봇이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사람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복잡성 수준이 낮거나 중간 정도인 프로세스는 가장 이상적인 RPA 우선 대상이 돼야 한다. 복잡하거나 중요도가 높은 프로세스는 RPA가 고도화된 이후에 시도해본 후 그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가장 자동화하기 용이한 부분을 중심으로 서서히 자동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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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PA 사전 준비 미비 및 관리 체계 미흡
대부분의 조직은 초기에 Proof of Concept (PoC)을 통해 RPA의 효과성을 검증한다. PoC는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을 테스트해 그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이 아니라 본사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시스템이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 보는 것이다. 빠르게 RPA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PoC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더라도 대규모의 운영 자동화 프로젝트와는 괴리가 큰 경우가 많다. 따라서 PoC 외에도 전사적 혹은 사업 부문별 기회 평가를 수행하기를 권고한다. 프로세스의 실제 실행 방법, 로봇 인력 관리 책임자 지정 등 프로세스 구현 이후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점도 조직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앞서 언급한 CoE는 이러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4. RPA에 대한 잘못된 기대
앞서 언급한 것처럼 RPA에 따른 효과는 상당하나 아직까지 로봇들은 하위 프로세스에 대한 업무 처리만 가능한 수준이다. 확장 가능하며,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RPA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고도화된 스킬이 필요하다. 처음 도입할 때에는 조직 내부적으로 최소 2주간의 이론 강의, 2∼3개월간 실제 구축 작업 시간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따라서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의 성공적인 적용을 위해 단계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즉 특정 업무를 위한 RPA를 파일럿으로 시범 운영해 본 다음 타 부서로 확장해 나가는 점진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기술을 조직 내부에 내재화하고, 다른 기술의 발전과 연계해 효용을 극대화하는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맺으며
현재 적용 가능한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기술은 수작업을 대체하는 단순 자동화 정도다. 하지만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프로세스 개선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 같은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가 융합된다면 비정형 정보를 처리하고, 사람처럼 인식하고 판단해 미래를 예측하는 모습으로 진화가 가능하다.

곧 닥칠 미래 시대의 사무실에선 직원들이 로봇이 수행한 일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업무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걱정은 말라. 아마도 사람만이 수행 가능한 창조적인 일을 하며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업무 시간 내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진정한 워라밸도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이건영 EY한영 파트너 Kunyoung.Lee@kr.ey.com
이건영 파트너는 Ernst&Young한영 컨설팅 서울오피스 금융사업본부에 재직 중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액센추어, 아서디리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국내외 대기업 및 금융사에서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고 업무 혁신을 이끌며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사업 및 운영 모델을 바꾸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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