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산업용 로봇 기술로 놀이기구 만들어 ‘대박’
기술 레버리지로 성장동력 창출하라

251호 (2018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은 보유 기술을 가지고 신규 적용 분야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현재 주력 시장을 뛰어넘어 잠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략적 노력을 기울여라.
- 보유 기술로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파악하라.
- 잠재적 적용 분야를 파악했다면 관련 상품을 회사 내부에서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파트너와 협력할 것인지 결정하라.


어쩌면 당신의 회사가 숨겨진 돈방석 위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회사 주력 사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 기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 말고 또 다른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의 회사가 필자들이 연구했던 다른 기업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 그런 기회를 공략하고 있지 않거나 기껏해야 시늉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유럽의 수십 개 조직에 대한 연구와 컨설팅 서비스를 수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교체 가능 기술(fungible technology, 금처럼 형태가 바뀌어도 기본 가치로 거래될 수 있는 상품-역주)들이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자주 발견했다.

기업이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신제품에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러나 보유 기술을 새로운 시장에 도입하려 할 때는 허둥댈 때가 많다. 회사 기술을 다양한 시장에 어떤 방법으로 적용할지 결단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목표는 어떤 기술이 개발될 당시부터 염두에 뒀던 주력 시장을 뛰어넘어 다른 잠재 시장을 찾고 공략하려는 관리자들을 돕는 것이다. 필자들은 이 과정을 ‘기술 레버리지(technology leverage)’라고 부른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적 역량을 아직 접하지 못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1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쿠카(Kuka) 사례를 살펴보자. 이들은 1990년대 말에 회사의 로봇 기술을 제조업 이외의 다른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지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쿠카는 탐색 과정을 거쳐 엔터테인먼트와 시뮬레이션 시장을 목표로 신규 사업부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10년 쿠카의 로봇들은 플로리다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가 제작한 새로운 놀이기구인 해리포터(Harry Potter)와 금단의 여정(Forbidden Journey)의 핵심 요소가 됐다. 놀이기구를 타면 로봇의 팔들이 투사된 이미지에 맞춰 급강하거나 이리저리 회전하므로 이용객들은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을 체험할 수 있다. 쿠카는 비록 2016년 중국 미디어그룹(Midea Group)에 인수됐지만 새로운 사업을 통해 신규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었다.2

필자들은 본 연구를 통해 사업 잠재력을 주력 시장 이외의 영역으로 확대하려 노력하는 회사가 사실상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기업이 수익을 높이고 사업 성장과 개선의 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는 기술적 진보에 따른 혜택이 제대로 수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필자들은 연구 결과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이 보유 기술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이 프로세스는 다음 4단계로 구성된다.

1. 기술의 특징을 규정하라.
2. 잠재적으로 적용 가능한 분야를 파악하라.
3. 잠재적 적용 분야 중 목표 시장을 선택하라.
4. 최선의 진입 방식을 결정하라.



[DBR mini box] (연구내용)
본 기사에서 설명한 방법론은 필자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 레버리지 전략에 대해 자문 활동을 하고, 실무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학술 자료를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필자들은 지난 10년간 20여 개 기업을 자문했고 25개 기술 레버리지(technology leverage)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기술 레버리지를 이끄는 프로세스와 접근법에 대한 통찰력을 발전시켰다. 필자들은 또한 R&D, 라이선스, 지적 자산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컨설턴트를 포함한 40여 명의 관계자와 기술 레버리지에 대해 논의해 왔다. 그리고 이탈리아 밀라노를 본거지로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 및 기술 레버리지 분야에 특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싱크(BlueThink)와 협력 작업도 펼쳤다. 필자들은 이런 폭넓은 토론 과정을 통해 본 기사에서 소개한 방법론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방법론은 이후 여러 학술지에 소개한 필자들의 연구의 기초가 됐다.


1단계: 기술의 특징을 규정하라.
기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첫 단계는 그 기술이 가진 근본적인 경쟁력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기술(예를 들면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팔)이 현재 활용되는 특정 제품과 그 기술의 ‘관련성 분리하기(de-link)’에 있다. 관련성을 분리하려면 그 기술로 할 수 있는 다른 기능들을 파악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이런 훈련을 통해 기술의 대체 용도를 탐색하고 새로운 적용 분야를 상상할 수 있다. 기술의 특징을 제대로 규정하면 잠재적인 기회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또 관리자들은 기술이 가진 역량과 한계에 명확히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 프로세스는 회사가 활용도를 높이려는 기술의 ‘핵심 기능성’을 이해하는 일로 시작한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Worcester)에 있는 공작기계 제조사인 서비스네트워크(SNI, Service Network Inc.)의 예를 보자. SNI는 중첩된 일련의 맞물림 기어들을 이용해 컴퓨터연산제어(CNC) 기반의 연삭기 헤드 위치를 잡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연삭기 바퀴를 (X축과 Y축을 따라) 평면에 배치하는 일 말고도 각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SNI는 공작기계 이외의 시장으로 사업 확대를 타진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기술이 가진 핵심 기능성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했다. 경영진은 회사 기술의 핵심 역량이 대상물을 공간에 배치하는 능력을 이용자에게 부여해주는 데 있다는 결론을 냈다. 일단 기술의 핵심 기능성을 확인한 SNI는 이 기술의 성능이 여러 변수(힘, 정밀도, 속도, 범위, 에너지 소모량 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측정했다. 그리고 일련의 특징들을 바탕으로 회사 기술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대체 기술들에 대해 연구했다. 또한 SNI는 경쟁사 기술들을 비교한 표를 만든 다음 각 기술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관리자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 회사 기술의 경쟁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경쟁사 기술 중 경쟁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가늠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단계에는 방대한 실험과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회사 기술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경쟁사 솔루션들과 직접 비교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적용 분야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반도체 제조에 이용되는 첨단 소재와 더불어 다양한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생고뱅(Saint-Gobain)이라는 프랑스계 다국적 기업의 예를 보자. 생고뱅은 회사의 세라믹 기술을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신규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 기술의 실제 역량을 알기 전에는(예를 들면 허용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신규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점이 SNI과 달랐다. 시장 정보를 구하기 전에 보유 기술의 특징부터 규정해야 했다.




2단계: 잠재적으로 적용 가능한 분야를 파악하라.
회사 기술의 정체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면 이제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할 수 있다. 이때 수행하는 시장조사는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잠재 영역을 폭넓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단계에서 파악한 기술의 기능성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도록 기획돼야 한다. 기술의 새로운 적용 분야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필자들은 데스크 리서치로 시작하는 것을 권하면서도 사무실에서 벗어나 콘퍼런스나 박람회에 참여해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것도 탐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데스크 리서치는 특허, 무역 자료, 무역 회의 프로그램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거나 일반적인 웹사이트를 검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어떤 기술에 대한 신규 적용 분야를 탐색할 때에는 보통 비슷한 핵심 역량을 가진 기술들을 조사하고 그 기술들이 현재 어떤 분야에 도입돼 있는지 파악하는 게 좋다. 이런 방식으로 회사 기술이 경쟁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SNI는 이 작업을 통해 회사의 배치 기술이 대상물을 회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허 자료를 검색하는 것도 회사 기술과 유사한 경쟁 기술을 파악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특허 데이터를 검색하다 보면 등록된 기술의 기능성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이때 검색어를 하나만 사용하지 말고 비슷한 기능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라. 같은 기능이라도 이를 표현하는 용어는 업종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가 있는 산업 자재 회사인 SAES 게터스(SAES Getters)를 예로 들겠다. 이 회사의 제품들은 다양한 산업과 의료 분야에서 사용된다. SAES 게터스의 관리자들은 가스를 흡수하는 회사의 기능성 폴리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기 위해 일련의 키워드(absorber, absorbent to functional, getter, reactive, scavenger, inhibitor 등)를 이용해 경쟁 기술을 찾는 인터넷 검색에 돌입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고 있던 직접적인 경쟁업체 외에도 화학이나 포장, 인쇄 산업에서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회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기술이라도 사용하는 용어가 업종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getters(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처음 개발된 재료 기술 중 하나) 대신 fillers(충전제), scavengers(청소부선제), desiccants(건조제) 등의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관리자들은 신규 시장을 탐색할 때 사용하는 검색어를 조정할 수 있었고 잠재 고객들과 회사 기술을 논의할 때 사용할 용어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기술의 잠재 적용 분야를 확인하려는 회사들은 경제 간행물이나 관련 산업에 대한 방대한 연구자료를 확인하는 일로 작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1단계에서 확인한 기술의 기능성을 현재 시장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른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존 기술들이 가진 불편함이나 걸림돌에는 무엇이 있을까? 명심할 점은 이런 조사가 대개 앞으로 수행될 적극적인 활동의 워밍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박람회 참석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실제 역량과 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대체 시장을 직접 확인하고 기존 기술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사람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다양한 박람회에 참석한 다음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박람회에 참여해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값진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필자들이 연구했던 밀라노의 마리오코타진코메탈그룹(Mario Cotta Zincometal Group)도 같은 방식을 취했다. 공압식 칼 홀더, 회전 칼날, 슬리터(slitter, 회전 칼날을 가진 직선 절단기-역주)를 만드는 선도 기업인 마리오코타는 종이 티슈 생산에 활용 가능한 혁신적인 절단기를 개발했다. 이 절단기를 사용하면 전통적인 티슈 생산 공정에 포함되는 단계를 몇 개 건너뛸 수 있어서 납품 리드 타임과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회사 경영진은 이 절단기 기술이 티슈 말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확히 어떤 기능인지는 몰랐다. 신시장 발굴 의욕에 불탄 직원들은 인쇄 및 절단 기술에 관한 대형 전시회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4년마다 열리는 드루파(Drupa)에 참관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코타 직원들은 전시 업체(회사 기술을 선보이는 전용 전시부스를 설치)이자 참관 업체(직원 3명이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일반 방문객으로 전시회장 참관) 자격으로 2012년 드루파 전시회에 참여했다. 마리오코타는 이런 노력 덕분에 산업용 펠트와 관련된 잠재 시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회사 관리자들은 이 시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터득하기 위해 컨버플렉스(Converflex)라는 전문적인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전시회에서 잠재 고객들과 관계를 맺었다. 드루파 전시회가 기존 주력 사업 이외에 회사의 절단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줬다면 컨버플렉스는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일부 기업들은 전시회 말고도 조직 대내외 전문가들을 접촉해서 아이디어를 생산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생고뱅은 몇 년 전 세라믹 기술에 대한 회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이에 따라 회사 내 다양한 부문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수석 과학자 및 엔지니어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회의를 열었다. 이 밖에도 필자들은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학 연구원들과 교수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을 볼 수 있었다. 많은 학자가 특정 시장에 국한해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데다 폭넓은 인맥을 보유한 인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할 때 전문 지식 측면에서 자신들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접촉하면 비슷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일할 때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령 필자들이 협력했던 한 독일계 하이테크 회사는 초전도체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원래는 주거용 에너지 생산 시스템으로 발명된 기술이었지만 회사는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신규 적용 분야를 찾는 브레인스토밍 활동을 위해 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학교수 및 연구원들을 회사 내 비공식 회의와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에 참석하도록 요청했다. 회의 진행은 FGI가 수행됐던 이탈리아 대학의 교수들이 맡았다. FGI 진행자는 해당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잠재 영역들을 발견하도록 참석자들의 도전의식을 부추겼다. 일부 참석자들은 새로운 적용 분야를 제안하는 것을 물론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들의 연락처도 제공했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잠재적 적용 분야를 제안할 수 있는 문제해결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와 협력하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잠재적 문제해결자가 이노센티브(InnoCentive)나 아이디어커넥션(IdeaConnection) 등 오픈 이노베이션 및 크라우드소싱 전문 업체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개최되는 콘테스트에 즐겨 참여한다.3  일례로 위스콘신주 리버 폴스(River Falls)에 있는 비공개 생명공학 회사인 피버스타(Fiberstar)는 콘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발명한 최고 성공작은 오렌지주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감귤 펄프에서 추출한 천연 감귤 섬유였다. 이 감귤 섬유를 적용 가능한 잠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대부분은 회사가 개최한 글로벌 콘테스트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서 나왔다. 그중 하나가 오리건주립대 재학생이 제출한 것으로, 감귤 섬유를 통해 튀긴 해산물이나 튀김 요리에 함유된 기름을 줄이는 아이디어다.



3단계: 잠재적 적용 분야 중 목표 시장을 선택하라.
일단 회사가 핵심 기술과 기존 주력 제품과의 관련성을 분리했다면 이제 기술을 신규 시장에 ‘다시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3단계는 사업을 추진할 잠재 적용 분야를 결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유망한 기회를 선택하는 게 좋겠지만 그게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먼저 회사 기술이 그 분야에 필요한 기능성에 적합한지 분명히 판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필요한 조건들을 평가해야 한다. 신규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보통 기존 기술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필자들은 경험상 시뮬레이션 조사가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신규 시장에 실제로 기술을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종종 가볍게 여긴다. 그런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업을 고려하는 초기에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것이다. 또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 잠재 고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엔진 밸브 등 자동차 관련 실링 제어 부품을 생산하는 한 미국 기업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자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술을 의료 분야에 활용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의료 산업에서는 혈액 주머니와 도뇨관(catheter)을 봉합하는 기능이 가장 유망한 적용 분야로 부각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동차 제조에서 활용되는 밀폐제(sealant)를 생의학 분야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중요한 차이점을 판단할 수 없었다. 자동차 제조에서는 봉합되는 부품들이 작업 중에 움직이지 않으므로 강력한 밀폐제를 쓰지만 생의학에서는 봉합되는 부품들의 형태가 변하므로 탄성이 높은 밀폐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회사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명확해졌다.

보유 기술을 신시장에 새롭게 도입하려는 관리자라면 그 시장에서 현재 사용 중인 기술들을 연구하고 각 기술의 장단점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은 현재 활용 중인 경쟁 기술보다 어떤 면에서 더 나은가? 반대로 어떤 점에서 더 취약한가? 회사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가치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 고객에게 더 우월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개발할 수 있을까?

회사 기술을 신규 시장에 도입할 때는 그 기술이 더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물론 우월성이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기존 기술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거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거나, 더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결과를 내는 것도 해당된다. 일반적으로는 여러 요소가 결합해 우월성을 낳는다. 앞서 소개했던 공작기계 업체인 SNI는 회사 제품이 제조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고유한 제품 설계 덕분에 사용자들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이 함께 일했던 한 이탈리아 회사는 기업체 및 일반 소비자용 보호 포장 기술에 특화돼 있었다. 회사는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들을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 세 가지 기준을 사용했다. (1) 기술적 실현 가능성, (2) 시장 매력도, 즉 경제적 가치에 대한 전망, (3) 혁신성, 즉 공략하려는 분야에서 현재 사용되는 기술 대비 회사 기술이 얼마나 새로운지가 그에 해당했다. 경영진은 점수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세 가지 기준을 통해 잠재 시장의 우선순위를 매겼다.4  

대체 시장에 진출하는 결정이 그 과정에서 거쳐야 할 인증과 규제 때문에 복잡해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필자들이 아는 한 미국 회사는 심장 펌프를 만드는 데 회사의 첨단 금속 재료를 사용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모색했다. 하지만 회사는 의료 당국의 인증과 승인을 받기까지 거쳐야 하는 난관을 확인한 후 신제품에 대한 계획을 재고했다.


[그림] 기술 레버리지 방법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레버리지하려면 먼저 그 기술이 현재 적용된 제품과 기술의 관련성을 분리해야(de-linking) 한다. 그런 다음 새로운 적용 분야를 다시 연결하는(re-linking) 것이다. 관련성을 분리한다는 것은 해당 기술이 가진 역량과 한계를 이해하는 일로 시작된다. 그리고 새로운 적용 분야를 파악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다시 연결하기 과정은 매력도가 가장 높은 시장을 선택한 다음 그 시장을 회사 내부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공략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 파트너와 협업이나 라이선싱을 통해 진출할 것인지 결정하는 작업으로 이뤄진다.


4단계: 최선의 진입 방식을 결정하라.

보유 기술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마지막 단계는 기 기술이 활용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기술을 시장에 도입하려는 회사는 관련 제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제3자와 협력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필요 자본, 출시 기간, 통제 수준, 필요한 기여 수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5  
그러나 어떤 경우든 적용 가능한 보편타당한 지침은 없다. 이때 관리자가 한 접근법을 다른 접근법과 비교해 상대적인 장점을 평가하고 싶다면 조직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부터 파악해야 한다. 가령 그 제품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 시설과 노하우가 회사에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기술을 내부에서 사업화하는 편이 타당하다.6  
기존에 경험이 없던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회사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 자원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새롭게 개발하거나 일련의 시장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신규 유통 채널이나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들이 그런 자원에 해당된다.7 필자들은 시장 관련 자원(신규 사업을 위해 고객과 관계 구축 등)을 새롭게 개발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전한다.
문제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많은 기업이 정작 자신들의 상품을 신규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 및 자원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일부 기업은 필요한 자원을 갖고 있어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자원 및 제조 노하우, 유통 역량, 브랜드 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일례로 SAES 게터스는 회사의 산업 자재 기술을 식품 포장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메탈뷰오토(Metalvuoto)라는 작은 이탈리아 회사와 공동으로 연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메탈뷰오토는 식품 보관용 플라스틱 필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로 이후 SAES 게터스에 인수됐다.

핵심 기술(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완제품이 아니라)에 대한 라이선스를 다른 회사에 주는 것도 한 가지 옵션이다. 특허 기술을 매각하거나 신규 기술을 담당하는 사업부 전체를 분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제조사와 라이선싱 협약을 통해 회사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다. 라이선스는 특허 기술을 더 일반적인 기술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이때 보유 기술의 가치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술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까닭에 새로운 고객들에게 제공할 적정 가치에도 못 미치는 로열티를 부가하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형 트럭과 산업용 차량의 진동 방지 시스템을 생산하는 한 선도 기업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그 회사는 보유 기술을 경량 트럭에 적용하기 위해 파트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신규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경영진은 관련 기술이 창출할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로열티 비용에 합의했다. 실제로 어떤 기술을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때 그 기술이 가져올 가치에 대해 기술 제공자(licensors)가 사용자(licensees)만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회 포착하기
회사는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주력 사업에 활용되는 기술들은 대개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관리자들이 추가 적용 분야를 파악하기 위한 단계를 밟지 않는다면 수익 달성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일은 복잡한 편이다. 먼저 회사는 현재 고객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좀 더 거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8 신규 시장을 모색하는 일은 그 자체로 기술이며 현재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신뢰에 있어서도 도약이 필요하다. 대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자원을 투자해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길 꺼리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는 자원 활용에 있어 회사의 주력 사업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필자들은 경험을 통해 기술의 활용도를 성공적으로 높이려는 기업들은 이후 수년간 그 활동에 예산을 기꺼이 투자하고 이를 회사 전략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입장에서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기술이 가진 숨겨진 잠재력은 보통 기회의 손실을 의미한다. 성장과 수익 증대의 가능성을 놓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손실은 일자리 창출과 제품 개발 기회를 잃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도 된다. 기업의 핵심 기술의 효용성을 높이는 일은 공략할 가치가 있는 보물이다.


번역: 김성아(dazzlingkim@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봄 호에 실린 ‘Finding Applications for Technologies Beyond the Core Business’를 번역한 것입니다.

어윈 다닐스(Erwin Danneels)는 플로리다 탬파(Tampa)에 있는 사우스플로리다대(University of South Florida), 뮤마 경영대학원(Muma College of Business)의 전략 부교수다. 페데리코 프라티니(Federico Frattini @fedefrattini)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밀라노공대 경영대학원(Politecnico di Milano’s School of Management)의 전략 관리 및 혁신 분야 교수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327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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