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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 더 오래 산다?

김남국 | 245호 (2018년 3월 Issue 2)
인간의 장수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이 알아낸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60세 이후 새로운 학습에 도전했다는 점입니다. 평생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우는 삶의 자세를 유지한 사람들은 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얘깁니다.

통상 장수의 조건으로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이라는 정신적 영역의 활동이 왜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엄밀하게 이뤄진 학술 연구 결과들을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연구가 학습과 건강, 장수와의 관계를 밝혀냈다는 점을 알고 놀라웠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 레벨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고, 학습 활동이 치매와 관련한 다양한 증상이 발현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있었습니다. 교육과 수명에 대한 연구도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서 1980년대 이뤄진 연구 결과를 보면, 대학을 다닌 24세는 54.4년을 더 살았고 고등학교만 다닌 24세는 51.6년을 더 살았습니다. 거의 3년 가까운 수명의 차이가 났던 셈입니다. 2010년에 이뤄진 연구에서 이 격차는 7년으로 더 벌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의무교육을 더 오랜 기간 받게 한 주에서 거주한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통념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각종 경험 및 다양한 지식 습득을 통해 두뇌가 유연해졌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더 좋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99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전성기가 60∼75세라고 말했는데 학습을 통한 정신적 성숙이란 측면에서 이해가 가는 주장입니다.

학습이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더 많이 배우면 돈도 더 많이 벌 확률이 높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좋은 조건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또 학습 덕분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잘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갖게 됩니다.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전정신과 몰입을 통한 심리적 안전판 확보 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학습을 통해 인생과 사회, 자연을 보다 깊게 이해하면 스트레스는 확연히 줄어들고 겸손한 태도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스탠퍼드대 장수센터의 로라 카스텐슨 디렉터는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를 꼽으라면 대부분 학자들이 교육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사상이 유입되는 조직은 장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학습 없이 기존 지식에만 의존하는 순간 노화가 시작됩니다. 장수경영을 다룬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유사한 견해를 제시합니다.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에 따르면 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 타성에 젖어 기존 지식에만 의존하면 노화와 쇠락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성숙기에서 재도약을 일군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 해외 시장 진출 등 기존 지식으로는 풀 수 없는 난제에 도전했습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숙기의 기업 가운데 현금 유입액에 비해 투자현금 지출액이 큰 기업, 즉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학습하는 기업을 ‘회춘’했다고 표현합니다.

인간과 사회, 자연에서 장수의 원리를 탐구해 기업 경영에 접목한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현명한 해법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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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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