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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블록체인의 특징과 한계

비즈니스 확장성은? 절차 관리 방법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 전 철저히 파악하라

한호현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 심리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 중개자(intermediary)의 필요성을 없앰으로써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도나 비용면에서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용자 수가 커질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속도는 떨어진다. 그 때문에 비즈니스의 확장성, 신뢰성, 절차에 대한 관리 등 여러 기준을 고려해 블록체인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무조건적인 도입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과 기존 체계의 장점이 결합돼 관리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영역에 우선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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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상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매우 크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도나도 블록체인을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예측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너무 빠르게 확산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속도에 놀라 자칫 그 물결을 타지 못할 경우 뒤처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걱정도 많다.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현황과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블록체인 기술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정의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설명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더 나아가 기술 발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블록체인에 대한 정의를 어렵게 한다. 일단,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트코인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2009년 비트코인이라는 전자화폐시스템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세상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장부 기술로 불리기도 한다. 데이터를 여러 컴퓨터에 나눠 보관하는 특성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살펴보자.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에 참여하는 정도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고 하자.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누가, 언제, 얼마나 일에 기여했는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장 익숙한 방법은 관리자 1명을 두고 관리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관리자는 참여자들이 일에 기여한 시간을 기록하고 그 장부를 잘 관리해야 한다. 관리자가 장부를 펼쳐 놓으면 거기에 각자가 시간을 기록하고 서명을 하면 된다. 물론 관리자도 그 시간이 정확하게 기록됐는지를 확인하고 서명을 한다. 나중에 이 장부는 정확하고 투명한 분배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 장부는 기록하는 과정에서나 혹은 기록한 이후에도 실제와 다르게 바뀔 수 있다. 관리자가 특정 참여자와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기록된 내용을 변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 기록한 장부가 훼손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관리자에게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 줘야 하는 문제가 생겨난다. 장부의 위조나 변조, 분실을 막기 위해 장부를 기록할 때 참여자들이 선정한 제3의 사람을 입회시키고 장부를 복사해 별도의 곳에 보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형식이 일반적인 일 처리 방식이다. 또한 이를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 지금의 일 관리 시스템이다. 그래도 관리자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컴퓨터 기록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장부를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A, B, C, D, E 5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5명은 각자가 자기 장부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먼저 각자가 한 일을 본인 장부에 먼저 기록하고 서명한다. 그리고 장부를 다른 참여자에게 순차적으로 전달한다. A는 B에게 전달하고 B는 C에게, C는 D에게, D는 E에게, E는 A에게 전달한다. 참여자 각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은 장부를 확인하고 다시 자기가 한 일을 전달받은 장부에 적고 서명한다.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면 원래 본인이 갖고 있던 장부가 자기에게 돌아온다. 이 장부에는 5명이 기록하고 서명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에는 5명 모두가 기록하고 서명한 장부 5개가 만들어진다. 장부의 내용은 5개가 모두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장부를 각자가 보관한다. 이로 인해 장부나 내용의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일 처리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참여자가 많아지면 장부를 기록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잘못 기록한 내용을 수정하기도 어렵다. 소수가 모인 경우에는 가능하나 복잡한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중간에 누군가가 사실과 다르게 기록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록의 방식을 조금 바꿔보기로 한다. 각자가 한 일을 쪽지에 적어 나머지 사람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A, B, C, D, E 5명이 자기 기록을 포함해 각각이 일한 내용을 기록한 5개의 쪽지를 갖게 된다. 이 내용을 근거로 1장의 장부를 각각 만든다. 그리고 5명이 한 일에 대한 합계를 각각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합계를 산출한 사람이 손을 들고 5장의 사본을 만들어 나머지 사람들에게 배포한다. 이를 받은 사람들은 그 합계가 맞는지, 각각의 기록과 빠짐없이 일치하는지를 점검한다. 이상이 없다면 그 기록을 장부 철에 넣어 보관한다. 만약에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 기록이 잘못됐음을 알리고 누구든지 정확한 자료를 만들 때까지 기록 정리 작업을 반복한다. 이런 방식으로 매일 장부를 만들면 그 일에 참가한 5명은 모두 동일한 내용의 장부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이로 인한 장점은 많다. 각자가 한 일에 대해 모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특정한 사람이 일의 결과를 바꾸고자 한다면 모두의 장부를 바꾸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방식 또한 참여자가 많아지면 장부 1개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활용해 이러한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일 처리 방식을 컴퓨터를 이용해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방식은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그 참여 기록을 갖는 체계다. 여기에는 관리자도, 감독자도 따로 없다. 모두가 참여자이자 관리자이고 감독자가 된다. 앞에서 말한 1개의 장부가 블록체인에서는 하나의 블록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록을 서로 연결해주는 부분이 체인인데 보통의 경우는 ‘해시값’을 활용한다. 이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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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블록으로부터 해시값을 계산한다. 해시값은 해시 함수를 이용해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시값을 다음 블록에 별도의 데이터로 기록하고 새로운 블록을 만든다. 해시는 특정 데이터에서 일정한 계산 방식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작은 값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앞에서 언급한 예에서 합계를 계산하는 일도 여기에 해당된다. 해싱은 특정 데이터로부터 해시 함수를 이용해 해시값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말한다. 해시값은 동일한 데이터를 해싱할 경우 항상 같은 값이 나오게 된다. 또한 데이터를 바꾸게 되면 다른 값이 나오는 구조다. 물론 해싱 대상이 되는 데이터에 비해 작은 값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는 같은 해시값이 나올 수도 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음 블록이 앞의 블록으로부터 연결되는 형태로 만든 구조다. [그림 1]에서와 같이 앞의 블록에서 만들어진 해시값을 계속해 다음 블록에 기록한다. 이러한 형태로 만든 구조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적 특성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기초로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누군가가 바꾸는 경우다. [그림 1]에서 누군가 블록 1에 기록된 데이터를 바꾸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를 쉽게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있는 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할 때 해당 블록을 다시 해싱해 본다. 그러면 데이터의 변경으로 인해 그 블록 다음에 기록된 해시값과는 다른 해시값이 나오게 된다. 이를 통해 특정 블록의 데이터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원래 데이터로 복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 데이터를 바꾸고 나서 해시값을 새로 계산하고, 또다시 다음 블록에 저장된 해시값을 계속 바꾸어 놓으면 데이터가 바뀌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시스템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 변조 등에 대처하기 위해 별도로 데이터를 이중, 삼중 복사해 보관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결과물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해시값을 계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비교적 크게 설계했다. 하나의 해시값을 만들어 내는 데 평균 10분이 소요되도록 했다. 또한 데이터가 변조됐을 경우를 대비해 비트코인 시스템에 참여하는 노드마다 데이터를 동일하게 보유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손쉽게 해시값을 순차적으로 계산해 데이터를 완전하게 바꾸는 작업을 어렵게 했다. 또한 특정 노드가 갖고 있는 데이터가 바뀌었을 경우 원래의 데이터를 다른 노드에서 복사해 올 수 있게 함으로써 항상 안전하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몇 가지 기술적 특성을 만들어 냈다. 우선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변경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특정 노드에 있는 데이터를 바꾸더라도 나머지 노드에 있는 데이터를 모두 동시에 바꿀 수가 없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컴퓨터를 일일이 찾아 원하는 데이터를 일정 시간 내에 바꾸는 것 자체가 물리적이나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관리자가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지 않더라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이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비트코인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이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P2P(Peer to Peer) 방식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각각 데이터를 갖고 있음으로 인해 서로를 속일 수 없는 환경, 즉 데이터에 대한 신뢰 환경이 마련됐다. 또한 각 노드가 모든 데이터를 갖게 돼 투명성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특정인이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도록 데이터를 분산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기록을 유지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트코인이 이중, 삼중으로 거래됐는지를 찾아내어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처럼 중앙 시스템에서 이를 처리하는 체계가 아닌 블록체인 시스템 자체가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물론 비트코인이 이러한 상황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지는 못한다.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일정하게 제약된 환경을 갖게 된다. 먼저 해싱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당 처리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생겼다. 또한 모두가 많은 데이터를 기록해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모두가 데이터를 기록해 관리하지 않고 충분한 수의 노드만 데이터를 기록, 관리하는 방식이 실행되고 있다. 한 번 만들어진 데이터에 대한 변조는 불가능하지만 데이터에 대한 생성 권한이 각 노드에 부여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중앙 집중 시스템에 비해 각 노드가 해킹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됐다.

블록체인의 진화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거래 이전 기록을 관리함으로써 특정한 관리자나 중개자 없이도 이중지급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제3의 신뢰기관이 없는 가상화폐의 활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P2P 방식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하게 인터넷상에서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실생활에 비트코인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근간으로 실제 계약 거래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2014년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개념을 탑재한 ‘이더리움’의 출현이 그 예다. 이더리움의 출현은 비트코인에 이어 블록체인의 보편적 활용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된 획기적인 사건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더리움 또한 처리 속도의 제약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블록체인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사실 지금부터 지적하려는 블록체인의 문제들이 비단 블록체인만이 갖는 문제는 아니다. 컴퓨터 기술이 만들어지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원초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가장 큰 문제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에서 비롯된 처리 속도의 제한이다. 모두가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에서 오는 근본적인 한계라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블록체인에서는 ‘컨센서스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는 누군가 특정 해시값을 찾아내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리고 이 해시값의 정확함에 다수가 동의해야 한다. 이를 ‘작업증명(Proof-of-work)’이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 처리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분증명 방식(Proof-of-stake)’을 도입했다. POS는 이더리움의 보유 기간과 수량에 따라서 유효성 검증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기간이 오래될수록 이 기간이 일종의 지분 역할을 해 블록 검증 기회가 높아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해시값을 찾아내는 시간과 다수가 동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더 효율적이다.

블록체인 기술 진화의 핵심은 바로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 속성상 데이터의 분산 및 변조에 대한 방지 등을 지켜내면서 그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출현한다. DPos(Delegated Proof-of-Staken, 위임된 지분증명)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속도를 위해 모두가 해시값을 찾고 동의를 하는 대신 소수에게 컨센서스를 의존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 방안은 최초의 블록체인이 추구한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의 진화와 연관돼 생겨나는 논란이다. [표 1]은 이렇게 진화하는 블록체인을 몇 개의 군으로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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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계열은 단순히 가상통화의 거래 이전 기능이 주 역할이다. 다음으로 이더리움과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계열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특정 애플리케이션만 처리하는 군이 있는가 하면 플랫폼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계열도 있다. 이러한 구분은 개방형 블록체인의 예다.

블록체인은 크게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폐쇄형은 특정 조건의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 블록체인 진화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용자 확인 기능의 강화’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대체로 이용자를 특정하는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 일종의 익명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폐쇄형 블록체인의 경우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운영 목적에 따라 이용자를 확인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자금세탁 방지 등을 목적으로 고객 확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이용자 확인 기능을 강화하려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리하는 사용자 인증은 보편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환상들

블록체인이 기존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도 투명성에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또 중계나 중개자의 제거를 가장 큰 효능으로 든다. 이를 통해 거래 비용을 크게 낮추고 처리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그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과장된 경우가 다수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기존 은행에 비해 해외 송금 시간과 비용을 줄여 준다고 한다. 실제로 며칠씩 걸리는 송금 지역도 있고 이런 지역에 송금을 하려면 수수료가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송금을 하려면 거래 수수료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송금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시간이 며칠씩 걸릴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송금이 어려운 지역은 대체로 은행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한마디로 이런저런 송금 환경이 나쁘다는 뜻이다. 이런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비트코인 송금이 시간도 줄이고 송금 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고만 볼 수는 없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3일 걸리는 증권 거래를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 역시 증권 거래 제도를 잘못 이해한 데서 온 것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도 실시간 거래와 정산이 가능하다. 다만 3일의 수도결제라는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기 때문에 거래와 정산에 3일이 소요될 뿐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무조건적으로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무분별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크다.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가상화폐 열기가 한몫을 하고 있다. 이를 차치하고서도 여러 이유로 인해 과열과 환상에 가까운 지나친 기대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을 살펴보면 블록체인 기술이나 그 특성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다. 여기에다가 블록체인이 갖는 특정인 분산, 개방, 공유를 통한 투명성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문제다. 투명성에 지나치게 기댐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게 되면 엄청난 새로운 경제적 효과가 올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하려면 기존 체계의 투명성이 크게 결여돼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슈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조건 답은 아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분야는 많다. 일단 대표적인 것이 다이아몬드 유통 분야다.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작은 데 비해 가격이 높다. 국가별로 세금이 높게 부과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밀수가 많고 그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감정기관들이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라별로 감정기관의 역량이나 신뢰도에서 차이가 난다. 실물에 대한 선호도도 소비자에 따라 다르다. 분실이나 도난된 다이아몬드가 유통되더라도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다. 소비자들의 선호에 비해 음성적인 유통 비중이 큰 산업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목적과 어떤 체제가 필요한지, 예상되는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오랜 기간 음성 시장이 생성된 데는 이유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서, 재산을 세금 없이 증여하기 위해서 등 이유가 다양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억제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양성 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음성 시장이 큰 분야에서 양성 시장을 키우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음성 영역으로부터 양성 시장을 지켜내고 키우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다이아몬드가 가공돼 제품화되는 시점에서부터 다이아몬드 제품의 특성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된다. 국가 간에 수출입이 이뤄질 경우 그 내용을 기록하고 각 나라에서 판매가 이뤄질 때마다 그 내용을 기록 관리한다. 여기에는 다이아몬드 감정 내용도 포함된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상 이 기록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가 갖고 있는 고유 특성으로 해서 도난이나 분실된 다이아몬드가 유통될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새로운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투명한 시장이 자리 잡게 되면 음성 시장의 입지는 줄어든다. 시장 구조의 전이가 일어나는 셈이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비즈니스 혁신은 이처럼 블록체인이 갖는 속성을 시장에 얼마나 잘 적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시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 같이 대부분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돼 있다. 이런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식료품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불량식품의 원인을 빨리 파악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시도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식료품에 대한 유통 정보를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고 해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매 접점과 소비 시점의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그다지 큰 역할을 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이 갖는 분산, 개방, 공유, 투명 등 그 철학적 개념을 비즈니스 혁신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비용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의 운영 비용은 중앙집중시스템에 비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편견이다. 개방형 블록체인 시스템의 경우 운영에 필요한 단위 비용을 참여자가 각기 부담하는 구조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단위 비용은 이용자 수가 커질수록 더 크게 늘어나게 된다. 상대적으로 중앙집중시스템은 그 단위 비용이 일정 크기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용이하게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무한정 적용될 것 같은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적용이 가장 활발한 금융거래의 청산 결제 분야나 중앙은행 간 청산 결제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비용이나 영업 기회 확산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적합한 비즈니스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즈니스의 확장성이다. 이용자 수나 고객을 지금보다 늘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이용자를 늘리는 효과가 미미하다면 블록체인 도입은 큰 의미가 없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기준은 신뢰성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 체계에서 신뢰가 비즈니스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미 중앙집중화된 시스템 등으로 신뢰가 확보된 영역이거나 블록체인으로 인해 높아지는 신뢰도가 고객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블록체인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절차에 대한 관리다. 서류를 중복해서 만들거나 같은 서류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상황이라면 블록체인 기술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전체를 블록체인으로 무조건 전환하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앞의 [그림 2]에서와 같이 대상 영역에 해당되거나 다소 비용 상승이 예상되더라도 다른 요인으로 이를 보완할 수 없는 분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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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결코 긍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맹목적인 블록체인 도입은 경계해야 한다.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howhan@khu.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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