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파는 서점? 생각을 키우는 서점! 독창적 컨셉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

242호 (2018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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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나만의 독창적인 컨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How’보다는 ‘Why’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가 존재하는 이유, 일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서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30년 동안 광고기획자로 일했던 최인아 대표가 ‘생각의 숲을 이루다’는 컨셉으로 책방을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도 사람들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책방의 남다른 큐레이션, 강연과 콘서트 같은 특별한 행사들은 최인아 대표의 기획력의 소산으로 사람들에게 책방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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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 대표가 자기 이름을 내건 책방을 열고 ‘생각의 숲을 이루겠다’는 자기만의 컨셉을 우직하게 끌고 나가고 있다. 30년간 유명한 광고 카피라이터로 대기업 클라이언트들의 컨셉을 맞춰주던 그가 2016년 8월 작은 책방의 주인장으로 변신한 지 1년5개월. 최인아책방은 변화무쌍한 디지털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오프라인 책방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컨셉의 힘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최인아 대표의 컨셉에 공감하는 저자와 독자, 예술가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책방은 새로운 체험의 플랫폼으로 안착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컨셉을 만들고, 또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DBR이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를 만나 물어봤다.

‘생각의 숲을 이루다’는 컨셉으로 책방을 연 지 1년5개월이 지났다. 최초의 컨셉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최인아책방에서 컨셉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와 동업자인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는 처음부터 우리가 바라보고 가야 할 지점을 먼저 얘기했다. 그 목표가 ‘생각의 숲을 이루다’였다. 책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나고, 깊어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했다. 컨셉에 맞는 강연을 열고, 최근에는 ‘혼자의서재’란 새로운 공간도 만들었다. ‘혼자의서재’도 우리 컨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생각을 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컨셉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왜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생각의 힘을 북돋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길 싫어한다. 창의력,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기 스스로 생각을 해서 뭔가 이뤄내려고 하질 않는다. 어려운데다 노력해봤자 될지 안 될지 결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빨리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에만 골몰한다. 그렇게 해서는 창의력과 기획력을 키울 수 없다.

나는 광고회사 시절부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 첫째, 둘째, 셋째로 빨리 얘기해봐” 이런 식의 ‘How to’보다 “이게 뭐야? 왜 이러는 거야?”라고 ‘why’를 묻길 좋아했다. 어떤 업계에서든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뭐야? 이건 왜 이런 거야?’를 따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더가 짜놓은 판에서 How to를 좇으며 ‘팔로워’로 산다. 생각은 다른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된다.

책방이 유명해지니까 주변에서 “다음 계획은 무엇이냐, 언제 2호점을 낼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4층 책방에 이어 3층 서재까지 접수했으니 2호점을 어디 내지 않겠냐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책방에 그런 수치화된 경영 목표는 없다. 내게 컨셉은 나아가야 할 방향, ‘북극성’과 같다. 북극성을 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수치화된 경영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방식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곳인데 조직 관리 차원에서는 수치화된 경영 목표를 제시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손님이 안 오면 어쩌지? 나도 늘 불안하다. 그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영업 전략을 세우면서 직원들을 푸시(push)한다. 근데 난 제일기획 시절부터 그런 전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올해 100억 원을 달성하겠습니다”는 목표만 세우면 달성할 수 있나? 100억 원은 결과일 뿐이다. 클라이언트들이 우리와 같이 일을 하고 싶어 해야 그 결과로 100억 원이란 숫자가 나오는 건데 왜 핵심적인 얘기는 안 하고 100억만 말하지? 그런 의문을 품어왔다. 숫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숫자가 실현되려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가 태반이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목표가 달라질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책방에서 핵심은 손님들이 책방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데서 체험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어야 했다.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퇴근 후 피곤한데, 집에 빨리 가서 자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오늘 책방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들이 비로소 숫자를 만들어낼 것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근본적인 컨셉을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아니, 무슨 연간 계획을 맨날 내래요? 이거 하지 말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 나한테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드나? 그렇지 않다면 조금씩 저항해보면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 바꿔보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아, 이거 아닌데 또 하라고 그래”라고 불평하면서도 행동은 그대로 따른다.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 치인다는 핑계로 아예 생각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는 자기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만일 어느 누군가가 “아니, 뭐 이걸 맨날 이렇게 해야 해?”라고 반발해 어떤 행동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어? 저렇게 해도 되네?” 싶을 것이다. 거기서 조금씩 바뀌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불만을 가지면서도 똑같이 따라 한다.

나도 평소에는 유불리를 계산해서 행동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가장 결정적인, 중요한 갈림길에서는 “정말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의 목소리를 따랐다. 그게 꼭 유리한 길이 아니고, 지금 가진 것을 포기해야 되고, 남들이 모두 말리는 길일 때도 말이다.

제일기획 9년 차 때 ‘프로는 아름답다’ 같은 광고가 뜨면서 한창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을 때 퇴사를 감행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한창 일을 시켜야 할 입장이었지만, 나는 내 일에 너무 안주해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불안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고민을 얘기하자 당시 본부장은 “흥,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니?”라며 말렸다. 하지만 결국 내 고집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9개월간 프리랜서로 일했다. 근데 나가보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제일기획’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프리랜서 시절, 돈은 제일기획에서보다 더 많이 벌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기획력을 충분히 발휘해 최상의 팀원들과 광고주들과 협업하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제일기획이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운 좋게 제일기획이 여성 팀장을 필요로 해 내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9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퇴사를 결심한 건 결코 내게 유리한 길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온몸으로 직접 부딪혀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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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컨셉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책방까지 만들면서 컨셉을 비즈니스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결단력을 갖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늘 꽂히는 게 있어왔다. 반드시 해야겠다는 일은 저질렀다. 그랬다고 늘 하고 싶은 일만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참고 견딘 세월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제 더 이상 못 견디겠어, 이건 아닌 거 같아’ 이런 감정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또 본인이 양보할 수 없는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살면 살수록 그게 중요한 것 같다.

강연을 하면 사람들이 꼭 물어본다. “책방 하면서 얼마 벌어요? 월세는 제대로 낼 수 있어요? 나도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일을 성취하는 경로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전략은 누가 봐도 A팀이 우세한데 승부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승부를 뒤집곤 한다. 대한민국을 30년 가까이 먹여 살린 반도체, 자동차가 초창기부터 ‘야, 이거 하면 돈 벌겠다’ 싶었을까.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얘기했던 길이 지금 세계 1등이 됐다. 처음부터 계산기를 두들겨 수익성이 안 나온다고 결론 내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삼성전자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 세상은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데 기업 경영할 때는 꼭 수익성의 잣대만 들이댈 때가 많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정말 적은 인원이 똘똘 뭉쳐서 뭔가를 이뤄내지 않았나. 분명한 사실은 계산기를 두드려봐서 되는 사업은 누군가가 이미 다 하고 있다. 레드오션이다. 처음부터 돈이 보이는 사업은 별로 없다. 두려움을 무릅쓰는 과정을 거쳐야만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

책방도 비즈니스인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분명히 해둘 점은 나와 동업자 모두 당장 책방에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둘 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책방에서 돈을 벌어야 할 필요가 적은 편이다. 일단 처음부터 건물 임대 재계약할 때까지 한 2년까지는 월급을 가져가지 않고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모든 방법은 ‘맥락’을 떠나서 구상하면 안 된다. 첫 달부터 내 월급이 나와야 하는 경우와 2년 정도는 월급 없이 살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30대 중후반에 퇴사한 친구들이 퇴직금을 털어서 책방을 차릴 경우에는 처음부터 강남에서 여기처럼 넓은 공간을 구해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의 맥락을 잘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2년 정도 월급을 안 가져가도 버틸 수 있다는 전제하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을 것이다.

현재 정식 직원은 3명이고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때때로 직원들 월급 주려고 이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일이 굉장히 고달프다. 딱히 돈을 많이 벌 생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굴러가게 만드는 대소사를 챙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책을 좋아하면 책을 사서 좋은 카페에 가서 보면 되는데, 내가 왜 이렇게 일을 벌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우울하다. 나는 평생 ‘생산자’로 살고 싶다. 고통을 감당하지 않고 그저 좋기만을 바란다면 ‘소비자’로 살 수밖에 없다. 일을 안 하고 집에만 있었으면 굉장히 우울했을 것 같다. ‘왜 맨날 이렇게 일이 많지?’ 싶다가도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이렇게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방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가 언제인지?

책방에서 열리는 강연의 집중도와 참여도가 여느 강연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중간에 핸드폰으로 딴청 피우는 청중도 거의 없다. 책방에서 강연을 들은 분들이 “이런 강연을 열어줘서 고맙다” “강연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줄 때 정말 기쁘다. 피곤을 무릅쓰고 방문해준데다 자기 돈을 내고 강연을 들었는데 도리어 나한테 고맙다고 얘기해주니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그동안 쌓은 경험과 기획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통했고, 또 도움이 됐다는 데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최인아책방에는 무료 강연이 없다. 강연료(회당 2만 원)를 받아서 사람들이 열심히 듣는 것일까?

자기 돈을 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열심히 듣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아주 가끔 공짜 강의도 하는데 그럼 노 쇼(No Show)가 많다.

강연료를 책정할 때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가치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고 일을 하면서 가장 좌절했던 때도 내 아이디어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였다. 광고의 핵심이 아이디어인데 많은 클라이언트가 다른 데는 투자하면서도 유독 아이디어에 투자하길 주저했다. 책방을 하면서도 ‘아이디어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콘텐츠를 공짜로 가져갈 수는 없다.

많은 출판사가 자사 책을 구매한 독자를 대상으로 무료 강연을 기획한다. 하지만 우리 책방에서는 저자 강연에도 강연료를 책정했다. 강연을 먼저 들려주고, 저자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긴 사람은 책을 구매하면 된다. 방향을 거꾸로 만든 것이다. 배우 배종옥 씨가 책을 내고 강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강연료를 2만 원씩 받았고 청중이 70명 가까이 왔다.

새로 연 ‘혼자의서재’의 경우 전에 없던 공간이라 시간제 이용료를 책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혼자의서재에서는 고풍스런 벽난로를 갖춘 유럽풍 거실과 책방의 추천 장서가 큐레이션된 서재를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커피와 베이커리 2종류를 제공한다. 현재 카페에서 먹는 커피와 베이커리의 시가가 약 1만 원, 수면카페처럼 레퍼런스가 될 만한 공간의 시간당 이용료가 1만 원인 점을 감안해 2시간에 3만 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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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서재는 어떤 사람이 타깃인가.

사회생활 5년 차 이상으로 여기저기 치이고 피로도가 극에 달해 “나 좀 제발 혼자 놔둬” 이런 생각이 목 끝까지 차오른 사람? 모처럼 시간이 났는데 어디 멀리 가기는 어렵고, 근데 또 집에 있기는 싫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사람. 스타벅스 같은 카페도 주변에 많지만 너무 시끄럽다.

마침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018년 모바일 트렌드를 얘기하면서 ‘케렌시아’1 를 꼽았다. 혼자의서재가 지향하는 바가 바로 케렌시아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한두 시간 정도 느릿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말이다. 혼자의서재에 머물면서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했으면 좋겠다.

강연은 최인아책방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상품이자 서비스인 것 같다. 강연을 어떻게 기획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원할 거야, 사람들이 평소 자각하진 못하지만 필요로 하는 것을 주제로 발굴하고, 그 주제를 가장 잘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강연자로 세운다. 강연을 들으러 오는 분들이 점점 우리가 택한 주제에 공감하고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책방 주인에 대한 신뢰도 작용하는 것 같다. 최인아라는 사람이 적어도 아주 가볍고 얍삽하게, 후진 강연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는, 강사가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최인아책방이 선택한 사람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와보니 그렇다는 체험이 기대감을 두터운 신뢰로 바꿔놓고 있다. 그런 신뢰가 책방의 브랜드가 된다. 실제로 책방에서 열리는 모든 강연은 내가 직접 기획하고 참석하고 있다. 제일기획 시절 훈련받으면서 키운 기획력을 책방에 전부 쏟고 있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신뢰’라고 볼 수 있다. “그 집이 하면 달라, 근사하고 독특할 거야, 돈이 아깝지 않아.” 이런 이미지들이 브랜드를 구축한다.

예컨대 최근 이용찬 대표와 진행한 PT 클래스는 최인아책방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수업이다. 10명 소수의 수강생들이 ‘나의 꿈’이라는 같은 주제로 PT를 만들고 클리닉을 진행했다. 이 수업은 기획 단계서부터 다른 어떤 강연보다도 100% 자신 있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요구되는 PT는 어떤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PT는 생각을 에지(edge) 있게 다듬고,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해 마음을 얻는 두 가지 요소가 다 중요한데, 시중의 PT 수업은 기술적인 부분만 가르친다. 예컨대 ‘45도 각도로 서세요’ ‘시선은 어디를 바라보세요’ 이런 식이다. 우리 수업은 생각을 다듬는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말이 다소 어눌해도 콘텐츠가 좋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강좌 수강생 중에는 다른 학원의 PT 강사도 있었다. 첫 입문코스 4주가 끝났는데 수강생들의 요청에 따라 심화코스, 마스터 양성과정까지 만들려고 한다.

입문코스 4주 수강생들이 코스가 끝난 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 PT를 시연하는 강좌도 성황리에 열렸다. 사실 남이 하는 PT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기업의 PT는 소수의 관련자들 사이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나도 제일기획에서 30여 년간 광고 PT를 하면서 내 동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하는 PT는 본부장이 돼서야 처음 봤다.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PT를 시연하는 강좌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날 강의 수익은 강사, 수강생, 책방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요즘 플랫폼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최인아책방에서는 이곳 공간과 브랜드가 플랫폼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외부에서 먼저 책방에서 강연하고 싶다는 의뢰도 많이 들어온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 강연하는 것보다 최인아책방에서 강연하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강사들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클럽도 시작한다. 유료 회원을 모집해 한 달에 한 번 최인아책방이 추천한 책을 선정해 보내준다. 회원들은 무슨 책이 배달될지 사전에 알 수 없다. 책방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고 싶은데 누군가 알아서 골라줬으면 좋겠다는 분, 매번 같은 책만 읽는 게 아쉬운 분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강연을 기획할 때 강연자와 최인아책방의 컨셉을 공유하는 작업도 중요할 것 같다.

나는 강연자에게 늘 숙제를 내주는 편이다. 피아니스트 조현영 씨와 첫 책방 콘서트를 기획할 때는 책방의 컨셉이 ‘생각의 숲’이라는 점을 감안해 책방이 큐레이션한 12가지 주제에 관한 콘서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책방에서 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예술의전당 같은 다른 전문 연주회장의 무대와 달라야 한다. 예컨대 ‘영감이 필요한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조 씨는 고민 끝에 모차르트의 곡을 골라 왔다. 모차르트가 세기의 천재로만 알려져 있는데 모차르트도 끙끙거리면서 굉장히 힘겹게 만든 작품이 있다고 소개했다. 나는 콘서트 말미에 같은 주제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했다. 사람들은 연주를 듣고 책도 사갔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최인아책방에 콘서트를 보러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느 연주회장에서 들을 수 없는 연주자의 이야기, 연주자의 실룩거리는 근육까지 지켜보면서 음악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책방에서는 음악을 다르게 체험할 수 있다. 콘서트 초대권을 뿌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평균 70명 이상이 찾았다.

책방의 컨셉에 공감하고 연주하고 싶어 하는 연주자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피아니스트 송영민 씨의 경우 내가 라디오를 들으면서 마음에 들어 직접 섭외해 책방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작년에는 ‘글이 음악이 되는 밤’을 주제로 콘서트를 열었다. 최인아책방이 추천한 책을 송영민 씨가 직접 읽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와 연주하는 컨셉이었다. 예컨대 한 콘서트에서는 알랭드 보통의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헨델과 베토벤, 모차르트의 곡들이 연주됐다. 주제 그대로 책을 음악으로 읽는, 다른 데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 됐다. 연주자들은 본인이 책의 어떤 부분이 좋았고, 왜 이 음악을 골랐는지를 설명하면서 청중들과 깊이 있게 소통했다. 연주자들도 다른 연주회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청중과의 뜨거운 교감에 만족스러워했다.

최인아책방의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이 큰 것 같다. 책방에서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컨셉의 책방을 열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 “사람들이 여기를 왜 와야 하지?”였다. 사람들은 일하고, 잠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얼마 안 되는 여가 시간을 쪼개서 책방에 와야 한다. 그 시간에 백화점이나 카페, 극장에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책방에 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은 책방에 사람이 오는 이유를 단지 책을 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여가 시간을 쪼개서 사람들이 이곳에 올 때는 책뿐 아니라 다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미끼를 바로 ‘공간’에서 찾았다. 책방의 타깃 고객을 다독자로 한정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온다. 오히려 평소 책을 많이 안 읽지만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책방으로 걸음 하게 하려면 책 이상의 강력한 이유가 있어야 된다. “거기 좋은 책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공간의 매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공간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책을 썩 많이 읽지 않는 사람도 우리 공간에서 책을 둘러보는 행위 자체로도 좋은 인상을 받고 다시 책방을 찾게 되지 않을까.

나만 해도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데 오프라인으로 책방 공간을 열려면 다른 이유가 필요했다. 그 이유를 매일매일 고민했다. 그래서 강연과 콘서트, 또 다른 행사로 사람들이 오게끔 만들었다. 그게 기획이다. 디지털 시대, 일상의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해결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돈과 노력, 시간을 들여서 책방에 오게끔 하는 것. 그게 우리가 늘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중요한 질문이고, 그 답으로 지금의 책 큐레이션이나 각종 프로그램들이 나왔다.

지금의 공간을 발견한 것은 우리한테 큰 행운이었다. 처음부터 콘크리트로 된 건조한 느낌의 건물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 연회장으로 쓰였던 이곳 빨간 벽돌 건물을 보자마자 “바로 여기!”라고 생각했다. 애초부터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강연 등 다른 프로그램을 같이 열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공간이 넓어야 했다. 강남 한복판이라 임대료가 비싼 문제가 있었지만 우리의 컨셉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곳을 선택했다.

의외로 동네 주민들이 책방을 자주 찾는다. 처음 공간을 계약할 때 주변에 아파트촌 같은 주거지가 없어서 주말에는 어떻게 운영할지가 걱정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동네 주민’이라며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많이 오신다. 아무래도 주인장들의 나이가 있고, 공간 자체가 클래식한 분위기라 편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

광고기획자 시절부터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줘 컨셉츄어리스트라고 불렸다. 책방은 어떻게 보면 컨셉 기획력을 컨셉으로 하는 공간인 것 같다. 컨셉츄어리스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출발은 인사이트다. 겉이 아닌 안쪽을 들여다봐야 한다. 겉모습은 누구나 다 똑같이 볼 수 있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혼자의서재란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컨셉이 좋다고 반응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누구나 혼자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컨셉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들여다보는 데서 컨셉이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했던 일들이 엄청나게 새롭지는 않다. 그렇지만 모두 “얘기가 된다, 설득력이 있다”고들 평했다. 그런 의미를 잡아내는 게 인사이트다.

많은 직장인이 평소에 회사든 상사든 늘 무언가 때문에 치여 살고, 자기 생각도 박스에 가둬둔 채 웅크리고 있다. 긴장을 완전히 풀고 자기만의 상상력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책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마음 편히 자기 안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언제 스스로에게 충만해지는지를 가만히 돌아보면 돈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문화적인 교감이 이뤄졌을 때다. 그런 충만함 속에서 나만의 인사이트가 발휘될 수 있다. 최인아책방, 혼자의서재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획력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 

인터뷰이 소개

최인아 대표는 1961년생으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제일기획 공채로 입사해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20대여 영원하라’ 같은 광고 카피를 만들면서 최고의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1999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2002년 제일기획이 선정하는 광고 대가 ‘마스터’에 최초로 선정됐다. 2000년 삼성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발탁 승진한 데 이어 2009년 제일기획 부사장으로 삼성 최초의 여성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2012년 은퇴를 선언한 후 2016년 8월 강남 선릉역 인근에 최인아책방을 열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49호 꼰대, 현자가 되다 2018년 5월 Issue 2 목차보기