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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Japan

일본 중소기업, 스타트업으로 변신 중

이지평 | 259호 (2018년 10월 Issue 2)
일본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와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18년 8월 저팬벤처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 조달 금액은 2921억 엔이었으며, 이는 5년 전인 2012년의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8년 상반기에도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1% 증가한 1732억 엔을 기록했다. 저팬벤처리서치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가 하반기에 예상되기 때문에 2018년 연간으로는 4000억 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이 풍부해지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중 일본 사회적 문제나 비즈니스의 불리함을 역으로 이용해 성공한 스타트업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중소기업이 어떻게 스타트업으로 변신했는지,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 문제를 어떻게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는지 사례 중심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기존 산업의 재활성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서 새로운 성장 활력을 찾는 것은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는 제조 강점을 가지고 오랜 경험을 축적했지만 후계자도 없고, 일본 시장의 축소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이들 중소형 기업을 모아서 새로운 기업 그룹으로서 재편성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이 등장했다. 세계 각국의 첨단기업을 고객으로 할 정도로 첨단 가공 기술력으로 정평 난 유키정밀(由紀精密)이다.

오츠보 마사토(大坪正人) 사장은 2013년에 금속가공업체인 유키정밀의 3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박리다매의 전기전자, 자동차 분야에서 탈피해 경쟁이 심하지 않는 항공우주 분야로 진출, 2018년 매출 약 5억 엔(2017년 10월 ∼ 2018년 9월)까지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1

유키정밀은 원래 전자부품 등의 금속가공 기술에 특화한 기업이었지만 리먼 쇼크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 부도 위기를 겪게 됐다. 오츠보 사장은 이러한 정밀금속 가공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게 됐다. 고객에 대한 설문조사 등도 실시해 제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필요한 항공우주, 의료 분야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로켓이나 인공위성에는 작지만 정밀도가 요구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키정밀의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기 위해 이 회사는 기존 대기업의 설계도면을 가지고 그대로 가공했던 하청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설계능력을 강화했다. 신입사원을 포함해 전 종업원이 각각 한 가지 제품의 가공 및 IT 분야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들에게 회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기술력 강화에 주력했다.


그리고 각종 전시회에 동사의 정밀 가공 기술을 입증하는 제품을 출품하고 기술경진대회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브랜드 파워 확산에 주력했다. 5㎜ 정도에 불과한 쌀의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초미세 와이어를 이용해서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 일본 기술의 홍보성 영상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동사는 항공기의 특수 나사 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시작으로 지구 주변의 우주공간에 넘치고 있는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프로젝트,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진입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 생명체 실증실험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금속가공 부품을 납품하게 됐다.

유키정밀은 2017년 유키홀딩스를 설립해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지만 폐업 위기에 있는 중소기업에 출자하고 서로의 기술력을 융합해서 재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축적한 기존 기술의 새로운 전개 노하우를 다른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마케팅, 홍보, 인사관리 등의 간접 부문을 공통적으로 부담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기업 통합으로 인해 유키홀딩스그룹은 12개사, 종업원 540명, 총매출액 66억 엔으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기술을 가진 일본 중소기업은 신흥국 등의 해외 시장 대응책이 부족해 일본 내 주문이 감소하게 되면 기업도 쇠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키정밀은 그룹화를 통해 베트남, 홍콩,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 대응력을 강화해 성장 활력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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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과제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
일본 경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인구고령화로 인해 각종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는 ‘과제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기업 중에는 이러한 사회적인 과제를 잠재 수요로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서 성장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인재 파견 기업 ‘커리어’의 경우 구직을 희망하는 고령자 5만 명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직장을 소개하면서 고속성장하고 있다. 2

미조베 쇼타 사장은 대학 졸업 후 채용 컨설팅 기업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에 커리어를 창업, 2016년에는 주식 상장에 성공했다. 저출산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인구 감소와 고령자 케어 문제 심화라는 사회적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의 채용을 촉진해 초고령사회에 긍정적으로 적응하겠다는 취지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커리어에 상주하는 50명에 달하는 전문 컨설턴트들은 고령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들은 고령자의 능력과 파견 대상 기업의 업무를 분석해서 효과적인 파견 방안을 고객 기업에 제안하고 있다. 한 운송사업자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에서는 배달을 담당했던 젊은 근로자가 아침 일찍부터 포장, 배달 물품 확인, 전표 처리 등의 업무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커리어의 컨설턴트는 배달 이외의 업무를 분리해서 고령자에게 담당하게 하면 해당 기업의 효율적인 인력 관리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며 고령자를 파견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역이용해 성공한 스타트업도 있다. 도쿄 시내에는 고령화로 인해 빈집이 확대되고 수요가 없어 아파트 매매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한편 젊은 층은 마땅한 집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커넥트하우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기업의 회의실이나 각종 공간을 시간별로 대여하는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를 주택 분야에 적용했다. 도쿄 지역에서도 최저 월세 2만∼3만 엔으로 젊은 층도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는 공유 주택 시장을 만든 것이다. 빈집을 개조해 화장실, 부엌 등을 공유하거나 음악, 운동 등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거주하기도 하는 셰어하우스의 건설 및 개조가 도시 내에서 급증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를 인터넷으로 소개 및 중개하는 뉴비즈니스 사업자도 점차 늘고 있다.

한편 하우스마트사는 AI를 활용해서 아파트 매매 시장을 효율화하는 중개 서비스로 도약하면서 일본 언론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대규모 부동산 기업, 라쿠텐을 거쳐서 창업한 하리야마 마사유키 사장은 2014년 하우스마트를 설립해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부동산 매매 서비스, 부동산 적정가격 정보 제공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우스마트가 구축한 부동산 매매 중개 플랫폼인 ‘카우르’는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AI로 분석된 아파트 평가 정보, 1000만 건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은 적절한 부동산을 합리적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운동화를 구매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쉽게 아파트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하우스마트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기존 부동산업자의 편향된 정보와 달리 합리적인 정보를 이용해서 수많은 물건을 가상공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최적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 한다. 주택을 판매하는 사람도 1주일 만에 매매가 완료되기도 하는 등 그 신속성에 높은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최근 일본 스타트업 기업의 활성화는 일본 산업의 신진대사 촉진, 차세대 신성장산업의 육성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 및 도시 주택 문제 등의 사회적 과제 해결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도 일본 기업들과 같이 다양한 각도에서 사회 현상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라보고,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 제대로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빠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 부문 수석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일본형 자본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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