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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reativity Code

유레카의 방아쇠 ‘유추(Analogy) 코드’

박영택 | 252호 (2018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유추는 창의성 코드 중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것이다. 다른 창의성 코드들에 비해 추상적이기 때문에 적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창조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아르키메데스의 일화에서 보듯이 유추는 유레카를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 시스템 운영 관점에서 보면 기능 유추와 운영 시스템 유추가 중요하며 디자인이나 광고 등에서는 이미지 유추가 많이 활용된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유추적 문제 해결
유추란 둘 또는 그 이상의 현상이나 시스템 사이 내적 관계의 유사성 또는 기능적 유사성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인지심리학회지에 발표된 ‘유추적 문제 해결’이란 논문이 유추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 논문의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1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위장에 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가 됐다고 가정하라 한다. 종양을 제거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환자가 죽지만 외과적 수술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한 방사선을 조사(照射)하면 종양을 파괴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방사선이 지나가는 곳에 있는 다른 정상 세포들까지 다 파괴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상 세포에 손상이 없을 정도로 방사선의 강도를 낮추면 종양을 소멸시킬 수 없다. 방사선을 이용해서 악성 종양을 파괴시키면서도 정상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열에 하나 정도만이 해결책을 찾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므로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해서 화제를 돌려 다음과 같은 공격-분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장수가 적의 요새를 공략하기로 했다. 이 요새는 지역 중심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갈래의 길이 사통팔달 연결돼 있다. 대규모 병력이 진격해 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적들은 길목마다 지뢰를 매설해 놓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서 적의 요새를 공격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밟아도 지뢰가 터지지 않을 정도로 병력의 규모를 줄이면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적의 요새를 공략할 수 있을까? 소규모 병력을 여러 갈래의 길로 나누어 투입한 후 요새 앞에 집결된 병력이 일시에 함께 공격하면 된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종양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10%에서 30%로 증가한다. 이때 공격-분산 이야기가 종양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한마디만 더 해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양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은 여러분들도 이미 그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다.

방사선의 강도를 낮추되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종양을 향해 방사선을 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악성종양 주위의 정상 세포들은 손상되지 않고, 목표 지점에 집중된 방사선이 하나로 합쳐져서 종양을 파괴한다.

군사 영역의 공격-분산 이야기가 의료 영역의 종양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내적 관계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기능 유추
유추적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유추의 형태는 ‘기능 유추(Functional Analogy)’다. 역전코드에서 예로 든 라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2차 대전 종전 후 식량 부족이 극심하던 시절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는 “추운 밤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을 보고 간편하게 끓여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 위해 안도는 자기 집 마당에 세 평짜리 작은 실험실을 만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맛을 가미한 라면을 장기간 부패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과 뜨거운 물을 부으면 빠른 시간 내에 부드러운 면발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1년 넘게 실패를 거듭하던 중 부인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튀김을 만드는 것을 보고 ‘식품을 튀기면 식재료 내의 수분이 밀가루로 만든 튀김의 표면을 뚫고 단기간에 증발하면서 바삭바삭하게 건조되는데 면(麵)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맛을 가미한 면을 기름에 튀기면 건조 과정에서 표면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으면 이 구멍들을 통해 수분이 흡수되면서 빠른 시간 내에 면이 부드러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처럼 안도는 튀김 건조에서 유추해 라면 제조에 사용되는 ‘순간 유열건조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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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초밥은 맥주공장의 운반 공정을 보고 생각해낸 것이다. 1947년 당시 33세의 히로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는 오사카에서 겐로쿠(元綠)라는 작은 생선초밥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아사히맥주공장에 견학을 갔다. 거기서 컨베이어벨트를 보는 순간 “저 컨베이어 위에 초밥을 얹어서 돌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58년 그는 세계 최초로 회전초밥 가게를 열었다. 2001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 그가 설립한 겐로쿠상요(元禄産業)는 일본 내에 250여 개의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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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시스템 유추
슈퍼마켓의 운영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도요타 생산 방식처럼 다른 분야의 사업 운영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 ‘운영시스템 유추(Operation System Analogy)’다. 많이 알려진 도요타 생산 방식의 유래를 보자.

도요타 생산 방식의 창안자인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는 1956년 미국을 방문했는데 이때 슈퍼마켓의 운영 방식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일본에는 슈퍼마켓이 없었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지만 슈퍼마켓에서는 진열된 물품들 중 판매돼 진열대가 빈 만큼 주기적으로 보충한다. 오노는 이를 보고 자동차도 수요에 상관없이 계속 만들어 쌓아놓고 판매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재고만 유지한 상태에서 고객이 자동차를 사가면 팔린 만큼만 생산하는 후보충(後補充) 시스템을 생각하게 된다.

간단한 발상이지만 이것은 공장 운영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종전에는 공장의 가동률은 높을수록 좋으며 조기에 생산목표를 달성하면 잘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필요 이상으로 빨리 만들면 모두 재고로 남게 된다. 재고란 곧 돈이다. 돈은 돌아야 되는데 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은 돈을 방석 밑에 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필요 이상으로 빨리 만들 바에야 차라리 공장을 놀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상이 반영된 도요타의 생산 방식은 통상 ‘저스트 인 타임(JIT, Just-in-Time)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도요타 생산 방식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일본의 캐주얼 의류 업체 유니클로(UNIQLO)도 운영 시스템 유추가 적용된 예다. 부친이 운영하던 양복점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1984년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열었다. 야나이 회장은 미국 대학의 생활협동조합 매장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협동조합 매장에서는 문구류와 티셔츠 등을 창고식으로 쌓아놓고, 점원의 도움 없이 손님들이 셀프서비스로 물건을 사가는 시스템이었다. 이를 보고 ‘저렴한 캐주얼웨어를 주간지처럼 부담 없이 셀프서비스로 파는 가게’라는 사업 컨셉을 잡았다.

이미지 유추
다른 사물의 시각적 이미지를 자신의 과제로 전이(轉移)하는 것이 ‘이미지 유추(Image Analogy)’다. 이미지 유추가 적용된 제품 중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것으로는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디자인한 와인 병따개 안나 G가 있다.2

단발머리에 미소를 머금은 소녀가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안나 G는 이를 디자인한 멘디니가 당시 자신과 열애 중이던 젊은 연인 안나 질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안나 G를 와인병 위에 놓고 머리 부분을 돌리면 치마 안에 있는 스크루가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 속으로 들어가면서 팔이 위로 올라간다. 올라간 양쪽 팔을 내리면 코르크 마개가 병에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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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제품은 1994년 전자회사 필립스가 기자회견 기념품용으로 이탈리아의 디자인기업 알레시(Alessi)에 의뢰한 건데 5000개 한정판으로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의가 빗발치자 판매용으로 양산(量産)했다. 안나 G는 출시 후 10년 동안 1000만 개나 판매됐으며 그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1분에 1개씩 계속 팔리고 있다고 한다.

1863년 1월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도시 지하철이 개통됐다. 개통 초기에는 지하철 노선이 단순했으므로 노선도를 그리는 것이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나 지하철이 확장되고 지선(支線)들이 늘어나면서 노선도가 복잡해졌다. 지하철역의 지리적 위치를 기준으로 작성한 노선도는 구불구불하고 도심지역은 역들이 촘촘하게 있어서 판독하기 어려웠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의 지하철 노선도는 해리 베크(Harry Beck)가 디자인했다. 런던지하철 통신사무국에서 제도사(製圖士)로 근무하던 그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관심사가 지리적 정확성이 아니라 ‘목적지에 가려면 어느 노선을 타고, 어디에서 환승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베크는 지리적 기반의 노선도를 버리고 수직, 수평, 대각선을 이용한 기하학적 형태의 노선도를 짬짬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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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새로운 노선도가 완성되자 베크는 당시 런던지하철 사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디자인이 너무 파격적이라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이듬해 베크는 500부를 만들어 몇 개의 지하철역에 시험적으로 배포했는데 순식간에 동났다. 그다음 해 70만 부를 새로 찍어 배포했는데 이것도 한 달 만에 다 소진됐다. 그 이후 모든 지하철 노선도는 해리 베크의 방식대로 제작되고 있다. 베크는 전기 회로도를 그리던 중 그와 유사한 이미지의 지하철 노선도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림 6]은 광고에 이미지 유추가 적용된 예다. 광고 전문가 이제석이 부산경찰청의 의뢰로 디자인한 것인데 ‘총알같이 달려가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경찰차가 총알같이 건물 벽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라도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기발한 작품이다.

이처럼 유추는 판에 박힌 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선하면서도 파괴적인 영감을 주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방식이다. 문제 해결 과정 중 벽에 막혀 더 이상 진전이 없거나 기존 방식으로는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때 유추를 동원해보면 어떨까.


필자소개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 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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