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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네트워크 세계관

김남국 | 255호 (2018년 8월 Issue 2)
1960년대 사회과학을 선도한 거시조직 이론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과거 대부분 학자는 어떤 실체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별 구성 요소를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개별 주체의 이익 극대화를 기본으로 이론을 구성했고, 물리학자들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최소 구성요소를 탐구했습니다.

하지만 일군의 조직이론가들은 ‘노드(node)’와 ‘링크(link)’라는 단 두 가지 요소로 세상을 바라보는 획기적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구성요소들의 개별적 특성은 무시됩니다. 개별 주체는 모두 똑같은 점 하나(node)로 표시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노드의 연결 관계, 혹은 포지션 등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네트워크 관점입니다.

네트워크 이론은 지금까지 개별 주체의 속성에 대한 분석만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을 설명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역량이 떨어져도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거나, 반대로 역량이 출중한데도 승진하지 못하는 사례를 현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개별 역량을 아무리 분석해도 이런 현상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개별 주체의 연결망을 분석하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상당 부분 설명이 가능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내가 누구인가?’보다는 ‘내가 누구를 아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통설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해준 셈입니다.

사회과학에서 출발한 네트워크 관점은 이후 자연과학 분야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기여한 바가 큽니다. 하나는 네트워크 전체의 구조와 관련된 이슈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처럼 광활한 지역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어도 6단계만 거치면 대부분 연결이 된다거나 인터넷은 도로망이 아닌 항공망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발견이 대표적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특정 구조하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에 따라 노드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입니다. 네트워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거나 연결 관계가 거의 없던 파당(cliques)을 연결해주는 포지션을 점하고 있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네트워크 관점을 현실 경영에 접목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탐구했습니다. 네트워크 이론의 발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어떤 네트워킹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 제시했습니다. 또 조직 내 네트워크를 어떤 방향으로 관리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탐구했습니다. 공유와 연결을 무기로 한국 오피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워크의 네트워킹 전략도 들어봤습니다. 리더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네트워크를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실용적인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 네트워크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새로운 초연결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정립해야 합니다. 다수 시장 참가자가 활동하는 네트워크의 가치 창출 구조, 플랫폼 구축 및 유지 방안, 새로운 권력 구조 등에 대한 이론적 정립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보다 자주 앞서 나갑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패션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집중 분석해봤습니다. 역사가 깊은 산업 중 하나인 패션 분야에서 과거 1∼3차 산업혁명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초연결 네트워크 시대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는지를 분석한 아티클을 기반으로 독자 여러분들의 분야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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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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