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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外

이미영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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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 ‘도로보군’은 일본의 최고 명문대 도쿄대 입학을 목표로 2011년 탄생했다. 그래서 이름도 도쿄대와 로봇의 합성어로 지었다. 이는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가 추진한 새로운 로봇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도로보군은 2013년부터 수험생들과 함께 동일한 조건에서 4년 연속 수능시험을 치렀다. 아쉽게도 도로보군은 도쿄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수험생 평균 점수를 웃돌며 도쿄의 5대 사립대, 오사카 지역의 4대 사립대에는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NII는 이 실험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일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가늠했다. 실험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도로보군 사례는 신기한 과학 실험일 뿐 현실과는 먼 이야기로 들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일본에선 AI를 활용한 기업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경영 전문 월간지인 닛케이 톱리더, 일본 유일의 빅데이터 전문지인 닛케이 빅데이터는 AI를 비즈니스에 도입한 일본 기업 30개 사례를 소개해 이를 증명했다.

유명 관광지인 후쿠오카현 하우스텐보스의 헨나호텔에 가보자. 이곳에선 로봇이 잔디를 깎고, 프런트 데스크에서 손님을 응대한다. 짐을 들어주는 벨보이도 로봇이다. 로봇은 일본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한다. 호텔 오픈 당시 82대였던 로봇은 2016년 182대로 증가했다.

안경 판매 체인점인 진스(JINS)는 AI를 활용해 사진 속 얼굴을 보고 어울리는 안경을 추천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스의 AI인 ‘진스 브레인(JINS BRAIN)’은 120종류의 안경을 쓴 
6만 장의 이미지를 딥러닝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진스 웹사이트에 올리면 진스 브레인이 이를 평가해 어울림 점수를 매겨준다. 진스 안경 시착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과거에 비해 10배 늘었다. 이 외에도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창고 작업 효율성을 높여주고, 자동차 고장을 미리 감지해 고객에게 통지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AI는 기업의 경영 실적을 향상시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닛케이 톱리더와 닛케이 빅데이터는 기업이 어떻게 AI를 바라봐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AI를 도구적 관점에서 보고 인간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 AI를 ‘활용’해 인간의 현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와 업무 방식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AI에 일자리를 빼앗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창출될 것으로 낙관한다. 이때 경영자의 역할은 사람의 영역과 AI 영역을 조화롭게 구분하고, 새로운 업무 환경에 맞게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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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이들은 왜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까. 많은 젊은이가 창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동아일보 기자 10명이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 15개 대학과 국내 7개 대학 공대의 창업 교육을 직접 취재하고 분석했다. 창업 강국으로 부상한 나라들에는 창업을 공학 교육의 핵심으로 보는 캠퍼스 문화,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학생과 교수가 있었다. 좋은 학교, 재능 있는 학생은 자기 회사를 만들어 CEO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국내외 대학평가의 기준인 연구 실적에만 몰두하는 교수, 삼성과 LG 등 대기업 취업에 올인하는 학생,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길 바라는 부모가 있는 한 창업 강국은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교는 충실한 기본 교육과 현장 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나선 자녀에게 걱정과 실망의 시선보다 응원과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부모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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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정의를 내리지 않은 채 일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일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 조건이 있다. 그 정의는 반드시 완전히 자신만의 언어로 체화된, 자기만의 재정의여야 한다. 남이 내린 정의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정의를 내리는 일은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고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업의 정의’가 아니라 ‘업의 재정의’가 더 중요한 이유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업의 재정의는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거나 그 정의가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언어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아 그 말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언어의 기초가 되는 ‘어원’부터 자세히 설명해준다. 어원을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선명하고 뚜렷한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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