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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연예기획사처럼 스타트업 육성도 ‘창업기획사’에 맡겨야

이형민 | 255호 (2018년 8월 Issue 2)
방탄소년단(BTS)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BTS를 키워낸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방시혁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BTS가 글로벌 스타가 되기까지 전 과정을 기획하고 이들을 트레이닝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가수의 실력과 스타성 못지않게 한국식 연예 기획과 교육 과정이 글로벌 음반시장에서도 먹힌다는 것을 증명했다.

창업(스타트업) 시장에서도 기획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많은 유니콘 기업이 창업기획사, 즉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를 통해 탄생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와 드롭박스(Dropbox)를 배출한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대표적 예다. 액셀러레이터들은 기존 창업 인큐베이터들과 달리 스타트업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빠르게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 투자를 연계시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아이돌을 스타로 키워내는 연예기획사들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낸다.

국내에도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한 액셀러레이터의 수가 무려 100여 개나 된다. 지금 액셀러레이터들은 과거에 성공을 경험했던 벤처 1세대 출신들이나 오랜 컨설팅 경험과 벤처 투자 경험을 가진 기업인들이 세운 회사다. 이들은 이제 막 스타트업을 길러내고 있기 때문에 아직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액셀러레이터들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연예기획사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연예기획사들도 국내에서 자리 잡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액셀러레이터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완비하고 스타트업을 발굴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공시키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본 시장도 뒷받침돼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기업에 자본이 유입돼 초기 창업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기업이 벤처기업을 넘어 상장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본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기저기서 창업 관련 펀드들이 넘쳐난다고들 하지만 정작 초기 창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펀드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미 알려져 있거나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린다. 국내 창업자들이 초기에 정부 지원 자금에만 목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기관들이 주도해 키울 스타트업들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운 좋게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도 문제다. 정부는 자금만 지원해줄 뿐 스타트업에 필요한 노하우나 컨설팅은 담당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 지원 자금 중에서 초기 창업 지원 자금을 액셀러레이터들에게 위탁하면 어떨까?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이들을 관리하면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부기관들이 주도해 스타트업들을 길러내고 있는 나라다. 스타를 연예기획사가 아닌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가. 이제 액셀러레이터들에게 업무를 위임하기 바란다. 그리고 창업 지원 자금도 함께 내려보내길 제안한다. 정부는 뒤에서 창업 생태계를 관리하는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희망이 돼줄 성공 스타트업이 더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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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스페이스점프 대표
  • 이형민 | 이형민 대표는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아주대에서 MBA를 마쳤다. 2008년 비전컴퍼니(現 ㈜스페이스점프)를 창업해 ‘신사업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0년부터 테크미디어비전(www.bizion.com)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한국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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