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던 법률시장마저..

250호 (2018년 6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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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법조계에 발을 내디뎠던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붐이 일면서 법률시장에서도 인터넷 등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 혁신이 시도됐다. 미국의 ‘웨스트로(Westlaw)’나 ‘렉시스(Lexis)’와 같이 법률이나 판례 등의 검색을 제공하는 기업이 생겼고, 법률 상담이나 변호사를 찾아주는 기업도 나타났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인맥 문화를 반영해 담당 판사나 검사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변호사, 사법연수원 동기나 선후배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이 변호사법 위반 등 기존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하거나 저조한 수익성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이후 우리나라의 법률 시장은 큰 변화 없이 최근까지 이르렀다.

최근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에는 2000년대 초반과는 다른 배경에서 새로운 혁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기존 산업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산업군에 걸쳐서 나타나는 상황이다. 법률시장에서도 리걸테크(Legal-tech)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기존과는 다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여전한 법조시장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의뢰인이 처한 소송·분쟁과 유사한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를 찾아주거나 프로그램을 통해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 제공하거나, 법률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웹상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작성하는 것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사실 이 같은 움직임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의 경우 법률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 기업 외에도 변호사 검색 서비스, 전자증거 개시 등의 영역에서 리걸테크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자리 잡아가고 있고 최초의 AI 변호사라고 불리는 ‘로스(Ross)’는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에 고용돼 효과적인 법률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지금 우리나라 법률시장도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때다. 공급자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10여 년간 변호사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고, 더 이상 변호사라는 직업이 희소성을 갖기 어려워졌다.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기존의 사건수임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반대로 수요자 측면에서 보자면 변호사 수는 많아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자신의 사건을 처리해주거나 자신에게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 어렵고, 변호사 수가 늘면서 낮은 비용에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기대했지만 변호사 비용은 여전히 많은 일반인에게 부담되는 수준이다. 어쩌면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법조계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법률시장의 경우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인터넷, 정보통신 혁명은 다소 보수적으로 넘겼지만 4차 산업혁명의 파고만큼은 예전처럼 별일 없이 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모든 산업군의 모든 기업이 하는 고민을 로펌과 변호사들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법률시장에서의 변화를 지켜보면 ‘우리는 원래 전통산업에 속해 있기에 하던 것을 잘하면 될 뿐’이라 믿던 많은 경영자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법률시장 및 관련 산업에서마저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산업의 경영자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시작하고 고민해야 할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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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변호사)

정재훈 대표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41회)에 합격하고 2002년 사법연수원(31기)을 수료한 후 15년 넘게 법률가의 길을 걷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2005∼2011)에 근무했으며, 플로리다대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 겸 법률 스타트업 주식회사 리걸인사이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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